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라이프 1
다카기 나오코 지음 / artePOP(아르테팝)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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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디지털만화규장각 만화리뷰 코너에 최초 게시된 글입니다.

출처 http://dml.komacon.kr/webzine/review/28049

 

 

[뷰티풀 라이프] 다카기 나오코 / 아르테팝 / 2016년 4월

웹 툰 장르 중 일상툰은 스펙터클한 액션 장면이나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몰입도 강한 스토리텔링을 장착한 장르물에 비해 굴곡이 상대적으로 없어 읽기 쉬운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평소에 일상툰을 즐겨 본다.(웹툰을 ‘읽다’보다는 ‘보다’라는 표현을 개인적으로 선호한다.), 특히 행복한 주말 다음날 유독 몸도 마음도 무거운 출근길 아침을 함께 하는 일상툰은 정말 소중한 존재이다.

<그림1> 다카기 작가의 코믹 에세이 <뷰티풀 라이프> 1~2권

 

출근길에 일상툰을 읽다가고 가끔 샛길로 새기도 하는데, 그것이 일본의 대표적인 에세이 만화가 다카기 나오코의 만화책이다. 모바일 폰에서 보는 일상툰도 좋지만, 120 페이지 남짓이라 가볍고 따스한 종이 질감을 느낄 수 있는 다카기 작가의 출판 만화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낀 세대인 필자에게 아날로그 감정이 남아 있어서인지 애틋하기만 하다. 영하로 뚝 떨어진 기온으로 한겨울인 요즘 월요일 출근길에 한 손에 들고 본 만화는 국내에 2016년에 출간된 [뷰티풀 라이프]이다. 원제는 부평초 데이즈(浮き草デイズ)로 의역하면 ‘불안한 날들’ 또는 ‘위태로운 날들’로 한국 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와는 상반되는 의미로 쓰였다. 일본 미에현 출신인 작가가 지금으로부터 23년 전 도쿄로 상경하여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자리 잡기까지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었다. 그녀는 매년 1권 이상의 새 작품을 출간하고 있고 한국은 물론 중국, 대만, 태국은 물론 프랑스에서도 신간 작품이 출간될 만큼 인기 작가의 반열에 섰지만, 데뷔 전까지 그녀의 도쿄 생활기는 그야말로 헝그리 정신으로 그 자체이다. 다카기 작가가 그림을 그릴 때 아크릴 물감을 사서 작업을 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물감도 색에 따라 등급과 가격이 다른데, 작가는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해 주로 가격이 싼 등급만 주로 고르지만, 그림 재료에는 돈을 아끼지 말자라는 말을 마음속으로 외치며 과감하게 비싼 물감을 사는 모습은 누구나 해봤을 고민들이 아닌가 싶다. 요즘이야 타블렛 펜이나 애플펜슬로 그리는 디지털 드로잉 시대라서 20년도 더 지난 시대를 담은 이 작품이 빛바랜 앨범 속 사진 속의 과거의 유물을 보는 것 마냥 신기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꿈을 향해 달리던 다카기 작가와 현재 2020년에 꿈을 준비하는 젊은이의 시작비용 메커니즘은 비슷한 것 같다. 일러스트레이터나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해 백만 원 이상 가는 고가의 디지털 기기를 사기 위해 큰마음 먹는 점이 말이다.

 

 

작가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위해 각종 공모전에 출품하기도 하고 빠듯한 도쿄 생활 중에도 일러스트 학원에 등록하여 현직 종사자에게 작품 평가를 받으며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찾아 채우려고 부단하게 노력한다. 그런 와중에 일본 지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물가가 높은 도쿄에서 살아가기 위해 각종 아르바이트 경험담도 담겨있다. 작가는 일본 드라마를 본 적이 있는 이라면, 한 번쯤은 봤을 슈퍼나 상점가의 가라퐁 행운 추첨권 알바에서부터 은행의 서류 봉투 분류 작업, 호텔 조식서빙, 데이터 입력 아르바이트 등을 해왔다. 하루에 두 개 이상의 알바를 하면서 그 상에 틈틈이 개인 그림 작업과 일러스트 외주 작업까지 일과 그림을 병행하는 살인적인 일정이다. 물론 간간이 도쿄 시내 구경이나 쇼핑과 맛집 탐방한 에피소드도 볼 수 있다.

 

 <그림 2> 좌) 일러스트 학원에서 작품 평가를 받는 장면/ 우)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담

 

 

 

다카기 작가의 작품을 코믹 에세이 또는 에세이 만화 장르로 분류되고 있다. 에세이를 읽었을 때의 친근하지만 간결한 메시지가 있는데, 다카기 작가는 그런 에세이가 갖고 있는 결과 많이 닮아 있다. 도쿄 시청 전망대에서의 에피소드가 특히 그렇다. 작가는 34층 전망대 위에 올라가 발아래에 펼쳐진 수많은 빌딩 사이에서 본인이 있을 곳이 없다는 불안감에 휩싸이지만, 먹고 자고 작업을 할 수 있는 작은 도쿄집이 소중한 존재라며 스스로 답을 찾아간다. 다카기 작가처럼 우리는 언제나 불확실한 앞날에 대한 고민과 걱정을 하고 있지만, 결국 현재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에 스스로가 긍정적 해석을 부여하여 부정적이고 불행에 대한 내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 3> 수많은 빌딩 중에 소속되지 못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작가 하지만 마음을 달리 먹으면 작은 내 집도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는다

 

 다카기 작가의 작품에 있어 ‘가족’은 주요 키워드이다. 가족을 다룬 에피소드는 매 시리즈마다 등장한다. 올해 출간된 [엄마 라이프]에서도 다카기 작가의 부모님은 약방의 감초 역할이다. 타지 생활을 하며 일과 그림을 병행하는 그녀에게는 힘들면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집이 있다. 하지만 그녀를 응원하는 가족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어느 누구보다 앞을 향해 달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약 20년 동안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체력의 원천은 가족애가 아닐까 싶다. 즉, 그녀에게 가족은 파워 드링크인 셈이다. 1인 가구가 늘고 있어 가족애를 다룬 책보다는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는 자취생활 노하우를 다룬 콘텐츠가 대세이지만, 다카기 작가의 작품을 읽다보면 부모님과 지냈던 향수 어린 고향이 새삼스레 떠오르는데 그 느낌은 참 따뜻하다.

 

 

 

<그림 4> 다카기 나오코 작가에게 ‘가족’은 파워 드링크이다.

 

다카기 작가는 일러스트 포트폴리오 개시용으로 만든 인터넷 홈페이지에 일기 코너에 올린 [150cm 라이프]가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되어, 2003년에 첫 단행본을 출간하였다. 키가 150cm인 작가의 눈높이에 펼쳐진 세상에 대한 이야기로 새 바지를 사면 매번 수선을 맡겨야 하는 사연이나 지하철 인파에 앞을 볼 수 없어 흘러가야만 했던 웃지 못 할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다. 이 작품은 당시 세상에 모든 것은 내게 좀 크다고 느끼는 여성들 사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작품이었다고 한다. 그녀가 도쿄에 상경한지 5년 만에 이뤄낸 결과물로 [150cm 라이프] 시리즈는 3권까지 발매되었다.

 

 

[뷰티풀 라이프]의 경우, 둥글둥글한 얼굴형에 다양한 표정을 가진 작가 본인 캐릭터와 깔끔한 라인으로 구성된 그림체에 모노톤을 주로 사용하면서 포인트 컬러인 핑크로 채색하여, 출판만화와 웹툰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잘 살린 작품이다. 컬러를 한정적으로 활용하여 인쇄비용 절감할 수 있으며, 웹에서의 구독 방식이 세로 스크롤 형식이 아니라 1페이지에 복수의 컷을 구성하여 전자책으로 읽어도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물론 최근에 출간한 작품은 시대에 맞게 5도 컬러 인쇄이다.

국내에서도 그녀의 작품은 전부 출간되었는데, 흥미로운 것은 출판사가 7곳 이상이라는 점이다. 다카키 작가의 작품을 출간한 출판사는 한 번씩은 들어봤을 법한, 일반 서적 출판사부터 만화 전문 출판사까지 두로 포진되어 있다. 다카기 작가가 국내에도 인기가 많아 출판사 간의 경쟁이 있던 것인지 그것은 알 수 없지만, 어찌되었든 그녀의 작품은 꾸준히 국내에 출간되고 있는 점은 팬으로서는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다카기 나오코 작가의 [뷰티풀 라이프], 처음에는 원제와 뉘앙스가 다른 타이틀 때문에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게 되지만, 작품을 보다보면 반어적 표현으로 쓰임과 동시에 고된 생활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달려가는 작가의 모습은 뷰티풀 라이프 그 자체였다. 여기서 다시금 떠오른 명언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 딱 들어맞는 작품이지 않은가.

 

휴대성이 좋지만 출근길 이틀 만에 완독해버린 [뷰티풀 라이프] 시리즈에 읽어 만날 책은 작가의 마라톤 도전기를 그려낸 [마라톤 1년차] 로 정했다. 이번에 어떤 열정 스토리가 담겨 있을지 기대된다.

하임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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