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걸
이문환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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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약력: 1975년생.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1996년 [세계의 문학] 겨울호에 단편소설 '마술사' 발표. 현 일간지 문화부 기자.
.럭셔리 걸.
업소에서 짝퉁 김남주로 불리우며 손님들에게 인기절정이던 주인공은 든든한 스폰서를 만나 안정적인 세컨드의 생활을 즐기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양손에 돋아난 두드러기를 감추기 위해 고무장갑을 끼게 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거리를 돌아다니며 보이는 식당마다 들어가 설겆이를 하게 된다. 더러운 그릇이 많을수록, 힘주어 닦아 내야할 고기불판이 많을수록 내면의 목소리는 그녀를 더욱더 극한으로 다그친다. 예전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눈밑에 기미가 끼고, 초췌해진 그녀에게 별의별 남자들이 손을 뻗쳐대지만 그녀는 아무말없이 그들을 받아들인다. 늙은 노모와 벙어리 아들이 운영하는 초라한 식당에서 낮에는 죽도록 일하고, 밤에는 다른 목적으로 시달리던 그녀는 급기야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다. 한때 같이 살았던 친구가 망가진 그녀를 보살펴주게 되지만, 친구 또한 스폰서를 만나 겉만 번지르르한 생활을 할 뿐이다. 두껍게 앉은 딱지를 박박 문지르고 난 그녀는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돌아온 듯 했다. 친구의 남자를 유혹함으로서 자신이 아직도 녹슬지 않았음을 외치는 그녀에게  내면의 어두운 목소리는 더이상 들려오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도 무라카미 류를 능가하는 SM 작가가 탄생한 것일까. 일단, 굉장히 야하다. 이런 등급의 내용이 비닐로 싸여 있지 않은채 판매된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주인공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색하지 않은 심리묘사로 인해 저자 약력을 보지 않았더라면 작가가 여성인줄 알았을 것이다. 이 작품 외에도 몇 편의 단편이 함께 실려있는데, 공통점이라면 주인공 여성들은 모두 당하는 쪽이며 가해자들은 항상 굶주린 남성들이라는 것이다. 또한, 당연한듯 서로 성관계를 맺고 있으며, 정상적인 것이 아닌 변칙적이고 일그러진 성행위를 통해 타인의 모습에 투영된 자신의 모습을 깨닫는다는 사실도 함께 한다. 모든 작품들을 읽고 난 후에는 어쩔수없이 드러나버린 작가의 마초니즘에 씁쓸해질 수 밖에 없다. 시도때도없이 착한나라 이야기만 하는 것도 싫지만, 이렇듯 어둡고 축축한 이야기는 꽤나 거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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