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 생각 돌이켜 행복하라
오이겐 드레버만 지음, 김태정 옮김 / 토네이도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희생된 실종자들을 아직도 구조하지 못하여 많은 이들이 슬픔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타인의 불행으로 여기기에는 감정이입의 정도가 너무 심각하다. 온 국민이 함께 슬퍼하고 있다.
내가 이런 우울한 기분에 잠겨 있을 때 읽은 책은 <한 생각 돌이켜 행복하라>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독일의 저명한 신학자이자 심리 상담사인 오이겐 드레버만이다.
저자는 지난 2008년부터 라디오 프로그램 <발언의 자유>를 통해 매주 토요일, 세 시간씩 청취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유럽이 사랑하는 지식인이 고민을 상담해준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독일 각지에서 사연이 밀려들었다고 한다. 많은 청취자들이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갖가지 고민들을 털어놨다.
청취자들의 사연 속에는 이별로 인한 슬픔뿐 아니라 죄책감, 소유의 권리, 자유, 양심, 배려, 시련, 성격, 양육, 건강 등 삶에서 만나는 갈등과 고민이 담겨있다. 그들 개개인이 털어놓는 사연은 때론 놀랍고 충격적이지만, 저자는 어떤 질문도 금기시하지 않고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공감을 가졌다. 특히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를 둔 가족들과 알코올중독 남편을 책임감과 모성애로 지켜보는 아내, 또한 장애를 가진 딸을 둔 부모의 이야기를 읽을 때는 한없이 울었다. 누구에게나 닥쳐오는 일들, 누구에게나 있는 고민이다. 오히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하고 있는 고민도 나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
모난 데 없고 바르게 자라온 한 여성은 어느 날 북적이는 마트 안에서 새치기를 당하고, 자신도 모르게 격노했다. 자기 내면 어디에서 그런 기운이 나왔는지 자신이 낯설었다. 저자는 낯설고 어색하다는 이유로 외면해왔던 내적 요구를 방관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본연의 모습과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자문해보라고 말한다. 항상 착하기만 한 사람은 없고, 여성 안에서 일어난 변화는 지금껏 억눌려온 마음이 표출된 당연한 결과다.
저자는 이렇게 라디오에서 청취자들이 털어 놨던 사례들을 간략하게 언급하면서,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럽게 이야기 한다. 딜레마, 소소한 고민, 괴로움 등은 더 넓은 차원에서 다뤄지며 따뜻한 말과 지혜라는 ‘위로’라는 결과물로 다시금 태어난다.
저자는 “누구도 조언을 구하는 당사자만큼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자기 자신의 무의식 속에 잠들어 있는 답을 깨우기만 하면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유럽의 저명한 석학임에도 불구하고 이래라 저래하며 조언하지 않고 그냥 들어주면서 청취자 스스로 편견을 딛고 자신의 무의식 속에 잠들어 있는 답을 깨우도록 이끌어준다. 그는 “상대방이 스스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충분히 시간을 두고 배려하는 대화가 가장 좋다”며 “일그러진 감정과 두려움, 죄책감 등을 언어로 표출하는 순간 마음이 치유된다”고 설명한다. 이 책이 오랜 고민을 털고 행복하기를 원하는 분들에게 진정한 행복을 안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