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90일 밤의 우주 - 잠들기 전 짤막하게 읽어보는 천문우주 이야기 ㅣ Collect 22
김명진 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5월
평점 :
...자, 이제 우리는 이렇게 스스로, 그리고 수소로 타는 것만 별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그러니 더 이상 ‘지구별’이라는 단어를 쓰기는 어렵겠어요. 지구는 스스로 타지도, 수소를 연료로 이용하지도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가장 밝게 빛나는 태양은 별일까요? 태양은 수소 기체로 가득 찬 거대한 천체입니다. 중심부의 온도와 압력은 엄청나게 높지요. 따라서 내부에서 스스로 수소를 태우며 빛나는 천체이기 때문에 별이 맞습니다.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면 개기일식, 태양의 일부분만 가리면 부분일식, 달이 태양의 가장자리만 남겨둔 채 가리면 금환일식이라고 합니다. 이때 태양의 지름이 달의 지름보다 약 400배 큰데도 개기일식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은, 태양이 달보다 약 400배 멀리 떨어져 있어 지구에서 본 달과 태양의 겉보기 지름, 즉 시직경視直徑이 비슷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달이 지구 주위를 타원 궤도로 돌고 있어,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가 가까우면 달이 커 보이고 멀면 작게 보이므로, 달의 시직경이 태양의 시직경보다 크거나 비슷하면 개기일식, 달의 시직경이 태양의 시직경보다 작으면 금환일식이 일어납니다.
...이러한 지구 자전축의 절묘한 기울어짐은 지구와 소행성 간의 충돌 덕분에 만들어진 위대한 결과입니다. 태양계가 형성될 무렵, 덩치가 제법 큰 소행성이 원시 지구에 충돌해 자전축을 기울여놓은 것이지요. 그런데 이때 지구 자전축이 23.5도보다 덜 기울었다면 어땠을까요? 극지방의 추위와 적도지방의 더위는 지금보다 극심해지고 계절의 변화는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반대로 지금보다 더 기울었다면 극지방과 적도지방 사이의 온도 차이는 줄어들고 대신 계절 간 변화가 극심해졌을 겁니다. 왜 ‘절묘하다’고 표현하는지 아시겠지요.
...무궁화위성 같은 정지 궤도 인공위성보다 가까운 거리를 지름 400미터 정도의 소행성이 지나가는 현상은 2만 년에 한 번꼴로 발생한다고 합니다. 아포피스는 2029년 4월 13일 세계 시각(UTC)으로는 밤 9시 46분 전후, 맨눈으로도 충분히 관측 가능한 밝기로 빛난다니,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소행성 접근 이벤트가 될 것입니다. 지구 최접근 시 맨눈으로 관측 가능한 지역은 서아시아, 아프리카 및 유럽 대륙 전체를 포함하고 있어 20억 명이 넘는 사람이 이 세기적 이벤트라 할 만한 소행성과 지구의 조우를 감상할지도 모르겠네요.
...어떤 인연을 맺었는지에 따라 이들의 특성이 사뭇 달라지기도 합니다. 인연의 흔적이 남듯이 말이에요. 이렇듯 중력은 물질을 끌어당겨 만물의 형태를 빚어낼 뿐만 아니라, ‘멀어짐’의 흐름을 거슬러 인연을 만들어냅니다.
이들에겐 그 어떤 의지도 목적도 없었겠지만, 중력에 의해 맺어지는 인연과 천체들의 일생을 생각하다 보면 이내 우리의 삶을 투영하게 됩니다. 아무렴 어떤가요. 커튼 사이로 밤하늘을 내다보며 잠시 이런저런 상상을 즐겨봅니다. 까마득한 공간을 지나 마주하는 인연에 대해 생각하면서 말이에요.
...1967년, 결국 시간의 기준은 원자로 변경됩니다. 세슘 원자의 고유 진동수를 이용해서 1초를 정의하기로 합니다. 인류가 선택한 두 번째 불변의 시간입니다. 누군가는 이를 “영원한 우주의 심장 박동”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현재 1초의 정의는 세슘 원자가 약 90억(정확히는 9,192,631,770) 번 진동할 때 걸리는 시간입니다. 원래 사용하던 1초와 가장 유사한 크기입니다. 그래야 지구의 자전에 맞춰온 ‘태양이 중천에 있을 때’가 한낮이라는 일상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