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
가쿠타 미츠요 지음, 박귀영 옮김 / 콤마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내가 좋아하는 깔끔한 표지. 적당히 얇은 두께와 약간 작은 판형이 들고 다니면서 읽기에 적합한 스타일이다. 거기에다 단편이라서 끊어 읽기도 좋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무수한 만약을 통해
평범한 오늘이 내 인생 가장 특별한 날이 된다!

평소에 사람들은 항상 '만약'을 생각한다. 나 역시 '그때 그랬더라면, 그와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그 일을 포기하지 않았더라면'을 끊임없이 생각해 보곤 한다. 지나간 과거는 돌아보지 않는 게 나을까? 그러나 그런 잠깐의 꿈만으로도 행복해진다면 그건 그것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게도 '또 다른 인생'이 있지 않았을까? 지금 이렇게 사는 인생 말고 다른 삶이. 만약 그때 그랬더라면 나는 지금 어떠한 인생을 살고 있을까. 생각해 볼수록 궁금해진다.

이 책에는 '만약'을 꿈꾸는 총 여섯 편의 이야기가 있다. 이 남자와 이혼한다면 어떤 인생이 펼쳐질까 <또 하나의 인생>, 지금 남편을 따라가지 않고 말을 걸어온 다른 남자를 따라갔다면 그 남자와 결혼했을까 <달이 웃는다>, 8년 전 헤어진 목숨처럼 사랑한 그 남자가 불행해지기를 바라는 블로거 이야기 <오늘도 무사태평> 등등..

일상적인 이야기 속에서 '만약'을 떠올리게 하는 다양한 상황들이 담담하게 그려져 있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또 다른 곳의 '나'에게 지금의 나는 행복하다고, 그 때의 그 선택이 최선이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선택하지 않은 '만일'의 삶이 더 행복했을지라도 지금의 나를 사랑하고 만족해야겠지. 그 곳의 나에게 불행해져라 비는 것보다, 지금 내 삶의 매력을 더 찾아봐야겠다.

 

일본소설 특유의 잔잔한 울림과 가쿠다 미쓰요 작가의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책이다. 매번 스릴 넘치는 책만 읽다가 요런 담백한 소설을 읽으니 기분전환도 되고 좋은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에게 말을 건다 - 속초 동아서점 이야기
김영건 지음, 정희우 그림 / 알마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속초에서 30년 넘게 자리를 지켜왔다는 '동아 서점'. 요즘 같은 서점 불황기에 한 서점이 이렇게나 오래 유지되어 왔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대형 온라인 서점이 활개를 치는 시기에 이런 역사 있는 서점이 있다는 것 자체가 책을 사랑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즐거운 소식이다. 사실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속초에 이런 서점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내가 사는 곳 주변에도 이런 서점이 있으면 좋으련만.

솔직히 주변에 서점 찾기가 힘들다. 사람 많은 시내로 나가야지 그나마도 전국에 퍼져 있는 대형 서점들만 눈에 띌 뿐 작은 서점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요새는 워낙 온라인 서점들이 잘 되어 있는 터라 할인을 받고자 한다면 나만 하더라도 온라인 서점을 애용한다.

작가는 아버지의 가업인 서점을 물려 받으면서 처음 꾸려 나가는 낯선 일들에 대한 여러 가지 일들을 담담하게 적어 놓았다.

한때 어릴 적 꿈이 서점주인이었는데. 이 책에서 만난 서점주인이라는 직업은 어려운 듯 하나 즐거워보였다. 기존의 책들을 모두 반품하고 새 책을 그 배로 들여오고 분류하고 진열하는 작업이, 분명 힘들겠지만 나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에 파묻혀 행복할 것 같았다.

목표 맞추기를 위해 마지막 책을 서점주인 부부가 산다는 것이 제일 부러웠다. 사실 목표달성을 초과할 정도로 책이 많이 팔려야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도달하지 못하면 어떠랴. 좋아하는 책을 건질 수 있다면^^

책을 사랑하는 서점주인이 인자하게 웃으며 맞아줄 것 같은 '동아서점'. 속초의 명물로 더욱 유명해져서 대형 서점들 사이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녀에 대하여
아리요시 사와코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녀는 과연 악녀였을까, 아니면 모든 것이 그저 주변 사람들의 선입견이었을까.

어느 화창한 날, 도쿄 빌딩가 뒷골목 새빨간 꽃처럼 추락사한 '사업의 여왕' 도미노코지 기미코.
그녀의 죽음을 둘러싼 각기 다른 27인의 증언.

이 책은 사실 사건이 어떻게 벌어졌고 그녀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가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어릴 적부터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의 그녀 주변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녀를 알아가는 것에 더 중점을 두고 있었다.

오쿠다 히데오 <소문의 여자>가 생각났다. 한 여자를 둘러싼 무성한 소문의 진실. 진실이 무엇인지는 결론짓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는 그녀에 대해 알지 않았을까.

'기미코'라는 여자는 자신의 앞길을 위해 교묘하게 사람들을 현혹시켜 목적을 달성하는 여우같은 여자라고 미리 못박아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그녀의 말들이, 그녀가 한 행동들이 다 거짓이라고 정답을 정해 놓았을 수 있다. 그러나 읽을수록 그녀의 행동에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27인의 증언을 읽었다면 그녀에 대해 간파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마지막 장을 덮어도 끝내 그녀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다. 아무튼 그녀에 대한 주변의 증언들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어떤 이에게는 더없이 착한 사람, 다른 이에게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악한 사람이었다는 것.

나를 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이렇게 다를까. 괜히 내 주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그나저나 그녀의 말버릇 추임새 '어라라'가 왜이렇게 듣기 싫을까..;; 책은 읽는 거라서 들릴 리 없는데 왠지 어떤 느낌인지 들리는 것만 같아 그 단어 자체가 싫었다.

사건에 대한 목격  증언이든, 피해자나 가해자의 주변 관계자들의 인터뷰든 이런 형식의 소설 좋아한다. 이 책도 그런 구성이라 읽기 전에 기대 많이 했는데 역시나 재미 보장이다. 27인의 목소리가 나오니 겹치는 인물들과 장소도 꽤 나온다. 접중해서 읽어야 완전히 이해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구성의 일본소설을 만나서 설레는 독서를 했다. 그녀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궁금해서 손을 놓을 수 없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는 한때 천사였다
카린 지에벨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카린 지에벨 작가를 생각하면 <그림자>, <너는 모른다>가 떠오른다. 항상 읽어야지 생각해 온 위시리스트 중 하나였지만 결국 읽지 못했는데 최근에 나온 이 책 <그는 한때 천사였다>를 먼저 읽게 되었다.

이 작가의 특성이 다른 책에도 이렇게 드러날까? 이 책 한 권만 읽었는데도 이 작가의 다른 책들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심리 스릴러의 대가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확실히 심리적인 부분이 중점이 되고 있었다.


죽기 살기로 노력해서 자수성가한 변호사 '프랑수아'는 뇌종양 판단을 받고 견딜 수 없어, 아내를 버려둔 채 떠돌아 다니게 된다. 그러다가 우연히 히치하이커 '폴'을 만나게 되는데 이 패기 넘치는 젊은 녀석이 수상하다. 어떠한 비밀을 알게 되어 살인청부업자에게 쫓기고 있다고 하질 않나, 금기소지품 총을 가지고 있질 않나.

'프랑수아'는 특유의 사교성으로 들러붙는 '폴'과 함께 위험한 동행을 하게 되는데 갑자기 '페로'라는 사람이 '프랑수아'의 아내 '플로랑스'에게 들이닥쳐 이 둘을 찾게 되면서 긴박한 상황이 전개된다.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 처음 보는 젊은이에게 의지하게 된 '프랑수아'. 평생 함께하기로 한 아내에게는 죽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떠났으면서 믿을 수 없는 사람과 끝까지 동행한 결과는 어땠을까.

불법폐기물 이야기를 실제 있었던 사건과 결부시켜 풀어나갔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나 불법폐기물 문제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으며 무서운 뒷골목 사건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니 씁쓸한 결말이었다.

번역의 문제일까. 너무 직역을 해서 그런지 몰입하는데 방해가 되는 부분이 좀 있었지만 뒤로 갈수록 흡입력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제까지의 작품과는 또 다른 소설을 썼다고 하는데 역시 이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봐야 하겠다. 사탄도 한때는 천사였다고. 그래도 양심이나마 조금은 남아 있는 사탄도 인생의 지옥이 지나가면 다시 천사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상가족놀이 스토리콜렉터 6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로드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야베 미유키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이 작가의 많은 작품을 읽고자 노력했는데 읽었던 작품들은 대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번에 북로드에서 새롭게 출간한 미야베 미유키의 <가상가족놀이>는 2011년에 한국에서 출간되었던 <R.P.G>의 개정판이다. 다행히 <R.P.G>를 읽지 않았던 터라 이번 책은 더 마음놓고 즐길 수 있었다.

인터넷에서 'R.P.G'를 검색해 보면 '역할을 수행하는 놀이를 통해 캐릭터의 성격을 형성하는 일종의 역할놀이'라고 나온다. 이러한 제목에 맞게 이 책에서는 4명의 사람들이 각자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 역할을 맡아 인터넷에서 가상으로 가족놀이를 한 이야기를 다룬다.

현실에서의 외로움을 인터넷에서의 가상가족놀이를 통해 풀고자 했던 4명 중 '아버지'가 살해당한 채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긴박하게 전개된다. '아버지'를 살해한 사람이 '어머니'라고 생각하는 '딸', 외로운 나머지 현실에서의 '아버지'와 실제 함께하고 싶었던 '어머니', 이러한 사실들 모두를 부정한 채 그냥 지켜보는 것 뿐이었다고 말하는 '아들'.

취조실 매직미러 건너편에서 '아버지'의 역할을 했던 도코로다 료스케의 실제 딸 '가즈미'가 이들을 지켜보는 가운데 가상가족놀이를 했던 3명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범인은 누구이며 이들이 가상가족놀이를 시작한 경위는 무엇일까? 어떠한 이유로 이들은 인터넷 속에서 가족놀이라는 것을 했으며 실제 한 번 뿐이었다는 오프모임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책에서의 거의 대부분이 취조실에서 이들이 나누는 대화로 한정되어 있는데 그에 비해 긴장감은 최고이다. 누가 '아버지'를 살해했는지 끝까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가면 누가 범인인지 어느 정도 예상할만 하지만, 그것 이외의 반전이 또 기다리고 있다.

인터넷이 거의 처음 활성화되던 시기에 지어졌는것 같은데 지금은 워낙 인터넷상에서 별별 일이 다 일어나기 때문에 가상의 역할놀이가 그리 색다르게 다가오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현실에서의 욕구 불충분으로 인해 사이버 공간 속에 의지할수 밖에 없는 모습은 충분히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미야베 미유키 여사이니 가독성은 당연히 좋다. 그리고 나는 기본적으로 범죄추리소설을 즐겨 읽기 때문에 이런 스타일을 좋아한다. 살인을 저지른 범인을 이해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화는 났겠다 싶었다.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선 안되기 때문에 가족에 대해 더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그냥 겉으로만 이해하는 척 다정한 척 하는 것이 아니라 투닥투닥 싸우더라도 진정 그 상대의 마음을 알아채 주는 것이 가족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