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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없는 사회의 교육
이계삼 지음 / 녹색평론사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1.
이계삼님은 선생님이십니다.
국어 선생님이시라는군요.
밀양에서 교편을 잡고 계시면서 녹색평론, 한겨레 등에 글을 쓰십니다.
전 이 책을 통해서 첨으로 이계삼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책을 읽으며 보니 저와 또래입니다.
고교시절. 전교조는 저에게 또렷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삭발을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리고 바로 몇일 뒤 졸업사진을 찍었다는 거죠.ㅠㅠ 지금도 졸업앨범엔 머리가 번쩍이는 백자가 있습니다.ㅋ)
참교육 1세대.
전교조가 결성되던 때 고교3학년이던 우리 세대에 붙여진 영광스런 이름입니다.
대학에 가서도 처음으로 참가한 집회가 전교조 관련 집회였습니다.
경희대였는데, 이쪽이 엄청 밀렸지요...
1학년 5월. 뭐 아무것도 모르고 뛰어다니다가 궁지에 몰려 옆에 떨어진 파이프를 주워들었지요.
나를 치려는 전경과
그 전경을 치려는 나의 파이프.
그 순간, 수많은 함성과 소음과 소리들은 정적이 되고, 마치
정지된 영화 화면처럼 그와 나는 눈빛을 주고 받았습니다.
아마 저보다는 2살정도 위였겠지요.
그 슬픈 눈빛을 그 이후에 데모를 나가면서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조용히 서로의 몽둥이를 내려놓고 뒷걸음질쳤습니다.
이건 뭐 갑자기 추억속으로...ㅋㅋ
암튼, 이 책의 저자 이계삼님은 제가 고3일때 고2 셨던 모양입니다.
그 당시 전교조 선생님들의 모습에서 큰 자극을 받으셨던 모양이고,
문학적인 감성을 가진 이계삼 님은 어느새 그 선생님들의 뒤를 이어 걸어가신 모양입니다.
지금 이계삼 님은 전교조 선생님으로 활동하십니다.
2.
이 책은 저를 많이 불편하게 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의 제 책읽기를 돌아보았습니다.
주로 고전과 종교, 역사... 이런 쪽이었습니다.
'인간' 그것이 가장 궁금하긴 한건데,
돌아보니 현실에 대한 도피는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계삼 님은 과감하게 현실에 자신을 세워놓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이계삼 님이 현재 사회운동의 최전선에 있는 활동가는 아닙니다.
하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삶에서 흔들리고 부딪히고 좌절하고 상처입는 그 과정에서도
'삶의 가치'를 향해 끊임없이 묻고, 묻고 또 물으면서 미래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제가 '과거'에 천착하는 동안
그는 '미래'에 천착하고 있었던 것이죠.
바로 그런 점이 저를 불편하게 했습니다.
이 책은 앞으로 저의 책읽기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그 점 감사드립니다.
3.
이 책을 통해서 또 새롭고 깊게 알게된 것은 '권정생' 선생님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아이 동화책 때문에 '강아지똥'을 알고 있었지만, 정작 그 작가인 '권정생' 선생님에 대해선 거의 까마득한 저에게
이 책은 그분의 삶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앞으로 권정생 선생님의 책들을 집중적으로 읽어봐야겠습니다.
4.
이 책은 이계삼님의 '산문'들을 모아놓은 것입니다.
그의 산문들은 우리말이 많아서 좋습니다.
손석춘님의 글이나 백기완 선생님의 글과는 다른 맛이 또 있습니다.
그의 산문은 현학적이지 않고 담담해서 참 좋습니다.
조미료 많이 뿌리지 않은 산나물 같은 맛입니다.
읽는 맛이 아삭아삭합니다.
그의 문체는 참 쓸쓸합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참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쩜 그 쓸쓸함이 제게 공감의 문을 크게 열게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에 그의 쓸쓸함은 현실에 대한 아픔, 동시대 사람들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거의 글 전체는 참 따듯합니다.
우리 시대에, 그리고 젊은 세대에 이런 훌륭한 문장가가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합니다.
5.
책의 편집은 좀 맘에 안들었습니다.
표지도 좀 어둡고...
이왕이면 제목도 더 대중적으로 땡길만한 걸 골랐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분량도 살짝 줄이고
활자를 좀 키웠으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도 들구요.
막판에 괜한 시비질이로군요.ㅋㅋ
6.
이 시대에 뭔가 갈증을 느끼는 분들이라면
꼭 필독해보시길 강력 추천합니다.
올 해 읽은 책 중에서 강추 몇개를 고르라면
'대담'
'열하일기'
그리고 이 책
'영혼 없는 사회의 교육'을
고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