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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 수면과 꿈의 과학
매슈 워커 지음, 이한음 옮김 / 사람의집 / 2019년 2월
평점 :
...처음 잠들었을 때 수면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깊은 비렘수면의 한 가지 핵심 기능은 불필요한 신경 연결을 솎아 내고 제거하는 것이다. 대조적으로, 나중에 수면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렘수면이라는 꿈꾸는 단계는 이 연결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처음에는 비렘수면의 전반적으로 삭제하는 힘이 주도를 하고, 나중에 렘수면의 새기는 손길이 뒤섞고 서로 연결하고 세부적으로 덧붙이면서다. 인생 경험이 계속 변화하기에 우리의 기억 목록도 끝없이 갱신되어야 하므로, 저장된 경험이라는 자전적 조각상도 결코 완성되지 못한다. 그래서 뇌는 늘 새롭게 다시 잠을 잘 필요가 있다. 매일 밤 다양한 수면 단계들이 전날의 사건들을 토대로 우리 기억망을 자동적으로 갱신할 수 있도록 말이다. 비렘수면과 렘수면이 주기성을 띠고, 잠자는 동안 둘의 비율이 변하는 이유를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진화는 왜 렘수면 때 근육 활동을 불법화하기로 결정한 것일까? 근육 활동을 없앰으로써 꿈을 꿀 때 몸이 움직이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다. 렘수면 때 뇌에서는 운동 명령들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그것이 움직임으로 가득한 꿈을 꾸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현명하게도 대자연은 이 허구적인 움직임들이 현실이 되지 못하게 생리적 구속복을 마련했다. 특히 자기 주변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는 점을 고려해서다. 눈이 감겨 있고 주변 세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꿈속에서 싸움을 벌이거나 다가오는 적을 피해 미친 듯이 달아나려 할 때 몸이 반응한다면 어떤 재앙이 빚어질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당신은 유전자 풀에서 금방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뇌는 마음이 안전하게 꿈을 꿀 수 있도록 몸을 마비시킨다.
...이제 내가 진화의 고전적이면서 자기 충족적인 긍정적 순환이라고 믿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무에서 땅으로 내려오면서, 잠에 다른 영장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양의 렘수면이 주입되었고, 이 하사품으로부터 인지적 창의성, 정서 지능, 따라서 사회적 복잡성의 급격한 증가가 일어났다. 우리의 뇌가 점점 치밀해지고 상호 연결되어 감에 따라서, 이 순환 과정을 통해 우리의 생존 전략도 매일 (그리고 밤마다) 향상되었다....이 양의 되먹임 고리가 기하급수적인 양상으로 확대됨에 따라서, 우리는 더욱 큰 사회 집단들을 형성하고 조직하고 유지하고 의도적으로 빚어냈다. 그 결과 급속히 증가하고 있던 창의적인 능력은 정서적 및 사회적 정교함을 강화하는 인류 렘수면의 양이 점점 증가함에 따라 더 효율적이고 빠르게, 심지어 개선되면서 퍼질 수 있었다. 따라서 렘수면 꿈꾸기는 우리를 경이로울 만치 빠르게 진화적으로 부상시키는 데 기여한 새로운 요인이다. 그 덕분에 우리는 세계를 지배하는 새로운 사회적 상위 계급이 되었다. 잠을 연료로 쓴 덕분이다.
...파인버그는 깊은 수면 세기의 증감이 청소년기라는 위태위태한 고지대를 거쳐서 성년기라는 안전한 통로로 들어서는 성숙을 향한 여행을 돕는다고 주장했다. 최근의 연구 결과들은 그의 이론이 옳다고 뒷받침한다. 깊은 비렘수면이 청소년기에 뇌의 마지막 마감 공사와 정밀 검사를 수행함에 따라, 인지 기능, 추론, 비판적 사고는 나아지기 시작하는데,...뇌 안에 인지적 및 발달적 이정표가 놓이기 몇 주 또는 몇 달 전에 반드시 깊은 비렘수면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는 영향의 방향성을 시사한다. 뇌 성숙이 깊은 잠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깊은 잠이 뇌 성숙의 추진력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낮에 기록한 경험의 동영상을 밤에 피질이라는 커다란 화면에 투영하면서 재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낮의 잔류물〉 같은 것이 있다면, 메마른 꿈에 몇 방울 떨군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스틱골드는 야간 꿈 기록들의 잡음 속에서 강하면서 예측 가능한 낮의 신호를 하나 찾아냈다. 바로 감정이었다. 참가자들이 낮에 깨어 있을 때 겪은 감정적 주제들과 걱정들은 35~55퍼센트가 밤에 꾸는 꿈에서 강력하면서 뚜렷하게 재연되었다. 참가자들 자신도 그렇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했다. 자신의 꿈 기록과 깨어 있을 때의 기록을 비교하라고 하니, 감정이 들어맞는다고 자신 있게 판단을 내렸다...깨어 있는 삶에서 꿈꾸는 삶으로 죽 이어지는 끈이 있다면, 감정적 걱정이 바로 그것이다.
...야간 요법 이론은 렘수면 꿈꾸기 과정이 두 중요한 목표를 이룬다고 가정했다. (1) 기존 지식과 통합하고 자전적 관점에서 끼워 맞춤으로써 가치 있고 특출한 경험들의 세부 사항들을 기억하기 위해 잠을 자는 한편으로, (2) 앞서 그 기억들을 감싸고 있던 속을 뒤집어 놓는 고통스러운 감정들을 잊거나 해소하기 위해 잠을 잔다는 것이다. 정말로 그렇다면, 꿈꾸는 상태가 치유를 위한 일종의 인생 성찰을 지원한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렘수면의 꿈꾸는 단계는 이 독특한 뇌 활성과 신경 화학적 조성을 토대로, 우리가 그런 상황에 다시 놓이는 것을 피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