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조지 오웰 지음, 신창용 옮김 / 삼우반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인도 벵골에서 태어난 조지 오웰은 버마의 경찰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식민지 생활에 대한 죄책감과 회의감으로 인해 작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파리로 돌아온 그는 벌레들이 줄지어 다니는 좁고 더러운 방과 며칠동안 굶는 것이 예사인, 가장 하층민의 생활을 하게 된다. 주위에는 온통 가난한 사람들뿐이지만, 나름대로의 철학을 지닌 괴짜들을 관찰하게 되는 귀중한 경험이 된다. 러시아 퇴역 장교출신인 보리스와 함께 취직한 X호텔의 접시닦이 생활은 그가 택할 수 있는 직업 중 가장 밑바닥 수준이었지만, 다른 어느 곳보다도 보이지 않는 위계질서가 철저하게 지켜지는 세계였다. 가난이 선물해준 냉혹한 현실속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욕설을 내뱉고 밥먹듯이 사기를 친다. 빵과 포도주를 사기 위해서 당장 입을 옷 한벌만 빼놓고 몽땅 팔아버리는 무책임함은 이곳 파리에서는 결코 비난받는 일이 아니다.

일자리를 위해 영국으로 건너간 조지 오웰은 계획이 틀어지는 바람에 약 한달동안 노숙자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당시, 불황의 절정이었던 영국에는 수많은 노숙자가 이 도시, 저 도시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이들을 위한 구호소가 설치되어 있었다. 파리에서와 마찬가지로 조지 오웰은 영국의 밑바닥 인생들과 함께 다양한 구호소를 전전하게 된다. 보다 본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구호소의 실상과 함께 하층민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각에 문제가 있음을 알리면서도 결코 무겁거나 우중충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조지 오웰만의 유머러스한 필체와 놀라우리만치 세밀한 인물묘사로 인해 유쾌한 기분까지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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