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오방장군 즐거운 동화 여행 159
신동숙 지음, 안혜란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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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오방장군》은 바다 이야기 세 편을 한 권에 담아낸 보기 드문 옴니버스식 구성의 그림책이다.

아이들 책 중에서 이런 구성의 책은 처음 만나는 것 같다. 일종의 단편집 같기도 한 《변신 오방장군》은 세 이야기가 모두 바다라는 하나의 주제로 이어져있다.



그림이 너무너무 아름다운, 《변신 오방장군》의 첫 번째 이야기인 <바다로 간 기차>는 물고기 아파트가 된 꼬마 기차의 이야기이다.

한 량만 남은 꼬마 기차는 오래된 기차라 더이상 달릴 수 없게 된다. 못 쓰는 기차들을 모아놓은 곳에서 추운 겨울을 맞이한 꼬마 기차는 녹이 슬어 발갛게 되었다. 언젠가 뜨거운 용광로에서 사라질 거라는 생각에 슬퍼하던 어느 날, 꼬마 기차는 특별한 옷을 입게 된다. 녹을 벗겨낸 후 황토와 조개껍질을 섞은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는 옷을 입고, 꼬마 기차는 물고기 아파트가 되어 바다로 떠난다. 물고기들에게 재미있는 바깥 세상의 이야기를 전해주던 꼬마 기차는 철길을 달리며 보았던 고래와도 마침내 친구가 되었다.

더이상 쓸모 없다고 여겨졌던 꼬마 기차가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는 방법으로 바닷속에서 물고기들의 안식처가 되어 준다는 설정이 참 마음 따뜻했다. 바다를 병들게 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많은 오염원들이 새롭게 재탄생되어 바다에 유익한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쁜 일일까?



《변신 오방장군》의 두 번째 이야기인 <변신 오방장군>은 죽은 사람의 넋을 위로하고 어로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띠뱃놀이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변신 오방장군>은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부모에게 편지를 띄우는 지후의 이야기가 나와서 가슴이 저렸다. 

당굿을 지낸 후 용왕제를 위해 마을 아저씨들은 띠풀과 싸리나무를 엮어 허수아비와 띠배를 만든다. 만선과 안전을 기원하는 많은 이들의 소망과 바다에 나가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의 영혼을 이어도로 인도해달라는 염원을 담아 다섯 방위 허수아비는 띠배에 실려 바다로 간다. 앞부분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 제82-3호인 '위도띠뱃놀이'를 모티브로 한 듯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이후는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되어 극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동서남북과 중앙의 다섯 방위 허수아비는 청룡, 백호, 주작, 현무, 황룡으로 몸을 바꾸고 소용돌이 속에서 죽은 영혼들을 구해낸다. 지후의 부모는 아이의 편지를 읽게 되고, 마을 사람들의 염원을 전하기 위해 영혼들은 다함께 용궁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통해 희망을 보여준다.

농촌 지역에서 풍농을 빌며 달집태우기를 하듯, 어촌 지역에서는 풍어와 무사귀환을 소망하며 용왕제를 지내고 띠뱃놀이를 한다고 한다. <변신 오방장군>은 용왕제라는 마을공동제사의식을 통해,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다라는 대자연을 향해 품고 있는 경외심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도시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어촌의 전통 의식을 배울 수 있어서 유익했다. 또한 역사 시간에 북한의 고구려 강서대묘 사신도(四神圖) 속에서 만났던 사신(四神)을 이야기 주인공으로 만나서 반가웠다. 청룡, 백호, 주작, 현무와 황룡 등 동아시아 문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상상 속 동물들이 친근해지는 시간이었다. 



《변신 오방장군》의 세번째 이야기 <안녕? 돌고래>는 사람에게 훈련되어 공연하며 살아가던 돌고래 금동이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이야기이다.

수연이는 돌고래 금동이가 묘기를 펼치는 것을 보자 가여운 생각이 들어 눈물을 흘린다.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금동이를 보며 동병상련을 느꼈으리라. 가두리에서 바다 적응 훈련을 끝냈지만 두려움에 차마 떠나지 못하던 금동이는 수연이의 응원을 받으며 먼바다로 헤엄쳐나간다.

2017년에 MBC 스페셜 '쇼 돌고래의 슬픈 진실'이라는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적이 있다. 얼마 전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서 고래생태설명회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당시에 어렴풋하게 느껴졌던 마음 속 불편함이 바로 이 지점이 아니었나 싶다. 아이들과 《변신 오방장군》을 읽고 다큐멘터리도 함께 본다면 바다 생물들과 인간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변신 오방장군》을 통해 바다는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에게 중요한 삶의 터전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바다 속에서 살아가는 많은 해양생물들과 바다에 기대어 살아가는 어촌 주민들에게 바다는 지켜내야 할 공간이다. 바다가 있었기에 이어져 내려올 수 있었던 소중한 문화도 있다. 이 모든 것을 지켜내는 것은 우리의 관심과 의지에 달려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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