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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달린 허클베리 핀 -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 깊이 읽기 ㅣ 주석 달린 시리즈 (현대문학) 1
마크 트웨인 지음, 마이클 패트릭 히언 엮음, 박중서 옮김 / 현대문학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얼마전 신문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보았다. 미국에서 nigger라는 표현을 slave로 바꾼 허클베리핀의 모험 판본이 출간 예정이라는 것. nigger 즉 검둥이라는 표현 때문에 미국 문학의 걸작을 읽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배려란다. 인종차별적 발언에서 계급차별적 발언으로 표현이 바뀐 것이다. 이게 그 문화에서 직접 생활해보지 못한 나 같은 사람한테는 둘다 차별적 발언임에 틀림 없으므로 어차피 나쁜 말, 도찐개찐이지만 그게 그쪽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실제로 내용에 인종차별적 요소가 있느냐 없느냐에 상관없이 이 표현은 독자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며 금서로 지정되는 등 논란을 불러왔다. 백년도 전에 나온 책이 여전히 논란거리라니, 그야말로 대단하다. 케이블 방송이나 패션지 식으로 말한다면 여전히 '핫'한 고전이랄까.
미국에서 이 책이 불러일으킨 논란과는 별개로 한국어 번역 역시 작은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티비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조폭, 가정부, 농부, 블루칼라 노동자가 관성적으로 각각 특정지역 사투리를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허클베리 핀의 흑인 역시 특정 지역 사투리로 번역되어 소개되어 온 것. 사실 백인과 흑인의 말의 차이가 단순히 우리 식으로 사투리 차이가 아니라고 하니 안일한 번역 같으면서도 그렇게밖에 번역 할 수 없었던 당시 번역가들의 고민도 느껴진다. 일일이 주석을 달아서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오호, 그렇다 , 이 논란거리 투성이의 복잡한 책을 제대로 읽으려면 세세한 주석과 함께 읽으면 된다. <주석 달린 허클베리 핀>이 바로 그것. 사실 늘 제대로 읽고 싶었지만 읽지 못했던 이 책을 주석과 함께 읽는 것은 충분히 좋은 경험이었다. 게다가 이 투툼한 책이 불러일으키는 도전정신, 그리고 성취욕이라니. 당대의 문화를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애니메이션 같은 요즘 삽화가 아니라 까칠한 펜촉으로 그린 당시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들의 펜화를 보는 재미는 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