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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플라톤의 대화편 ㅣ 현대지성 클래식 28
플라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1월
평점 :
우선 이 책을 읽으며 역시 소크라테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변명, 아니
내가 볼때에는 '변론'이 적합한 그의 논리는 빈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오히려 이러한 소크라테스가 어떻게 사람들의 외면을 받고 끝내 죽음
을 받아냈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그만큼 이 책의 첫장인 소크라테스의 변론
장면은 가히 압권이라 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씌어진 혐의인 신을 믿지
않는 죄, 젋은이들을 타락시킨 죄에 대한 변론을 매우 논리정연하게, 그리고
읽어보면 알겠지만 어렵지 않게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읽는 내내 몰입을
했고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소크라테스는 왜 그것도 다수의
찬성에 의해 사형을 받았을까?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는 너무 많은 적을
두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그것도 현명하다고
인정받는 사람들의 무지를 들추어냈기 때문이다. 즉, 본인이 원하지 않았음에도
원한을 만들어 낸 것이 원흉이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느끼게 됐다.
그들은 사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서도, 자신들이 무엇인가를
아는 척하다가 무식이 탄로났다는 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P24
자기가 알지도 못하는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비난받아야
할 무지가 아닐까요? P36
소크라테스의 가장 중요한 사상이라 할 수 있는 무지의 인정을 보며 나는
이 시대에도 자기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나 역시 때로는 아는 척을 하고자 몰라도 아는척
어물쩡 넘어갔던 창피한 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적지 않은
반성을 하게 됐다.
진정한 재판관들을 만나고, 이승에 있는 동안에 정의롭게 살아갔던, 절반은
신이고 절반은 인간인 여러 영웅을 만나게 된다면, 그것이 어떻게 서글프고 안타
까운 이주일 수 있겠습니까? P57
이 책안에는 소크라테스의 변명뿐 아니라 그의 죽음의 단계에서이루어진
대화인 크리톤과 파이돈이 있는데 이 역시 소크라테스의 논리에 흠뻑 취할 수 있었다.
또한 플라톤의 향연 역시 그 진면목이 들어났다. 무엇보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와닿았던
것은 P57의 글처럼 죽음에 대해 초연한 소크라테스의 자세였다. 죽음앞에서도 사고를
멈추지 않았던 그에게 깊은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철학은 항상 생각을 하게 하는데 이 책은 그런 사유의 시간에 흠뻑 젖게 해주어서
만족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