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오거리에서 내려 순천향병원을 지나서 이태원으로 간다. 병원을 지나니 길이 꺾이면서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경사가 심하다. 오르막의 꼭대기는 아래로 지하차도를, 양 옆으로 계단

    을 만들었다.계단을 다 오르니, 정면에 알록달록한 외관의 호텔이 보인다.  이태원으로 내

    려가다 커피숍에 들어갔다. 주문을 하고 앉았는데, 뒤에 히잡을 쓴 사람들이 있었다. 외국인이

    겠거니 했는데 아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었다. 이래서 이태원인가.....

 

 

     92.

       이태원이라는 이름의 역사는 놀랄 만큼 참혹하다. 이태원梨泰院이라는 이름은 조선 효종 때

    이곳에 큰 배나무 숲은 만들었다는 이유로 불리게 된 것이지만, 원래는 조선 시대 공무 여행자

    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던 여관이 있던 지역으로 알려져 있었다. 임진왜란 때는 이곳에서 왜군

    에 의한 치욕이 있었다고 한다. 이곳의 또다른 이름이 이태원異胎圓이라는 믿기 힘든 이름이

    었다는 것은 참혹한 역사를 암시한다. 왜군들이 이 지역에 있었던 절 운종사에서 비구니들에

    게 성적 폭력을 가했다는 사실. 근대 초기에는 일본인 전용 거주 지역이 조성되어 異他人이라

    는 이름도 갖게 되었으니, 이방의 문화라는 특색은 일찍감치 시작되었다.

 

      너의 이름은 뼈아픈 비밀과 같고, 나는 결코 '너'라는 단 하나의 이름에 닿을 수 없

    다. 너의 영혼과 삶을 정확하게 요약하는 이름은 없다. 이름은 불가능하지만, 또한 불

    가피하다. 너에게 꼭 어울리는 이름은 없다.

   

      

 

   "이태원터"라는 표지석은 이태원이 아니라 해방촌 끝자락 용산고등학교 정문에 있었다. 이태

   원터가 그렇게 넓지는 않았을 것 같고, 나중에 옮겨진 것이 아닌가싶다.  

 

   96.

       국가의 안과 밖이 전도된 이 장소에서 한국인은 다만 여행객일 뿐이다. 한국인을 여행객으

     로 만드는 이 기이한 공간을 소비하려는 한국인들로 이곳은 언제나 넘쳐난다.

 

   98.  

        이곳의 식당들이 주는 매혹의 핵심은 '오리지널'의 맛과 스타일에 유사하다는 것, 한국화되

     지 않은 본토의 맛을 보존한다는 것이다. 이곳은 오리지널 이전에 있거나 오리지널 이후에 있

     는곳. 그 기이한 활기, 다양성의 과잉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뉴욕이나 홍콩이 될 수 없다.

 

 

    여행의 끝이 슬픈 이유? "다른 삶의 기미를 만날 수 있지만, 다른 삶은 결코 시작되지 않는다.

 

 

 

      109.

           이런 이질적인 이슬람 문화의 사원이 이태원 언덕 높은 곳에 서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상

         징이 될 수 있다.

 

 

   81.

         미군 기지의 북쪽, 가파른 남산 자락에 위치한 해방촌. 이 곳은 조선 시대까지만 해도 이곳

      은 인가가 드문 솔밭이었고, 갑오개혁 때까지 왕실과 문묘의 제사에 쓸 황소, 양, 돼지를 키

      우던 전생서가 있었다고 한다. 1908년경 용산 일대 군사기지를 완성한 일본은 주둔군과 군속

      가족 들을 이 일대에 거주하게 했다. 일본군 육군과 관사와 사격장이 이 부근에 있었다. 해방

      후 일본 사람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집 없는 월남 피난민들이 들어와 자리잡게 되었다.

 

 

 

    

  

 

     해방촌 입구. 여기에서 해방촌 언덕꼭대기까지는 이국 

   적인 장소가 눈에 띈다. 아기자기한 작은 가게들이 나란

   히 어깨를 맞대고 있다. 자그마한 가게 안에 삼삼오오 모

   여 브 런치를 즐기는 외국인들.

 

 

     해방촌 꼭대기에서 내려가는 길은 비탈길.. 가파른 길을 내려가며 여기가 남산자락이라는 것

   을 새삼 느낀다. 돌아오는 길에 마을버스를 탓다. 그 가파른 길을 오르내리는데 긴장되는 곳도

   있었다.       

  

 

      

      이동네 어디에서든 보이는 건 남산 N타워. 높고 우뚝하게 서있는 것이 강압적이다. 금방이라

    도 들킬 것 같아 다른 짓은 못 할거 같다.

 

       보성학교 앞 길가에서 오른쪽 경사진 계단을 내려가면 어둑어둑한 신흥시장이다. 계단 말

     고 파출소 앞까지 와서 시장 입구쪽으로 내려간다. 시끌벅적은 커녕 흥정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몇몇 아주머니가 시장 가운데 평상에 앉아 두러두런 이야기를 나누신다. 물건들을 내

     놓은 걸보면 물건을 파는 시장은 맞지만 너무 고요하고 어두워서 무섭기도 했다. 이야기를 나

     누시는 아주머니들 빼고는 구경하는 사람도 없었다. 가게도 몇개 되지 않는다. 시장이라는 말

     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시장이다. 왜 찍냐고 물어볼까봐 카메라들기가 무서웠다.

        

 

                                        

 

      한남동, 이태원, 해방촌 모두 이질적인 것들이 원래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숨을 쉬고 있다.

    그런 것들을 이질적으로 바라보는 눈이 더 이상해 질것이다. 그래서인가 남산 3호 터널앞

    '소월길'이라고 써놓은  이정표가 더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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