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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 리뷰는 '리뷰어스클럽'에서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안녕하세요. 가온수입니다. 신조어는 세태가 흐름에 따라 피고 집니다. 그만큼 수많은 신조어들이 생겨났다고 사라지죠. 그러나 특유의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며 한 시대를 표상하는 신조어도 있기 마련입니다. 이 서적은 SNS에서 널리 사용되는 신조어 15가지를 골라 이 단어들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을 담아냈죠.


오늘 다룰 서적은 'SNS 인문학'입니다.


작고 단순한 책입니다. 책 표지는 색감이 약간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틱톡을 절묘하게 섞은 느낌이 납니다. 모두 대 SNS 시대를 대표하는 앱 App 들이죠. 아래에는 해시태그 형식을 응용하여 각 소단원의 주제가 되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책은 대략 200페이지 정도 되고, 글씨 크기는 보통입니다. 흑백 인쇄고, 책 내에 사진이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렇지만 사진이 없어도 내용이 충분히 전달될 만큼 글을 깔끔하게 썼습니다. 책 크기는 작은 편으로, 아이패드보다 작아 들고 다니기 편합니다.


목차를 보시겠습니다.


01 잉여인간_ 공자도 알고 보면 잉여인간?

02 빌런_ 단순한 나쁜 놈과 매력적인 악당의 차이

03 인싸&아싸_ 슬기로운 친교의 기술

04 라떼_무례한 친근감은 사양합니다

05 열정페이_ 내 열정의 값은 내가 정한다

06 소확행_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조건

07 근자감_ 허세와 긍정의 힘을 가르는 한 끗 차이

08 국뽕_ 나라 사랑의 근거

09 랜선_ 환상적이지만 외로운 공간

10 기울어진 운동장_ 공정이란 무엇인가?

11 1코노미_ 자유와 외로움 사이

12 아빠 찬스_ 진정한 부모의 역할

13 흙수저_ 나를 위한 선택

14 기레기_ 길이길이 남으리니!

15 인구론_ 인문계의 위기를 타파할 방법


목차를 보시면 알겠지만 '잉여인간', '열정페이', '랜선' 등의 신조어가 가득합니다. 랜선같은 경우에는 사실 하나의 단어로 쓰이기 보단 접두사로 많이 활용되지만요. 이 모두를 소개할 순 없고, 제가 제법 감명깊게 봤던 고찰 두 가지를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다룰 단어는 '열정페이'입니다.




제가 기억하기론 열정페이란 노동의 가치보다 작은 월급을 지급한 후, 이에 대해 항의하면 "열정이 없다."며 변명을 둘러대던 현상에서 발원한 단어로 압니다. 아닐 수도 있으니 바른 어원을 아시는 분은 댓글 남겨주세요.


하여간 한동안 비꼬는 용어로 젊은 세대에서 쓰이다가, 요새는 의미가 좀 더 확장되어 노동의 가치보다 월급을 적게 지급하면 모두 열정페이라고 부르곤 하더군요. 열정을 갖고 일했는데 봉급을 적게 주든, 노동을 한 후 적게 봉급을 주고 부족한 열정 탓을 하든, 그냥 돈을 적게 주든, 모두 노동의 가치를 낮추는 행위임에는 분명하죠.




이런 열정페이의 근원은 주로 비정규직 또는 인턴 수행 시 일어나는 데, 인턴은 다들 아시다시피 예전에는 의과대학에서 쓰이던 단어죠. 의사는 전통적인 도제식(徒弟式) 교육을 수행하는 직업군입니다. 여기서 도제식 교육이란 서양 중세의 도제제도에서 기원한 교육 방법으로, 스승와 제자가 현장에서 일을 수행하며 제자는 배우면서 숙련도를 기르고, 스승은 가르치면서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을 일컫습니다. 그러니 인턴은 단순히 말해 노동을 하면서 동시에 가르침도 받는 노동자를 말합니다.


그러다보니 숙련도가 덜한 인턴은 보수를 짜게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숙련도가 낮은 만큼 배울 것이 많고, 강의는 공짜로 주어지는 게 아닌 만큼 그만큼의 비용을 급여에서 제(除)하죠. 그래서 인턴은 급여가 짤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중요한 건 이겁니다. 급여를 제대로 지불했는지에 대한 여부죠. 급여가 짠 건 알겠지만, 급여가 합당한 만큼 지불된 것인지를 따져야한다는 말입니다.




이 책에서는 열정페이인지 아닌 지를 고민할 때, 세 가지를 염두하면 좋다고 조언합니다. 첫 번째는 피교육생이냐, 혹은 근로자냐를 구분해야 한다고 하죠. 물론 일하면서 배울 수도 있기 때문에, 얼마나 배우고 얼마나 일하는지 비중을 따질 때도 있죠. 그러면 피교육생인지 근로자인지를 어떻게 따지냐면, 간단합니다. 그 회사에서 자신을 뺐을 때, 회사가 정상적으로 굴러가면 피교육생입니다. 그런데 자신이 빠졌을 경우 인원을 확충하거나 회사가 정상적으로 굴러가지 않을 경우 근로자죠.


이런 경우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당당히 요구해야 된다고 조언합니다.




두 번째로는 해당 업무가 인턴 과정을 반드시 필요로 하느냐를 들 수 있습니다. 특별한 교육이 필요없는 단순 업무는 인턴쉽을 운영할 필요가 없죠. 그런데도 인턴 과정을 운영한다면,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모든 노동은 가치가 있지만, 그 노동을 수행하기 위해 특정 스킬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느냐 아니냐의 문제죠. 예를 들어 실험 중에 파이펫을 사용한다고 하면 파이펫을 장기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특정 스킬이 요구됩니다. 인턴 과정이 필요하죠.



세 번째는 공급은 넘치는데 수요는 모자란 경우죠. 요새 노동시장은 수요가 작으니 공급이 넘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기업은 갑(甲)이 될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서죠. 만일 기업이 이 점을 이용하여 노동력을 착취한다면 열정페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열정페이를 기업의 '지속가능조직(Going concern)'으로서의 자기 부정이라고 표현합니다. 기업에서 훌륭한 근로자로 성장할 잠재력을 보고 지원자를 뽑았다면, 이 잠재력에 대한 투자를 하면서 근로자를 성장시켜야 하죠. 그러나 이런 잠재력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고 노동력만 뽑아내고 잘라내면, 이윤을 창출하는 지속가능조직으로서의 자기 부정에 해당하므로 열정페이에 해당한다고 보는 겁니다.


두 번째와도 살짝 엮이는 지점이 있죠. 인턴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닌데도 인턴을 뽑았다면, 또는 잠재력에 대한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에 비해 턱없이 작은 보상을 해준 뒤 해고한다면, 당연히 열정페이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노동에 대한 작은 보상, 지원자의 잠재력에 대해 투자하지 않는 모순은 곧 조직을 와해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즉, 지속가능조직에 대한 자기부정이죠.


한 개인에게도 비슷한 얘기죠. 현실에 급급해서 미래에 투자하지 않으면, 생활을 유지하기 힘들어지는 지점이 올 가능성이 높아지니까요. 그래서 제법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이 다음에 살펴볼 단어는 '기레기'입니다. 기레기는 기자+쓰레기를 합성한 신조어죠. 기레기는 흔히 기사거리도 아닌 내용을 기사로 실어내거나, 거짓을 보도하거나, 과장하거나, 제목과 다른 내용을 적거나, 흔히 '어그로를 끌기 위해' 기사를 작성하는 경우 등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인터넷의 보급에 따라 글을 아무나 쓰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글을 잘 쓰는 사람의 비율이 적어지기 시작하면서 생긴 일이라고 봅니다. 문해력의 하락도 있고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요.


언론은 흔히 '제 4 부'로 불린다고 하네요.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에 이은 제 4의 부(部)라는 뜻입니다. 그만큼 막강한 권력을 자랑하지만, 앞서 세 부(部)에 비해서는 책임도 적죠. 그러나 언론은 '언론의 자유'를 필두로 자신들의 기사 발행을 정당화하곤 합니다. 물론 발행 자체는 정당화될 순 있겠지만, 그 발행으로 인해 생기는 패악을 정당화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네요. 그리고 그 패악질을 가만히 두고볼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기레기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겠죠.




공자는 유교를 창시한 시조로 여겨집니다. 사실 공자는 새로운 사상을 창조했다기보단, 기존 사상을 잘 엮어서 집대성한 사람에 가깝습니다. 굳이 비유를 들자면 스티브 잡스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네요. 스티브 잡스는 기존에 있던 기술을 엮어서 기존에 있던 아이디어를 깔끔하게 가다듬은 사람이죠. 기존에도 비슷한 폼팩터는 있었습니다. 공자도 비슷했죠. 기존에 있던 전통과 관점을 잘 가다듬은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이 둘은 후대 사람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죠.


공자는 그런데 신기하게도 직접 집필한 책이 몇 개 안 됩니다. 그 유명한 논어도 예상 외로 공자가 쓴 것이 아니라, 공자의 말씀을 후대 제자가 엮어서 내놓은 책이죠. 예를 들어 무함마드의 하디스와 비슷하죠. 공자가 직접 집필한 몇 안 되는 책 중 하나가 '춘추(春秋)'입니다. 봄 춘 春, 가을 추 秋를 사용해서 춘추입니다. 시간의 변화를 계절에 비유했죠. 시적인 표현인데, 춘추시대의 춘추가 이 춘추에서 왔다고 합니다. 즉, 책 춘추는 춘추시대를 다룬 얘기죠. 정확히는 노(魯)나라를 다루는 책입니다.




공자는 춘추를 집필하고 매우 뿌듯해 했다고 하는데, 이유는 난신적자의 출현이 책 춘추에 의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줄어들었는 지는 의문이지만요. 그러나 후세 춘추를 연구하던 학자들은 이 책이 다른 의미에서도 가치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춘추필법(春秋筆法)'이 그것입니다. 춘추를 저술할 때 사용되었던 원칙들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총 3 가지인데, '기사(記事), 정명(正名), 포폄(褒貶)'으로 정리됩니다.




기사는 사실에 기반하여 작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사 Article의 어원입니다. 정명은 정명론(正名論)에 근거하여 작성할 것을 주문하는 저술법입니다. 정명론이란 단순히 말해 이름에 걸맞는 내용이나 역할을 갖고 있느냐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왕이 왕답게 행동해야지 시정 잡배와 같이 행동해선 안될 겁니다.


한 편 포폄은 칭찬할 것은 칭찬하고 잘못한 것은 나무라는 저술 방법입니다. 어떤 정치인의 긍정적인 점을 강조하기 위해 단점을 숨기거나, 혹은 억지로 합리화하거나, 장점을 부풀려 단점을 덮어버리면 안 되죠. 그렇다고 어떤 범죄자의 단점을 강조하기 위해 선행마저 악의가 있었다는 식으로 몰면 안 됩니다. 즉, 공과(功過)를 객관적으로 나눠 저술해야 하는 거죠.


이런 춘추필법 '동호지필(董狐之筆)'의 영향을 받았는데, 동호지필 또한 동호라는 한 사관의 역사서 집필 방법을 말합니다. 공자는 이 집필법을 상당히 높게 평가하였다고 하네요.





한 편 저자는 단어 기레기를 다루는 소단원에서, 주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그 끝을 향해 달립니다.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본성이다.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잘 간직하면 누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성현에 가까워지지만,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잃어버리면 그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짐승이 되어간다."


양심을 버리고 자신의 의무를 져버리며 시류에 편승하는 기레기에 꽂아넣는 비수가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물론 위에서 소개한 2개의 신조어 외에도, 목차로 정리된 15개의 신조어 외에도 더 많은 신조어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신조어들은 여러 사회 현상을 반영하며 여러 세대의 공감을 얻었겠죠. 그러니 그 생명력을 유지하며 우리의 일상언어에서 살아 숨쉬고 있을 겁니다.


이 책은 신조어를 사용하는 우리에게 또 다른 통찰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위에서 언급했던 기레기 편에서는 기사의 의미와 기록이 어떤 기준을 갖고 발전해왔는 지를 알 수 있죠. 또한 그런 기준이 현대에는 어떤 가치와 연결되는 지를 얼핏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열정페이 편에서는 어떤가요. 우리는 인턴이 어떻게 합리화되는 지, 그리고 어떤 인턴 과정은 왜 불합리한지, 그리고 그 불합리한 인턴과정이 왜 노동력 착취를 가져오는 지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도구를 얻었죠.

이 책에는 이런 여러 신조어를 뒷받침하는 이면을 소개합니다. 때로는 어원으로, 때로는 사회 현상으로 신조어를 살펴보며 그 이면에 녹아있는 사상을 읊어냅니다. 또한 이런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나름의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까지 여유롭게 흘러가죠. 글을 보면 적어도 기승전결에 대한 불만은 없을 정도로 잘 썼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책에도 몇 가지 단점은 있었죠. 우선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 에둘러 합리화를 한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정치적 사안을 직접적으로 다룬 건 아니지만, 분명 민감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방어를 한 느낌이 있죠. 충분히 서술 상 피할 수도 있었는데 왜 집어넣었는지 모르겠네요. 물론 일부 파트에서만 그런 거니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습니다.


두 번째로는 인문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방법론을 마지막에 제시했는데, 이게 가능한가 싶었죠. '인구론(인문계 졸업생의 90%는 논다)'을 다루면서 인문학의 위기, 인문학의 필요성, 인문학과 다른 학문을 융합하는 사고를 기르는 법을 배양하는 일련의 방법을 서술해놨습니다. 참신하고 정말 좋지만, 학습 강도나 방법론을 고려하지 않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필요성에 대한 의문도 들었구요. 필요했다면 이미 취업 전문 교육 기관으로 거듭난 대학에서 전부터 반영해서 가르쳤을 겁니다.


그리고 '1코노미'는 주변에서 쓴 적이 없어서 실제로 많이 쓰이는 용어인지는 모르겠네요. 혼밥, 혼코노 이런 건 많이 쓰이는데 차라리 혼밥을 주제어로 제시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자체는 정말 좋았지만, 마지막에 인문학 위기에 대한 절박하고 강한 주장으로 인해서 머릿 속으로 물음표를 계속 그리게 만드는 이었습니다. 그 부분만 아니라면 나머지는 통찰도 많이 주고 괜찮은 서적입니다.

추천 독자는 '넷 상에서 통용되는 신조어에 대한 통찰을 가볍게 얻고 싶은 독자'입니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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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인문학 - 알고 쓰면 더 재밌는 SNS 신조어
신동기.신서영 지음 / M31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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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썼습니다. 담백하면서도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신조어의 이면과 그 그림자, 그리고 이를 만든 사회 현상 등을 잘 관찰할 수 있는 책이라고 봅니다. 신조어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을 얻고자 하시는 분에게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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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러시아어 독학 첫걸음 맛있는 독학 첫걸음
김정.일리야 지음 / 맛있는Books(JRC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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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와 문법을 둘 다 잡은 서적입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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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러시아어 독학 첫걸음 맛있는 독학 첫걸음
김정.일리야 지음 / 맛있는Books(JRC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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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에서 책을 무료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합니다.-

안녕하세요. 가온수입니다. 제가 자주 눈팅하는 카페에서 재밌어보이는 책이 올라왔습니다. 러시아어 관련 책인데, 생각보다 구성이 재밌어 보인다 싶어서 체험단을 신청하여 받았습니다. 대략 7일간 체험기간이 주어졌는데, 다 보진 못하더라도 최대한 구성을 꼼꼼히 보면서 리뷰를 하려고 합니다.

오늘 다룰 서적은 '맛있는 러시아어 독학 첫걸음'입니다.

맛있는 러시아어 독학 첫걸음(이하 맛있는 러시아어)

장점 및 단점

1. '핵심 표현이 초장부터 한 가득'

2. '쉬운 설명과 재밌는 구조'

3. '쉬운 음성자료'

---------

1. '너무 많은 러시아어 문화 설명'

2. '단어를 외우기 어려운 구조'




이미지 1) 맛있는 러시아어

특징

페이지는 230페이지 정도 됩니다. 두께는 일반적인 어학책 수준입니다. 전반적으로 글씨가 많은 책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러시아어 기초 학습자를 위한 책이다보니 흥미 위주로 구성하기 위해서 텍스트를 다량으로 걷어냈을 것이란 추측이 듭니다. 미니북, 음성강의, 영상강의 또한 제공을 하는데, 재밌는 건 이 책은 러시아 지도, 키보드 자판을 제공하네요. 물론 저는 러시아 키보드를 쓸 생각은 아니라서 중요하게 다루진 않았지만, 러시아어가 생소한 학습자들에게 제법 유용한 자료를 제공한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목차를 보시겠습니다.

WEEK 01 지금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만나러 가자!

DAY01 [발음 1] 모음과 자음

DAY02 [발음 2] 강세와 기타 기호

DAY03 [인사하기] 안녕하세요!

DAY04 [길 물어보기] 실례합니다, 예르미타시가 어디에 있나요?

DAY05 [완전 익히기] 첫째 주 다시 보기

WEEK 02 지금 모스크바를 만나러 가자!

DAY06 [주문하기] 메뉴판 좀 주세요!

DAY07 [소감 표현하기] 여기는 붉은 광장입니다.

DAY08 [희망 표현하기] 나는 기념품을 사고 싶어요.

DAY09 [물건 사기] 이건 얼마예요?

DAY10 [완전 익히기] 둘째 주 다시 보기

WEEK 03 지금 이르쿠츠크를 만나러 가자!

DAY11 [숙소 구하기] 방 필요하세요?

DAY12 [날씨 말하기] 춥네요, 따뜻하게 입어야 해요.

DAY13 [관광하기] 이 물고기는 바이칼호에만 있어요.

DAY14 [날짜와 시간 물어보기] 오늘은 수요일입니다.

DAY15 [완전 익히기] 셋째 주 다시 보기

WEEK 04 지금 블라디보스토크를 만나러 가자!

DAY16 [소개하기] 이분이 너희 언니야?

DAY17 [교통수단 이용하기] 몇 번 버스를 타야 나베레즈나야까지 갈 수 있나요?

DAY18 [취미 말하기] 어떤 걸 더 좋아해?

DAY19 [현지인에게 말 걸기] 실례합니다만, 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

DAY20 [완전 익히기] 넷째 주 다시 보기

보통의 제 2 외국어 책과 달리 일주일을 5일로 끊어 구성한 점이 눈에 띕니다. 주말에는 쉬면서 러시아어 공부를 하란 뜻이겠죠. 또한 4일을 공부한 후, 마지막 5일에는 지난 4일간 공부한 것을 마무리하는 식으로 구성이 돼있습니다. 다루는 문법 분량은 분명 적겠지만, 러시아어 기초학습자의 흥미와 재미를 유발하기 위해서는 적합한 구성이라 생각이 됩니다.

그렇다면 장점과 단점을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장점 1. 핵심 표현이 초장부터 한 가득

제2 외국어 책들을 보면 느끼는 건데, 기초 학습자를 위한 자료는 생각보다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 2외국어의 특성상 제대로 배우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여행용으로 배울까 하고 펼치는 경우가 다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제 2외국어는 여행용 소책자가 아니면 정말 제대로 문법을 가르치기 위한 책을 내놓거나 하는 경우가 많이 보였는데, 이 책은 그 둘을 합쳐놨습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말하면, 이 책은 여행용 소책자를 베이스로 하여 약간의 프리토킹이 가능하도록 문법을 끼얹은 느낌이 강했죠. 그러다보니 책 2주차부터 메뉴판을 달라, 차 한 잔 부탁드려요 등의 표현을 심어놨습니다. 보통 책을 앞만 읽고 덮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고려한 구성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2주차까지 버틴 분들은 적어도 러시아어로 메뉴 주문을 할 수 있게 되는 셈이죠.

장점 2. 쉬운 구조와 재밌는 설명

위의 설명과 목차를 보셨으면 눈치 채신 분도 계시겠지만, 이 책은 주로 등장인물들이 러시아의 어느 지역을 여행하면서 사용하는 회화를 중심으로 커리큘럼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구성이 다른 책들과 조금 달라서 언급을 안 할 수가 없더군요.

책 구성이 처음에는 여행지 소개와 배울 러시아어 소개, 두번째는 문법 설명, 세번째는 대화 나열, 네번쨰는 연습문제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과정을 4번 반복하면 또 5일 차에는 앞에서 배운 4일치 내용을 복습하기만 하면 됩니다. 요즘 유행하는 구성과는 조금 다르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괜찮게 보는 구성입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대화문을 2개 읽는 요즘 제2 외국어 책 구성보단 더 이해가 쉽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는 느낌이 강하거든요.

그러다보니 상당히 책 구성이 쉽고 잘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고로 핵심만 딱 짚어서 설명을 하기에 보기에 편했습니다.

장점 3. 쉬운 음성자료

제2 외국어 음성자료는 보통 너무 느리거나, 의미 단위로 끊었을 때 너무 빨리 읽거나, 핵심적이지 않은 부분은 스쳐지나가듯이 읽어서 학습용 자료로는 적합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있으나 마나한 음성자료였다 이 얘기죠.

그런데 이 책에서 제공하는 음성 자료는 한 글자 한 글자 똑바로 읽어주기 때문에 학습 음성자료로 적합한 편입니다. 직접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발음을 또박또박하는 편이라서 듣고 알파벳을 익히기에도 편합니다. 물론 일부 뭉개지는 단어도 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다른 책 자료에 비하면 양반입니다.

단점 1. 너무 많은 러시아 문화 설명

단점이 없을 순 없습니다. 스토리라인과 흥미를 위해서 러시아 문화와 관광지를 나열해 놓은 구성은 이 책의 주요 독자층을 좀 줄인다고 봅니다. 흥미 위주로 러시아어를 가볍게 훑을 독자, 요즘 말로 '푹찍'하는 학습자들에게 적합한 구성이라고 생각이 들었죠. 200페이지 가량 되는 책인데 그중에 대략 1/4이 러시아어 문화 설명과 지역 설명으로 보이니 말 다했죠. 러시아어를 제대로 배우기 위한 기초 학습 자료로는 생각보다 부실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책 앞에서도 "불규칙 동사는 최대한 피했다."같은 말을 언급 했으니 부실함은 어쩔 수가 없다고 봅니다. 핵심만 정리했지만, 부가적인 문법에 대한 내용이 많은 편이 아니라는 거죠.

그렇다고 여행용으로 배우는 학습자들에게 많이 괜찮은 것도 아닙니다. 후반부의 문법 설명이 장벽이 될 수도 있죠. 그래서 이 책을 구매할 때는 러시아어를 배워서 토르플을 딴다 이런 각오로는 절대 사면 안되고, 러시아어 흥미가 있는데 부담 없이 배울 수는 없나 싶을 때 구매하시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단점 2. 단어를 외우기 어려운 구조

거의 모든 제 2 외국어 책의 특징이기도 하고 일부 영어 책에서도 나오는 단점이지만, 단어를 단순히 나열해놓은게 전부인 구성이 좀 마음에 안 들더군요. 단어를 외울 때 매우 불편한 구성입니다. 글씨를 가리고 암기를 하는 타입이라면, 글씨를 가릴 때 한글이 가려지거나, 한글이 보이거나 하는 식으로 애매한 지점이 생깁니다.

그래서 한글과 러시아어 단어를 따로 뭉치로 만들고 구별하여 제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그 점이 단어를 외우기 편하기 때문이죠.

결론, 추천 소비자

전반적으로 양날의 검 같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핵심 표현이 가득하고, 구조 자체가 기초 학습자들에게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또한 부가 자료도 꽤 괜찮은 편입니다.

다만 러시아 문화 설명이 지나칠 정도로 많은 점은 제 입장에서 좀 걸렸습니다. 흥미 위주로 편성하기 위해 문법 설명을 많이 포기했기 때문이죠. 또한 이 책 뿐만 아니라 다른 책에 대한 얘기기도 하지만, 단어를 나열할 때는 외우기 쉬운 구성을 띄었으면 하네요.

그래도 나쁜 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재미를 부추기고 러시아어에 대한 흥미를 불러 일으키기에 아주 적합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책만으로 러시아어의 기초를 전부 닦거나 러시아어 전부를 알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놀면서 공부하기에는' 아주 적합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러시아어를 공부했다는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서적이라고 봅니다.

추천 독자는 '러시아어를 '푹찍'하고 싶은 기초 학습자'입니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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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 캐럴 지음, 최가영 옮김 / 글루온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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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Windows 10에서 작성됐습니다.

이 글은 리뷰어스클럽에서 서평 의뢰를 받아 작성하는 글입니다. 서적을 무료로 제공받았습니다. ​



시대는 바야흐로 과학의 시대다. 정확히 말하면 자연과학이 되시겠다. 모든 문명이 제각기 세상을 설명하는 각자의 방법론을 내놓았으나, 서양에서 발흥한 '과학'이라는 녀석이 온 세상을 휘젓고 다니며 자신의 매력을 뽐내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과학이 자연을 분석하고 수학이란 도구를 이용하여 양화(量化)하는 측면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과학이 진리에 전혀 가깝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진리'와는 조금 거리를 둔다. 내 표현대로 하면 과학은 '실용'이고, 이 책의 표현대로 하면 유용성에 기반한 '시적 자연주의'라고 칭하겠다. 그리고 이런 '시적 자연주의'를 토대로 이 책은 논의를 쭉 진행한다. 기존의 과학사적 측면에서 페러다임이 변화하는 과정, 양자의 세계, 의식부터 철학적 주제까지.





이 책에서 정의하는 '시적 자연주의'란 이러하다. 자연주의는 이 책에 적힌 대로라면 '이 세상은 자연계 단 하나만이 존재한다고 보는 시각'이다. 또한 이 책에서 정의하는 바에 따르면 '시적'이라는 표현은 '한 가지 주제를 다각도로 바라보는 관점'을 의미한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이 세상은 여러 관점이 존재하지만, 우리가 해야할 일은 그중에서 '바람직한 관점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 관점으로 저자는 '시적 자연주의'를 제안한다. 시적 자연주의는 책에 따르면 크게 3가지를 테마로 한다.

1. 세상을 논하는 화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2. 좋은 화법은 서로 일맥상통하며 세상의 모습과 부합한다.

3. 현재 우리의 목적은 가장 바람직한 화법을 찾는 것이다.

여기서 화법은 저자가 언급하진 않았지만, 내가 보기엔 세상을 범주화하는 언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정말 여러 주제가 있고 이 책에서 볼만한 것들이 많았다. 과학사적 페러다임의 변화에서는 우리는 인과관계를 너무나도 입에 자연스럽게 올리지만, 이 채에서 사실 인과라고 부르는건 우리가 갖다 붙이고 이해하려고 노력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 바가 있다. 그리고 여러 과학 이론이 철학과 엮이며 여러 가지 민감한 주제인 도덕을 논하기도 한다. 의식에 대해서도 여러 과학적 얘기를 이른바 '썰'을 풀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정작 이 책을 읽으면서 꽂혔던 것은 책 도입부이다.

생명은 물이나 돌멩이 같은 물질이 아니다. 생명은 활활 타오르는 불이나 넘실대는 파도와 같은 과정이다. 생명의 과정은 시작이 있고 한동안 지속하다가 언젠가 반드시 끝난다.

빅 픽쳐, 3P

이 책은 책 초반부를 상당히 할애하여 인과론적 우주라는 하나의 관점을 깨부수고, 그것이 하나의 관점일 뿐이라는 사실을 다시 명시한다. 우리는 모든 것이 인과로 이뤄진 것처럼 착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우리가 그것을 그렇게 바라보고 이해하기 때문이다.





자연은 단지 시간축에 따라 배열할 뿐,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는 인과관계라는 순서로 무언가를 배열하지 않는다. 인과관계는 단지 무언가를 분석하고, 사유하고, 이해의 틀에 넣고 싶은 인간의 욕심이 낳은 단지 하나의 관점일 뿐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계속 뼈 아프게 상기시켜주고 있다.

여담이지만 나는 여기서 한 발자욱 더 나아가고 싶다. 그래서 자연이라고. 스스로 그렇게 존재하기 때문에 自然이라고. 그리고 스스로 존재하는 대상을 얼기설기 언어로 분절 시켜놓는 것이 인간의 이론이고, 그래서 인간의 이론은 영원히 진리에 맞닿을 수 없다고. 우리가 갖는 언어는 단지 어떤 속성을 스케일화하는 저울이나 자와 같은 측량도구일 뿐이라고.

어쨌거나 이 책은 정말 잘 지은 책이다. 한국어 번역도 꽤 깔끔하게 돼있는 편이고, 여운도 짙다. 그리고 초반부에 던진 질문과 프롤로그에 적힌 내용을 해설하여 무려 500페이지에 해당하는 두꺼운 책 한 권을 잘 꾸려냈다. 과학과 철학을 잘 버무린 서적이며, 그러기에 나는 이 책을 한 번 사보라고 권해보고 싶다.

P,S 서평단 체험 기간이 짧고 배송도 늦게 돼 다는 읽지 못했다. 하지만 정말 잘 짜여진 책이다. 완독하고 난 후 유튜브라도 찍을까 고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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