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Basso 지음, 이은엽 옮김 / 인디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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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개성적인 그림체로 두터운 팬층을 가진 만화가 오노 나츠메 작가의 또 다른 작명인 Basso로 출간한 작품

[옆에/ トナリ二]

오노 나츠메를 알게 된 것은 2000년대 중반 리스토란테(애니북스) 한 권짜리 단편집에서 만난 이후 현재까지 틈틈이 작품을 보고 있다. 장편의 이야기 구성 보다는 단행본 한 권짜리에서 작가의 스토리 전개의 완성도가 높다고 느끼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다. 초반에는 다소 각진 선과 일본 만화답지 않은 마치 유럽쪽 그래픽 노블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도 그런게 작가도 이탈리아에서 거주했던 특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림의 완성도도 높아졌는데, 오히려 초기의 거친 느낌이 오노 나츠메 작가답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최근 작품들의 그림체는 많이 부드러워졌지만, 아저씨의 거칠고 차가운 선을 그리는 특유의 감성은 아직도 살아 있다.



중년 남성에 사랑에 빠진 20대 청년의 중학생 같은 사랑 이야기

20대 회사원인 토오루는 경마장에서 경주마의 사진을 찍는 취미를 가지고 있는 청년이다. 좋아하는 경주마의 경주장을 찾아 지방으로 신칸센 열차(우리식으로 말하면 KTX)를 타고 이동한다. 토오루는 플랫폼에서 우연히 같은 줄 옆에 선 삐쩍 말른 중년남자에게 왠지 모를 시선을 쫒게 된다. 지방 출장을 가는 듯한 그 남성의 피곤함이나 뭔가 흐느적거리는 모습에서 안쓰러움과 함께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토오루를 사로 잡는다.

이성보다는 감성이 그를 컨트롤하게 된 것이 얼마만인지 모른다. 그렇게 몇 번의 우연한 만남이 이어지다가 결국 말할 기회를 얻게 된다. 플랫폼 옆 줄에 선 그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옆 자리에 앉게 되면서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영업 사원인 중년 남성의 이름은 마코토. 화 많은 상사를 보필하는 역할까지 하는지라 그는 무리한 일정 안에 일 처리를 하는 워커홀릭 직장인이다. 피곤에 몸도 정신도 힘들지만, 책임감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대표하고 있다.

이렇게 애기를 트고 나서 경마장에서 시간이 되면 만나자는 기약 없는 약속을 하고 두 사람은 헤어진다. 토오루의 두근거림은 주체할 수 없이 커져버린다. 인간으로서 그리고 사랑을 느끼고 만 토오루는 중학생이던 시절, 사춘기 시절의 첫 사랑의 거침없는 마음의 질주를 다시금 느끼게 된다.



어느 때처럼 경주장에서 말 사진을 찍던 토오루는 매번 마코토씨와의 만남을 기대하지만 매번 꽝이여서 기대감조차 낮아지고 있을 때, 문득 나타난 마고토씨와의 만남. 맥주 한 캔을 마시며 탁 트인 경주장을 안주 삼아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우연히 마코토씨의 사진을 찍은 토오루. 본인이 좋아하는 말 사진이 아닌 인물 사진은 처음인데, 불현듯 자연스럽게 찍고 싶었던 것 같다. 토오루가 찍은 마코토씨의 사진은 중년 아저씨의 섹시함을 가득 담은 한 컷. 물론 토오루의 애정이 함께한 컷이라 하겠다.

오노 나츠메 작가의 최고의 장점은 바로 감정의 기복을 만화 컷을 통해서 너무 잘 전달한다는 점이다. 절대 빠르고 급박하며 스펙터클한 이야기를 그려내지 않는다. 마치 유럽 영화와 같이 느리지만 깊이 있는 화면 구성이 이 작가의 최고의 매력 포인트로 매번 감탄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느림의 미학과 감정선이 급격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관계가 사랑으로 이어졌는지 여부를 굳이 결론내지 않아도 이 작품은 자연스럽다. 다행이도 이 이야기는 결론이 있다. 이 둘의 사랑의 결실의 여부는 직접 작품 속에서 확인해 보길 바란다.



하임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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