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분의 기억력을 가진 연로한 박사와 야구를 좋아하는 열살 소년의 우정이야기, 언뜻 들으면 이상할 수도 있다. 이 소설은 학생과 교사의 관계를 넘어서 이 박사와 파출부의 아들 ‘루트‘의 우정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화자인 파출부 ‘나‘는 미혼모로 아들을 혼자서 키우고 있는 여자이다. 어느 날 깐깐하기로 알려진 박사의 집으로 발령이 나서 가게 된다. 그 박사는 사고 때문에 기억력이 80분 뒤에는 사라진다. 따라서 집안에 메모를 해놔야 기억을 할 수 있다. 이 박사는 80분이 지나면 모든 기억을 잊기에 파출부는 보다 수월하게 소통을 하기 위하여 패턴을 익히게 한다. 그러면서 파출부의 아들을 데리고 오게 해주고, 파출부의 아들이 루트 기호처럼 평평하다고 해서 박사는 이 아이를 ‘루트‘라고 부른다. 루트는 박사에게 수학을 배우면서도 박사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준다. 야구를 무지 좋아했던 그는 온종일 야구만 생각하고, 하고 싶은 아이이다. 그렇게 기억이 멈춘 박사와 야구장도 다니게 된다. 이러한 경험과 훈련을 통해 박사는 자신의 습관을 익히게 된다.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점이자 인상깊었던 부분이 바로 루트와 박사의 이별장면이었다. 박사는 떠나면 이 둘에 대한 기억은 잃지만, 가장 좋은 친구였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루트에게 있어서는 가장 좋은 선생님이자 멘토이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든다. 루트는 나중에 수학선생님이 되었고, 성인이 된 뒤에 박사를 요양원으로 가서 만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