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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지혜 - 삶을 관통하는 돈에 대한 사유와 통찰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4월
평점 :
자본주의 사회에 살아가는 이상 돈이란 우리 삶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직장을 다니거나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것도 다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함이죠. 돈에 대해 누군가는 최우선적인 가치로 두는 반면 다른 누군가는 돈을 죄악시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돈에 대해 메디치상과 르노도상을 휩쓴 세계적 지성인 파스칼 브뤼크네크의 사상과 철학을 볼 수 있는 책이 바로 <돈의 지혜>입니다.
3대 일신교의 공통된 물질주의 상징으로 금송아지 신화가 있습니다. 모세가 시나이산으로 잠시 떠나있던 사이 그를 따라온 백성들이 의심에 사로잡힙니다. 자신들을 인도할 신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고 결국 금을 모아 녹인 후 금송아지를 만들었습니다. 히브리족은 이 금송아지 앞에 엎드려 절을 하고 제물을 바쳤죠. 이 모습을 본 보세는 십계명이 새겨진 율법의 판을 부셔버렸다고 합니다. '여기서 돈이라는 우상은 신이 부재할 때 느끼는 인간의 조바심으로서 등장'합니다.
그리스도교에서도 이윤을 죄악시합니다. 특히 유대인들의 고리대금업을 비판했죠. 그러나 모순적인 면도 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신앙에 상거래 개념을 도입해 면죄부를 판매합니다. '12세기부터 미사나 임종 성체 배령도 돈으로 살 수' 있게 됩니다. 또 2012년과 2015년 바티리크스 스캔들을 통해서도 로마 교황청 내의 엄청난 비리가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프랑스와 미국에서는 돈에 대해 상반된 태도를 보입니다. '프랑스에서는 가난한 자들에게 부러움과 시기를 사지 않으려면 소박한 척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부를 과시하죠. 프랑스인은 '성적인 내숭은 별로 없지만 금전 문제에는 폐쇄적'입니다. '미국인은 자기 연봉은 잘 이야기하지만 사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프랑스 세금 중 4분의 3을 상위 20퍼센트가 내고 있지만 부자들에 대한 적개심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부자들이 프랑스 국적을 버리는 경우가 많기도 하구요.
우리나라도 조선시대까지는 평민 중에서 상인이 가장 낮은 신분일 정도로 돈을 죄악시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돈에 대해서 프랑스 보다는 미국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사실 돈 자체는 착하거나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어떤 가치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죠. 가난한 것보다 어느정도 유복한 삶이 좋은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돈 자체가 목적인 삶은 되지 말아야죠. '돈이 우리 영혼을 정복한 게 아니라 우리 영혼이 돈을 해방자로서 맞아들인 것'이라는 표현이 참 와닿았습니다. 돈이 가진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