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를 읽는 힘
메르 지음 / 토네이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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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는 전통적으로 주문을 받고 제조시설을 확보하는 방식을 쓰고,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제조시설을 먼저 지은 후 주문을 받는 ‘셀 퍼스트’ 전략을 추진한다. 예상대로 주문이 따라오면 빨리 주문을 소화할 수 있지만, 주문이 없으면 공장이 멈춰 있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고위험 고수익)’ 방식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투자를 줄이는 TSMC와 달리, 2023년에만 50조 원 이상의 설비 투자를 했으며, 이것은 삼성전자 창립 이후 최대 수준의 설비투자 규모다. 삼성전자는 지금 돌이킬 수 없는 풀베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 가격이 수요와 공급으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사우디는 빈 살만 체제의 안정성과 왕실의 내부 상황이 영향을 주며, 중국은 미국과 패권경쟁의 약점이 될 수 있는 안보 차원의 에너지 확보가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바뀌면서 생기는 인식의 변화 등을 감안해야 한다. 에너지 가격은 정치와 경제를 합쳐서 판단해야 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영역이다.



...현재 디스프로슘은 1년에 1000t 내외가 생산되는데, 바이든 정부가 만들겠다는 수천 기의 풍력발전기를 만들기에도 공급이 부족한 것이다. 탄소중립을 위해 대대적으로 만들어지는 신재생에너지가 환경을 오염시키는 희토류를 필요로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서도 신재생에너지의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이제 중동은 더는 어르고 달래야 할 대상이 아니고, 미국이 세계 경찰 노릇을 꼭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북한의 핵도 마찬가지다. 미국에 위협을 끼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꼭 해결해야 할 숙제지만, 미국 입장에서 북한이 제대로 된 운반체 없이 핵무기만 보유하는 것은 파키스탄보다 좀 더 미치광이인 나라가 핵을 가진 정도의 문제인 것이다.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ICBM 발사에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이든이라고 달라진 것은 없다. 트럼프보다 좀 더 은밀하고 세련되지만, 에너지를 자립한 미국은 세계의 경찰이 될 필요성을 점점 적게 느끼기 시작했고, 미국 국민의 표를 잘 받을 수 있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미국의 기본 전략이 되었다.



...시장이 불안해지면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청산되어 미국으로 복귀하는 패턴은 반복되고 있다. 이런 자금이 리스크를 감지하고 탈출하거나, 다른 곳에서 본 손해를 커버하기 위해 투자한 돈을 회수하면, 이머징 마켓이 골병들기 시작하는 것이고, 집 나갔던 엔이 슬금슬금 일본으로 돌아오면 엔은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것이다. 일본은행 총재는 어차피 일본의 국채 규모가 너무 많아 금리를 잘못 올리면 국채 이자를 갚기 위해 재정을 다 써야 하니, 시장이 불안해져서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엔화 가치가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을 기대하며 버티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체를 알고 다르게 보면 내용이 완전히 달라진다. 2038년까지 연금 지출보다 수입이 많아서 국민연금은 계속 늘고 있다. 국민연금이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비중이 16.3%에서 14%로 비중이 줄어들더라도 국민연금 자체가 늘어나는 금액이 워낙 커서, 국민연금은 2027년까지 한국 주식을 27조 원 더 사게 되는 것이다. 2024년부터 매년 5조 원 이상 국민연금이 한국 주식시장에 계속 들어온다는 의미다. 결론적으로 16.3%를 14.0%로 줄인다는 것도 맞는 말이고, 매년 5조 원이 계속 더 들어온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어느 쪽을 보고 판단하는지에 따라 투자 결과가 완전히 바뀔 뿐이다.



...“기업은 매출을 늘리고 수익성을 높여 단계적으로 성장하는 게 아니다. 위험 관리를 제대로 못한 경쟁사가 내외부의 파도에 무너질 때 점프하듯이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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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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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의 신체를, 신체의 감각과 기능을 타인과 공유할 수 없다. 그 어떤 환희나 쾌락도 오로지 감각하는 사람 자신만의 것이며 고통과 괴로움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육체가 경험하는 감각과 사고를 언어 혹은 다른 방식으로 타인에게 전달할 수는 있으니 인간은 오랫동안 그렇게 전달하고 소통하고 공유하려 애썼으나 그 어떤 표현의 방식도 결국은 불충분하다. 완전한 의사소통의 방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신체 안에 고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여 삶을 견딥니다. 고통에 초월적인 의미는 없으며 고통은 구원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무의미한 고통을 견디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생존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인간은 의미와 구원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물리적으로 감각하는 모든 정보를 신체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알지 못할 때 마음은 그것을 고통이라 정의했다. 그러므로 기쁨도, 환희도, 초월도, 아마 구원조차도, 인간이 이해하고 해석하고 받아들일 수 없을 때는 모두 고통이었다.



“형제애와 희생을 주장해서 유명해진 작가가 있었어. 그 작가는 모든 고통은 도덕률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생겨난다고 생각해서 도덕과 윤리를 지키고 신의 뜻대로 살아야 한다고, 남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야말로 신의 뜻에 따른 최고로 고귀하고 도덕적인 행위라고 설파했어. 그래서 철학자가 그 작가한테 물었어. 네가 형제를 위해 희생해서 고귀하고 도덕적인 사람이 되면 너의 희생을 받아들인 그 형제는 대체 뭐가 되냐고. 애초에 아무도 희생할 필요가 없는 게 제일 좋지 않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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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AL 이건희 - 이건희의 진짜 목소리로 소개하는 삼성 신경영
권세진 엮음, 현명관 감수 / 조선뉴스프레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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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그 자체 - 현대 과학에 숨어 있는, 실재에 관한 여덟 가지 철학
울프 다니엘손 지음, 노승영 옮김 / 동아시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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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디 세계를 세계에 대한 우리의 記述과 혼동하지 말라. 전자는 실재이지만, 후자는 세계를 표상하고자 하는 인간의 시도에 지나지 않으며 과학의 역사가 우리에게 알려주듯 개선될 수 있다.” 세계에 대한 우리의 표상, 특히 수학에 기초한 ‘자연법칙’이라는 표상은 실재와 같지 않다. 세계는 그저 세계일 뿐이지만 세계에 대한 우리의 표상은 개선될 수 있으며 실제로도 그래왔다. 이를테면 아인슈타인이 기술한 중력 법칙은 뉴턴의 법칙을 포괄하면서도 훌쩍 넘어선다.



...과학자가 환원주의에 사족을 못 쓰는 것은 당연하다. 어쨌거나 과학은 숨어 있는 단순함을 암시하는 패턴을 찾는 일이다. 하지만 현대 생물학은 조물주 없는 세계에서 아름다움이나 완벽함을 찾아야 하는 고충으로부터 자유롭다. ‘적당히’가 생명의 슬로건이며 때로는 아슬아슬하게 적당한 경우도 있다. 단순하고 주먹구구식으로 건설된 생명 세계에는 내재적 가치가 전무하다. 따라서 생물학의 유기체는 기계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유기체는 진화를 통해 생겨나고 설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시계공은 눈이 멀었다.



...하지만 자연법칙은 수학과 마찬가지로 세계에 대한 우리의 기술에 속하는 것이지, 결코 우리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주관적 상대주의가 아니다. 나는 물리적 세계가 객관적으로 실재한다고 전적으로 확신하며, 우주의 행동을 최대한 속속들이 흉내 내는 모형을 만드는 일이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심지어 그것으로 밥벌이를 한다). 자연법칙이 쓸모를 가지는 것은 그런 모형 안에서다. 우주가 자연법칙이라고 불리는 것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자연법칙이 우주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다.



...세계는 큽니다. 매우 큽니다. 제 머리는 작습니다. 매우 작습니다. 세계를 제 머릿속에 넣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신의 몸속에 모종의 표상을 만들려고 애씁니다. —자크 뒤보세(노벨 화학상 수상자)



...거울을 보는 행위는 대개 무심결에 일어나지만 이따금 낯설고 불쾌한 일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그것은 거울 앞에 서서 나 자신을 보는 동안 세계가 멈추고 초현실적 감각이 경험될 때다. 그야말로 세계에 대한 내적 상과 외적 상의 조우,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의 드물고도 무지막지한 조우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다른 이들을 관찰할 때 우리는 바깥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그들에게 내적 삶을 투사하며 그들도 우리를 바라본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우리 자신을 바라볼 때는 시점이 완전히 달라진다. 우리의 내적 자아가 마치 자신의 생각에 주의를 기울이듯 자신의 존재를 숙고하는 것이다. 거울은 두 시점을 충돌하게 하는 신기하고 거의 마법 같은 능력이 있다.



...결정론과 자유의지는 직접 검증할 수 없는 절대적 개념이다. 따라서 현실에서의 유용성은 제한적이며 기껏해야 구체적 모형의 틀 안에서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는 근삿값에 불과하다. 세계 자체는 그 속의 모든 별, 입자, 사람과 함께 자신의 일을 한다. 자연법칙은 세계의 모형을 만들려는 우리의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의 시점은 제한적이며 끊임없이 진화한다. 어떤 현상은 영영 우리 너머에 있을지도 모른다. ‘이론상’이라고 말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현실적인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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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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