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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피시 - 제23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오사키 요시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예문사 / 2015년 6월
평점 :
이 책의 마지막쯤을 읽을 때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 말았다. 무슨 막장 드라마인가... 불쌍하기도하고 바보같기도한 여주인공이라고 생각을 하며 마지막을 읽어내려갔다. 다 읽었을 때 쯤엔 그녀가 그래도 아이와 행복하길 바란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제목처럼 계속해서 파일럿 피시가 종종 등장한다. 물고기를 키우는 나도 사실 파일럿 피시라는 단어는 잘 모르고 있었다. 그저 물생활하는 사람들끼리는 "물잡이용 물고기"라고 하곤 했다. 물잡이용 물고기가 파일럿 피시와 같은 건 맞는데, 이 책을 읽고 놀란 건, 값비싼 물고기를 위해 희생하는 물고기로 쓰인다는 것. 보통 물고기를 키우시는 분(내가 만나고 접했던 분들)은 파일럿 피시라고해도 그 또한 생명이라 여기며 잘 길러주거나 그럴 여건이 안된다면 다른 누군가에게 분양보내주곤 했는데, 이 책에서는 파일럿 피시가 주어진 역할을 다 해내고 나면 종종 변기에 버려지거나 말려죽이기도 한다고 했다.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하여간 여러번 화나게 하는 책이다.
정말 물고기가 유영하듯, 물 흐르듯 금새 책을 읽었다. 화도 여러번 났던 책이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아는 어떤 누군가가 쓴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 책의 주인공과 닮은 한 사람이 있었다. 뭐, 딱히 착하거나 그렇다기보다는 그 분위기 자체가 주인공과 너무 닮아있었다. 아, 주인공과 다른 점은 어릴 적 대학이 과정이 아니라 목표였던 것, 그리고 어릴 적 너무도 쉽게 남을 얕봤던 것. 이렇게 두 가지이다. 아무래도 내가 아는 사람은 대학을 목표보다는 과정으로 생각했을테고, 상대를 얕보기보다는 너무도 잘 믿어서 탈이었다.
아무래도 이 책의 주인공인 야마자키는 겉으로만 주인공이지 않을까 싶다. 일인칭 관찰자 정도? 정확히 그런건 아니지만 내가 느끼기에 주인공은 야마자키가 아니라 유키코이지 않을까 싶다. 딱 유키코의 삶이 이 책에서 말한 파일럿 피시와 너무도 닮아있었기에... 역할을 다하면 버려지고, 버려지고. 사실 버려지는 게 아니라 상처받고 떠나는 건 그녀 스스로가 정한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녀의 삶에 대해 몇가지 말해보자면, 그녀는 이 책에서만 총 3번 상처를 받는다. 남자로 인한 상처다. 그리고 그녀의 친구로 인해 생긴 상처다. 난 마지막에 이 부분에 대해 깨달았고 그때 화가 참 많이났다. 여러 번 책을 뒤적이며 정말 내가 생각한게 맞나 확인도 해보곤 했다. (사실 내가 주인공의 이름을 참 못외운다. 그러다보니 나중에서야 느끼게 된 것이다.) 그녀는 그녀의 친구를 참 아꼈던 것 같다. 남에게 손가락질 당할때도 친구의 편을 들어주며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그녀는 그녀의 친구에게 배신을 당했다. 바로 남자친구를 빼앗긴 것. 사실 그로 인해 야마자키와 만났지만, 결국 야마자키도 그 친구로 인해 빼앗겼다. 그리고 소설상 현재, 결혼해서 아이가 둘이나 있는 그녀는 또다시 자신의 남편을 그 친구에게 빼앗겼다. 이 쯤 알게되니 유키코가 참 바보같기도하고, 파일럿 피시같은 그녀의 숙명인가 싶기도 했다.
드라마 한 편을 쓰윽 보고 온 느낌. 말도 안되는, 바보같은 유키코를 바라보고 있자니 화가 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뭔가 마음에 남는 그런 느낌이 있는 책이었다. 언젠가, 나중에 다시 한 번 이 책을 잡게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