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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위기론 - 신화와 냉소를 넘어 ㅣ 선인 현대사총서 30
김진환 지음 / 도서출판선인(선인문화사) / 2010년 3월
평점 :
저자의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1990년대 북한은 1970년대부터 쌓여온 내적 위기와 1980년대 후반의 외적 위기라는 총체적 위기에 직면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른바 새로운 ‘선군정치’를 펼쳤고, 이것이 나름의 효과를 발휘해서 2000년대부터 위기를 탈출했다고 저자는 정리했다.
북한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주효했던 선군정치란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우선, ‘선군정치’는 연구자가 붙인 개념어임을 조심해야 한다. 저자는 1990년대 초부터 선군정치가 시작됐다고 ‘평가’한 것이지, 북한 스스로는 ‘선군정치’라는 말을 쓴 적은 없다. 다만, 군을 앞세운 ‘선군’을 강조했을 뿐이며 ‘선군사상’이라는 이데올로기적 명칭이자 공식용어로 등장한 것은 2003년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1990년대 김정일체제의 특징을 ‘선군정치’라고 명명할 때 우리는 여러 연구자들의 ‘의도’를 조심해야 한다. 군을 내세우면서 일인독재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는 냉소하는 자가 있는 반면, 저자처럼 냉소를 넘어 선군정치가 체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여했으며 선군과 동시에 인민의 고통을 줄이려는 여러 경제적 개혁이 동시에 존재했던 ‘병행전략’이었음을 강조할지도 모른다.
어느 쪽 주장이 1990년대 북한을 이해하는 데 더 유용할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북한이 군대를 동원하여 정치와 경제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사실 자체에 주목해보자. 사실 군대는 외부의 적을 막기 위한, 국가안보의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집단이다. 그런 군을 국내적 생산력 증대를 위해 동원했다는 것은 마치 극심한 자연재해에서 군대를 임시방편으로 불가피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선군정치를 이해할 때, 우리는 가장 먼저 북한의 처참한 상황이라는 슬픈 현실을 떠올려야 할 것이다.
저자도 지적했듯이 “군대가 직접 농사를 짓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증산 대책이 될 수는 없”다(469쪽). 또한 선군정치와 체제개혁은 임시적으로 ‘병행’될 수 있지 ‘결합’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1990년대 선군정치가 일시적인 성공을 거두었더라도 북한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지는 못할 것이다.
체제개혁과 체제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북한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저자가 결론에서 제시하듯이, 우선 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 변화함으로써 안보위기가 완화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중국과 베트남과 달리 북한은 언제든지 남한에 ‘흡수통일’될지 모른다는 또다른 거대한 공포가 존재한다. 따라서 북한 지배세력의 체제붕괴라는 공포를 줄여주는 데 남한의 적극적인 제스처도 동시에 필요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