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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의 타인
임수진 지음 / 문이당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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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내 착각이었다.
공포는, 위험은 밖에 있지 않았다.
모든 게 내 안에 있었다.
남자를 내 그림자로 만든 건 나였다.
... 내 안에서 뭔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7년 동안 나를 감싸고 있던 유리 벽이었다.
"
P.40 , [내 속의 타인] 중
이 책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탐색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품집었습니다.
읽는 내내 "내가 과연 나로서 잘 살아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타인의 반영체로 살아가는 걸까?" 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게 만들었죠.
나는 개인적으로 '인간실격'이나 '채식주의자'를 떠올렸는데, 그보다 더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와 맞닿아있어서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주제가 '코로나, 임신, 사회적 여성' 등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보니, '내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빠져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끔은 '구의 증명'이 생각나기도 했지만, 그러한 순순하고 절절한 이야기보다는 조금 더 사회에 찌든, 어둡고 비판적인 느낌이 강했던 책이었답니다.
그렇기에 만일, 어두운 감정들이 조금은 힘든 분들, 특히 인간실격이나 채식주의자의 내용이 조금 버거웠던 분들이라면 이 책은 피하시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집중도가 높아져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들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싶었답니다.
▶ 존재의 균열을 보여주는 이야기들
『내 속의 타인』은 단편소설집이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인간실격'과 같은 책은, 주제가 주제인 만큼 길이가 있는 소설이 되어버리면 저도 모르는 새에 깊게 빠져들어 우울감이 올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허나 이 책은 단편이다보니까,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깊게 가라앉기 전에 이야기가 툭, 하고 끊어지는 것이 장점입니다.
덕분에 독자는 긴장된 상태로 몰입하면서도 숨 쉴 틈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등장인물들이 처한 상황이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의 우리 곁에 있을 법한 현실이라는 점입니다.
특히 얼마 전 모두가 겪은 코로나, 그리고 여성이라면 임신과 사회적 여성의 위치, 불안한 인간관계 등.
우리 사회에서 계속해서 화두가 되는 이슈들이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읽다 보면 "이건 내 이야기가 됐을수도 있겠다"라는 공감이 불쑥 찾아와서 더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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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는 온통 냄새로 가득한데
나는 그 속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냄새가 사라진 도시는
영화관에서 무음 상태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
P.56 , [내 속의 타인] 중
▶ 내 속의 타인, 타인 속의 나
책을 덮고 나서 가장 크게 남은 건, 우리 모두 어쪄면 '내 속의 타인'을 안고 살아간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스스로를 주체라고 믿지만, 사실은 사회적 시선과 타인의 기준에 갇혀 살아가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보게 되죠.
단편 하나하나가 이러한 질문을 건네면서, 저로 하여금 '내 존재'를 다시 들여다보게 만들었답니다.
이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단편소설 특유의 농축된 밀도 덕분에, 한 편을 읽고나면 진한 여운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이 끝나면 긴장을 조금 놓고 숨쉴 틈이 있는 것도 좋았구요.
삶의 어두운 면을 마주하고 싶은 분, 혹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은 책이었답니다.
아, '인간실격'을 감명깊게 읽은 분들께도요!
『내 속의 타인』은 단순히 재미로 읽는 소설이 아니라. 독자를 자기 존재의 심연으로 끌어내리는 책이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이 책을 읽다가 혼자 짜증도 냈다가, 울적하기도 했다가, 괜찮아졌다가- 난리도 아니었네요.
여러분은 혹시 최근에 '나는 누구인가'하는 철학적 질문을 하신 적 있으신가요?
나 혼자만 힘든가- 하는 생각을 하셨던 적은요?
이 책이 그 고민을 함께 나누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가끔은 불편하고, 때론 아프게 다가올 수 있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 비로소 자신을 더 선명하게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1. 인간의 내면을 탐색하는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
2. 무겁지만 진정성 있는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시는 분
3. '인간실격'이나 '채식주의자' 와 같은 소설에 매력을 느끼시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