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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지리학인가 - 수퍼바이러스의 확산, 거대 유럽의 위기, IS의 출현까지 혼돈의 세계정세를 꿰뚫는 공간적 사유의 힘
하름 데 블레이 지음, 유나영 옮김 / 사회평론 / 2015년 7월
평점 :
지리학은 역사, 경제, 문화 등 인문학적 성격과 기후학, 지형학 등 이과적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리를 잡학이라고 격하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종합학문이기도 하죠. 사실 제 대학 학부때 전공이 지리학입니다. 물론 학부때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고 졸업 후에도 지리학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전공이 지리학인건 사실이죠. 왜 지리학을 공부해야하는지에 대해 신입생 때 배웠었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그 내용은 싹 다 잊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본 순간 다시 왜 지리학을 공부해야하는지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역사학자들은 세상을 시간적 혹은 연대기적으로 바라보고, 경제학자와 정치학자들은 구조적으로 바라보지만 지리학은 세상을 '공간적'으로 바라봅니다. 지리학을 명확히 정의하기가 어렵다는 사실 자체가 지리학이 지닌 힘 중의 하나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지리학은 '공간'이라는 우산 아래 공간적으로 표현되는 과정, 체계, 행동, 기타 수많은 현상들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다양성의 학문입니다.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서 인도차이나의 자연, 문화지리에 별로 익숙하지 않았던 사실은 명백합니다. 또 2003년에도 이라크에 대한 미국인들의 지리적 지식은 회의적이구요. 저자는 이 사례들을 지리학 수업시간에 자주 이용한다고 합니다. 저자가 생각하는 지리교육의 가장 중요한 결과물은 고립주의에 대한 해독제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세계화가 점점 더 진행되고 상호연결이 심화되는 만큼 타 문화와 사람들, 그들의 정치 체계와 경제 등에 대해 아는 것이 힘이 되죠. 하지만 지리학의 위상은 점차 축소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지리학 하면 떠올리는게 지도가 대부분일 겁니다. 요즘은 GIS의 발달로 지도의 사용분야는 점점 더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 지도를 이용해 미래의 문제를 예측할 수도 있습니다. 그중에서 흥미로운 분야는 범죄 및 치안과 관련이있습니다. 범죄자들의 기록을 살펴보면 그들이 범행을 개시한 장소와 최종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장소가 드러납니다. 이런 것들을 지도로 제작하고 적절한 GIS 방법론을 적용하면 범죄의 패턴을 예측하고 어디로 향할지까지도 확인해볼 수 있죠.
지리학과 관련된 또 중요한 분야는 인구학입니다. 향후 몇십년에서 몇백년 사이 지구의 인구, 각 대륙 및 나라들의 인구를 예측하는 다양한 결과들이 나와있습니다. 수치는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공통점이죠. 우리나라를 포함해 출산율이 저조한 국가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수치를 올리려는 노력들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중국조차 얼마전 1자녀 정책을 포기했죠. 이러한 인구문제를 연구하는 것도 지리학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 외에 기후변화와 테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리학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다만 책의 내용이 많고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라서 천천히 여유를 두고 읽어야 할 책인것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