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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아내가 있다 - 세상에 내 편인 오직 한 사람, 마녀 아내에게 바치는 시인 남편의 미련한 고백
전윤호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5월
평점 :
아내와 나는 만나서 결혼한 지 35년이 훌쩍 넘었다. 아무것도 없던 내게 시집와 이래저래 고생을 많이 했다. 가난하여 단칸방에 살 때도, 어려워 생사를 고민할 때도 한결같이 내 곁을 지켜줬다. 특히 아내는 어려운 시기마다 가장 진실한 조언으로 나를 성장시킨 사람이다.
전혀 다른 배경 속에서 자란 남녀가 만나 부부가 되는 일은 많은 빅뱅과 개벽이 있어야 두 사람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 신혼 초 아내는 남성우월주의에 젖어 있는 내 성질을 맞추느라 인고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서로 맞지 않아 투닥 투닥 싸우기도 하고 말다툼도 있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하루라도 못 보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았던 날들이 있었음을. 힘들어도 좋으니 저 사람 옆에 살게 해달라고 빌었던 날들이 있었음을. 그리고 아프기라도 한 날엔 옆에서 밤새워 지켜줄 사람은 그래도 아내밖에 없음을. 더 훗날 백발이 된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너밖에 없노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옆에 있는 아내밖에 없음을...
이 책은 전윤호 시인의 아내를 위한 시 산문집이다. 부제는 ‘세상 내 편인 오직 한 사람, 마녀 아내에게 바치는 시인 남편의 미련한 고백’이다. 저자에게는 자신의 상처와 못난 결점들을 무한히 감싸준, 그래서 그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는 아내가 있다. 그동안 출간된 저자의 시집들에서 아내를 위해 쓴 시 53편을 모아 각각의 작품에 남편으로서 가지는 애잔하고 애틋한 마음을 산문으로 덧붙였다.
부부들이 일상에서 희로애락을 버무리는 과정은 다들 비슷하다. 어느 날은 생활의 무게를 두고 티격태격하다 어느 날에는 자식 문제로 고민을 나눈다. 어느 날에는 등을 돌리고 잠을 자다 어느 날에는 서로 극진히 아끼는 마음이 샘솟는다. 켜켜이 쌓여가는 먼지처럼 세상의 부부들은 서로 의지하며 오늘을 또 살아낸다.
저자는 시와 산문을 통해 아내의 고된 삶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또 아내에게 평소 미안하고 고마웠던 마음을 부끄럽게 내비친다. 저자의 고백에는 온갖 화려한 연애편지보다 더 진한 애정이 배어 있다. 글과 어우러지는 흑백의 연필 그림은 감동을 극대화한다.
저자에게는 어린 시절 일찍 엄마와 헤어진 상처가 있다. 그가 아내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엄마의 부재에서 오는 근원적인 외로움과 쓸쓸함이 묻어난다. 그런 결점을 무한히 감싸준 아내의 고된 삶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며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요즘 내가 좋아하는 구절이 ‘사랑은 이별함으로써 완성된다.’는 말인데, 고로 아내와 나는 아직 진행 중이고 발전 중인 사랑을 하는 셈이다. 같이 누워 연속극을 보다가 하나는 등 돌리고 자고 하나는 불면의 밤을 지새우는 요즘도 우리는 틀림없는 연인이다.”(p.6)고 했다. 저자의 말은 책을 읽는 많은 아내 독자들의 가슴을 뜨겁게 적실 듯하다.
이 책은 남편과 아내가 마음으로 마주하는 시간을 갖는 매개체가 될 수 있게 하며, 그리하여 남편은 아내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아내는 남편의 뻣뻣한 손을 잡아주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남편과 아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나에겐 아내가 있다/ 전윤호/ 세종서적/ 2015. 5.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