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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학 필독서 50 - 애덤 스미스부터 토마 피케티까지 경제학 명저 50권을 한 권에 ㅣ 필독서 시리즈 7
톰 버틀러 보던 지음, 서정아 옮김 / 센시오 / 2023년 5월
평점 :
경제학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면 재테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경제학 이라는 학문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학문이 아닌 것 같았죠. 그런데 경제학 필독서 50가지를 요약한 책이 있다고 해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경제학은 실증적인 학문으로 여겨지지만, 이념의 분열 또는 일시적인 유행이나 경향성에 휘둘릴 수 있습니다. 영국의 경제학자 로널스 코스는 '칠판 경제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칠판에 적힌 이론으로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설명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수요와 공급, 고용과 가격이 자율적으로 조정되는 시장에서는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기에 정부의 개입이 필요없다고 여겨졌지만, 대공황이라는 사건이 터지자마자 결함을 드러냈습니다. 또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이유는 오늘날 경제가 생산의 역학 및 수요 충족뿐만 아니라 심리나 기대 같은 정서적 요소까지 감안해야할 만큼 복잡해졌기 때문입니다. 이념적 편향 때문에 잘못된 가설을 토대로 모형을 구축한 탓도 있습니다.
2018년에 출간된 사이페딘 아모스의 <달러는 왜 비트코인을 싫어하는 가>라는 책은 경제사적 측면에서 비트코인을 고찰한 최초의 책입니다. 비트코인을 비트코인 구매를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것은 아니라고 아모스는 말합니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의 존재이유와 작동원리를 이해하는 순간 '명목화폐'와 케인스식 인플레이션주의의 권위를 인정하는 현대 경제학의 기존 이론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고 합니다. 화폐경제학에서는 화폐 공급량이 사용자의 수와 거래량에 비례하여 증가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공급량이 2100만으로 고정되었기 때문에 실험적이고 알 수 없는 디지털 화폐에 그치지 않고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아모스에 의하면 화폐의 물량이 얼마만큼 제한되어 있느냐가 그 가치를 결정짓는다고 합니다.
윌리엄 보몰의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의 미시 이론>은 그동안 주류 경제학에서 외면당한 기업가 정신을 다루고 있습니다. 토지, 노동력, 자본 등과 달리 기업가 행위를 측정하고 계량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가 정신은 경제학 연구에서 배제되었습니다. 게다가 주류 경제학은 변화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거나 원천 차단하는 균형모형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보몰에 따르면 효율성 확보와 시장 실패 요소의 수정만으로는 1900년대부터 2000년 까지의 어마어마힌 국민소득 성장이 이루어지지 못했을 거라고 합니다. 보몰은 기업가에 의한 생산적 혁신이야말로 분명 소득 성장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합니다. 항공기, FM 라디오, 개인용 컴퓨터, 헬리콥터, 심장 박동기와 같이 우리 경제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발명품들이 소규모 혁신가의 작품입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자유시장의 신조와 아이디어에 대한 열린 태도가 자리잡은 다음에야 사업하는 사람들에게 부의 축적이 허용되었습니다. 이것이야말고 기업가 정신의 확산이 경제의 활성과 혁신성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진다는 확실한 증거라고 보몰은 주장합니다.
현대 시장 경제체제에서 물적자원만큼 인적자본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말이 지금과 같은 경제용어로 자리잡은 것은 게리 베커가 1964년에 출간한 <인적자본> 덕분입니다. 그중에서 베커가 가장 주목한 것은 교육입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 절약되는 비용과 대학에 진학할 때의 시간 대비 이득을 분석했습니다. 오늘날 대학 교육의 이득은 더욱 커져 2014년 조사 결과 4년제 대학 학위를 받은 미국인의 시간당 임금은 학위가 없는 미국인보다 98퍼센트다 높았습니다. 1980년대 초반에는 64퍼센트였는데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죠. 대졸자가 고용주에게 더 가치있는 이유에 대해 베커는 대학 교육이 지식과 기술뿐 아니라 문제 분석 방법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대졸자의 소득이 더 높은 까닭은 대학교육으로 생산성이 개선되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생산성이 높은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또 교육의 양이 증가할수록 개인의 시간이 지닌 가치는 상승하기에 그 이상의 교육을 받느라 비용을 들이는 행위는 경제성 측면에서 타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5년을 더 들여 박사학위를 받는 것이 근로소득을 포기할 정도의 가치가 있을지는 의문스럽죠.
이외에도 여러가지 경제학 저서들을 통해 경제학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지식을 소개해줍니다. 한번에 다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있지만 차근히 읽다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경제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책이었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