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맨 Working Man 1
모요코 안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깊이 있는 사회
 취업전선에서 열심히 구직활동을 했던 내 친구가 어느 날 밥을 사달라고 했다. 약속 당일, 친구는 나를 보자마자 베트남 쌀국수 포가 먹고 싶다며 학교 정문 앞에 있는 음식점으로 바로 걸어 들어갔다. 간단히 쌀국수를 시키고 나서 친구는 흥분하며 지금까지 자신이 면접을 봤던 얘기를 늘어놓았다. 친구의 얘기는 실로 놀라웠다.
우선 외국계 기업에서는 전공자를 뽑으려 한다는 것이었다. 만약 마케팅 관련 자리가 났을 때, 경영학과 출신을 선호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는 전공자보다는 두루두루 모든 일이든 해낼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고 한다. 물론 친구의 말이니 이런 경향을 일반화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맞는 얘기가 아닐까 하다. 우리나라는 전문직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 전문직이라는 게 흔히들 말하는 ‘사’자 돌림의 전문직으로만 생각하기 일쑤다. 또한 자신의 직업에 대한 프라이드도 선진 국가들에 비해 낮은 편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자신의 전공과 관련 없는데서 오는 괴리감이 아닐까 싶다. 취업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전공 관련 직업으로만 구직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사치인 것이다.

난 워킹맨이니까

 취업전선에서도 나타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상, 외국계 회사의 인재상. 그리고 외국 만화 특히 선진국 만화에서 주로 나타나는 특징인 한 곳에 우물 파기. 

 만화 [워킹맨]의 내용 구성에서 뭔가 다른 점이 있다. 우선 소재 자체의 특이성이다. 만화 [워킹맨]은 잡지사 기자들의 생활을 담았다. 생활이라기보다는 일에 치이는 상황이라 하는 점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한 소재에 대해 깊이 있을 만큼 파고드는 정보력과 리얼한 내용은 일본만화의 특징인데, 이 만화에서도 잡지기자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실감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화려한 일면을 담은 것이 아니다. 잡지기자가 마감에 치이며 취재를 하는 모습은 당연하고 평기자와 편집자 사이의 갈등 문제, 사내에서는 남녀 간의 차별 또는 역차별 문제를 담고 있다. 거기나 계약기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기자가 데스크에서 컷 당했을 때의 심정까지 담고 있다.

이 만화에서는 삼각관계나 연애 감정을 담고 있지 않아서 꽃미남이나 미소녀가 나오지는 않는다. 마감에 치이고 감기에 걸려서 마스크롤 얼굴을 가리며 기침을 콜록콜록 해대며 취재하려 다니는 여기자나 그만 두고 싶다고 수백 번을 마음속으로 외치는 기자들만이 등장할 뿐이다. 하지만 그러한 방황이 있는 직후 다시 자신의 직장 터로 돌아왔을 때 이들이 돌아온 이유는 단 한가지다. ‘기자 일이 좋으니까 혹은 편집 일이 좋으니까’ 라는 한 마디로 다시금 결심을 굳게 만드는 이들은 ‘워킹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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