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될게
신명진 지음 / 데이원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
나는 책을 읽은 뒤 취향과 잘 맞다면 해당 시리즈물이나 작가의 작품들을 전부 찾아 읽는다. 다독을 하다보니 종종 읽은 책을 재구매 하거나 또 읽기도(책에 따라 재독도 즐기지만 우연히 다시 읽게 된 상황) 하고, 초판과 개정판을 모두 읽으면서 ’내용이 읽었던 것 같은데..?‘ 하고 느끼다가 개정증보판임을 나중에 알기도 했다. 개정판에서는 두 권의 출간 간격 사이의 그간의 서사와 필력 및 환경과 인식의 변화를 한 권 안에서 만나볼 수 있어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이 책은 11년 전 출간되었던 “지금 행복하세요?”를 새롭게 다듬고, 그간의 더욱 깊어진 저자의 삶의 이야기를 더해 새롭게 내놓은 개정증보판이다.

장애라는 신체적 한계와 사회적 편견에 맞서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개척해 나간 저자의 감동적인 여정을 담아낸 이 작품은 작가가 유년 시절부터 세상을 살아가며 얻은 깨달음과 실패에 부딪혀 가며 살아가는 법, 그리고 마침내 의족의 마라토너이자 공무원, 사서, 그리고 한 아이의 아빠로서 단단하게 뿌리내리기까지의 자전적 이야기이다. 저자는 현실의 차가운 벽과 절망을 마주하지만 굴하지 않고 장애가 삶의 걸림돌이 아닌 세상을 향해 뻗어나가는 하나의 다리가 될 수 있음을 삶 자체로 증명해 보인다. 단순한 장애 극복기나 동정심을 유발하는 체험담이나 수기가 아니라 누구나 삶에서 부딪히는 실패와 좌절 속에서 어떻게 다시 일어나 스스로의 가치를 찾고 타인과 세상을 연결하는 따뜻한 다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울림과 용기를 전해주는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내면혁명 : 랄프 왈도 에머슨 - 인간은 내면의 목소리를 믿을 때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ㅣ 내면혁명 1
랄프 왈도 에머슨 지음 / 이너스북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
오래도록 북킷리스트에 담겨 있는 “결혼, 여름”, “시지프 신화”, “이방인”, “페스트”를 통해 그간 알베르 카뮈를 작가로만 떠올려 왔다. 그의 철학을 다룬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말이다.

저자는 차갑지만 명료하게 맹목적인 긍정과 막연한 희망은 독이 될 수 있다는 강렬한 메시지와 함께 현실을 직시할 것을 말한다. 우리는 흔히 미래를 그릴 때 낙관적인 태도를 갖곤 하지만 그러한 헛된 위안이 오히려 ‘긍정의 폭력’으로 발현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삶의 본질은 부조리를 인정하는 데에서 출발하며, 세상을 향한 근거 없는 착각이나 기대를 멈추라고 말한다. 삶에 대한 절망과 부조리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할 때 우리는 진정 자신의 삶의 방향키를 쥔 주인이 되는 것이다.
가벼운 동정심이나 위안을 과감히 거부하고 차가운 진실과 마주할 것을 권하는 이 책의 문장들은 타인의 평가나 세상의 잣대에 휘둘리며 불안해하는 이들에게 깨달음을 준다. 단단한 내면을 위해 현실 가운데 절망을 기꺼이 직시한다면 마침내 내면 속 무적의 여름을 발견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뒷표지의 날개를 통해 “내면혁명”도 시리즈물인 걸 알게 되었다. 모티브 출판사의 기획력에 다시 한 번 놀라고, 찬사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멸종 위기의 사고 - AI 시대, 인간은 어떻게 스스로를 포기하는가?
에릭 사댕 지음, 이선주 옮김 / 헤이북스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AI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요즘, 이전 “읽기의 위기“에 이어 이번에는 현시대 인류의 사고력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이 담긴 ”멸종 위기의 사고“가 뒤이어 출간 됐다.

눈부신 과학 발전의 일환으로 일상 깊숙히 AI 활용이 일상화 되어가며 편리함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그 등장 뒤에 숨겨진 인류의 지성과 창의성 쇠퇴라는 비극적 현실이 있다. 저자는 AI가 인간의 언어와 교육, 노동, 문화 등을 대체해 나가는 과정에 대해 들여다보며, 어떻게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허물고 인류를 수동적 존재로 길들이는지에 대해 냉철하게 경고한다. 인간이 스스로 자신만의 판단력과 사고력을 포기하고 기술에게 주권을 넘겨주게 되면 인간이라는 고유한 존재 자체의 한계를 마주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기술 발전의 부작용만을 경고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적 영역과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직업 및 문화의 멸종을 막아내기 위해 인간 고유의 사고 능력을 꼭 지켜내야 한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수많은 개인들이 기술에 의존해 사유를 포기해가며 끌려가지 않고, 스스로 바르게 생각하며 행동해야 함을 강조하는 이 책은 인류 고유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간절한 투쟁의 기록으로 느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더 이상 달빛 아래서 시를 쓰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 한 게으른 산책자의 사랑과 삶에 관한 다정한 생각
제롬 K. 제롬 저자, 정혜엽 역자 / 우리네꿈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
처음 제목을 마주하고는 ’왜 더 이상 시를 쓰지 않을 수 있다는 걸까?‘ 호기심이 앞섰다.

책장을 펼쳐드니 그다지 특별한 순간은 아니지만 우리가 살아가며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을 바라보는 다정한 시선에 위트가 더해진 글의 연속이었다. 자칫하면 딱딱하고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삶의 다양한 자세들을 부드러운 편지나 대화처럼 유머와 따뜻함을 더해 풀어낸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이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삶의 사소한 틈새까지 시야를 넓혀 두루 둘러보고, 편안히 건네는 휴식 같은 문장들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긍정의 힘을 전달 받은 듯한 기분이 든다.
궁금증을 자아냈던 제목은 열정적으로 시를(문학적 시 외 인생이라는 시) 쓰던 젊은 날은 지났을지라도 그 기억들이 남아 지금의 우리를 더 따뜻하고 풍요로운 사람으로 만들어준다는 의미였고, 그 메시지는 치열한 경쟁과 빠른 속도, 결과에 집착하며 지쳐가는 현대인들에게 큰 위안으로 다가온다.

저자는 스스로를 ’게으른 산책자‘라 칭하며 삶의 눈부신 순간들을 웃음과 온기로 엮어내는 작가의 시선은 독자로 하여금 쉼 없이 달려온 일상을 잠시 멈추어 서게 한다. 궁금증으로 시작해 가벼운 마음으로 펼쳐 들었다가 마지막 장을 덮으며 한층 마음이 부드러워졌음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인상 깊은 구절
✅나의 풍요로웠던 날들과 불운했던 날들을 함께해 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고 사랑하는 친구에게-

✅결국 허영심은 악덕인 만큼이나 미덕이기도 하다. 도덕 교과서에나 나오는 가르침대로 허영심의 죄악을 비난 하기는 쉽다. 하지만 허영심은 우리를 악으로 이끄는 만큼이나 선으로도 이끌 수 있는 강렬한 열정이다. 야망이란 결국 고귀해진 허영심에 불과하다.

✅고결함을 자랑스럽게 여기자. 비열하거나 천박한 짓에 몸을 굽히기에는 너무나 허영심이 강한 사람이 되자. 사소한 이기심과 옹졸한 시기심을 품기에는, 혹은 불친절한 말과 행동을 하기에는 너무나 오만한 사람이 되자. 사기꾼들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 한결같은 마음을 가진 정직한 자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자.

✅좋은 어머니가 되려는 열망 때문에 좋은 아내가 되는 법을 잊지는 마십시오.

✅타박하지도 않습니다. 그들에게 우리는 언제나 한결같은 존재니까요. 녀석들은 언제나 우리를 반갑게 맞아줍니다. 우리의 모든 기분에 기꺼이 함께해 줍니다. 우리가 즐거우면 같이 신나하고, 우리가 진지해지면 녀석들도 차분해지며, 우리가 슬픔에 잠길 때면 함께 슬퍼해 줍니다.

✅설령 패배한다 해도 그는 치열하게 싸웠다는 사실에서 오는 비장한 기쁨을 얻게 돼요. 적어도 힘껏 달려 보기라도 한 거니까요. 인생을 잠만 자며 보내는 것보다는 열심히 일하고 실패하는 쪽이 훨씬 더 낫답니다.

✅자, 신사 숙녀 여러분,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
모두 당첨되고 꽝은 없습니다. 누군가는 승리해서 큰 상을 받을 것이고, 나머지는••• 글쎄요, 그들은 말이죠-
무언가를 좇는 황홀함이야말로 패배한 자들이 얻는 상이라네.

✅기억의 풍경에 관하여
당신의 과거도 지금, 장미꽃 핀 길처럼 보이나요?

✅인생이라는 길 위에 되돌아가는 법이란 없습니다. 우리가 딛고 서 있는 가냘픈 시간의 다리는 발을 내디딜 때마다 뒤편에서 영원 속으로 가라앉습니다.

✅단 한 마디의 말도 취소할 수 없고, 단 한 겉음의 발자취도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것을 두고 부질없이 눈물 흘리기보다는 진정 한 기사답게 용감하게 말을 몰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마땅한 도리입니다.
매 순간 우리에게는 새로운 삶이 시작됩니다. 기쁜 마 음으로 그 삶을 맞이하러 갑시다.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는 계속 나아가야만 하며, 눈을 뒤로 돌린 채 걷는 것보다는 앞을 바라보며 걷는 것이 훨씬 더 나은 걸음이 될 것입니다.

✅그 모든 순간이 우리 안에서 사랑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기억은 과거를 붙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의 우리를 조금 더 다정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기 위해 남아 있는 것이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사랑이라는 시절
강소영 지음 / 담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
가족의 이야기가 담긴 책은 따스한 내용이 많다. 특히나 실화가 담긴 이야기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 책은 딸인 저자가 존경하는 부모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기억을 되짚는 깊고 아련한 기록이다. 본격적으로 본문에 들어가기 전, 아빠를 ‘잘생긴 갑천씨’, 엄마를 ‘단정한 혜옥씨’로 표현하시는 걸 보고 우리가 그런 것처럼 부모님과 친구같이 지내신 것 같아 미소가 지어졌다.

책장을 넘기니 시간을 따라 한 가족의 세월이 솔직하면서도 덤덤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아빠의 죽음과 엄마와 딸의 일상, 새로운 가정 속 시련 등 켜켜이 누적된 삶의 기쁨과 슬픔은 한 가정의 딸의 입장에서의 솔직한 감정이 마음을 울린다. 세월이 흐른다고 해서 잊히는 것이 아니라 평생 잊을 수 없는 아니 오히려 더 또렷해지는 기억 속에서 저자는 기록과 간직으로 가습 속 한 켠, 부모님의 자리를 빛낸다. 삶과 죽음, 상실과 회복, 그리고 가족이라는 끈끈한 사랑이 느껴지는 이 책은 행복하거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당시엔 그 소중함을 몰랐지만 함께 지나온 모든 날들이 얼마나 애틋한 사랑이었는지를 일깨워주며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다.

📍인상 깊은 구절
✅괜찮냐고 묻는 딸의 질문과 괜찮다고 답하는 갑천 씨의 대답이 열 번쯤 반복되었다. 갑자기 목욕실 안이 조용해졌다.
“아빠, 괜찮아? 내가 들어가서 도와줄까?”
“••••••.“
“아빠, 아빠! 왜 그래? 왜 조용해? 나, 들어간다.”

✅“아빠! 아빠, 나야. 정신 좀 차려봐. 아빠!”
”딸, 괜찮아, 걱정하지 마. 다 잘될 거야.“
”아빠!“ “••••••.“
•••••• 서울대학교병원으로 이동하기로 되어 있던 시각, 인천 병원에서 갑천 씨의 첫 번째 수술이 진행되었다. 수술은 반나절 넘게 계속되었다.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의사가 수술실로 도로 들어간 후에도 혜옥 씨는 그 자리에 한참 서 있었다. 혜옥 씨는 이대로 갑천 씨를 포기할 수 없었다. 혜옥 씨의 고집으로 갑천 씨를 서울 병원으로 옮겼다.

✅혜옥 씨는 그제야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갑천 씨를 떠올렸다.
‘당신도 손주 많이 기다렸죠? 당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딸, 그곳에서도 꼭 지켜 줘요.’

✅혜옥 씨는 온몸으로 빌고 또 빌었다. 하느님에게도 빌고 갑천 씨에게도 빌었다.
‘여보, 우리 딸, 지금 너무 힘든 것 같아. 당신이 힘 좀
보태 줘.’

✅”꽃이라도 좀 사 올 걸 그랬다.“
”네 아빠한테는 네가 꽃일 텐데, 뭐.“
•••••• 모녀는 이제 각자의 방식으로 남편을 애도하고 아빠를 추억한다. 단단하고 정겨운 마음을 담아 두 사람의 갑천 씨를 그리워한다.

✅이제 아빠는 아프지 않을까.
•••••• 아빠가 죽었다.
사랑하는 나의 아빠가 더는 세상에 없었다.

✅결혼식 비디오를 돌려 보다가 일시 정지 버튼을 눌렀다. 신부 입장 직전으로 놀아가 다시 재생 버튼. •••••• ”그래, 우리 딸이 좋다면 좋은 거지. 네 눈에 눈물 나게 하면 바로 아빠한테 전화해, 당장 달려가서 혼내 줄게.“

✅아빠의 딸과 아들은 아빠의 마지막 나이를 향하고 있었다. 우리 셋이 같이 한잔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떤 안주로 어떤 술을 마셨을까.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까.

✅‘나는 비로소 슬픔을 오롯이 마주했구나.‘
글로 통과해 낸 온전한 슬픔은 완전한 치유가 되었습니다.

✅언제나 나는 그들의 자랑이었고, 그들의 사랑이 나를 지켜 주었습니다. •••••• 나는 갑천 씨의 감성과 혜옥 씨의 이성을 적절히 닮았습니다. 모나지 않게 살고 싶은 삶의 철학은 그들에게서 왔습니다.

✅당신들의 삶에 존경을 보냅니다. 다음 생에도 꼭! 나의 아빠, 엄마가 되어 오래오래 함께해 주세요.

✅세상 누구보다 너를 많이 사랑했던 아빠가 네 모습을 직접 볼 수 없어서 안타깝구나. 먼 곳에서 꼭 우리 딸을 지켜보고 있을 거야. 우리 딸의 행복을 지켜 줄 거야. 자식을 낳아 기르고 사랑하는 일만큼 큰 행복이 있을까. 우리 딸도 엄마 같은 행복을 누리는 길을 걷길 바란다. 내 딸에게 큰 축복과 행복이 있길.
2005년 4월의 어느 밤, 우리 딸을 가장 사랑했던 엄마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