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 - 윤대녕 대표중단편선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11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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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감시원 코니 윌리스 걸작선 1
코니 윌리스 지음, 김세경 외 옮김 / 아작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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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가 양자이론의 논리적인 면과 터무니없는 면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그런 모델을 갖게 된다면, 우리는 전자의 충돌과 수학을 넘어 놀랍고 아름다운 미시우주를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바로 그게 죽음이 무엇보다 두려운 이유이다. 살아 있는 그 누구도 죽음을 본 적이 없고, 저승으로부터 온 유령과 메시지에 대한 주장들이 수 세기 동안 있었지만, 죽음으로부터 돌아와 그것이 어떤 것인지 말해 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게다가 우리는 죽음이 어떤 것일지 상상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어떻게 상상해야 할지조차도 상상할 수 없다...하지만 우리는 계속 시도한다. 그래서 누군가가 와서 간을 빼가는 유령 이야기를 하고, 슬래셔 영화를 보며, 좀비 소설을 읽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건 전혀 무섭지 않다. 진짜로 무서운 것은 기차역 벽시계를 올려다보고 있는데 시곗바늘이 없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이다.



...과거는 변경할 수 없는 강인한 존재일까? 아니면 날마다 새로운 과거가 태어나고 우리 역사학자들은 그것을 만들고 있는 걸까? 그리고 혹시라도 우리가 하는 행동의 결과가 나타난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가 한 행동의 결과가 무엇이 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감히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 우리는 우리 행동으로 인해 스스로 멸망하지 않길 바라며 용감하게 역사에 간섭해야만 하는 걸까? ...  이 모든 질문은 늦은 밤의 토의 시간에 생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이런 질문들이 중요하지 않다. 나는 히틀러를 죽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세인트폴 대성당이 불에 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아니, 이건 사실이 아니다. 지난밤 속삭임의 회랑에 있을 때 깨달았다. 세인트폴 대성당에 불을 지르려는 히틀러를 붙잡기만 한다면 나는 놈을 죽일 수 있으리라.



...“기타 등등이라고요?” 석회 조각이 우르르 떨어지며 금방이라도 내 위로 지하묘지의 지붕이 무너지려 했는데, 기타 등등이라고? “기타 등등이라니요? 랭비는 온몸을 던져 소이탄을 껐습니다. 에놀라가 앓던 감기는 점차 상태가 악화되었습니다.... “교수님에게는 당시에 살던 사람들이 아무것도 아니란 말입니까?”
  “통계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중요하지.” 던워디 교수가 말했다. “하지만 개개인으로는 역사의 진행 방향과 거의 아무런 관계도 없어.”



...나 자신은 그저 두 사기꾼의 피날레를 장식할 전리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여전히 믿고 싶었다....창조론자들과 카이로프랙틱과 메리 베이커 에디에게 욕을 퍼붓던 멩켄이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했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절실하게 뭐든 믿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진실과 이성이 설 자리가 어디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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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발명 - 당신은 어떤 이야기의 일부가 되겠습니까
정혜윤 지음 / 위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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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이 거의 꿈에 지나지 않았다. 지극히 짧은 시간이라고 할 만하다. 이 짧은 일생 동안 무엇을 했는가. 완전히 나를 잊고 있었다. 모든 것이 흉내와 허망. 왜 좀 더 잘 살지 않았던가? 자신의 것이라고 할 만한 삶을 살았다면 좋았을 것을. 친구야! 아우야! 자신의 지혜와 사상을 가져라. 나는 지금 죽음을 앞에 두고 나의 것이 거의 없다는 것에 소스라치게 놀란다...나는 처음 조문상의 유서를 읽었을 때 조문상의 “소스라치게 놀란다”는 말에 놀랐다. 내일 죽을 사람에게 놀랄 일이 뭐가 있을까? 그런데 있었다. 고통도 진짜, 두려움도 진짜, 죽음도 진짜. 그런데 삶은 가짜였다면? 그것을 너무 늦게 ‘알았다면’? 정말 그랬다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더 좁은 세계, 더 작은 사랑을 주제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수많은 과거의 일들이 떠오르고 수치심을 떨치기 힘들다. 그렇게 살았고, 이제 더는 그렇게 살기 싫기 때문에, 나 자신이 좀 큰 그릇의 사람이 되면 어떨까 싶은 소망이 마음속에 있었기 때문에 “더 큰 사랑과 더 큰 세상의 일부”라는 말이 내게 중요했을 것이다. 어쩌면 르 귄의 말이 나에게 영향을 줬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굳이 우리가 살 수 있었던 세상 중 가장 작은 세상에 맞춰져 있다. 우리는 세상을 우리 인간들과 우리의 소유물로 축소시켰지만 그런 세상에 맞게 태어나지는 않았다.” 이런 세상에 맞게 태어나지 않았는데도 마치 맞게 태어난 것처럼 살다 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나는 그들은 사랑하는 가족은 구하지 못했지만 그 사랑하는 가족이 살았을 수도 있는 세상의 많은 생명을 이미 구했고 또 구하려고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우리는 자신이 누구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 누가 우리를 더 살아 있게 하려고 하는지 모른다. 충분히 존중받지도, 충분히 위로받지도 못한 사람들이 이렇게 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른다. 지금은 인간 정신을 극도로 왜소하게 만드는 목소리들이 힘을 얻는 시대다. 적응의 동물인 우리는 이런 분위기에도 익숙해져 살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살다 보면 우리가 영영 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 있다. 우리는 우리의 행복과 불행, 슬픔과 상실, 우리의 가장 좋은 것인 희망과 사랑에 대해서 말하는 법 자체를 잊어버리게 된다.



...인간은 절대로 자기 홀로 창조적이지 않다. 자율성에는 한계가 있고 세상에 나와는 다른 생각, 나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은 행운이다. 사방 어디를 봐도 보이는 것이 나뿐이었다면 나는 지금쯤 ‘나-나-나-나’로 이어지는 가시철조망에 찔려 죽었을 것이다. 나를 변하게 하는 것은 고백도 아니고 내면의 응시도 아닌, 다른 사람, 다른 생명, 다른 이야기다. 내가 자꾸만 어디론가 가고 싶어 한다면 그것은 그날 밤의 경이로움과 같은, 세상에 숨겨진 경이로움과 마주치는 그 우연을 기대해서다.



...다정함도 온기도 사랑도 책임감도 없이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각자의 어두운 기억이 두텁게 쌓여가는 이 세상에서, 결국은 자신도 해치고 남도 해치는 에너지가 발산되는 이 세상에서, 누군가 ‘우리 모두의 것인 삶’에 대해 뭐라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감동적이다. 그래서 다른 생명에 대한 관심 때문에 그 전에 하던 일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는―포기와 자제와 하지 않음 쪽으로의 변화를 살아내는, 그렇게 미래 세계의 일부가 되려는 사람들이 내 눈에는 경이로워 보인다.



...지금 따라 하고 있는 이야기 중 뭔가를 잊어버려야 한다. 각자를 지배하는 메인서사―어느새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믿게 만들어버린―의 환상을 깨야 한다. 우리가 행복이라고 믿었던 것, 그래서 그 길을 향해 달려가게 만들었던 이야기들을 의심해봐야 한다. 그래야 삶과 미래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고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하고 다른 곳에 에너지를 쓰면서 다른 미래에 살고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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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 - 전쟁이 끝나면 정치가 시작된다 임용한의 시간순삭 전쟁사 2
임용한.조현영 지음 / 레드리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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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을 유대인으로 만든 특별한 조항은 바로 ‘토지 소유 금지’였다. 이것이 유대인을 영원한 이방인으로 만든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사람을 그 땅에 묶어놓는 유일하고 견고한 끈은 토지 재산이다. 이 끈을 끊어보라. 그는 아무 곳에도 속하지 않게 된다. 그는 자신과 아무 이해관계도 없는 시민사회에 내동댕이쳐진 이방인으로 살아간다...토지를 소유할 수 없으니 농사도 지을 수 없었던 유대인은 중세시대부터 도시로 몰려들었고, 상인, 수공업, 고리대금, 무역을 장악했다.



...자칭 문명 세계에서 온 사람들은 혁명과 전쟁, 민주주의와 파시즘의 시대를 거치면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폭력과 무리수를 질리도록 경험했다. 어떤 이들은 폭력을 증오했고, 어떤 이들은 폭력의 논리에 익숙해졌다. 세계대전 직후가 아니더라도 인간은 태초부터 이중적이고 이기적이었다. 그러나 전쟁 중 독일과 러시아에서 벌어진 대량학살과 증오의 경험을 통해 사람들은 더 빠르게 폭력에 물들었고, 더 유연하게 상황 논리에 굴복했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이스라엘의 3대 수상 골다 메이어는 이스라엘군이 휩쓸고 떠난 팔레스타인 마을의 참상을 목격한 순간, 부모님에게 들은 러시아에서의 유대인 학살 장면을 떠올렸다. 기분 나쁜 전율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아마 양심의 가책을 느꼈겠지만, 결국 그는 침묵한 채 그 자리를 떠났다. -




...팔레스타인 학살은 무슬림의 분노를 극도로 증폭시켜 정치인들이 조절할 수 있는 수위를 넘어버렸다. 모든 종교 지도자는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이슬람의 숭고한 종교적 의무라고 정의했다. 어이없게도 팔레스타인 학살은 아랍 국가들이 욕망과 정치, 전쟁을 통제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것이 이스라엘에는 행운을, 아랍 국가에는 최악의 결과를 낳는다. 준비 안 된 전쟁에 민중의 감정과 정치가 개입했고, 전쟁 후에는 각국의 정치 지형을 파괴하고 흔들었다.



...라빈에겐 또 하나의 고민이 있었다. 바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무자비한 명령이다. 지금까지 유대인은 피해자였지만, 이제부터는 가해자가 될 것이다. 이스라엘의 정치가들은 군인들에게 악마가 되라고 강요할 것이다. 사실 1947년부터 그랬다....라빈은 금발을 휘날리며 이미 전장을 달리고 있었다.5월 14일은 이스라엘에서는 건국 기념일이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지금도 이날을 ‘나트바’라고 부른다. ‘나트바’는 재앙이라는 뜻이다



...제1차 중동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팔레스타인 땅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인이었다. ‘팔레스타인 난민’은 이때 생겨난 것으로 무려 65만여 명이었다. 자신들이 전쟁을 일으킨 것도, 전쟁을 원한 것도, 전쟁을 주도한 것도 아닌데 아랍의 공격으로 인해 격렬한 전쟁이 벌어졌고 삶의 터전을 잃었다. 팔레스타인인에게는 이스라엘도, 주변 아랍국들도 모두 적이었다.




...이스라엘의 예비군 제도는 예상되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이 이 제도를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데는 유대인의 오랜 박해, 2,000년 만에 남의 땅이 된 나라로 귀향한 점, 사방이 적이라는 특수한 사정이 작용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결론적으로 말하면, 이스라엘의 특수함은 특별한 정신력이 아니라 특별한 사회구조와 군 조직을 낳았고, 그것이 이스라엘군을 강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아직은 한 세대 이상을 기다려야 하겠지만, 아랍과 이스라엘이 공존의 방식을 찾고 분노의 파도가 진정된다면 우리는 타락한 이스라엘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아무리 예비군의 비중이 높다고 해도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전쟁을 치르는 나라는 이스라엘 말고는 없다. 이는 군이 철저히 인맥으로 움직이며, 그 인맥이 전역 후의 정치, 경제, 사회까지로 뻗어 있다는 의미다. 전쟁을 포함하여 가장 훌륭한 인사는 형식적 절차와 장애에 구애받지 않고 적재적소에 가장 적절한 인물을 투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나라도 이스라엘과 같은 방법을 쓰진 않는다. 정실 인사, 인맥 인사는 후유증이 장점을 덮고도 남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스라엘의 시스템을 부러워하면서도 모든 나라가 쉽게 도입하기 꺼리는 이유다. 6일전쟁 이후로 이스라엘 총리와 정계에서 군 출신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언젠가는 그 후유증을 겪을지도 모른다. 벌써 그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세상은 개혁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쉬워 보이는 개혁은 너무 늦게 시작한 개혁뿐이다. 인간은 변하지만 그 속도는 느리며, 모두 똑같이 변하지도 않는다. 아들의 시신을 붙잡고 우는 사람이 모두 반전주의자가 되지는 않는다. 선각자란 조금 빨리 변한 사람들이지만, 자신이 바뀌었을 뿐이지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능력까지 갖춰지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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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송길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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