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동 명탐정 바다로 간 달팽이 21
정명섭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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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동 명탐정>



추리소설은 워낙 흡입력이 좋아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가 힘들만큼 중독성이 강한 장르입니다.


고전명작들의 저자나 주인공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며 책을 탐독하는 건 어렵지만,


추리소설의 탐정이 되어 사건의 실마리를 찾고, 범인을 색출하는 과정은 애쓰지 않아도 쉽게 빠져들기 마련이지요.


이렇게 재미있는 추리소설, 그런데 아이들에게 권해줄 만한 마땅한 책이 부족하지 않나 싶은데요.


셜록 홈즈로 대변되는 유명 탐정들은 외국 문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낯선 것이 사실이고, 또 범죄가 소설을 이끄는 중심장치이다 보니 아이들이 볼만한 추리물을 고르는 일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에요.


그런데 청소년문학을 표방한 우리작가의 책이 출판되어 이런 답답함을 해결해주고 있네요.




<개봉동 명탐정>


작가의 페르소나라고 밝히고 있는 민준혁 탐정과 중학생 조수 상태가 주인공인 토종 추리 문학.


<지켜주는 자의 목소리>, <불타는 교실>, <리얼리티 쇼> 이렇게 3개의 에피소드를 모아놓은 소설입니다.



<지켜주는 자의 목소리>는 인터넷 비밀 카페에 빠진 아이들을 구출해내는 이야기입니다.


어느날 공부 잘하고, 착한 아들이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며 준혁 탐정에게 상황을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오지요. 상태의 해킹실력으로 사령카페의 실체를 알아가고, 카페의 주인 블레이드가 아이들을 이용하고, 범죄에까지 끌어들이는 나쁜 인간이라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그런데 아이들을 구출하려 만난 자리에서 준혁 탐정은 아이들 중 한 명에게 칼에 찔리게 되는데요. 이렇게 주인공이 빨리 죽게 되나? 하고 생각한 순간 이 모든 일이 탐정이 미리 계획했던 시나리오였다는 사실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됩니다.


<불타는 교실>은 탐정의 조수 상태가 다니는 학교에서 폭탄이 터지고, 상태가 범인으로 지목돼 쫓기는 이야기입니다.


앞 이야기에서는 상태가 화자였는데, 이번 이야기는 준혁 탐정이 자신을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어요.

상태와는 탐정과 조수로 함께 일을 해왔지만, 사실 탐정은 상태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었지요. 그렇지만 상태가 범인이 아니라는 심증을 가지고, 상태의 누명을 벗기려는 시도를 하게 됩니다. 사건의 큰 줄기는 그렇지만 왕따 문제, 학교 폭력, 불평등 문제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비판도 하고 있습니다. 상태가 왜 범인으로 몰리게 되었는지 이유를 추적하면서 개인의 문제보다 좀 더 복잡한 사회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거든요.  세련되지도 못하고, 믿음직스럽지도 않은 탐정이지만 결국 경찰도 해결하지 못한 이번 사건도 멋지게 해결하고, 상태는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되네요.



마지막 <리얼리티 쇼>는 무인도에 참가자들을 모아놓고 문제를 풀게하는 리얼리티 TV쇼에 초대된 탐정과 상태의 이야기입니다.


사건을 잘 해결하면 상금도 탈 수 있고, 셜로키언의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될 거란 판단에서 둘은 단박에 출연을 결심하게 되지요. 하지만 조금 지나지 않아 tv쇼의 실체가 드러나 충격에 휩싸이게 됩니다. 초대자들 중에는 미해결 살인 사건의 실제 용의자들이 있었고, 탐정팀이 용의자팀을 조사하며 사건의 범인을 색출해야 해야 하는 거였죠. 완벽하게 살인사건 현장을 재현해 놓은 컨테이너를 살펴보고, 용의자 한 명씩 심문하는 과정, 그리고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한 탐정팀 내부의 견제까지....... 이야기의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고, 독자의 궁금증도 차츰 더 커지게 됩니다.


섬을 나가야 되는 날까지도 사건은 풀리지 않지만 마지막 순간에 놀랄만한 반전과 함께 마침내 범인이 드러납니다.




세 편 모두 조각난 단서들을 가지고, 퍼즐을 완성하듯 문제를 해결해가는 추리소설의 긴장과 스릴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특히 주인공들이 천재적 두뇌와 뛰어난 실력으로 무장한 범접하기 힘든 캐릭터가 아니어서 더 친근함을 느낄 수 있었고요.


제목도 정감있는 '개봉동 명탐정'이잖아요....




딸아이는 사건을 만들고, 연결고리가 될만한 장치들을 구상하는 작가의 재주가 너무 대단하고, 부럽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탐정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가에만 초점을 맞추었는데, 딸은 한 단계 더 올라가 창작자가 추리소설의 알고리즘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고민했다는 사실에 놀랐네요.


마지막 장을 넘기며 아쉬운 목소리로 개봉동 명탐정 2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작가가 자신의 분신인 민준혁이 계속 활약할 수 있도록 따듯한 격려와 응원을 보내달라고 남겨놓았는데요.


기다리는 독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힘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우리 주변의 일상, 사건, 사고들이 작가의 손을 거쳐 또 어떤 미스터리한 이야기로 재탄생할지 기대해 봅니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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