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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현자의 말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한성례 옮김 / 이너북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현대인들은 대부분 크고 작은 마음의 병 하나쯤은 다 가지고 있다. 두드러지지 않아 인식을 못할 뿐이지, 그리고 마음의 소리를 못 들은 채 하고 산다는 거지 알고 보면 큰 문제인 경우도 많다.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몸은 지치고, 갈수록 버거워지는 가장의 무게는 혼자서 감당하기 힘에 부친다. 판단이 잘 서지 않는 일에는 남들이 하는 대로 고민 없이 그냥 무임승차하고 싶어질 때도 있다.
그러니 삶에 질문을 던지고 뭔가 해법을 제시하는 책에 눈길이 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매일같이 새로운 신간들이 쏟아져 나와도, 베스트셀러는 역시 삶의 중심을 잡아주고 인생의 지침이 되는 현자의 말을 듣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고전들을 보면 어려울수록 돌아가라고 하고 기본에 충실하라고 한다. 빨리 가는 것보다 제대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요즘과 같은 빠름과 혼란의 시대에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람의 도리, 인생의 의미는 역시 오랫동안 잘 팔린 책, 수백 년이 흘러도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고전 속에 답이 있다.
이 책은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하여 엔도 슈사쿠(遠藤周作),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 등 일본작가를 비롯하여 니체, 괴테, 토마스 만, 단테, 도스토옙스키 등 다양한 문학작품을 두루 섭렵한 사라토리 하루히코가 상처받고 아파하는 현대인들이 순전히 자신만의 위로와 힐링을 위해 철학자의 말, 반야심경, 달마의 말, 석가의 말, 성서의 말, 그리고 논어의 말까지 그분들의 좋은 말씀을 담았다.
변화무쌍한 세상을 앞서 살았던 현자들의 지혜가 오롯이 모여 있는 이 책은 현자들의 귀한 말들을 고르고 골라 쉽게 풀어 쓴 말씀의 보물창고이다. 철학을 알든 모르든 종교를 가졌든 안 가졌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그러니 마음을 비운 채 찬찬히 읽어보라. 간결하고도 웅숭깊은 문장이 길 잃은 나그네를 이끌어주는 길잡이별처럼 지친 그대의 손을 잡아줄 것이다.
공자는 말하기를 “세상사란 강과 같아서 영원히 변치 않는 것은 없다”고 했다. 멈추지 않는 강물처럼 그게 무엇이든 지금 여기에 있을지라도 다음 순간이면 모두 흘러가 버린다. 세상만사가 이러할진대 하물며 그로부터 말미암은 감정은 어떠하랴. 인생살이에서 수시로 갈마드는 희로애락은 인간이 멋대로 제어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러므로 삶은 항상 불행하지도 않고 항상 행복하지도 않거니와 쾌락이나 고통도 절대로 영원하지 않다. 그런데도 우리는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면 종종 이 사실을 망각하고 공허한 파도에 몸을 맡겨버린다. 그리고선 거듭 뒤통수를 치는 생에 지쳐서 매번 중얼거리곤 한다.
성경 잠언서 기자는 말하기를 “어리석은 자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악인은 입술을 잘못 놀려 덫에 걸리니 그들에게 지혜는 없다. 그들은 사연을 들어보지도 않고 대답한다. 어리석은 자가 지껄이는 말은 다툼, 불화, 슬픔, 고통을 일으키며 게으런 자는 끝내 자멸에 이른다. 인생은 너희가 무엇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지배되니 무릇 인생의 과실이란 네 입술이 키운 열매나 다름없다.”고 했다.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했다. 인생은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고, 나쁜 일이 있으면 반드시 좋은 일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듯 인생은 조급한 마음을 가지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그러나 조금은 안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시대와 나라를 초월해 지친 마음에 안식을 주는 현자의 말을 읽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