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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터를 타면 바람이 분다
석우주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5년 6월
평점 :
정말 분홍분홍한 느낌. 마음에 간직하고 싶은 그런 소설.
주인공은 표지에 보이는 대로 스쿠터를 타는 여자다. 핑크빛 스쿠터는 남자주인공인 태신묵이 선물해 주었던 스쿠터를 의미하는 것이고. 연분홍, 개명 후 이름은 연강희인 여자주인공은 정말정말 어렵게 산다. 어릴 적 모든 아픔을 다 겪었다고 해도 괜찮을 만큼 힘들게 살아온, 강해지려 애쓰는 여자이다.
그녀의 이름이 연분홍인 시절, 이미 아버지는 가족 곁을 떠난 후 오빠와 엄마, 그리고 연분홍 이렇게 셋이 사는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그녀의 집은 그리 잘 사는 집은 아니였다. 엄마는 치킨집을 하고, 연분홍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 그런 집안이다. 오빠는 심장병을 앓고있기에 심장에 무리가 가는 일은 할 수가 없었으며, 수술을 해야하는 시기인데도 마련된 돈이 없어서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날 그녀는 여느때와 다르지않게 스쿠터를 몰고 배달을 가는 길이었다. 가는 길에 상자를 가득 싣고있는 리어카를 끌고 가시는 할머니를 보게 되었다. 도중에 상자 하나를 떨어뜨렸고, 그걸 본 연분홍은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고민 끝에 그녀는 상자를 주워주고 할머니를 안전하게 건너게 해 드린다. 그때 태신묵이 그녀에게 길을 물어왔고 단 한 번 가봤던 길을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가르쳐주었다. 스쿠터를 타고 돌아서려는 순간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에게 다시 돌아가 알려주려던 참에 택시와 부딫혀 사고를 당했다. 그때부터 좋지 않은 일들이 시작되었다.
그 일이 있고나서 1년을 여차저차 지냈고, 여전히 형편이 나아지지 않아 그녀는 어머니 몰래 또 다시 배달을 갔다. 문제는 배달 갔던 곳이 그녀가 과외를 해주었던 학생네 집이었고, 그 학생은 태신묵의 조카였다. 그녀는 태신묵을 단번에 알아보았고 은근히 날카롭게 행동했다. 나중에서야 태신묵은 그녀가 누구인지 알아차렸고 그녀와 커피한잔을 하자고 한다. 그렇게 커피한잔하며 1년전 사고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중간에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마지막에 작게 "무서워..."라는 말을 들었으나 그녀는 조금 늦게 가게로 가게 된다. 그때는 이미 일은 터졌고, 그녀의 어머니는 심한 화상을 입은 채 중환자실에 누워있게된다.
그녀와 태신묵은 악연인듯 악연 아닌 그런 관계로 계속 소설에 등장한다. 그 둘 모두 마음에 상처가 꽤나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제가 혹시라도 잘못할까, 혹 누군가를 닮게 행동해 다치게 하지는 않을까 걱정만 했었다. 그러다가 둘이 떨어져 지내게 되는 동안 서로의 감정을 스스로 알게 되고 태신묵과 연분홍은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태신묵과 연분홍. 둘 다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는 통에 앞부분이 사실이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저 뒷부분의 해피엔딩이 사실이기를 바랄 뿐. 많은 사람들이 부모가 좋지 않으면 그들의 자식들도 그 행동을 보고 배우기에, 싫어도 하는 수 없이 그 나쁜 행동을 고스란히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들 한다. 그렇기에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커서도 좋지 못한 환경에서 똑같은 이유로 불행해지는 경우 또한 많다. 그렇다는 것을 알기에 이 소설을 읽으며 해피엔딩이기를 간절히 바랬다. 조그만한 상처는 누구나 있는거라고, 큰 상처도 어느 한사람만 안고 있는 것은 아니니 모두들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속으로 말하며 읽고 읽고 읽었다. 마지막쯔음 다다를때 안도감을 느꼈다. '결국 해피엔딩이구나.'하는 생각이 든 순간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깝다는 생각도 참 많이했다. 앞서 말했듯이 현실은 이렇게 해피엔딩이기 쉽지 않기때문에.
어쩌면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연분홍이 꼭 신데렐라 같다는 기분도 든다. 남편을 잘만나 잘 사는 케이스?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뭐 어찌되었든- 이 소설은 그냥 좋은 기분으로 해피엔딩이구나 하며 간직하고 싶다. 아픈 사람끼리 서로 살살 치유하며 살아가는 그런 예쁜 엔딩. 정말 모든 사람이 이렇게 해피엔딩이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