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의 탄생
전정숙 지음, 김지영 그림 / 올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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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참 좋아하는 믿고보는 올리 출판사에서 《노는 게 좋은 ㅡㆍㅣ》에 이어 《자음의 탄생》이라는 또다른 재미있는 책을 출간했다.



《자음의 탄생》은 지난 9월에 출간된 《노는 게 좋은 ㅡㆍㅣ》의 후속이다. 《노는 게 좋은 ㅡㆍㅣ》 때 훈민정음 모음 창제에 관한 이야기를 했었기에 자음 책도 곧 나올 거라 기대했는데 《자음의 탄생》으로 드디어 완벽한 책이 되었다.

《자음의 탄생》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책이었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감각적인 그림이 더해져서 아이들의 흥미를 끌며 훈민정음 자음이 만들어진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자음의 탄생》은 훈민정음의 자음과 모음 중 자음의 제자 원리와 역할을 쉽게 알려 주기 위해 기획된 그림책이다. 

《자음의 탄생》은 몽글몽글한 공기 덩어리들이 차례로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공기 덩어리들에게 임금님이 명령한다. 어떤 걸 만나도 겁내지 말고 끝까지 동굴을 빠져나가라고, 그래야 글자로 태어날 수 있다고 당부한다.

그렇게 공기 덩어리들은 동굴 천장에 긁히고 부딪치고, 붉은 덩어리(혀)에 밀려 나오고, 문(입술)이 닫혔다 열리는 순간 튀어나가고,  하얀 바위(이) 사이로 빠져나가는 등 여러 과정을 거쳐 밖으로 나온다.

각 자음별 소리나는 원리가 아주 정확하게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다. 발음기관의 모양을 단순하게 그려내고 붉은 덩어리, 문, 하얀 바위 등 재미있는 표현을 사용하다보니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지던 훈민정음 제자원리가 쉽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공기 덩어리가 자음으로 탄생하는 과정이 마치 하나의 멋진 모험처럼 그려져 있다보니 아이들이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책에 몰입할 수 있었다.

《노는 게 좋은 ㅡㆍㅣ》와 《자음의 탄생》은 전정숙 작가의 멋진 아이디어가 빛이 나는 책이다. 오랫동안 편집자로 일하면서 글자를 가지런히 배열하는 일을 해 온 전정숙 작가는 어느 순간 한글의 자모가 캐릭터로 보이기 시작했고, 그 생각에 착안해 자음과 모음 친구들의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한글을 캐릭터화 한 것은 정말 훌륭한 생각이었던 것 같다.

거기에 김지영 작가의 감각적인 그림이 멋을 더한다.  《내 마음 ㅅㅅㅎ》으로 사계절그림책상 대상을 받고, 나미 콩쿠르 그린아일랜드를 수상한 김지영 작가는 《노는 게 좋은 ㅡㆍㅣ》와 《자음의 탄생》에서 글자 캐릭터를 간결하면서도 재미있게 표현했다. 눈동자 표현만으로도 인물들의 감정이 드러날 수 있게 그려져 보는 재미를 더한다. 아이들의 그림책은 읽는 재미만큼 보는 재미가 중요한데, 단순하고 명료한 디자인과 색으로 아이들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훈민정음 자음 글자 제자 원리

《자음의 탄생》 마지막에는 훈민정음 자음의 제자원리를 설명해두었다 

훈민정음의 자음 기본 글자인 ㄱ ㄴ ㅁ ㅅ ㅇ 은 사람의 발음 기관 모양이나 움직임을 본떠 만들었다. 기본 다섯 글자에 획을 더하거나 가본 글자를 합하는 방식으로 자음의 형태가 완성된 것이다.

천장을 긁으며 목구멍에서 소리를 내는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 혀끝을 앞 천장에 붙였다 떼면서 소리를 내는 ㄴ은 혀끝이 윗잇몸에 닿는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 이처럼 자음의 기본 글자는 소리와 소리를 내는 모양을 모두 고려해 만들어진 굉장히 과학적이고 독창적인 글자이다. 거센소리를 나타내기 위해 기본 글자에 획을 더해 ㅋ ㄷ ㅌ 등의 자음이 만들어졌으며, 같은 자음을 나란히 붙여 ㄲ ㄸ ㅆ 등의 된소리 자음이 만들어졌다.

세종대왕께서는 훈민정음 창제 시 닿소리(자음) 17자, 홀소리(모음) 11자, 총 28자를 만드셨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한글은 자음 14자, 모음 10자, 총 24자이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ㅿ(반시옷), ㆁ(옛이응), ㆆ(여린히읗), ㆍ(아래아) 4자가 사라졌다. 

《자음의 탄생》 덕분에 아이들은 사라진 우리 글자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었고, 한글이 모두 개별적인 별개의 글자가 아니라 기본 글자에 추가되고 결합되어 만들어진 참 재미있는 글자라는 걸 배울 수 있었다.



​독후활동, 단어 수첩

올리 출판사는 좋은 그림책을 만들기도 하거니와 독후활동으로 연계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주어 참 좋다. 《자음의 탄생》 역시 독후활동 자료가 첨부되어 있다.

모음편인 《노는 게 좋은 ㅡㆍㅣ》 때는 단어를 만들어보는 활동이었다면, 자음편인 《자음의 탄생》에서는 단어를 채집해볼 수 있도록 '단어 수첩'이 수록되어 있다.

'단어 수첩'은 자음의 기본 글자 그룹인 어금닛소리(아음), 혓소리(설음), 입술소리(순음), 잇소리(치음), 목구멍소리(후음) 등을 분류해 낯선 단어를 찾아 단어 칸에 쓰고 사전을 찾아 사전 정의와 예문까지 써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 활동을 통해서 소릿값에 따른 자음의 분류를 이해하고 나만의 단어 수첩을 만들 수 있다.

책 뒷편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수업 자료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현직 교사이자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소속 김다혜 선생님이 짜 준 수업 자료인데, 일상 속 자음과 닮은 모양 찾기 게임, 내가 좋아하는 자음 찾기, 자음으로 하는 몸 표현 활동 등 자음에 대해 더욱 흥미롭게 이해하고 단어 수첩을 통해 어휘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한다. 

《노는 게 좋은 ㅡㆍㅣ》 때도 정말 재미있게 활동 했었는데, 《자음의 탄생》은 한층 더 심화된 느낌이다. 예전에는 문장 속 뉘앙스로 단어를 이해하던 아이가 요즘은 단어의 수용력이 커져서인지 그 뜻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단어 수첩'을 채우는 작업을 통해 어휘력을 늘이고 사전을 이용하는 방법까지 익힐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훈민정음 해례본

1443년 제작된 훈민정음 해례본은 우리나라 국보 제70호임과 동시에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기 전까지 고대 글자 모방설, 몽골 문자 기원설을 비롯하여 창호지를 보고 모양을 본떴다는 등 한글을 비하하는 말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며 한글이 계통적으로 독립적인 동시에 당시 최고 수준의 언어학, 음성학적 지식과 철학적인 이론이 적용되어 있는 놀라운 글자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우리 선조들이 만들어낸 세계 최고의 보물이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게 되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이 어떤 원리를 바탕으로 해서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설명이 실려 있는 책이다. 한글처럼 독창적으로 새 문자를 만들고 한 국가의 공용문자로 사용하게 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며, 이 해례본의 발견으로 인해 한글 창제의 원리에 대해 많은 것들이 확인되고 알려지게 되었다.

훈민정음 해례본에는 한글 창제 원리의 소개 외에도 훈민정음이 정확히 언제 반포됐는지도 표기가 돼 있어서 10월 9일이 한글날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가 되었다.​​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칠 때 ㄱ, ㄴ, ㄷ, ㄹ 과 같은 음소(音素) 단위까지는 가르치지만 한글 창제 원리와 제자 원리까지 가르쳐줄 생각은 단 한 번도 못했었다. 심오하고 어려운 내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글을 아는 어린이라면 누구나 훈민정음 제자 원리를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의 수준에 맞추어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해주는 《노는 게 좋은 ㅡㆍㅣ》와 《자음의 탄생》이라는 좋은 책이 나왔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주제는 연령불문 누구나 이야기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것을 대화 주체의 수준에 맞게 재해석 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 어려운 문제가 아닐까 싶다.

《자음의 탄생》은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훈민정음 자음의 제자원리를 쉽게 풀어쓴 책이다. 《자음의 탄생》과 함께라면 '훈민정음 창제'라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도 우리 아이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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