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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전에서 길을 찾다
김건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서점가에는 ‘실용서적’들이 자기계발 열풍을 타고 큰 인기를 누렸던 적이 있다. 책을 읽을 때는 고개를 몇 번 끄덕일만한 몇 문장을 적어놓고, 이렇게 하면 모든 것이 다 될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책을 덮는 순간 남는 건 하나도 없다. 그래서 고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고전이라고 하면 뭔가 좀 딱딱하고, 어렵기도하고, 재미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전 가운데는 읽어도 한 시간에 몇 장 밖에 읽지 못하는 책들이 있다. 읽어도 읽어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책을 덮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선입감을 가지고 <중국 고전에서 길을 찾다>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사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주로 재무관리 분야에서 간부와 임원으로 근무하면서 경영지침서, 경제비평서, 재무관리분석서 등 15권을 집필했고, 몇몇 일간지와 시사 월·주간지에 글을 기고하고 있는 저자 김건이 중국 고전을 읽고 싶기는 하나 중국의 어법에 따라 한자로 쓰인 글을 억지로 풀어서 쓴 글이 많으므로 읽기 어렵고, 방대한 분량 때문에 읽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쓴 것이다. 장자부터 노자, 채근담, 한비자, 손자, 맹자, 삼국지까지 우리말로 옮겼다. 어려운 한자 말은 가능한 한 우리말로 풀어 쓰거나 해설을 달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손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평소에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말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손자의 모공(謀攻)편에 나오는 말인데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는 싸움터에서 적군에게 이기는 여러 가지 승전의 방법이 적혀 있다. 그 중 최선의 승전은 아군의 피해가 전혀 없는, 싸우지 않고 승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손자는 결코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는 것을 상책으로 삼지 않았다.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은, 상의 상책이 아니다. 싸우지 않고서 적의 군대를 굴복시키는 것이 상의 상책이다.
이 책 한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다양한 지혜를 모은 고전을 읽는 것은 내 인생에 많은 유익을 준다. 며칠 동안 이 책 한권을 읽고 20여 권의 중국 고전을 두루 섭렵하면서 그 속에 담긴 지혜를 얻을 뿐만 아니라, 인격 형성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하고 생각을 하게 된다.
서양에 마키아벨리가 집필한 <군주론>이 있다면, 동양에는 한비자가 저술한 <한비자>가 있다. 중국 전국시대 말기의 사상가 한비자는 중국 최초의 통일왕조를 이룬 진시황에게 이론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비자는 ① 조직의 우두머리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② 어떤 몸가짐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③ 자신의 지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하는가를 밝히기 위해 연구한 책이다.”(p.89)라고 했다.
중국의 다른 고전은 인간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한비자>는 인간을 너무나도 차가운 시각으로 관찰했다. 즉 인간을 철저하게 불신함으로써 새로운 지도자의 모습을 모색하려고 노력했다. 실용주의자인 한비자는 인간 사회를 발전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임금이 변화된 환경에 맞는 개혁과 법으로 천하를 다스리라고 주장했다. 이 책은 한번 읽고 마는 책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 두고 자주 반복해서 읽어야 할 책이다. 그래야 지혜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