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에 봄이 무르익으면 맨발로 걸으리라'

  

     산이라기엔 낮은 반월성 둔덕을 오르내리며 늘 가던 오솔길을 따라가니 억새잎들이 내 키만

   큼 자라서 시야를 가린다.

  

     늘 그렇듯이 월성에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상수리 나무 숲에 앉아 있다가 왕궁터를 나선다.

 

     반월성을 경계짓는 둔덕을 따라가니 아래로 남천이 보인다.

 

 

 

      구불구불한 소나무들이 하늘을 가린 계림. 

      개울소리를 들으며 금궤가 걸린 소나무가 어느 나무였을까?  궁금해졌다.

 

      계림을 나오니 월성 둔덕이 보이길래 걸어가 본다. 안내판을 보니 초승달처럼 휘어있다. 둔 

    덕 바깥쪽의 길을 따라 걷다보니 숲이 나온다. 드리워진 나뭇가지들 사이로 맑은 하늘이 보이

    고 햇빛이 내리쬔다. 새벽 안개가 내렸을 때 걸어도 좋겠구나. 내일 새벽에 다시 와야겠다.

    고향에서 학교 다닐 때, 상강 무렵 쌩한 바람을 맞으며 서리가 내린 길을 걸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만큼의 상쾌함은 아니겠지만 여기에서 새벽의 상쾌함을 느끼고 싶었다.

 

       좀더 일찍 나왔어야 하는데 때를 놓쳤다. 이미 해가 떠올라 공기의 상쾌함은 조금 덜했지만

      아침 햇빛의 신선함이 좋다.

   

 

 

 

 

 

 

     월성에 와서 관광객들은 "아무 것도 없네"하고 발길을 돌리지만 비어 있기에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 신랑 왕궁터를 나는 즐겨 산책한다.

 

 

      작가의 말처럼 이 곳은 비어있는 아름다움이 있다. 비어있는 왕궁터, 사라진 궁궐들이 어떤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사람들의 발길을 저절로 불러들일 것 같다.

 

      도심에 이런 곳이 있다니 이곳 사람들에게는 행운이 아닐까? 

 

      벚꽃 만개한 봄도 아니고 단풍이 화려한 가을도 아닌 어정쩡한 때라서인지 관광객들이 많지

    않아서 낮에도 한가로이 편히 걸을 수 있었다. 경주에 다시 온다면 아마도 이날 아침 때문인지

    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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