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초인수업 - 나를 넘어 나를 만나다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살이 참 팍팍하다. 경기 침체로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고달팠고,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자살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에서 10년 연속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가 무엇인가? 경제는 불황이고 가족 제도는 위기에 처했으며 복지는 취약하다. 그렇다면 경제가 다시 호황으로 돌아서고, 공동체 유대감을 키우면서 복지를 탄탄하게 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자살률은 떨어지겠지만, 인간 사는 세상이라면 투쟁과 갈등은 끊임없이 벌어질 것이다. 이러한 답답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책은 니체 연구가인 서울대 철학과 박찬국 교수가 인생에서 만나는 여러 문제에 대한 해답을 니체의 말을 빌려 매우 쉽게 답을 제시한다.
니체가 제시한 해답은 무엇일까. 니체가 살던 세상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신념과 행동 기준을 제시해준 기독교 영향력이 쇠락하면서 유럽은 절대적인 가치를 잃어버렸다. 기독교를 대신해서 나타난 계몽주의는 인간의 이성을 찬양하며 인권을 발견하고 과학적 지식을 축적하는 등 여러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기독교에서 약속했던 불멸 대신 새로운 가치를 제시해주지 못했다. 물질적 부도 쌓이고, 자연을 이해하는 능력도 향상됐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싸웠고 고통을 느꼈다. 무엇보다 살아가야 할 의미를 잃어버렸다.
니체에게 ‘초인’이란 고난을 사랑하며 그에 맞서는 것이다. 니체는 인간의 내면에는 끊임없이 자신을 고양하고 강화하려는 의지가 존재한다고 봤다. 삶이 힘든 것은 세상이 더 나빠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신력이 약해진 것이다. 그래서 고통과 시련에 맞서는 자를 ‘초인’, 안락만 탐하려는 자를 ‘말세인’이라고 불렀다.
이 책은 10개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첫째, “내 인생은 왜 이렇게 힘들기만 할까”라는 질문에 대해 “안락한 삶을 추구하는 인간을 경멸하라”고 답한다. 둘째, “의미 있게 살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라는 질문에 “그런 물음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 상태”를 답변으로 내놓는다. 셋째, “내 맘대로 되는 일은 왜 하나도 없을까”라는 질문에 “위험하게 사는 것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답한다. 넷째, “사람들 사이의 갈등은 어떻게 풀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당신의 적을 경외라라”고 답한다. 다섯째, “신을 믿지 않으면 불행해지는 걸까?”라는 질문에 “당신을 위한 신은 어디에도 없다”고 답한다.
여섯째, “살아가는 데 신념은 꼭 필요한 걸까?”라는 질문에 “신념은 삶을 짓누르는 짐이다”라고 답한다. 일곱째, “예술이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예술은 삶의 위대한 자극제”라고 답한다. 여덟째, “죽는다는 것은 두렵기만 한 일일까?”라는 질문에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절정이다”라고 답한다. 아홉째, “나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너만의 꽃을 피워라”고 답한다. 열 번째, “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라는 질문에 “감정을 다스리는 것을 넘어 몸을 다스려라”고 답한다.
저자는 ‘초인 정신’을 “그대가 실패한 것은 노력 부족이다”라는 식의 ‘자유의지의 철학’으로 읽는 것을 경계한다. 초인은 운명을 긍정하고 사랑하는 자다. 아마도 니체가 살아있다면 그는 지금의 ‘88만원세대’에게 “돈에 연연하지 말고 온 열정을 다 바쳐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라. 그리고 어떠한 곤경이 와도 그것을 자기 성장의 발판으로 삼으면서 흔쾌하게 받아들여라. 그래서 공동체를 변혁하라.”(p.265) 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서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운명을 긍정하고 사랑했던 니체라는 사나이가 설파하고자 했던 건강한 삶을 모습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