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똥을 따라가면?
나카가와 히로타카 지음, 가와치 렌 그림, 황진희 옮김 / 올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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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똥'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자지러진다. '똥'이나 '방구'와 같은 단어는 순식간에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집중하게 만드는 마법의 단어이다.

《내 똥을 따라가면?》이 어떤 내용의 책인지 살펴보기도 전에 '똥'과 '올리'만 보고도 나는 당장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똥을 따라가면?》은 내가 참 좋아하는 '올리' 출판사의 새 책이다.

처음 책 제목을 얼핏 봤을 때는 여러가지 똥의 종류에 관한 이야기인가 했는데, 《내 똥을 따라가면?》은 하수가 흘러가는 경로와 하수처리 과정에 대한 이야기 책이었다.

"내 똥과 오줌, 똥오줌을 흘려 보낸 변기 물,
손을 씻은 물, 세탁기와 샤워기의 물은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내 똥을 따라가면?》은 하수도에 관한 지식그림책이다.

지식을 전달하는 책들은 많다. 하지만 이런 좋은 내용을 전달할 때는 독자의 수준에 맞추어 흥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변주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내 똥을 따라가면?》은 '우리가 사용한 물을 어떻게 깨끗하게 정화하는가?'라고 정석적으로 접근하기 보다, '도대체 내 똥은 어디로 가는걸까?', '내 똥을 한 번 따라가볼까?'라고 아이들의 관심과 눈높이에 맞추어 재미있게 풀어냈다.

《내 똥을 따라가면?》은 주제에 접근하는 방법부터 내용을 풀어나가는 설정까지 모두 흥미진진하다.

'내 똥을 따라가긴 할건데, 어떻게?' 라는 질문에 대해 마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물약을 먹고 몸이 작아져서 탐험을 떠난다는 설정으로 대답한다.

탐험은 언제나 설레고 신나는 일 아닌가? 이 책을 만나는 아이들은 마치 자신이 탐험대장이 된 듯한 기분으로 《내 똥을 따라가면?》을 탐독하게 될 것이다.

하수도라고 하면 어둡고 지저분하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내 똥을 따라가면?》은 탐험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에 밝은 색감과 귀여운 그림체를 엮어 배수관과 하수도관을 지나는 길이 여행길처럼 느껴지도록 풀어냈다.

하수도에서 맨홀에서 바라보며 "마치 밤하늘에 빛나는 별 같아요."라고 이야기할 때는 정말 만화적이고 환상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내 똥을 따라가면?》은 하수처리장에 도착한 후 일련의 하수처리과정도 꼼꼼하게 전달해준다.

침사지에서 큰 것은 걸러내고 작은 것은 가라앉힌 후, 1차침전지로 가서 더 작은 알갱이를 가라앉힌다. 생물반응조로 가서 미생물을 이용해 정화하고, 2차침전지에서 남은 찌꺼기를 가라앉히고, 마지막으로 소독조에서 소독을 거친다.

《내 똥을 따라가면?》은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서울하수도과학관'의 깐깐한 검수도 거쳤다고 한다. 

'서울하수도과학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하수도를 테마로 한 과학관으로써 하수도의 역사와 과학을 알리고자 2017년 9월 5일 개관했다.

'서울하수도과학관'의 2023년 연간 교육 프로그램 중에 <내 똥은 어디로 갈까?>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서울에 가게되면 서울하수도과학관에 들러서 <내 똥은 어디로 갈까?> 프로그램에 참여해봐야할 것 같다. '올리' 출판사의 《내 똥을 따라가면?》을 읽고 난 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더 이해가 잘 되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사용한 모든 물은 다시 깨끗해진 상태로
바다나 강으로 흘러간단다."

흔히 우리가 사용할 물만 깨끗하게 정화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내 똥을 따라가면?》은 우리가 사용했던 물도 정화해서 자연으로 돌려보낸다는 걸 알려주며 마무리한다.

《내 똥을 따라가면?》은 하수도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하수처리과정은 어떠한지에 관한 지식을 전해준다. 더불어 일련의 하수처리 과정을 거쳐 물 깨끗하게 정화해 자연으로 되돌려보내는 모습을 통해, 인간이 자연을 빌려 사용함에 있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게끔 해준다.

'올리' 출판사는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좋은 주제의 이야기를 참 잘 선정하는 것 같다. 《내 똥을 따라가면?》은 하수처리라는 하나의 지식으로부터 시작해서 자연을 대하는 태도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책이었다.

앞으로 출간될 '올리' 출판사의 다른 책들도 기대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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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의 탄생
전정숙 지음, 김지영 그림 / 올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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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참 좋아하는 믿고보는 올리 출판사에서 《노는 게 좋은 ㅡㆍㅣ》에 이어 《자음의 탄생》이라는 또다른 재미있는 책을 출간했다.



《자음의 탄생》은 지난 9월에 출간된 《노는 게 좋은 ㅡㆍㅣ》의 후속이다. 《노는 게 좋은 ㅡㆍㅣ》 때 훈민정음 모음 창제에 관한 이야기를 했었기에 자음 책도 곧 나올 거라 기대했는데 《자음의 탄생》으로 드디어 완벽한 책이 되었다.

《자음의 탄생》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책이었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감각적인 그림이 더해져서 아이들의 흥미를 끌며 훈민정음 자음이 만들어진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자음의 탄생》은 훈민정음의 자음과 모음 중 자음의 제자 원리와 역할을 쉽게 알려 주기 위해 기획된 그림책이다. 

《자음의 탄생》은 몽글몽글한 공기 덩어리들이 차례로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공기 덩어리들에게 임금님이 명령한다. 어떤 걸 만나도 겁내지 말고 끝까지 동굴을 빠져나가라고, 그래야 글자로 태어날 수 있다고 당부한다.

그렇게 공기 덩어리들은 동굴 천장에 긁히고 부딪치고, 붉은 덩어리(혀)에 밀려 나오고, 문(입술)이 닫혔다 열리는 순간 튀어나가고,  하얀 바위(이) 사이로 빠져나가는 등 여러 과정을 거쳐 밖으로 나온다.

각 자음별 소리나는 원리가 아주 정확하게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다. 발음기관의 모양을 단순하게 그려내고 붉은 덩어리, 문, 하얀 바위 등 재미있는 표현을 사용하다보니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지던 훈민정음 제자원리가 쉽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공기 덩어리가 자음으로 탄생하는 과정이 마치 하나의 멋진 모험처럼 그려져 있다보니 아이들이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책에 몰입할 수 있었다.

《노는 게 좋은 ㅡㆍㅣ》와 《자음의 탄생》은 전정숙 작가의 멋진 아이디어가 빛이 나는 책이다. 오랫동안 편집자로 일하면서 글자를 가지런히 배열하는 일을 해 온 전정숙 작가는 어느 순간 한글의 자모가 캐릭터로 보이기 시작했고, 그 생각에 착안해 자음과 모음 친구들의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한글을 캐릭터화 한 것은 정말 훌륭한 생각이었던 것 같다.

거기에 김지영 작가의 감각적인 그림이 멋을 더한다.  《내 마음 ㅅㅅㅎ》으로 사계절그림책상 대상을 받고, 나미 콩쿠르 그린아일랜드를 수상한 김지영 작가는 《노는 게 좋은 ㅡㆍㅣ》와 《자음의 탄생》에서 글자 캐릭터를 간결하면서도 재미있게 표현했다. 눈동자 표현만으로도 인물들의 감정이 드러날 수 있게 그려져 보는 재미를 더한다. 아이들의 그림책은 읽는 재미만큼 보는 재미가 중요한데, 단순하고 명료한 디자인과 색으로 아이들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훈민정음 자음 글자 제자 원리

《자음의 탄생》 마지막에는 훈민정음 자음의 제자원리를 설명해두었다 

훈민정음의 자음 기본 글자인 ㄱ ㄴ ㅁ ㅅ ㅇ 은 사람의 발음 기관 모양이나 움직임을 본떠 만들었다. 기본 다섯 글자에 획을 더하거나 가본 글자를 합하는 방식으로 자음의 형태가 완성된 것이다.

천장을 긁으며 목구멍에서 소리를 내는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 혀끝을 앞 천장에 붙였다 떼면서 소리를 내는 ㄴ은 혀끝이 윗잇몸에 닿는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 이처럼 자음의 기본 글자는 소리와 소리를 내는 모양을 모두 고려해 만들어진 굉장히 과학적이고 독창적인 글자이다. 거센소리를 나타내기 위해 기본 글자에 획을 더해 ㅋ ㄷ ㅌ 등의 자음이 만들어졌으며, 같은 자음을 나란히 붙여 ㄲ ㄸ ㅆ 등의 된소리 자음이 만들어졌다.

세종대왕께서는 훈민정음 창제 시 닿소리(자음) 17자, 홀소리(모음) 11자, 총 28자를 만드셨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한글은 자음 14자, 모음 10자, 총 24자이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ㅿ(반시옷), ㆁ(옛이응), ㆆ(여린히읗), ㆍ(아래아) 4자가 사라졌다. 

《자음의 탄생》 덕분에 아이들은 사라진 우리 글자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었고, 한글이 모두 개별적인 별개의 글자가 아니라 기본 글자에 추가되고 결합되어 만들어진 참 재미있는 글자라는 걸 배울 수 있었다.



​독후활동, 단어 수첩

올리 출판사는 좋은 그림책을 만들기도 하거니와 독후활동으로 연계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주어 참 좋다. 《자음의 탄생》 역시 독후활동 자료가 첨부되어 있다.

모음편인 《노는 게 좋은 ㅡㆍㅣ》 때는 단어를 만들어보는 활동이었다면, 자음편인 《자음의 탄생》에서는 단어를 채집해볼 수 있도록 '단어 수첩'이 수록되어 있다.

'단어 수첩'은 자음의 기본 글자 그룹인 어금닛소리(아음), 혓소리(설음), 입술소리(순음), 잇소리(치음), 목구멍소리(후음) 등을 분류해 낯선 단어를 찾아 단어 칸에 쓰고 사전을 찾아 사전 정의와 예문까지 써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 활동을 통해서 소릿값에 따른 자음의 분류를 이해하고 나만의 단어 수첩을 만들 수 있다.

책 뒷편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수업 자료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현직 교사이자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소속 김다혜 선생님이 짜 준 수업 자료인데, 일상 속 자음과 닮은 모양 찾기 게임, 내가 좋아하는 자음 찾기, 자음으로 하는 몸 표현 활동 등 자음에 대해 더욱 흥미롭게 이해하고 단어 수첩을 통해 어휘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한다. 

《노는 게 좋은 ㅡㆍㅣ》 때도 정말 재미있게 활동 했었는데, 《자음의 탄생》은 한층 더 심화된 느낌이다. 예전에는 문장 속 뉘앙스로 단어를 이해하던 아이가 요즘은 단어의 수용력이 커져서인지 그 뜻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단어 수첩'을 채우는 작업을 통해 어휘력을 늘이고 사전을 이용하는 방법까지 익힐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훈민정음 해례본

1443년 제작된 훈민정음 해례본은 우리나라 국보 제70호임과 동시에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기 전까지 고대 글자 모방설, 몽골 문자 기원설을 비롯하여 창호지를 보고 모양을 본떴다는 등 한글을 비하하는 말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며 한글이 계통적으로 독립적인 동시에 당시 최고 수준의 언어학, 음성학적 지식과 철학적인 이론이 적용되어 있는 놀라운 글자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우리 선조들이 만들어낸 세계 최고의 보물이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게 되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이 어떤 원리를 바탕으로 해서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설명이 실려 있는 책이다. 한글처럼 독창적으로 새 문자를 만들고 한 국가의 공용문자로 사용하게 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며, 이 해례본의 발견으로 인해 한글 창제의 원리에 대해 많은 것들이 확인되고 알려지게 되었다.

훈민정음 해례본에는 한글 창제 원리의 소개 외에도 훈민정음이 정확히 언제 반포됐는지도 표기가 돼 있어서 10월 9일이 한글날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가 되었다.​​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칠 때 ㄱ, ㄴ, ㄷ, ㄹ 과 같은 음소(音素) 단위까지는 가르치지만 한글 창제 원리와 제자 원리까지 가르쳐줄 생각은 단 한 번도 못했었다. 심오하고 어려운 내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글을 아는 어린이라면 누구나 훈민정음 제자 원리를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의 수준에 맞추어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해주는 《노는 게 좋은 ㅡㆍㅣ》와 《자음의 탄생》이라는 좋은 책이 나왔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주제는 연령불문 누구나 이야기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것을 대화 주체의 수준에 맞게 재해석 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 어려운 문제가 아닐까 싶다.

《자음의 탄생》은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훈민정음 자음의 제자원리를 쉽게 풀어쓴 책이다. 《자음의 탄생》과 함께라면 '훈민정음 창제'라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도 우리 아이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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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오방장군 즐거운 동화 여행 159
신동숙 지음, 안혜란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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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오방장군》은 바다 이야기 세 편을 한 권에 담아낸 보기 드문 옴니버스식 구성의 그림책이다.

아이들 책 중에서 이런 구성의 책은 처음 만나는 것 같다. 일종의 단편집 같기도 한 《변신 오방장군》은 세 이야기가 모두 바다라는 하나의 주제로 이어져있다.



그림이 너무너무 아름다운, 《변신 오방장군》의 첫 번째 이야기인 <바다로 간 기차>는 물고기 아파트가 된 꼬마 기차의 이야기이다.

한 량만 남은 꼬마 기차는 오래된 기차라 더이상 달릴 수 없게 된다. 못 쓰는 기차들을 모아놓은 곳에서 추운 겨울을 맞이한 꼬마 기차는 녹이 슬어 발갛게 되었다. 언젠가 뜨거운 용광로에서 사라질 거라는 생각에 슬퍼하던 어느 날, 꼬마 기차는 특별한 옷을 입게 된다. 녹을 벗겨낸 후 황토와 조개껍질을 섞은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는 옷을 입고, 꼬마 기차는 물고기 아파트가 되어 바다로 떠난다. 물고기들에게 재미있는 바깥 세상의 이야기를 전해주던 꼬마 기차는 철길을 달리며 보았던 고래와도 마침내 친구가 되었다.

더이상 쓸모 없다고 여겨졌던 꼬마 기차가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는 방법으로 바닷속에서 물고기들의 안식처가 되어 준다는 설정이 참 마음 따뜻했다. 바다를 병들게 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많은 오염원들이 새롭게 재탄생되어 바다에 유익한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쁜 일일까?



《변신 오방장군》의 두 번째 이야기인 <변신 오방장군>은 죽은 사람의 넋을 위로하고 어로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띠뱃놀이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변신 오방장군>은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부모에게 편지를 띄우는 지후의 이야기가 나와서 가슴이 저렸다. 

당굿을 지낸 후 용왕제를 위해 마을 아저씨들은 띠풀과 싸리나무를 엮어 허수아비와 띠배를 만든다. 만선과 안전을 기원하는 많은 이들의 소망과 바다에 나가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의 영혼을 이어도로 인도해달라는 염원을 담아 다섯 방위 허수아비는 띠배에 실려 바다로 간다. 앞부분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 제82-3호인 '위도띠뱃놀이'를 모티브로 한 듯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이후는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되어 극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동서남북과 중앙의 다섯 방위 허수아비는 청룡, 백호, 주작, 현무, 황룡으로 몸을 바꾸고 소용돌이 속에서 죽은 영혼들을 구해낸다. 지후의 부모는 아이의 편지를 읽게 되고, 마을 사람들의 염원을 전하기 위해 영혼들은 다함께 용궁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통해 희망을 보여준다.

농촌 지역에서 풍농을 빌며 달집태우기를 하듯, 어촌 지역에서는 풍어와 무사귀환을 소망하며 용왕제를 지내고 띠뱃놀이를 한다고 한다. <변신 오방장군>은 용왕제라는 마을공동제사의식을 통해,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다라는 대자연을 향해 품고 있는 경외심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도시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어촌의 전통 의식을 배울 수 있어서 유익했다. 또한 역사 시간에 북한의 고구려 강서대묘 사신도(四神圖) 속에서 만났던 사신(四神)을 이야기 주인공으로 만나서 반가웠다. 청룡, 백호, 주작, 현무와 황룡 등 동아시아 문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상상 속 동물들이 친근해지는 시간이었다. 



《변신 오방장군》의 세번째 이야기 <안녕? 돌고래>는 사람에게 훈련되어 공연하며 살아가던 돌고래 금동이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이야기이다.

수연이는 돌고래 금동이가 묘기를 펼치는 것을 보자 가여운 생각이 들어 눈물을 흘린다.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금동이를 보며 동병상련을 느꼈으리라. 가두리에서 바다 적응 훈련을 끝냈지만 두려움에 차마 떠나지 못하던 금동이는 수연이의 응원을 받으며 먼바다로 헤엄쳐나간다.

2017년에 MBC 스페셜 '쇼 돌고래의 슬픈 진실'이라는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적이 있다. 얼마 전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서 고래생태설명회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당시에 어렴풋하게 느껴졌던 마음 속 불편함이 바로 이 지점이 아니었나 싶다. 아이들과 《변신 오방장군》을 읽고 다큐멘터리도 함께 본다면 바다 생물들과 인간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변신 오방장군》을 통해 바다는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에게 중요한 삶의 터전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바다 속에서 살아가는 많은 해양생물들과 바다에 기대어 살아가는 어촌 주민들에게 바다는 지켜내야 할 공간이다. 바다가 있었기에 이어져 내려올 수 있었던 소중한 문화도 있다. 이 모든 것을 지켜내는 것은 우리의 관심과 의지에 달려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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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원으로 차리는 파인 다이닝 - 식비 걱정 NO! 요리용디 가성비 레시피
요리용디 지음 / 용감한까치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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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뭐 먹지?"

주부라면, 자취생이라면, 늘 하는 고민 중 하나일 것이다.

메뉴도 고민이거니와 장바구니 물가가 엄청 올라서 장 볼 때마다 가격표를 보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기도 한다.



《만 원으로 차리는 파인 다이닝》은 만 원 안팎의 비용으로 집에서도 근사한 한 끼를 즐길 수 있는 레시피만을 담았다고 해서 굉장히 기대가 됐다.



《만 원으로 차리는 파인 다이닝》 저자인 푸드 크리에이터 요리용디는 주로 다양한 레시피를 1분 안에 소개하는 푸드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요리 초보도 할 수 있는 토스트나 떡볶이부터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먹을 법한 고급 요리까지, 어떤 요리든 60초 안에 설명하는 독특한 푸드 콘텐츠들이 가득하다고 한다.

《만 원으로 차리는 파인 다이닝》은 요리용디의 핵심 레시피만 추려 담은 책이다.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한 요리 영상 중 가장 많은 호응을 얻었던 레시피는 물론 아직 공개되지 않은 요리용디만의 시크릿 레시피까지 빠짐없이 담았다고 한다.



《만 원으로 차리는 파인 다이닝》의 저자인 요리용디의 요리철칙이 참 좋았다. 요리를 못하는 내 마음을 제대로 담은 내용들이었기 때문이다.

마트에서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고 누구나 구입하는 평범하고 저렴한 재료들을 이용해, 평균 10분 이내라는 아주 간단한 레시피로, 근사한 요리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요리 초보에게는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특히 마지막의 '요리는 내가 즐기려고 하는 것이지 남에게 자랑하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여러번 읽었다. 무슨 일에서든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말이었다.

요리용디의 요리 철칙
첫째, 내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든다.
둘째, 내가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든다.
셋째, 레시피가 단순해야 한다.



《만 원으로 차리는 파인 다이닝》은 1만 원, 1만 5천 원, 2만 원, 2만 원대, 식재료의 가격대 별로 레시피를 나눠두었다.

각 가격대에서 다시 밥, 면, 빵, 스페셜 메뉴들을 구분해두었기 때문에 식비 예산과 요리 종류에 따라 레시피를 찾기 쉽게 구성되어 있다.



《만 원으로 차리는 파인 다이닝》에는 계량 도구 및 계량법, 기본 조리 도구 등 요리 초보들에게 유용한 정보들과 용디가 제안하는 홈파티 준비물, 알뜰 장보기 공략법, 요리가 더 쉬워지는 마법의 아이템 등 요리용디의 요리 비법들이 가득가득 담겨있다.

나는 수많은 조미료 브랜드 중 어떤 걸 사야하는지 늘 고민이었다. 《만 원으로 차리는 파인 다이닝》에는 브랜드가 나와있어서 요리를 처음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조미료 고르는 고민을 덜 수 있어서 굉장히 유용했다.



어떤 요리를 우선 시작해볼까 고민하다가 고기가 먹고 싶어서 '큐브스테이크덮밥'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만 원으로 차리는 파인 다이닝》의 모든 레시피에는 실제 장바구니 영수증 수록되어 있다. 요리에 꼭 필요한 주재료의 실제 구매 가격이 적혀있어서 쇼핑할 때 참고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등심 300g짜리 할인제품으로 샀다. 《만 원으로 차리는 파인 다이닝》 가격표와 비교하면 어느정도 가격 선을 가늠할 수 있어서 경제적으로 식재료 구입이 가능할 것 같다.



내가 요리도 잘 못하고 플레이팅도 잘 못해서 좀 그렇지만, 실제로 《만 원으로 차리는 파인 다이닝》을 보며 따라한 요리는 빠르고, 간단하고, 맛있었다.

레시피에는 안심이 나와있지만 안심이나 등심 대신 부채살이나 설도 같은 부위도 좋다며 대체재를 알려주어서 정말 도움이 되었다. 초보자는 레시피에 나와있는 그 재료가 없을 경우 대체할 품목을 떠올리는 것이 어려운데, 이런 세심한 부분이 요리를 더 쉽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만 원으로 차리는 파인 다이닝》은 흔한 재료들을 이용하기 때문에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도 간단하지만, 흔해서 냉장고에도 있을 법을 재료들이기 때문에 냉장고 파먹기를 하기에도 제격인 것 같다.



《만 원으로 차리는 파인 다이닝》에는 피클과 홈드링크 만드는 법 몇 가지도 나와있다. 메인 요리와 함께 피클과 음료도 곁들이면 멋진 한 상이 차려질 것 같다.



《만 원으로 차리는 파인 다이닝》은 요알못에게 친절한 책인 것 같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장 볼 수 있게 도와주고, 식재료 대체재도 알려주는데, 레시피는 간단하고 빠르다. 요리 초보자들에게 이만한 요리책이 있을까?

《만 원으로 차리는 파인 다이닝》을 통해 요리하는 것은 어렵고 거창한 일이라는 인식이 깨진 것 같다. 간단한 레시피로도 근사하고 맛있는 요리가 가능하다는 것, 요리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실제로 내 손으로 요리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 《만 원으로 차리는 파인 다이닝》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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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코드 - 내 아이의 특별한 재능을 깨우는 기질 육아의 힘
다니엘 딕 지음, 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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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코드》는 최근에 읽은 여러 육아서 중 나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된 책인 것 같다. 이해하기 어려웠던 내 아이의 모습들이 이 책을 통해 이해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차일드 코드》는 유전적으로 타고난 기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 자녀들은 제각기 독특한 유전자 구성을 가지고 있기에 육아는 개개인을 위한 답이 다 다르다고 한다.

저자인 다니엘 딕 교수는 버지니아코먼웰스대학교 심리학 및 인간분자유전학 교수로, 유전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이다. 《차일드 코드》는 그의 첫 책으로 유전학에 기반하여 저마다 다른 아이들의 기질에 맞는 효과적인 맞춤 육아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아이의 기질 관련 연구에서 지속적으로 드러나는 주요한 세 가지 기질 구성 요소인 외향성(Extraversion), 정서성(Emotionality), 의도적 통제(Effortful Control)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했고 그 내용을 《차일드 코드》에 담았다. 이 세 가지 기질 구성요소의 특성과 발현되는 모습을 상세하게 담고 있어서 우리 아이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큰 아이를 낳아 기르며, 나는 다른 사람들이 아이 한 명 키우는 것도 힘들다고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정도면 아이 둘 키우는 것도 큰 일이 아닐 것만 같았다.

그런데 작은 아이는 달랐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순한 편이긴 하지만(《차일드 코드》를 읽고 나니, 외향성이 낮아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다), 큰 아이에 비해 섬세하면서 자유분방한 아이였다.

그때 깨닳았다. '아, 기질이 다르구나. 큰 아이는 내가 거저 키웠구나.'

그리고 이 사실은 《차일드 코드》를 읽으며 더욱 분명해졌다.



좋은 부모의 역할은 기질을 다듬어 주는 것이다

 《차일드 코드》 전체 내용 중 '외향적인 아이는 사회적 출구로 기질을 이끌어주지 않을 경우 나중에 술집 테이블에 올라갈 수도 있다'라는 부분은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내향적인 나의 입장에서는 살면서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상상조차 안되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정말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라는 게 재미있었다.

유전적 기질은 그 안에서 자녀가 어떻게 자랄지 경계를 설정하지만, 그 기질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결국 어디에 도달할지 결정하는 것은 바로 환경이라고 한다. 부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자녀의 타고난 기질의 장점은 발휘하고 단점은 관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좋은 부모의 역할은 아이의 기질을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여 바꾸려 드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 기질을 다듬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외향성, 낮은 외향성과 수줍음은 다르다

《차일드 코드》를 통해 나 역시 새로이 알게된 점이 있다. 바로 낮은 외향성과 수줍음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다.

이 두 가지 특성은 집단 활동을 싫어하거나 다른 아이들과 놀려고 하지 않는 등 비슷한 행동으로 이어지기에 서로 혼동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차이는 외향성이 낮은 아이는 혼자 있는 것을 즐기고 소그룹 활동을 더 선호하지만, 수줍음 많은 아이는 집단에 속하고 싶지만 친구와 함께 있는 상황에서 불안감을 느낀다는 점이다.

이 부분을 읽고 나니 큰 아이와 작은 아이의 조금 다른 점이 보였다. 둘 다 외향성이 낮은 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큰 아이는 외향성이 낮다기 보다는 수줍음이 조금 있는 아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서성, 징벌은 효과가 없다

《차일드 코드》를 통해 정서성이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 정서성 부분을 공부하면서 우리 작은 아이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작은 아이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정서성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정서성이 높은 아이는 선천적으로 불안과 걱정, 두려움에 더 취약한데, 이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없기에 아이가 나쁜 행동을 할 때 부모가 개입하는 것은 스트레스만 증가시킬 뿐이라고 한다. 



정서성과 관련하여 징벌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나도 달라서 굉장히 놀라운 이야기들이었다.

연구에 따르면 징벌은 그 순간 행동을 멈추게 할 수는 있지만 효과는 없다고 한다. 징벌로 우리가 아이들에게 원하는 모습을 가르칠 수는 없기 때문에, 징벌이 미래에 일어날 가능성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한다.

오히려 징벌은 우리가 아이들에게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부모가 소리 지르면 화가 날 때 소리질러도 된다고 가르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이 징벌에서 배우는 것은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고 싶을 때 소리지르고 때리고 벌해도 된다는 것이다.

징벌로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이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한다. 동생을 때리면 안된다는 사실을 몰라서 때리는 것이 아니며, 잘 안하고 해서 그 행동을 안하는 것이 아니다. 즉 징벌이 효과가 없는 이유는 무엇이 틀렸다는 사실을 안다고 자동적으로 그 행동을 안하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징벌의 대안은 좋은 행동을 장려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쁜 행동을 없애는 것보다 좋은 행동을 하게 해주는 것이 훨씬 쉽기도 하고, 좋은 상태에 오래 머물수록 나쁜 상태에 덜 머무르게 된다고 한다.



'정서성 높은 아이를 도와주는 첫 단계는 아이도 그렇게 태어나길 원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라는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 아이는 왜 이럴까?' 라는 생각을 종종 했었는데 아이도 이렇게 불안도가 높게 태어나고 싶었던 건 아닐 것이란 생각은 단 한번도 못했었다.

우리 작은 아이도 나에게 혼이 나고 나면 먼저 다가와서 "엄마 죄송합니다. 미안해요." 하면서 사과한다. 내가 화를 냈고 본인은 혼이 났는대도 말이다. 아이도 그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 사실을 나는 《차일드 코드》를 읽으며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의도적 통제, 뜨거운 뇌와 차가운 뇌

《차일드 코드》에 따르면 의도적 통제 능력은 뜨거운 뇌가 차가운 뇌에 비해 얼마나 활동적인지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뜨거운 뇌는 지금 여기, 욕구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위험에 빠졌을 때 반사적으로 위험으로부터 피하는 것에는 분명 도움이 되지만 유혹이 많은 요즘 세상에서는 우리를 문제에 빠뜨리기도 한다.

차가운 뇌는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장기적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이 되는 힘든 결정을 한다.

지연되는 보상은 즉각적인 만족감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를 위해서는 생각이 필요하다.

의도적 통제능력이 부족해 생기는 어려움은 두 가지인데, 하고 싶지만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멈추기 어렵다는 것과,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 하는 일을 시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특성을 이해해야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미래의 부정적 결과를 더 즉각적으로 만들어 미래를 뜨겁게 만들거나, 유혹을 제거하거나 주의를 환기시키는 방법으로 현재를 더 차갑게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된다.



외향성이 낮은 부모, 죄책감을 갖지 말라

《차일드 코드》는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잘 맞는 활동을 찾을 수 있다고 격려해준다. 비록 약간의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예를 들어 도서관의 스토리텔링 수업의 경우 외향성 높은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고 외향성 낮은 부모는 모르는 다른 부모들과 굳이 원치않는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없다. 저자의 친구는 지역 생태관에서 하는 수업에 아이를 데리고 가서 매주 다른 동물에 대한 수업을 듣게 하고 자신은교실 뒤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간 나는 외향성이 낮은 내 성격이 아이들의 사회생활에 큰 걸림돌이 되는 것 같아 가슴 한 구석에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런 나에게 《차일드 코드》 저자가 죄책감을 갖지 말라고 말해주는 것은 정말 큰 위로가 되었다. 훌륭한 육아는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주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좋은 방법을 찾는 것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부모가 할 일은 아이가 타인의 관점이 아닌 자신의 관점으로 타고난 기질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나는 내성적인 사람입니다(The Introvert's Way)》의 저자 소피아 뎀블링(Sophia Dembling)은 "외향인은 불꽃놀이고 , 내향인은 벽난로의 불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누구나 화려한 불꽃을 닮은 각자만의 빛나는 면이 있다는 말이 정말 감사하게 느껴졌다. 



아이의 행동은 부모의 책임이 아니다

《차일드 코드》의 저자는 부모의 역할은 아이를 돕고 가르치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배움을 실천할지 말지는 아이의 일이라는 것이다.

아이가 어긋난 행동을 하면 부모는 스스로를 탓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통제를 가하기도 하고 좌절을 경험하기도 할 것이다. 실천의 주체는 여전히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이가 타고난 기질을 바탕으로 최상의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원했던 모습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차일드 코드》 각 장의 마지막 핵심요약 부분은 정말 최고의 부분이었다. 핵심요약을 읽으면 내가 잊지 않고 되새겨야 할 내용들이 다시금 정리가 되었다. 책 전체를 다시 읽기 어려울 때 핵심요약만 다시 읽어보기 위해 이 부분을 발췌해두었다.



우리 가족은 올해 초에 기질검사를 했었다. 남편이 지인에게 추천받아서 알게 되었는데, 아동상담센터에서 자녀 상담을 진행하며 검사를 해보게 되었다. 우리 가족 간에 특별한 문제가 있어서는 아니었고, 아이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었기 때문에 검사를 진행했다.

아이들 검사결과의 경우 검사자인 나의 주관이 들어간 것을 배제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대체적으로 남편이 느끼는 모습과도 비슷하게 나왔다. 이때 나는 타고난 기질에 대해 알게 되었고 아이뿐만 아니라 나의 기질에 대해서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었다.

기질검사를 통해 타고난 것이 다르다는 것은 인지했지만, 그래서 그게 어떻게 나타난다는 것인지는 제대로 알지 못했었다. 그렇게 지지부진한 시간을 보내던 중 《차일드 코드》를 알게 되었고 이 책을 통해 각각의 기질들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어떻게 발휘되는지 더 쉽게 알 수 있었다.

나도 잘 몰랐던 내 아이에 대해, 더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이 책이 나는 정말 고맙다. 아이가 이해되지 않을 때, 그리고 나도 나를 잘 모르겠을 때, 《차일드 코드》를 꺼내들고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우리 각자의 독특한 유전자 코드에 대해 다시 고민하고 탐구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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