부의 흐름은 반복된다 - 경제를 알면 투자 시계가 보인다
최진호 지음 / 메이트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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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들 자산가격 역시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그래서 이런 자산가격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자신이 주력해서 투자하는 자산군 이외에도 다른 변수들을 함께 파악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모든 자산가격들의 큰 흐름이 발생하는 기저(基底)의 속성을 간과하고, 가격변수들에만 집중하다 보면 의사결정에서 오판을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시중의 유동성이 줄어드는 가운데 총수요와 총공급이 함께 줄어듭니다. 이는 경기순환적 경기침체(cyclical stagnation)를 넘어서 장기적인 구조적 침체(secular stagnation)로 흘러갈 가능성도 높아지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가계와 기업이 어려운 경제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선택한 합리적인 결정이, 전체적으로 합쳐졌을 때에는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입니다. 이것이 바로 ‘저축의 역설(Saving’s glut)’입니다.




...이처럼 오늘날 전 세계 국가들이 ‘독립적인 통화정책 운용’과 ‘환율 안정’, 그리고 ‘자유로운 자본 이동(금융시장의 개방성)’이라는 3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런 상황을 두고 트릴레마라고 부릅니다. 트릴레마는 1999년에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로버트 먼델이 주장한 ‘불가능한 삼위일체(impossible trinity)’의 핵심 내용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오늘날 현대 경제사회에서 대부분의 국가들은 그때그때 경제상황에 따라 불가능한 삼위일체 중에서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는 정책 목표를 두고 경제를 운용해가는 것입니다.




...“수익률 곡선이 평평해지고 있다” 혹은 “가팔라지고 있다”는 헤드라인이 등장한다면, 채권시장이 우리에게 그만큼 경기에 대한 비관적 혹은 낙관적 전망이 강화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신흥국들이 자국통화가 아닌 외화 자본(특히 달러)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여건 때문에 여러 가지 리스크가 내재적으로 형성되고, 달러 가치 변동에 의해 위험이 언제든 발현될 수 있는 이런 현상을 두고 경제학자 배리 아이컨그린은 ‘신흥국들의 원죄론(The Original Sin)’이라고 불렀습니다.





...오늘날 유로존의 회원국들은 서로 비슷한 경제와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국가들이긴 하지만 노동자들이 국가 간 장벽 없이 이동하기에는 여전히 힘든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이것들은 유로존이 출범하기 이전부터 지적되어왔던 것이고, 단일 통화를 사용하기 위한 이론적 배경의 전제 조건부터 충족되지 못하는 것인데, 이렇게 불안정한 조건에서부터 출발한 유로존과 유로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수 있습니다.





...2022년 한국과 같은 원자재 수입국들은 무역수지가 적자로 반전되었지만, 반대로 원자재 수출국들은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면서 달러를 안정적으로 벌어온 결과입니다. 글로벌 경제가 평화롭고 경제적 활동이 일반적으로 잘 작동될 때는 큰 문제가 없지만, 전쟁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에너지와 식량 등 자국의 생존을 위한 기초 품목의 자급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경제학적 표현으로는 투자의 증가분 대비 성장의 증가분인 성장 유발계수가 하락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런 현상이 가시적으로 표출된 시점이 앞서 4장에서 설명한 2010년대부터 중국이 경제구조의 선진화를 외치면서 하이테크 산업과 서비스업 중심의 내수산업 중심구조로 변화를 꾀하게 된 배경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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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남은 스물다섯 번의 계절
슈테판 셰퍼 지음, 전은경 옮김 / 서삼독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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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처 없이 숲속을 터덜터덜 걸으면서 며칠 전 읽은 글을 떠올렸다. 그 글은 지친 사람의 뇌에서는 생각이 늘 같은 경로를 맴도는데, 그 악순환을 깨야 한다고 했다. 그러므로 가끔은 반드시 뭔가 특별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일이 뭐가 있을까 잠시 고민했다. 그러자 숲과 우리 가족 별장 사이에 있는 조용한 호수가 떠올랐다. 평소엔 그냥 지나쳤을 뿐, 그곳에서 아침 일찍 수영할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내가 인생을 다시 한번 살 수 있다면, 다음 생에서는 실수를 더 많이 하고 싶다. 더는 완벽해지려고 하지 않고, 더 느긋하게 지낼 것이다. 지금까지보다 조금 더 정신 나간 상태로, 많은 일을 심각하지 않게 여길 것이다. 그다지 건강하게만 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은 모험을 하고, 더 많은 여행을 하고, 더 많은 해넘이를 바라보고, 산에 더 많이 오르고, 강을 더 자주 헤엄칠 것이다. 나는 매 순간을 낭비 없이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똑똑한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다. 물론 즐거운 순간도 있었지만,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순간의 아름다움을 더 많이 누리고 싶다. 삶이 오로지 이런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당신이 아직 모른다면 지금 이 말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다시 한번 살 수 있다면 나는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맨발로 다닐 것이다. 생이 아직 남아 있다면 아이들과 더 많이 놀 것이다...”





“노래를 쓰고, 도자기를 빚고, 희귀 식물을 연구하고, 위대한 사랑을 만드는 이 모든 일에는 긴 시간이 필요해요. 깊이 생각하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새로운 것에 도달하죠. 창의력은 공감과 지루함에서 생겨나고 아름다움은 금방 이루어지지 않아요.”




“한 주 한 주는 소화를 시키거나 재빨리 먹어 치워야 해요. 그래야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니까요. 그래서 나는 주말마다 항상 이 의식을 치러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먹다 남은 케이크를 냉장고에 보관해요. 견과류나 초콜릿케이크 또는 마블 케이크가 가장 좋은데, 일요일에 그걸 전부 작은 주사위 모양으로 썰어서 커피를 조금 넣고, 체리와 딸기 또는 나무딸기를 넣은 다음 질 좋은 생크림을 듬뿍 섞는 거예요. 말하자면 맛있는 일기장이죠. 사는 게 다 그렇듯이 이것도 어떤 때는 양이 많고 어떤 때는 적어요. 그 한 주가 어땠는지에 따라 다르죠. 맛있게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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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 - 사람들이 읽기를 싫어한다는 착각
김지원 지음 / 유유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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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말을 걸겠다는 마음으로 쓰인 글은 비록 어렵더라도, 왠지 모르게 어떻게 해서든 더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 이런 글이야말로 ‘읽을 수 있는’ 텍스트의 본질일 것이다. 즉 ‘중2도 이해할 수 있도록 써라’라는 것은 결국 ‘중2도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써라’와 다름없다.




...독서는 이질적인 세계를 가장 효과적으로 불러내는 소환의 기술이자 세계를 빨리 고향으로 바꾸는 방법이기도 하다.





...평소에 독서하지 않는 사람은 시간적·공간적으로 자기만의 세계에 감금되어 있다. 그의 생활은 상투적인 틀에 박혀 버린다. 그 사람이 접촉하고 만나서 대화하는 것은 극소수의 친구나 지기뿐이며, 그 사람이 보고 듣는 것은 거의가 신변의 사소한 일일 따름이다. 그 감금에서 벗어날 길은 없다. 그런데 일단 책을 손에 들면 사람은 즉시 별別세계에 드나들 수가 있다. 만일 그것이 양서라면 독자는 홀연 세계 제일의 이야기꾼을 대면하는 것이 된다. 그는 독자를 유도하여 먼 별세계, 아득한 옛날로 데리고 가서 심중의 고민을 덜어 주고, 독자가 미처 몰랐던 인생의 여러 모를 이야기해 준다.




...삶에 어디 분과가 있던가! 길을 걷다 넘어지는 것은 물리학적 경험인가?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고 흘리는 눈물은 생물학적 현상인가? 물에서 산소와 수소를 분리하는 것은 화학적인 경험이고, 카뮈를 읽는 것은 문학적 체험이며, 미적분 문제 풀기는 오로지 수학에만 바쳐지는 시간인가? (……) 삶의, 그 대신할 수 없는 풍요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규격화된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책은 단단하게 굳어져 버린 나의 껍질을 깨고 그 사이로 맵고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다. 책을 다양하게, 함부로 읽을수록 나를 둘러싼 껍질은 더 자주 깨진다. 단, 책이 나의 껍질을 깨는 계기가 되려면 어느 정도 절박한 읽기 태도가 필요하다. 다소 절박하고 다급하게 굴지 않으면 책은 그저 내 껍질 위를 편하게 미끄러져 스쳐지나갈 뿐이다. 칼럼이든 어떤 장르의 글이든 그렇게 깨어진 부분에서 좋은 글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다급함은 억지로 만들어 낸 다급함이 아니라, 책장 위에서도 진짜로 ‘나의’ ‘우리의’ 문제를 생각하는 질문들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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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디어로 읽는 세계 - 국제 관계를 꿰뚫어 보는 미디어 리터러시
채영길 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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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마수미가 지적하듯 사실이건 아니건 일단 미디어를 통해 발화된 말은 그 자체로 자율성을 갖고 사실처럼 움직인다. 권력의 선제성이란 이처럼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어 권력의 형성 기제로 사용되는 매우 적극적인 권력 형성의 메커니즘을 의미한다. 위협은 아직 출현조차 하지 않았고 불확실성 그 자체이지만 바로 그것이 위협의 본성이다. 그런 의미에서 브라이언 마수미는 이러한 권력의 선제성을 냉전의 억제력과 대비시킨다.




...이데올로기의 종언과 함께 정체성 정치가 전면화된 데 이어 21세기 국제 관계는 감정으로의 전환Emotional Turn, 심지어 정동으로의 전환Affective Turn을 명백히 드러낸다. 이는 때로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러시아에 대한 서구의 평가에서뿐 아니라 이를 다시 한번 정치 담론으로 가공하는 러시아의 외교 전략에서도 감지된다. 국제 관계는 이제 이성과 합리성을 통해 이해될 수 없는, 정서적이고 감정적이며 불확실한 주체의 영역이 되었다.




...소수 민족에 의한 버마족의 상처는 버마족 중심의 배타적 민족주의로 발전되었고, 외세에 대한 불신은 외국과의 교류 자체를 단절해 버리는 극단적 반외세주의로 발현되었다. 이 같은 군부의 극단적·배타적 민족주의는 미얀마의 지배 이념이 되어 수십 년간 미얀마 사회를 분열시켰으며, 미얀마에서는 독립을 원하는 소수 민족과 정부 사이에 내전이 끊임없이 발생했다.따라서 미얀마의 내전은 단순히 군사 독재를 타도하기 위한 무장 투쟁으로 볼 수 없으며 민주화운동의 일환으로만 보는 것 역시 편협한 시각이다. 역사적 맥락에서 미얀마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현재 발생하는 미얀마 사태를 제대로 보기 어렵다.




...거리에 나와 시민불복종을 이행하는 이들을 영웅으로 보도하는 기사와, 우리 국민이 다치지 않도록 정부의 입장을 표명하는 기사는 우리의 이상과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세상의 일이 나의 문제가 되면 복잡다단해지는 것이고, 나와 상관없는 일이 되면 이상적 관점에서 쉽게 단정 짓고 결론지어 버린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우리의 단정이 아무렇지 않게 단죄의 말을 하게 한다. 단편적으로 조각난 지식은 편의에 따라 취사 선택된다.




...이러한 차이에서 우리는 미디어가 난민을 다루는 방식의 문제점을 다시금 발견할 수 있다. 난민 발생의 원인에 대한 피상적 이해, 사건·사고 중심의 보도로 난민 발생이 아닌 난민 자체를 문제로 지목하는 시각, 공존 가능한 구성원으로서의 난민이 아닌 우리에게 잠재적 위협이 되고 갈등의 원인이 되는 외부자로서 난민을 그리는 관점, 그리고 우리의 이해득실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대상화 등이 우크라이나 난민 보도에서는 도드라지지 않았다. 이런 유럽 미디어의 이중적 태도에서부터 우리는 반성의 지점을 찾을 수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관한 외신 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해당 분쟁 혹은 사건이 협력 모델이 아닌 경쟁 모델로 분석되고 소구된다는 점이다. 기계적 중립성과 양비론에 따른 외신 언론의 책임 회피성 보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에게 각자의 정당한 이유에 의해 갈등과 분쟁의 고조를 지속하게 한다. 그 결과 양측 모두 자신이 상대방에 가하는 폭력은 정당하며 폭력의 수단을 지키는 것이 국가 안보를 지키는 것과 동일시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결국 외신 보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의 국가 건설이 서로에게 위협이 된다는 신념화된 담론을 해체하는 데 실패했다.




...빈곤 포르노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절망적인 희생자, 독립적으로 살아갈 능력이 없어 외부에서 도와주어야 하는 수동적인 대상으로 묘사한다. 빈곤 포르노의 자극적인 이미지와 개인의 일화에 바탕을 둔 내러티브는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빈곤의 문제가 사실은 역사적이고 구조적 불평등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채 나의 돈 몇 푼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개인의 문제로 단순화한다. 이러한 이미지는 아프리카의 다양한 삶을 상상할 여지를 말살하고 아프리카를 빈곤의 동의어로 끌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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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트기 힘든 긴 밤 추리의 왕
쯔진천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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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떤 사람입니까?”
리징은 추억에 잠긴 듯 먼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굉장히 올곧은 사람이에요. 방금 전에 말씀하신 그 혐의는 모두 엉터리고요. 장양에 대해 한마디로 설명해야 한다면 ‘적자지심赤子之心’이란 단어로 표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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