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감시원 코니 윌리스 걸작선 1
코니 윌리스 지음, 김세경 외 옮김 / 아작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양자이론의 논리적인 면과 터무니없는 면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그런 모델을 갖게 된다면, 우리는 전자의 충돌과 수학을 넘어 놀랍고 아름다운 미시우주를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바로 그게 죽음이 무엇보다 두려운 이유이다. 살아 있는 그 누구도 죽음을 본 적이 없고, 저승으로부터 온 유령과 메시지에 대한 주장들이 수 세기 동안 있었지만, 죽음으로부터 돌아와 그것이 어떤 것인지 말해 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게다가 우리는 죽음이 어떤 것일지 상상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어떻게 상상해야 할지조차도 상상할 수 없다...하지만 우리는 계속 시도한다. 그래서 누군가가 와서 간을 빼가는 유령 이야기를 하고, 슬래셔 영화를 보며, 좀비 소설을 읽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건 전혀 무섭지 않다. 진짜로 무서운 것은 기차역 벽시계를 올려다보고 있는데 시곗바늘이 없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이다.



...과거는 변경할 수 없는 강인한 존재일까? 아니면 날마다 새로운 과거가 태어나고 우리 역사학자들은 그것을 만들고 있는 걸까? 그리고 혹시라도 우리가 하는 행동의 결과가 나타난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가 한 행동의 결과가 무엇이 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감히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 우리는 우리 행동으로 인해 스스로 멸망하지 않길 바라며 용감하게 역사에 간섭해야만 하는 걸까? ...  이 모든 질문은 늦은 밤의 토의 시간에 생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이런 질문들이 중요하지 않다. 나는 히틀러를 죽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세인트폴 대성당이 불에 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아니, 이건 사실이 아니다. 지난밤 속삭임의 회랑에 있을 때 깨달았다. 세인트폴 대성당에 불을 지르려는 히틀러를 붙잡기만 한다면 나는 놈을 죽일 수 있으리라.



...“기타 등등이라고요?” 석회 조각이 우르르 떨어지며 금방이라도 내 위로 지하묘지의 지붕이 무너지려 했는데, 기타 등등이라고? “기타 등등이라니요? 랭비는 온몸을 던져 소이탄을 껐습니다. 에놀라가 앓던 감기는 점차 상태가 악화되었습니다.... “교수님에게는 당시에 살던 사람들이 아무것도 아니란 말입니까?”
  “통계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중요하지.” 던워디 교수가 말했다. “하지만 개개인으로는 역사의 진행 방향과 거의 아무런 관계도 없어.”



...나 자신은 그저 두 사기꾼의 피날레를 장식할 전리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여전히 믿고 싶었다....창조론자들과 카이로프랙틱과 메리 베이커 에디에게 욕을 퍼붓던 멩켄이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했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절실하게 뭐든 믿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진실과 이성이 설 자리가 어디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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