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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육아 - 내가 가장 좋아하고, 기분 좋은 방식으로
이연진 지음 / 웨일북 / 2022년 2월
평점 :
취향 육아- 이연진
빨간머리앤을 좋아하던 감수성이 예민한 소녀가 엄마가 되었다. 엄마의 일은 예외가 없다. 누구에게나 고되고 나를 잃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주니까.
다정한 엄마가 되김 힘들지만 아이를 키워가는 과정에서 엄마인 나를 잊고 너를 위해가 아닌 온전한 나 의 너에게 대하는 나만의 엄마의 방식. 이것이 작가가 말하는 육아의 방식이다.
이 책에서는 문학과 예술에 관심이 많은 감수성이 예민한 엄마가 아이와 함께 생활해 가는 가운데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이나 글을 떠올려가며 그 작품을 대하던 그 마음을 떠올려 다시금 자신의 삶에 반대로 투영시켜보고 자신만의 느낌으로 생활하는 작가의 생활에 대한 에피소드를 나열해준다.
휴대폰 클라우드에 저장된 5년전의 자신의 모습을 문득 보고 지금과는 동떨어진 그 사진속의 자신을 객이라고 느끼며 윤동주의 자화상을 떠올린다. 예전에는 몰랐지만 지금도 그 객이 보는 관점에서는 빛나는 미래였으리라. 다시 못볼 손님처럼 자신을 대해보리라 다짐을 한다.
육아에 지쳐가던 그녀에게 지인이 선물해준 향수를 보고 영화 ‘툴리’의 마를로를 추억한다. 지친 육아에 도움을 주던 젊은 도우미 툴리에게 위안을 받다가 문득 떠난다는 말에 분노하는 주인공. 그러나 실제로 툴리는 마를로의 상상속의 인물이었을뿐. 영화속 툴리처럼 과거의 환영을 마주하고 복잡해 하던 작가는 이제 과거와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명확히 깨닫고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말한다.
코스모스가 피는 계절에 마네의 그림을 떠올리며 이불 빨래를 한다. 아이와 함께 이불을 널고 비가 안 와 꽈리에 힘이 없다며 물을 주고 들어온다는 아이의 말에 미소 짓는다. 일상의 소소함을 함께하고 안도하고 감사함을 느낀다. 그것이 그녀의 방식이다.
아이와 함께 티타임을 가지며 그 티타임을 함께 즐기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지시하는 방식이 아닌 조금 더 따듯한 기운이 담긴 말로 전달해 주려고 노력한다.
엄마인 내가 무리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지금의 순간 순간을 아이와 함께 느끼려고 노력한다.
-공기로 우유를 부풀렸네. 먹어보고 싶어요
따뜻한 아이스크림 같아.
-따뜻한 구름 같기도 하지?
작가와 아이의 대화이다.
이런 따뜻한 대화를 나누는 엄마와 아이의 관계라면 치이는 것 같은 일상도 살만하다 라는 생각이 들 것도 같다.
그 외에 다양한 작품들과 에피소드들이 등장한다.
그녀는 그녀의 방식대로 작품을 떠올려가며 그녀의 고된 일상을 정화하고 따뜻한 느낌으로 가꾸어 가고 있었다. 이것이 그녀 취향의 그녀 방식대로의 육아.
나는 지금도 육아가 피곤해지면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정화의 용도가 아닌 나의 지금 기분을 잊고 싶은 용도로 음악과 드라마 영화를 찾는다.
이왕 보는 거 그냥 기분을 잊는 것이 아닌 조금 정화하는 느낌으로 작품을 대하는 것이 인상깊었다.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여유를 나름 만들어 나가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 어느 시절에 나도 내가 좋아하던 그림이 있었고 음악이 있었다.
그 시절의 나도 자금의 나도 다 나이다. 부정하지 말고 인정하면서 나만의 여유를 나만의 방식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