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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학 수업 - 우리가 다시 삶을 사랑할 수 있을까
에리카 하야사키 지음, 이은주 옮김 / 청림출판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나 많은 이유의 죽음이 있다. 그리고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는 그 많은 죽음을 보고 살아오고 있다. 스스로 선택해 죽는 사람도, 병마와 싸우다 죽는 사람도, 불의의 사고로 죽는 사람도 있듯 죽음에도 방식이 있는 것이다.
사실 죽음은 인간에 있어서 가장 두려운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풀과 같은 인생, 한 줄기 피어오르는 연기 같이 너도 나도 언젠가는 그렇게 여행을 떠난다’는 유행가 가사와 ‘올 때는 순서가 있지만 떠나는 것은 순서도 없다’.고 말한 농담 섞인 우스갯소리도 다 이유가 있다. 죽음은 단지 한 걸음 먼저 가고 나중 가는 것의 차이가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영원히 죽지 않을 것 같던 절대 권력자도 마찬가지다. 가진 자와 없는 자도 물론이다. 사람이면 누구나 갔고 또 갈 것이다.
‘죽음’이란 ‘삶’만큼 중요하다란 생각이 든다. 나이가 웬만한 사람들이 모이면 빠지지 않는 화두가 죽음이다. ‘죽음’은 삶의 마지막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생’이 끝나고 이어지는 ‘사후 세계’와 연결돼 있다. ‘죽음’을 통과해 맞이하게 되는 ‘또 다른 생’이 존재하기 때문에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가 해외에 갈 때도 준비를 많이 하고 간다. 모르는 곳이니까. 사후 세계는 더 모르는데 왜 아무런 준비를 안 할까? 죽음을 잘 이해해야 지금 바로 여기서 잘 살 수 있다.
미국 뉴저지주 유니언의 킨 대학교에는 3년을 기다려야 들을 수 있는 수업이 있다고 한다. 응급실, 중환자실, 정신병동에서 20년간 근무하고 킨 대학교로 옮겨 죽음에 대해 강의하는 노마 보위 교수의 ‘긴 안목으로 보는 죽음’이 바로 그 수업이다.
이 책은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의 문학 저널리즘 조교수인 저자 에리카 하야사키가 죽음에 대해 이해하고 싶어서 킨 대학교에서 죽음학을 강의하는 노마 보위 교수 수업에 4년간 참여하면서, 수백건의 부고 기사를 썼고 비극을 겪은 희생자들과 생존자들의 현관문을 두드렸으며 사망자의 가족과 친구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저널리스트가 되어 이 세상과 거기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설명하고 해석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이야기들을 글로 옮겨도, 나는 죽음의 무자비함과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책에는 반복되는 엄마의 자살 시도로 강박증에 걸린 케이틀린, 동생의 자살을 막지 못해 죄책감에 시달리는 조나단, 한때 갱단이었던 이스라엘 등이 등장한다. 보위 교수의 어머니도 할머니에게 임신 사실을 감춘 채 자신을 낳았고 그로 인해 어릴 때부터 원치 않은 아이였다는 자책을 했다. 또 엄마는 자주 어린 노마를 때렸고 아버지는 방탕했으며 동생은 죽었다.
노마 교수는 학생들에게 죽음을 가르치기 위해 유서를 쓰게 하고 공동묘지, 시체 안치소, 장례식장에 데려가고 수용소에서 살인자들과 대화를 나누게 한다. 노마와 학생들의 흥미로운 사연을 읽다가 보면 죽음에 대해 새롭게 받아들이게 된다. ‘죽음학 수업’은 삶에 지친 이들에게, 다시 삶을 사랑할 수 있도록 한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