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 하 - 조선의 왕 이야기 ㅣ 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박문국 지음 / 소라주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지난 상권을 인상깊게 읽어서 하권이 언제 출간되나 기다렸습니다. 하권은 광해군에서 순종까지 13명의 왕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때 역사를 공부한 적이 있어 나름 역사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하권 역시 제가 몰랐던 조선 왕들의 색다른 모습을 많이 알 수 있었습니다.
최근들어 광해군을 재평가하는 움직임이 많이 보입니다. 확실히 임진왜란 당시 광해군의 활약은 매우 훌륭했습니다. 선조가 도성과 백성들을 버리고 피난길에 오른 반면 광해군은 분조를 이끌고 사실상 왕 역할을 하며 각지의 병사들을 독려했습니다. 다만 적장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입지가 불안정했죠. 자질이 부족했지만 형인 임해군이 있었고 심지어 영창대군이라는 적자가 태어나 광해군의 자리를 위협합니다. 또 광해군하면 '대동법'을 시행한 왕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대동법을 유지하는데 회의적이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습니다. '기득권의 편에서 대동법 확대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공납이 당시 세입의 60%를 차지한만큼 이를 함부로 바꾸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명의 요구로 병력을 파병할 때 강홍립에게 적당히 싸우다 항복하라는 밀지를 내렸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도 근거가 부족해 보입니다. '13000명의 병력 중 5000명이나 되는 병력을 잃었고 투항한 8000명의 병력은 대부분 조선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이 광해군을 몰아내고 인조가 왕위에 등극했지만 명나라의 반응은 의외였습니다. '인조반정의 명분 중 하나가 광해군이 명나라의 은혜를 저버리고 오랑캐와 친하게 지낸다는 것이었지만 명은 왜 잘하던 왕을 쫓아냈는가'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때문에 인조는 명에서 사신이 올때마다 막대한 뇌물을 바쳐 자신의 정통성을 무마했다고 합니다. 또한 인조가 마지막에는 화친책에 힘을 실어주었다는 것도 알게되었습니다. 그러나 '화해를 요청하는 사절단이 채 국경을 넘기도 전에 청이 이미 압록강을 넘고 말았습니다. 이후 청나라에 끌려갔던 소현세자를 미워한 인조의 모습도 의외였구요.
형인 소현세자가 죽은 후 왕이 된 효종. 그러나 효종 역시 급작스런 죽음을 맞이하고 현종이 왕에 등극합니다. 현종 대에서는 예송논쟁이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에서 예송논쟁은 예법같은 허례의식에 빠진 당대 사대부들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예송의 학술적 배경이 '왕이 사대부와 같은가 다른가'라는 것에 있으며 서인과 남인이 조선사회를 어떻게 개혁하고자 했는지와 연관된다는 점에서 예송논쟁을 재평가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2년간의 대기근이 조선 역사상 최악의 대재난 이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았습니다.
그리고 숙종이 등극하면서 우리가 알고있는 것처럼 환국정치가 시작됩니다. 정권을 장악한 당파는 상대 당파를 집요하게 공격해 재기하기 어렵게 만들죠. 드라마로도 많이 제작된 숙종과 장희빈, 인현왕후 또 숙빈 최씨 사이 숨겨진 이야기들도 알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숙종 대 안용복을 귀양보내야 했던 상황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형인 경종을 죽였다는 의심을 받으며 왕위에 오른 영조. 하지만 뛰어난 능력으로 정치적 공세를 극복하고 조선 역사상 가장 오랜기간동안 왕위에 있었던 왕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사도세자와의 비극적인 사건도 있었죠. 어머니가 한미한 출신이라는 컴플렉스 때문에 재위기간 내내 완벽주의를 추구합니다. 이것이 사도세자에게도 이어졌고 사도세자가 과도한 부담을 이기지 못해 미친 것일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들을 죽인 것이 '일시적인 분노가 아닌 철저한 계획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도 의외였습니다. 아들이 죽더라도 그를 대체할만한 세손이 존재했기 때문이죠. 때문에 아들을 죽인 후 '사도'라는 시호를 내리기도 하고 세손을 효장세자의 아들로 입적시키기도 합니다.
그리고 개혁군주로 알려진 정조가 사실은 지독한 애연가였으며 술을 좋아해 폭음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뛰어난 능력을 바탕으로 많은 업적을 세운 군주이지만 아들의 안전을 위해 '시파이자 명문가인 안동 김씨 일원인 김조순을 사돈으로 삼습니다. 이것이 훗날 세도정치로 이어지는 단초가 되었구요.
그 외에도 순조, 헌종, 철종, 고종, 순종 등 조선 후기 왕들의 모습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시리즈가 더욱 의미있는 것은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한 왕들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 왕들의 색다른 면모, 혹은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사실들을 재미있게 바로잡아주는 책이었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