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집은 켄타 별 리틀씨앤톡 모두의 동화 12
윤혜숙 지음, 윤태규 그림 / 리틀씨앤톡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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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집은 켄타별>



 


아무도 날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아 들고, 가장 가까운 가족마저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을 때......어떤 기분이죠?


이 소설집의 주인공들은 저마다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모두 '외로움'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 두 편 <조는 도서관>과 <박물관 아이>에는 좋은 환경에서 극성인 엄마의 케어를 받으며 살아가는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요.

다음 두 편 <척척박사 도비>와 <내 친구 집은 켄타 별>에는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나옵니다.



<조는 도서관>의 주인공은 눈뜨자마자 엄마가 갈아준 브로콜리 주스를 마시고, 체력관리를 위해 러닝머신을 뛰어야 하죠. 게다가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원순례가 시작되는데, 학원스케줄도 엄마가 짜준대로이고, 심지어 학원 동선도 엄마의 문자로 통제됩니다. 그야말로 '관리'받는 아이인셈이죠. 스카이 대학에 진학해서 돈 많이 벌어야 행복해진다는 엄마의 신념에 끼워맞춰 살아가는 아이의 소원은 다름 아닌 실컷 잠을 자는 것입니다.




두 아이들은 각각 피아노를 칠 때, 그림을 그릴 때 행복감을 느끼지만, 꿈을 쫓아 사는 일이 허락되지 않습니다.

 

두 아이 모두 괴로운 현실을 뒤로하고 상상의 세계를 그리는데요. '조는 도서관'에서 주인공은 그 동안 밀린 잠을 몰아자며 평안함을 느끼고, 읽고 싶은 책도 마음껏 읽어보는 호사를 누립니다. 두번째 소설 속 주인공은 조선시대 화가 김홍도를 만나 그림을 그리는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화가의 열정을 느껴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꿈이 너무 막연했고, 현실의 도피처일 수도 있었다는 깊은 깨달음을 얻게 되지요.





다른 두편의 주인공들은 가난, 부모님의 부재 때문에 소외된 아이들입니다.


<척척박사 도비>의 주인공은 철거예정지 비닐 하우스에서 살아가고, 이 때문에 반 친구에게 놀림을 당합니다. 게다가 컴퓨터를 쓸 수 없어 숙제를 못해가고 속이 상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바로 그 때 도비를 만나 풀에 대한 소상한 정보를 듣게 되고, 도비가 알려준 내용에 그림을 더해 제출한 과제로 큰 칭찬을 받게 됩니다.


<내 친구 집은 켄타 별>의 주인공도 부모님의 돌봄을 받지 못하고 혼자 시간을 보내다 켄타별에서 온 외계인이라고 생각하는 아이와 놀이터 친구가 됩니다.

주인공은 친구 덕분에 외로움을 잊고, 누군가를 믿고, 도와주는 소통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지요.



아이들은 누군가의 손길을 느끼고, 보살핌을 받으며 자신을 발견하고, 꿈을 찾아가게 됩니다.


서로 다른 환경의 아이들을 배치시킴으로써 외로움의 문제가 환경에서 오는 것이 아님을 알게 하고, 관심과 사랑은 모든 아동들에게 필요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 내 말을 들어 주고 내 편인 친구를 갖는 건 정말 근사한 일이에요.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 주는 건 더 멋진 일이고요.

어때요, 지금 해 볼래요?"




지치고, 외로운 주인공들에게 손 내민 친구들!


힘들고 지친 아이가 숨통이 트이게 도와주기도 하고,

꿈을 향해 가는 일이 어떤 것인지 깨닫게 만들어주고,

가난한 환경에서도 꿈을 향해 전진하도록 도와주고,

서로의 외로움을 눈치채고 안아주는 친구, 그런 친구





저자가 책 속에 그린 네 명 친구들의 따뜻한 모습입니다.



필요한 건 거의 갖춰져 있는 환경의 아이들이나 무엇하나 제대로 된 게 없는 상황의 아이들 모두 마음 속에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지 모릅니다.


저자의 이야기처럼 아이들이 서로에게 '친구'가 되어 주면서 온기를 나누는 걸 희망하는 마음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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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족 앨범 상상놀이터 9
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엘런 바이어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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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족 앨범>



 


매일의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갈망하는 가치는 무엇일까요?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이 고되어도 버텨내고, 또 더 나은 삶을 목표로 달려나갈 수 있는 건 바로 '행복'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이유도, 어른들이 돈을 많이 벌려고 노력하는 이유도 모두 종국에는 행복하기 위해서이지요.


행복이란? '삶에 만족하여 더없이 기쁘고 즐거운 상태' 라고 사전에 기록되어 있어요.



사람마다 각기 꿈꾸는 행복의 모습은 다르지만, 우리는 모두 '삶에 만족'하고, '더 없이 기쁘고 즐거운' 상태로 살아가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행복한 가족 앨범>은 버지니아 블루힐이란 곳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네 명의 가족들의 일상 기록이 담겨있는 책인데요.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이 순서로 계절마다 한 가지씩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습니다.


여름엔 떠돌이 개를 집에 데려와 기르면서 돌본의 기쁨을 느끼고, 가족간에 서로 가까워지게 되고요.


가을에는 아버지와 막내아들 둘이서 시월의 호수로 떠나는 낚시 여행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집니다.


겨울에는 눈이 잘 오지 않는 지역에 갑작스레 폭설이 내리며 고립되고, 선생님 식구들과 함께 잊지못할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어요.


마지막 봄에는 어머니의 날을 맞이하여 엄마에게 의미있는 선물을 하고 싶은 막내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사계절의 이야기는 모두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한 부분들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습니다.


복잡한 도심 한복판에서 홀로 고요한 음악을 듣는 듯한 기분, 간이 약한 담백한 음식을 먹는 느낌이 들었어요.


강하고,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이라면 무척 심심한 맛으로 느껴질 정도로  말이죠.


이야기, 드라마, 영화, 게임 등 장르를 불문하고 강렬하고 자극적인 이야기들로 가득한 세상입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에 익숙해질수록, 우리는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 쪽으로 변해가고 있고요.


선호에 문제일 수도 있지만, 지금 우리가 지나치게 한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거에요. 



가족 그리고 반려견과 나누는 우정과 사랑, 아빠와 아들이 적막한 호수에서 낚시를 하며 느끼는 교감, 잘 몰라서 두려운 마음이 들지만, 마음을 열고 다가섰을 때 충만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이웃과의 관계, 누군가를 기쁘게 하고 싶은 보석같은 마음........


작가가 그려낸 이런 감정과 모습들은 우리가 쉽게 빠져들고, 강하게 중독되는 삶의 모습들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매일 매일 최고의 감정상태에 머물며, 자기가 원하는 완벽한 시나리오대로 인생이 펼쳐지는 기적이 우리 삶에 재현될 가능성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행복한 삶이라고 떠올리는 이미지들은 희박한 가능성을 가진 일이 대부분이고요.


그래서 행복한 삶을 살고 싶지만, 대부분 그런 인생의 기쁨을 누리는 이들이 드문 것인지 모릅니다.



천천히, 작가가 묘사한 자연풍경과 사람들의 작은 기쁨을 헤아리며 구절들을 읽어 가다보면 깨닫게 됩니다.


지금 옆에 있는 사람과 보내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 '행복'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요.



부디 그냥 흘려보내고, 놓치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아이의 눈빛에 담긴 다정함을 알아챌 여유와 서툰 글자체로 건네준 편지에 얼마나 귀한 마음이 담겼는지 짐작하는 따뜻함을 간직하고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해봅니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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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동 명탐정 바다로 간 달팽이 21
정명섭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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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동 명탐정>



추리소설은 워낙 흡입력이 좋아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가 힘들만큼 중독성이 강한 장르입니다.


고전명작들의 저자나 주인공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며 책을 탐독하는 건 어렵지만,


추리소설의 탐정이 되어 사건의 실마리를 찾고, 범인을 색출하는 과정은 애쓰지 않아도 쉽게 빠져들기 마련이지요.


이렇게 재미있는 추리소설, 그런데 아이들에게 권해줄 만한 마땅한 책이 부족하지 않나 싶은데요.


셜록 홈즈로 대변되는 유명 탐정들은 외국 문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낯선 것이 사실이고, 또 범죄가 소설을 이끄는 중심장치이다 보니 아이들이 볼만한 추리물을 고르는 일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에요.


그런데 청소년문학을 표방한 우리작가의 책이 출판되어 이런 답답함을 해결해주고 있네요.




<개봉동 명탐정>


작가의 페르소나라고 밝히고 있는 민준혁 탐정과 중학생 조수 상태가 주인공인 토종 추리 문학.


<지켜주는 자의 목소리>, <불타는 교실>, <리얼리티 쇼> 이렇게 3개의 에피소드를 모아놓은 소설입니다.



<지켜주는 자의 목소리>는 인터넷 비밀 카페에 빠진 아이들을 구출해내는 이야기입니다.


어느날 공부 잘하고, 착한 아들이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며 준혁 탐정에게 상황을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오지요. 상태의 해킹실력으로 사령카페의 실체를 알아가고, 카페의 주인 블레이드가 아이들을 이용하고, 범죄에까지 끌어들이는 나쁜 인간이라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그런데 아이들을 구출하려 만난 자리에서 준혁 탐정은 아이들 중 한 명에게 칼에 찔리게 되는데요. 이렇게 주인공이 빨리 죽게 되나? 하고 생각한 순간 이 모든 일이 탐정이 미리 계획했던 시나리오였다는 사실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됩니다.


<불타는 교실>은 탐정의 조수 상태가 다니는 학교에서 폭탄이 터지고, 상태가 범인으로 지목돼 쫓기는 이야기입니다.


앞 이야기에서는 상태가 화자였는데, 이번 이야기는 준혁 탐정이 자신을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어요.

상태와는 탐정과 조수로 함께 일을 해왔지만, 사실 탐정은 상태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었지요. 그렇지만 상태가 범인이 아니라는 심증을 가지고, 상태의 누명을 벗기려는 시도를 하게 됩니다. 사건의 큰 줄기는 그렇지만 왕따 문제, 학교 폭력, 불평등 문제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비판도 하고 있습니다. 상태가 왜 범인으로 몰리게 되었는지 이유를 추적하면서 개인의 문제보다 좀 더 복잡한 사회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거든요.  세련되지도 못하고, 믿음직스럽지도 않은 탐정이지만 결국 경찰도 해결하지 못한 이번 사건도 멋지게 해결하고, 상태는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되네요.



마지막 <리얼리티 쇼>는 무인도에 참가자들을 모아놓고 문제를 풀게하는 리얼리티 TV쇼에 초대된 탐정과 상태의 이야기입니다.


사건을 잘 해결하면 상금도 탈 수 있고, 셜로키언의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될 거란 판단에서 둘은 단박에 출연을 결심하게 되지요. 하지만 조금 지나지 않아 tv쇼의 실체가 드러나 충격에 휩싸이게 됩니다. 초대자들 중에는 미해결 살인 사건의 실제 용의자들이 있었고, 탐정팀이 용의자팀을 조사하며 사건의 범인을 색출해야 해야 하는 거였죠. 완벽하게 살인사건 현장을 재현해 놓은 컨테이너를 살펴보고, 용의자 한 명씩 심문하는 과정, 그리고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한 탐정팀 내부의 견제까지....... 이야기의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고, 독자의 궁금증도 차츰 더 커지게 됩니다.


섬을 나가야 되는 날까지도 사건은 풀리지 않지만 마지막 순간에 놀랄만한 반전과 함께 마침내 범인이 드러납니다.




세 편 모두 조각난 단서들을 가지고, 퍼즐을 완성하듯 문제를 해결해가는 추리소설의 긴장과 스릴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특히 주인공들이 천재적 두뇌와 뛰어난 실력으로 무장한 범접하기 힘든 캐릭터가 아니어서 더 친근함을 느낄 수 있었고요.


제목도 정감있는 '개봉동 명탐정'이잖아요....




딸아이는 사건을 만들고, 연결고리가 될만한 장치들을 구상하는 작가의 재주가 너무 대단하고, 부럽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탐정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가에만 초점을 맞추었는데, 딸은 한 단계 더 올라가 창작자가 추리소설의 알고리즘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고민했다는 사실에 놀랐네요.


마지막 장을 넘기며 아쉬운 목소리로 개봉동 명탐정 2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작가가 자신의 분신인 민준혁이 계속 활약할 수 있도록 따듯한 격려와 응원을 보내달라고 남겨놓았는데요.


기다리는 독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힘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우리 주변의 일상, 사건, 사고들이 작가의 손을 거쳐 또 어떤 미스터리한 이야기로 재탄생할지 기대해 봅니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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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라임오렌지나무
J.M. 바스콘셀로스 원작, 이희재 만화 / 양철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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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어린 시절 읽었던 책들 가운데서 아직도 이름이 기억나는 손에 꼽히는 책들 중 하나가 바로 이 책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입니다.


추억 속 그 책이 만화 버전으로 출판되어 아이 손에도 들려지게 되었어요.


처음 책을 보고는 선뜻 손이 가지 않더라고요.


막 사춘기에 접어들 시기, 감수성이 충만한 때에 만났던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는 '눈물', '슬픔'으로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표지와 제목만 보고도 그 때의 감정이 치밀어 올라 딸아이가 다 읽고 나서야 책장을 넘겨 보았습니다.


아무 사전정보 없던 딸아이는 만화책이라는게 마음에 들어서인지 단숨에 읽어나가는데, 뒤통수에 대고 한마디를 해줬죠.


"그거 엄청 슬퍼, 눈물이 많이 날 거야"


그리고 읽는 중간 중간 계속 "우는거야?" 라고 물으며 아이의 상태를 지켜보았어요.


지금 딸아이의 나이에 엄마가 느꼈던 슬픔의 무게가 너무 커서 자칫 아이 또한 그럴까 걱정이 되어서요.


하지만 염려와 달리 아이는 시크하게 "마지막에 눈물이 나더라" 하며 책장을 덮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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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와의 세대차이를 확인하며 수십년이 지나 다시 만나게 된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그렇게 읽기 시작했습니다.




만화로 표현된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다시 읽는 일은 여러가지 점에서 어린 시절 소설로 읽었던 것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더라고요.


먼저 주인공 제제의 외모를 보면서 깜짝 놀라게 되었지요.


라임 오렌지 나무와 대화하며 슬픔을 나누었던 제제를 여리고, 약한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희재의 이번 책에서는 장난 악마가 씌었다며 집에서 뿐만 아니라 동네에서도 골칫덩어리 취급당하는 주인공 제제가 잿빛 피부에 못말리는 꼬마 악동으로 그려져 있거든요.


그리고 너무 어려 아직 학교에도 들어가지 못할 꼬맹이가 그렇게도 심한 매질과 학대를 당하는 것을 그림으로 보니 더욱 참담한 기분이 들었어요.


이처럼 이미지의 힘은 매우 커서 활자로 읽을 때보다 제제에게 더 빠르고, 깊게 감정이입이 되더라고요.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도 저보다 어린 동생과 놀아주고, 먹을 걸 챙기는 기특한 모습을 보이고,


맨날 빈꽃병을 바라보는 선생님이 안쓰러워 꽃을 선물하려는 마음을 먹는 걸 보면서는


제제가 얼마나 놀랍고, 사랑스러운 아이인지 깨닫게 됩니다.




어리고, 가난하고, 사랑받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이지만 아이는 마음 한 구석의 따뜻한 심성을 잃지 않고, 당차고 똘똘한 모습까지 보여줍니다.


제제를 진심으로 대하고, 가까워진 몇 안되는 사람들- 글로리아 누나, 거리 악사 그리고 뽀르뚜가 아저씨- 만이 제제안에 숨겨진 보석들을 발견합니다.


어렸을 때는 제제와 라임 오렌지 나무의 우정만이 눈에 들어왔는데, 이제는 제제 곁을 지켜준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마음이 끌리네요.



물론 가난과 학대로 몸도 마음도 상해 있을 때, 밍기뉴가 제제의 영혼을 어루만져 준 것이 사실이지만,


제제가 굶은 배의 허기를 채우고, 자신이 원하는 걸 해 볼 기회를 얻고, 깊은 위로의 포옹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모두 제제 곁에 있었던 따뜻한 마음의 사람들 덕분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이제는 라임 오렌지 나무가 잘렸을 때가 아니라 제제가 뽀르뚜가 아저씨의 죽음을 확인하게 되었을 때, 어른이 된 제제가 어린시절 철이 일찍 든 자신을 회고하는 장면에서 눈시울을 붉히게 됩니다.



그래서 같은 책을 시간을 두고 여러번 읽어야 한다고 하는가 봅니다. 열 두 살의 나와 마흔 줄의 나는 그 동안 변한 외모만큼이나 달라져서, 책에서 얻는 감동과 여운 역시 사뭇 달라진 걸 느끼게 됩니다.


부모라는 프리즘을 통해 보면 아이를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아이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제제를 그냥 못말리는 악동, 더없는 장난꾸러기 취급만 했다면 제제가 따뜻한 심성을 가지고 다른 아이를 돌보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거든요.

제제의 숨겨진 고운 심성을 발견하고, 칭찬하고, 감동했던 사람들이 제제를 어루만져주지 않았다면 제제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걸 즐거움으로 사는 망나니로 자라지 않았을까요?


자신처럼 부모에게 두들겨 맞고, 배고픈 아이를 찾아 위로하며 빵을 사먹이는 제제의 모습을 보면서


아직 완성되지 않은 아이들의 미래를  속단하는 일은 정말 위험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처참했던 유년의 기억을 뒤로하고 멋진 인생을 살아가는 제제의 인생역전 스토리를 보며 아이를 어떻게 길러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지혜를 얻게 됩니다.




12살 나이에 만난 제제가 어린 인생에 선물을 안겨주고,


세월이 흘러 또 다시 새로운 선물을 안겨줍니다.



아이들에게만 읽힐 일이 아니라 엄마도 아빠도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전에 몰랐던 숨은 보석들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실 거에요.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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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 담푸스 세계 명작 동화 4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키아라 피카렐리 그림, 김하은 옮김 / 담푸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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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



문학사의 거장 톨스토이의 짧은 이야기에 그림이 더해진 명작동화입니다.


특이하게도 이 작품은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전작을 톨스토이가 다시 쓴 작품이라고 하네요.


책을 읽어보면 왜 뛰어난 작가들이 계속 관심을 가졌는지 알게 되실 거에요.





 


이야기는 가난한 어부의 부인 잔나의 시점에서 시작합니다.


홀로 세 아이를 챙기고, 가사일을 하면서도 잔나는 오로지 한 가지 생각 뿐입니다.


남편의 무사귀환.


아이들과 바다를 바라보면서도 요동치는 파도 소리에 민감해지고, 빨래를 널면서 불어오는 바람소리도 예사롭게 넘기지 못합니다.


먹여살려야 하는 식구들과 가난 때문에 남편은 폭풍우가 치는 날에도 바다에 나가야 했고, 쉬지 않고 일해야 하는 것이었지요.


문제는 이렇게 열심히 살아도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에요.

잔나는 남편이 이웃들의 남편처럼 혹여 돌아오지 못할까 매일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가난하지만 부부는 서로 사랑하며 시간을 함께해 왔네요.


먹구름 때문에 온통 시커먼 하늘과 검은 빛의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 장면과 대조적으로 잔나의 집은 촛불 하나로도 온기가 느껴집니다.


잔나가 뺨에 대고 있는 건 아마 남편의 옷가지이겠죠?


남편과 다른 공간에 있지만 잔나의 마음은 남편과 함께입니다.





폭풍우에 남편이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 그리고 그렇게 남편을 잃은 옆집 여자.........잔나의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그녀는 아무도 돌보는 이 없는 이웃을 찾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죽어있는 옆집 여자를 발견하게 되지요.

곁에는 이불도 없이 옷가지를 덮고 있는 두 아이들만 덩그러니 남아 있습니다.


잔나는 조금의 지체함도 없이 한 명 씩 업고서 자신의 집으로 데려옵니다. 우유를 먹이고, 자신에 침대에 눕히고 나서야 현실감을 찾게 되고요.


가난한 집에 식구를 더했으니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 부터 남편이 화를 내면 어떡할까? 라는 걱정과 불안감.


그러다 결국 남편이 돌아오지 않는 다면 다섯 아이들과 정말 살 수 있을까라는 막막한 마음도 생깁니다.


그 때 잔나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성호를 긋고 기도하는 일 뿐이었죠.


"하느님, 제발 남편을 지켜 주세요."

 


그 때 어렴풋이 발소리가 들리고 찢긴 그물을 들고 남편이 돌아오게 됩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난 후, 잔나는 조심스레 이웃집 여자의 죽음을 알리고 남겨진 아이들 이야기를 꺼내죠.


그리고 어부의 입에서는 예상치 못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이들을 일단 우리 집에 데려옵시다. 그 다음엔 어떻게든 또 되겠지.

여보, 어서 가서 아이들을 데려옵시다."


 



가난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는 극한의 상황입니다.


끼니를 때우기 어려워 목숨이 위태로운 날씨에도 나가 일하는 어부와 잔나의 식구들은 생존의 욕구와 안전의 욕구 모두 위협받는 처절한 상황인 것이죠.



이런 상황이라면 인간성은 위태로워 지기 마련입니다. 내가 살기도 힘들고, 게다가 내가 책임져야 할 아이들도 있는 상황에서는 더 말할나위 없고요.


하지만, 잔나는 자신의 상황에서는 도무지 행동에 옮기기 힘든 일을 하는데요.


남편의 생사가 불분명한 가운데서도 아픈 이웃을 떠올리고, 돌보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일순간 고아가 된 그 집 아이들을 망설임없이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지요.


남편이 돌아온 후 어떻게 될까? 고민하는 잔나의 모습을 보면 이 모든 것이 이것저것 따지고, 고민한 끝에 행동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남편 역시 찢어진 그물을 들고 돌아온 걸 보면 물고기를 많이 낚지 못했을 거란 걸 예상할 수 있어요.


계속되는 가난의 굴레 속에서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 그런 막막한 상황인데도 아내의 말을 듣고는 아이들을 데려오자는 결정을 내렸던 거에요.



풍요롭고, 부요할 때는 누구나 너그러운 행동을 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반대의 상황에서 게다가 실날같은 희망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인간성의 발현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지요.


어부와 그의 아내 잔나의 행동을 보고 감동하게 되는 이유는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속지 첫 페이지를 장식했던 어부의 다섯 식구 사진이, 책 마지막 장에는 이웃의 아이 두 명을 포함한 일곱 식구의 사진으로 바뀌어 채워집니다.



옷차림도 표정도 전혀 달라지지 않고, 다만 두 명의 아이들만 더해졌을 뿐입니다.


아무것도 변한 것 없는 어부의 식구들의 모습은 여전히 가난한 형편이고, 앞으로 더 나아질리 없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부와 아내는 두 아이를 품었고, 마지막 사진에서 오래도록 시선을 떼지 못하게 되네요.



어부가 칠흙같이 어두운 망망대해에 배를 띄우고 그물을 던지는 일,


어부의 아내가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면서 남편을 위해 기도하는 일,


그리고 자신들의 형편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음에도 두 아이들을 거둔 일.



어부와 아내를 보면서 사람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극한의 상황에 매몰되지 않고 인간성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숭고한 일인지 깨닫게 됩니다.




<우리 모두는 살아야 합니다>


검은 먹구름들 사이로 밝은 빛의 태양이 솟아 오르는 마지막 장면의 글귀입니다.




어떤 선택을 했든 어부와 아내의 삶에는 매일의 태양이 떠오르겠죠.


그리고 햇빛 찬란한 영광의 날이나 먹구름 가득한 슬픈 날에도 그들은 여전히 한결같이 잘 살아낼 거란 걸 알 수 있습니다.



위고와 톨스토이가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가난하지만 가난하지 않은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삶의 태도와 자세로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답을 얻으셨으면 좋겠네요.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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