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 대신 말을 쓴다
원진주 지음 / 힘찬북스(HCbooks)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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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방송 작가가 꿈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깊게 파보면 드라마 작가
였지만 말이다. 그 때 한창 MBC의 베스트 극장이라는 단막 드라마를 즐겨
보곤 했는데 드라마가 끝을 지을때엔 항상 밑에 '신인 작가 모집'이라는 광고
가 실려있곤 했다. 그것을 보며 얼마나 흥분했는지 그리고 꼭 방송 작가가 되어
나중에 나만의 멋드러진 세계를 만들어보겠노라고 다짐하곤 했다.

 이 책은 개인적으로 내가 이루지 못했던 방송작가의 삶을 다룬 책이다.
그래서 그런지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했고 미처 몰랐던 그들의 어려움을
생생하게 느끼게 됐다. 또한 힘든지만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함으로써 느꼈던
감정에는 부러운 감정까지도 들었고 말이다. 

 작가들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에 수없이 놓인다. 하지만 당황할 시간이
없다. 어떻게든 방송은 나가야 하고, 그 시간을 메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잔머리(?)를 써서라도 어떤 식으로든지 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당황하고 있을 시간은 나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P68

 작가와 피디들이 가장 긴장하는 단계가 기획 이후에는 협찬사에
편집 영상을 보여줄 때다. P77

 이 책에서 내가 눈여겨보았던 점은 바로 작가들의 고충이었다. 일촉즉발의
상황들이 정말 다양하게 펼쳐진다는 점을 이 책을 깨달았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방송을 봤었다면, 이 책을 읽고나서는 한 장면, 한 장면을 만들기 위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던 작가들이 절로 떠올리게 됐다. 

 방송 작가는 일상이 곧 자료조사와 아이템 찾기이므로 세상일
구석구석 모르는 것이 없다. P51

 방송작가는 세상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경험치'를 쌓는다는 부분이 마음에 와닿았다. 물론, 그것은 일이고
힘든일일지라도 경험은 남아 지혜가 되고 힘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방송작가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
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흥미로웠다. 한 편의 장면 뒤에 숨은 그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며
책을 마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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