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드 코드 - 내 아이의 특별한 재능을 깨우는 기질 육아의 힘
다니엘 딕 지음, 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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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코드》는 최근에 읽은 여러 육아서 중 나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된 책인 것 같다. 이해하기 어려웠던 내 아이의 모습들이 이 책을 통해 이해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차일드 코드》는 유전적으로 타고난 기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 자녀들은 제각기 독특한 유전자 구성을 가지고 있기에 육아는 개개인을 위한 답이 다 다르다고 한다.

저자인 다니엘 딕 교수는 버지니아코먼웰스대학교 심리학 및 인간분자유전학 교수로, 유전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이다. 《차일드 코드》는 그의 첫 책으로 유전학에 기반하여 저마다 다른 아이들의 기질에 맞는 효과적인 맞춤 육아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아이의 기질 관련 연구에서 지속적으로 드러나는 주요한 세 가지 기질 구성 요소인 외향성(Extraversion), 정서성(Emotionality), 의도적 통제(Effortful Control)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했고 그 내용을 《차일드 코드》에 담았다. 이 세 가지 기질 구성요소의 특성과 발현되는 모습을 상세하게 담고 있어서 우리 아이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큰 아이를 낳아 기르며, 나는 다른 사람들이 아이 한 명 키우는 것도 힘들다고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정도면 아이 둘 키우는 것도 큰 일이 아닐 것만 같았다.

그런데 작은 아이는 달랐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순한 편이긴 하지만(《차일드 코드》를 읽고 나니, 외향성이 낮아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다), 큰 아이에 비해 섬세하면서 자유분방한 아이였다.

그때 깨닳았다. '아, 기질이 다르구나. 큰 아이는 내가 거저 키웠구나.'

그리고 이 사실은 《차일드 코드》를 읽으며 더욱 분명해졌다.



좋은 부모의 역할은 기질을 다듬어 주는 것이다

 《차일드 코드》 전체 내용 중 '외향적인 아이는 사회적 출구로 기질을 이끌어주지 않을 경우 나중에 술집 테이블에 올라갈 수도 있다'라는 부분은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내향적인 나의 입장에서는 살면서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상상조차 안되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정말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라는 게 재미있었다.

유전적 기질은 그 안에서 자녀가 어떻게 자랄지 경계를 설정하지만, 그 기질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결국 어디에 도달할지 결정하는 것은 바로 환경이라고 한다. 부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자녀의 타고난 기질의 장점은 발휘하고 단점은 관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좋은 부모의 역할은 아이의 기질을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여 바꾸려 드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 기질을 다듬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외향성, 낮은 외향성과 수줍음은 다르다

《차일드 코드》를 통해 나 역시 새로이 알게된 점이 있다. 바로 낮은 외향성과 수줍음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다.

이 두 가지 특성은 집단 활동을 싫어하거나 다른 아이들과 놀려고 하지 않는 등 비슷한 행동으로 이어지기에 서로 혼동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차이는 외향성이 낮은 아이는 혼자 있는 것을 즐기고 소그룹 활동을 더 선호하지만, 수줍음 많은 아이는 집단에 속하고 싶지만 친구와 함께 있는 상황에서 불안감을 느낀다는 점이다.

이 부분을 읽고 나니 큰 아이와 작은 아이의 조금 다른 점이 보였다. 둘 다 외향성이 낮은 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큰 아이는 외향성이 낮다기 보다는 수줍음이 조금 있는 아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서성, 징벌은 효과가 없다

《차일드 코드》를 통해 정서성이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 정서성 부분을 공부하면서 우리 작은 아이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작은 아이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정서성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정서성이 높은 아이는 선천적으로 불안과 걱정, 두려움에 더 취약한데, 이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없기에 아이가 나쁜 행동을 할 때 부모가 개입하는 것은 스트레스만 증가시킬 뿐이라고 한다. 



정서성과 관련하여 징벌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나도 달라서 굉장히 놀라운 이야기들이었다.

연구에 따르면 징벌은 그 순간 행동을 멈추게 할 수는 있지만 효과는 없다고 한다. 징벌로 우리가 아이들에게 원하는 모습을 가르칠 수는 없기 때문에, 징벌이 미래에 일어날 가능성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한다.

오히려 징벌은 우리가 아이들에게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부모가 소리 지르면 화가 날 때 소리질러도 된다고 가르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이 징벌에서 배우는 것은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고 싶을 때 소리지르고 때리고 벌해도 된다는 것이다.

징벌로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이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한다. 동생을 때리면 안된다는 사실을 몰라서 때리는 것이 아니며, 잘 안하고 해서 그 행동을 안하는 것이 아니다. 즉 징벌이 효과가 없는 이유는 무엇이 틀렸다는 사실을 안다고 자동적으로 그 행동을 안하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징벌의 대안은 좋은 행동을 장려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쁜 행동을 없애는 것보다 좋은 행동을 하게 해주는 것이 훨씬 쉽기도 하고, 좋은 상태에 오래 머물수록 나쁜 상태에 덜 머무르게 된다고 한다.



'정서성 높은 아이를 도와주는 첫 단계는 아이도 그렇게 태어나길 원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라는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 아이는 왜 이럴까?' 라는 생각을 종종 했었는데 아이도 이렇게 불안도가 높게 태어나고 싶었던 건 아닐 것이란 생각은 단 한번도 못했었다.

우리 작은 아이도 나에게 혼이 나고 나면 먼저 다가와서 "엄마 죄송합니다. 미안해요." 하면서 사과한다. 내가 화를 냈고 본인은 혼이 났는대도 말이다. 아이도 그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 사실을 나는 《차일드 코드》를 읽으며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의도적 통제, 뜨거운 뇌와 차가운 뇌

《차일드 코드》에 따르면 의도적 통제 능력은 뜨거운 뇌가 차가운 뇌에 비해 얼마나 활동적인지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뜨거운 뇌는 지금 여기, 욕구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위험에 빠졌을 때 반사적으로 위험으로부터 피하는 것에는 분명 도움이 되지만 유혹이 많은 요즘 세상에서는 우리를 문제에 빠뜨리기도 한다.

차가운 뇌는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장기적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이 되는 힘든 결정을 한다.

지연되는 보상은 즉각적인 만족감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를 위해서는 생각이 필요하다.

의도적 통제능력이 부족해 생기는 어려움은 두 가지인데, 하고 싶지만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멈추기 어렵다는 것과,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 하는 일을 시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특성을 이해해야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미래의 부정적 결과를 더 즉각적으로 만들어 미래를 뜨겁게 만들거나, 유혹을 제거하거나 주의를 환기시키는 방법으로 현재를 더 차갑게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된다.



외향성이 낮은 부모, 죄책감을 갖지 말라

《차일드 코드》는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잘 맞는 활동을 찾을 수 있다고 격려해준다. 비록 약간의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예를 들어 도서관의 스토리텔링 수업의 경우 외향성 높은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고 외향성 낮은 부모는 모르는 다른 부모들과 굳이 원치않는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없다. 저자의 친구는 지역 생태관에서 하는 수업에 아이를 데리고 가서 매주 다른 동물에 대한 수업을 듣게 하고 자신은교실 뒤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간 나는 외향성이 낮은 내 성격이 아이들의 사회생활에 큰 걸림돌이 되는 것 같아 가슴 한 구석에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런 나에게 《차일드 코드》 저자가 죄책감을 갖지 말라고 말해주는 것은 정말 큰 위로가 되었다. 훌륭한 육아는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주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좋은 방법을 찾는 것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부모가 할 일은 아이가 타인의 관점이 아닌 자신의 관점으로 타고난 기질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나는 내성적인 사람입니다(The Introvert's Way)》의 저자 소피아 뎀블링(Sophia Dembling)은 "외향인은 불꽃놀이고 , 내향인은 벽난로의 불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누구나 화려한 불꽃을 닮은 각자만의 빛나는 면이 있다는 말이 정말 감사하게 느껴졌다. 



아이의 행동은 부모의 책임이 아니다

《차일드 코드》의 저자는 부모의 역할은 아이를 돕고 가르치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배움을 실천할지 말지는 아이의 일이라는 것이다.

아이가 어긋난 행동을 하면 부모는 스스로를 탓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통제를 가하기도 하고 좌절을 경험하기도 할 것이다. 실천의 주체는 여전히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이가 타고난 기질을 바탕으로 최상의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원했던 모습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차일드 코드》 각 장의 마지막 핵심요약 부분은 정말 최고의 부분이었다. 핵심요약을 읽으면 내가 잊지 않고 되새겨야 할 내용들이 다시금 정리가 되었다. 책 전체를 다시 읽기 어려울 때 핵심요약만 다시 읽어보기 위해 이 부분을 발췌해두었다.



우리 가족은 올해 초에 기질검사를 했었다. 남편이 지인에게 추천받아서 알게 되었는데, 아동상담센터에서 자녀 상담을 진행하며 검사를 해보게 되었다. 우리 가족 간에 특별한 문제가 있어서는 아니었고, 아이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었기 때문에 검사를 진행했다.

아이들 검사결과의 경우 검사자인 나의 주관이 들어간 것을 배제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대체적으로 남편이 느끼는 모습과도 비슷하게 나왔다. 이때 나는 타고난 기질에 대해 알게 되었고 아이뿐만 아니라 나의 기질에 대해서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었다.

기질검사를 통해 타고난 것이 다르다는 것은 인지했지만, 그래서 그게 어떻게 나타난다는 것인지는 제대로 알지 못했었다. 그렇게 지지부진한 시간을 보내던 중 《차일드 코드》를 알게 되었고 이 책을 통해 각각의 기질들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어떻게 발휘되는지 더 쉽게 알 수 있었다.

나도 잘 몰랐던 내 아이에 대해, 더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이 책이 나는 정말 고맙다. 아이가 이해되지 않을 때, 그리고 나도 나를 잘 모르겠을 때, 《차일드 코드》를 꺼내들고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우리 각자의 독특한 유전자 코드에 대해 다시 고민하고 탐구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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