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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읽는 소심한 철학책 - 하루 끝에 펼친 철학의 위로
민이언 지음 / 쌤앤파커스 / 201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철학이라고 하면 어렵고 막연하다는 인식이 떠오르기 쉽습니다. 철학에 대해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만 선뜻 철학책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았죠. 그리고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도 막막했었구요. 그러다가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밤','소심한' 이 두 단어의 조합이 제 관심을 끌어 읽게 되었습니다.
책의 첫부분에서는 신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를 예로 들면서 과연 '완벽한 존재가 그 결과를 물랐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스피노자는 중세 기독교 사회에 대해 '신에 대한 원죄는 물론이거니와 신에 의한 게시의 존재 여부조차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모두가 인간의 상상력으로 지어 올린 권위와 욕망에서 비롯된 믿음'이라고 말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신앙이 없어 신의 존재에 대해 깊이 고민해본 적은 없지만 철학적으로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점괘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함량 미달의 점괘는 점술보다는 심리학에 가까운 사례라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씩씩한 여장부 스타일의 여성에게 남모를 상처를 지니고 있다는 둥, 당신 잘못이 아니니 조금 내려놓아도 된다는 둥 증상에 대한 진단이라기보다는 인문적 보편성을 뭉뚱그린 표현을 하면 대개 마음을 열고 관심을 드러'냅니다. 그러다보니 점괘가 잘 맞는것 같다는 인식을 가지게 됩니다. '점술의 대명사라고도 할 수 있는 <주역>에 담겨 있는 문장들도 선문답 같은 경구'들입니다. '어떤 해석이든 그 해석에 대한 믿음을 지니고 조심할 것인지 과감할 것인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우연적 현상에 대한 부분도 흥미로웠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자기계발서들을 들고 있습니다. '마침 성공한 사람들이 그런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던 것일수도 있지만 실증주의적 도식에서는 그렇게 살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논리로 둔갑'합니다. 이런 것을 '목적론적 오류'라고 합니다. 자신에게 가장 맞는 자기계발서는 자신이 직접 써내려간 성공담입니다. '성공을 원한다면 누군가에게 들은 남의 이야기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들려줄 수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문장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어떤 특정 인물과 관련된 자기계발서 류는 별로 좋아하지 않고 잘 와닿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그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를 돌아보게하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자신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의 무의식에는 이미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닌, 자신이 곧 선이라는 도덕적 우월감'이 있습니다. 스피노자에 따르면 '인식은 현상 그대로를 인지하는 작업이 아니라 나라는 체계에 부합하는 정보만 걸러져서 들어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고싶은 것, 듣고 싶은 것만 받아들이죠. 결국 변화를 위해서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은 '자기 자신'입니다. 내 생각과 다른 사람의 주장은 설득해야 할 것이 아니라 일단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것부터 인정해야 합니다.
이외에도 무의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 프로이트에 대한 비판, 언어와 철학의 관계 등 흥미로운 주제들을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과연 잘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쉽게 읽히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모든 내용을 쉽게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그냥 넘어가자라는 생각으로 읽다보니 비교적 잘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저 같은 일반인들도 철학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좋은 책인것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