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인생 - 소심한 금쪽이들의 망망대해 표류기
우유곽 지음 / 비에이블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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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맛도 보고, 짠맛도 보고,
때로는 매운맛까지 보는 게
소심한 사람의 하루라면,
그 안에서 가끔은 단맛 역시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소금인생》은
<외로운 건 싫은데 혼자 있고 싶어>의
우유곽 작가가 내놓은
두 번째 그림 에세이이다.


작가님은 인스타그램에서
일상과 MBTI를 소재로 한
인스타툰 <인프피 헤븐>을 연재하고 있다.



책은 토끼 캐릭터 ‘뿌삐’를 통해
소심한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커다란 소동을 그린다.
특히 INFP의 복잡한 속마음을 풀어내며
많은 독자의 공감을 얻었다.



이번 책에서도
소심이들의 속마음을
피부로 체험할 수 있다.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과
혼자 있고 싶은 마음,
자신을 사랑하다가도 미워하게 되는
복잡하고도 내밀한 감정을
세심하게 포착했다.



‘소금’에는 ‘소심한 금쪽이’라는
장난스러운 뜻이 숨어 있다.



서툴고 예민해도
함부로 미워하지 말아야 할
나를 부르는 다정한 이름.



남의 말 한마디에도
수많은 가능성을 헤아리느라
하루가 버겁지만,
그런 자신까지 미워하고 싶지는 않은
사람들을 이 이름이 안아주는 것 같았다.



"내가 부정적으로 말하면 사람들은
왜 자기 비하를 하느냐고 묻는다.
실은 "아니야"라고 듣고 싶었을 뿐이다.
내가 나에 대해 품고 있는 생각들을,
누군가 대신 부정해주길 바랐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은
어렵고, 나 스스로는 도저히
나를 긍정할 수 없어서."
- 97쪽



ISFP인 나 역시 꽤나 소심한 사람이라
읽는 내내 참 많이 공감했다.
나보다 한 수 위인 소금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소심해서 더 애써야만 했던
세상 모든 소심이들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



소심한 사람들은
단지 낯을 가리거나 말수가 적은 게 아니다.
사람 사이의 작은 신호에도
많은 생각과 걱정을 떠안는 것에
사람들에 가깝다.



"[잘 자.]
어제까지만 해도 분명 '잘 자'라는 인사에
(웃음) 이모티콘이 있었는데...
오늘의 '잘 자'에는 이모티콘이 붙어 있지 않다.
심ㅁ지어 온점까지 붙였어?
마치 나에게 기분 나쁜 일이 있어
무표정말 얼굴로,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인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 129쪽



상대가 아직 하지 않은 말까지
머릿속에서 미리 완성하고,
답장이 빠른지 느린지에도
혼자 의미를 부여하며,
애매한 대답을 들으면
최악의 시나리오부터 떠올리는 사람.



온갖 가능성을 앞서 헤아리느라
늘 분주한, 참으로 마음이
부지런한 사람들이었다.



《소금인생》은 속마음까지
꿰뚫는 보는 거울 같다.
얼마나 세심하게 세상을 배려하는지,
얼마나 조심스레 자신을 지켜왔는지,
그리고 그만큼 얼마나 많은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인지를
투시하듯 소금이들의 진심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나를 둥글고 무던한 사람,
착하고 따뜻한 사람이라 칭한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어딘가
찔리는 기분이 든다. 내가 정말
그런 사람이라기보다 미움받고 싶지 않아서,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서,
지금과 같은 인정을 받고 싶어서,
애써 뾰족하고 차가운 마음을
다듬고 녹여내 사람들 앞에
내놓을 뿐이어서.

사람들이 사실 내가 내놓은 마음이
애써 다듬고 녹여낸 거짓임을 알게 되면,
기대에 부응하기는커녕 지금과 같은
인정과 애정조차 받지 못할 것만 같다.
그래서 사람들과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적정선 이상으로 마음을 보이지 않으려
애쓰며 살아간다."
- 99, 100쪽


많은 장면들에서 미처 몰랐던
나를 발견했다.
'그래서 그때 마음이 불편했구나,
그래서 자꾸 피하고 싶었구나.'
좀 더 나를 납득하게 됐다.
마냥 답답하게만 여겨졌던 나를
좀 더 따뜻하게 바라보게 했다.



고민상담 같은 글에 빠져 있다가
중간중간 등장하는 사랑스러운 토끼,
뿌삐를 만날 때면 침잠했던 마음에
귀여움이 살며시 침범한다.


"사라지고 싶은 마음과,
그럼에도 살아지는 마음은
서로 다른 마음이 아니라
어쩌면 같은 마음의 앞뒤일지도 모른다.

살아지는 힘이 사라지고 싶은 마음보다
내 생각 이상으로 더 강한 것일지도 모른다."
- 215쪽


글은 걱정을 설명하고
그림은 걱정에서 빠져나오게 하는
햇살이 되어주었다.



소심한 금쪽이의 심연에서 벗어나
마음이 수면 밖으로 둥둥 떠오르면
얼굴을 내민 그곳엔 햇살이 가득하고
나와 닮은 사람들도 보인다.


그러면 힘이 나는 법이다.
'이게 나야, 뭐 어때.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어깨 한 번 으쓱하고는
홀가분하게 다시 걸음을 옮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같은 편이 되어줄 정서적 동지를 만나 반가웠고,
나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사랑스러움 한 스푼을 더해주어 고마웠다.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단
누군가와 나란히 앉아
함께 고민해 주는,
진지하고도 사랑스러운 책이었다.



자기 감정을 이해하지 못해
자주 자신을 탓한다면,
나만 유난스럽고 이상한 게 아닐까 불안하다면,
해결책보다 먼저
자기 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면,
《소금인생》이 부드러운 온기를 나눠줄 것이다.



귀여운 그림에 이끌렸다가
말하지 못했던 내 마음을 만나는 책.


짭짤했던 하루 끝에
‘내 마음이 여기에도 있네’ 하고
미소 지을 여유를 선물하는 책.



귀여운 소금이와 함께
단짠단짠한 맛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떠세요?



#도서지원 #소금인생 #에세이 #우유곽 #에세이추천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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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할수록 불행해지는 사람들 - 과도한 책임감과 인정 욕구에서 빠져나오는 불안 관리 플랜
테리 콜 지음, 박선령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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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원 #인디캣



"모든 일을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불안하다면?
자신의 쓸모를 증명하느라
애쓰기를 그만두자"


🤝

<포춘> 선정 500대 CEO이자
30년 차 심리 치료사인 테리 콜이 쓴
《노력할수록 불행해지는 사람들》은
과도한 책임감과 인정 욕구로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타인을 지나치게 챙기고, 거절하지 못하며,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려는 사람들을
‘고기능 공의존'
(HFC, High-Functioning Codependency)
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

여기서 '공의존'이라는 개념이
특히 흥미로웠다.



여기서 ‘공’은 “함께 의존한다”는 뜻이라기보다,
관계 속에서 맞물리는 서로의 불안과 욕구가
건강하지 않은 역할로 유지되는 상태를 가리킨다.



흔히 상대에게 매달리는 무력한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만
혼자서도 잘 해내는 능숙함 덕에
겉으로는 아주 유능하고 독립적인 사람 역시
공의존적일 수 있다.



🤝

"나는 당신의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본인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해를 끼치는 행동 패턴에서 빠져나오도록
돕기 위해 이 책을 썼다."
- 8면



세상의 모든 짐이 어깨에 지고,
잘못된 일을 바로잡을 사람은
자신뿐 이라는 믿음에 사로잡혀
타인의 감정과 문제, 결과까지
지나치게 떠맡느라
자신을 소진하기만 하던 사람들.


🤝

이들을 위해 저자는 말한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무엇이 자신의 책임이고
무엇이 아닌지 구별하는 방법,
자신이 관여할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하는 방법을 배우면 변화한다.
스스로와 새롭게 관계를 맺는 방식을
다시 세팅하면,
타인이나 세상 전반과 관계를 맺는 방식도
긍정적으로 바뀐다."
- 11면


수업을 한 번만 듣고 단번에
외국어를 구사할 수 없듯이,
인간관계의 경계를 건강하게
세우는 일도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


🤝

"모든 건강한 관계의 목표는
상호의존이다.
상호의존적인 관계에서는
각자 자신이 원하는 것, 욕구, 취향을
협상할 권리가 있으며
이를 자유롭게 표현한다.
또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
바탕에 깔려 있다."
- 298면



상대의 부탁에 자동으로 승낙하는 습관을
버리기 위해 잠깐 멈추고 생각할 시간은 필수다.
생각할 시간을 벌기 위해 아래와 같이
유용한 거절의 표현들을 평소에 미리 연습해 두자.


"감사합니다. 일정을 확인해봐야겠네요."
"하루 정도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
결정하기 전에 24시간동안 고민하는 걸
규칙으로 정해놨어. 내일 연락할게."
"가족과 상의해볼게요."
"나중에 다시 말씀드릴게요.
그래도 저를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제부터는 착하지 말라거나
남을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타인을 향한 돌봄을 거두는 것이 아니라
그 돌봄의 대상에 자기 자신을 포함시켜야 한다.



건강한 경계 설정은
부드럽게 거절하는 기술을 넘어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원하는지
알아차리는 일이다.
그리고 동시에
상대가 실망할 가능성을 감수하며
그 몫을 상대에게 돌려주는 용기다.


🤝

대상에 따라 달라져 무척 헷갈렸지만
나는 '고기능 공의존'인 사람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서 얻은 것이 없었다는 말은
전혀 아니다.


나 역시 특정 관계 속에서
그런 경향이 강하게 나타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베풀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어쩌면 자신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감각을
필요로 하는 건 아닌지 살펴보게 됐고,



비슷한 모양을 한
배려와 공의존 사이에서
도움과 통제를 정교하게 구분하는 눈도 얻었다.



🤝

잘해내느라 정작 자신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삶에 지나치게 개입해
서로를 지치게 하는 건 아닌지,
관계와 삶을 돌아보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든든한 위안이 되어줄 책이다.


🤝
#노력할수록불행해지는사람들 #테리콜 #고기능공의존 #H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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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메시아 - 우리가 믿는 예수는 성경에 없다
카일 아이들먼.마크 무어 지음 / 두란노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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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을 믿는 신앙인에게
가장 중대한 질문은 무엇일까.


《실종된 메시아》를 읽고서야
그 질문을 알았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마 16:15)



"주는 메시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


베드로는 입술로는 정답을 말할 수 있었지만
솔직해져 보자.
우리의 대답은 무엇인가.



죽은 뒤 천국에 보내 주는 구원자,
성공을 도와주는 인생 코치,
불안을 달래는 치료자,
원하는 것을 이루어 주는 요술램프로
예수님들 여겨온 것은 아닌가?



예수님은 종교적 조력자나
내 편의를 위해
취향과 입맛대로 만든
맞춤형 DIY 예수 그리스도가 아니시다.



⁠이 책은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분은 우리 삶의 주권을 요구하시는
메시아이자 왕이시다!
하나님께서 세우신 만왕의 왕이시며
우리의 죄값을 치르고
구원의 사명을 완수한 분이시다!



"예수님에 대한 교리를 믿으라.
그러면 그 대가로 영생을 얻으리라.

천국은 상품이 됐고,
믿음은 천국에 들어가기 위해
치르는 값이 됐다.
그 과정에서 메시아는
한낱 입장권 판매원으로 전락됐다.
그분이 맡으신 주요 역할은
우리가 가진 입장권을 확인해
무사히 천국 문을 통과시켜 주시는 것이다."
- 24면



저자의 신랄한 지적에
나는 아무 반박도 할 수 없었다.
예수님을 주님이시요 구원자라 고백하면서도
그분을 위해 살기보다
필요할 때만 예수님을 부르는
초신자의 삶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가 예수님을 잃은 것은
그분이 어디론가 사라져서가 아니다.
우리가 더는 그분을 찾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 작은 이야기, 더 무난한 구주,
더 편리한 그리스도에 안주했다."
- 14면



메시아를 믿는다는 건
그분의 통치 아래 들어가는 일이다.
편안함과 성공뿐 아니라
희생과 순종까지 끌어안으며
삶의 방향을 완전히 전환하는 일이다.



그래서 두려웠다.
내가 알지 못하는 곳으로
내 삶을 인도하실까 봐 무서웠다.



그저 설교를 듣고 찬양하며,
예수님을 공부하는
안정한 관중석에 앉은
'팬'으로 머물고 싶었는지 모른다.



"예수님을 공부하는 것과
예수님을 따르는 것은
천지 차이임을 학기 내내 배웠다.
이 여정에서 대면한 불편한 진리가 있다.
예수님 전문가가 되고도
예수님을 생활 방식과 관련해서는
사실상 문외한으로 남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독교 교리를 통달하고
성경을 탁월하게 주해하고
심지어 전문 사역자의 길에 들어서더라도
예수님을 제대로 따르지 않을 수 있다.
교수님은 그리스도의 생애를 분석하지만 말고
그분처럼 살라고 가르치셨다."
-191면



믿는 것과 따르는 것은 달랐다.
팬으로서 열광하고 응원하는 것과
제자로서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제 삶으로
살아내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팬은 일이 잘 풀릴 때는 그분을 찬양하지만,
삶이 힘들어지면 그분을 떠난다.
팬은 안전한 관중석에 앉아 응원하지만,
경기자에서 감당해야 할
희생이나 고통과는 아무 상관없다.
팬은 그분에 대해서 훤히 알지만,
그분을 정말 알지는 못한다.

예수님은 팬을 원하신 적이 없다."
- 204면



‘나는 예수님을 얼마나 많이 아는가’보다
‘나는 예수님을 따라 살아가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이 책을 읽었다고 자신감이 충만해져
메시아 되신 예수님만을 따르겠노라
선언할 자신은 없다.



나는 여전히 두렵고 두렵다.
아무 문제 없이 평탄하게만
살고 싶은 욕심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런 내게 저자는 말한다.



"평범한 인간에게 변화는
두렵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하나님은 불확실한 현실에
우리 홀로 부딪히게 두지 않으신다.
예로부터 약속된 대망의 메시아이자
만왕의 왕이신 자신을 알라고
초대하실 뿐 아니라,
임마누엘로서 우리와 함께하실 것도 약속하신다."
- 245면





하나님은 그분의 뜻대로
부르심을 받은 자들에게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으로 이루시는
우리를 사랑하시는
전지전능하신 아버지이시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이 질문에
머리로만 정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삶으로 대답하는 사람이 되기를 기도한다.



"주는 메시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실종된메시아 #카일아이들먼 #두란노
#신앙서적추천 #두란노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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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쓸모없다 - 사노 요코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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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속담에 '친구란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라는 말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두 몸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 친구라 했고,
프란시스 베이컨은
'자신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없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잡아먹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말들이지만
어쩐지 마음이 무거워진다.
친구라면 내 슬픔을 나누고,
속마음을 모두 털어놓으며,
때로는 하나의 영혼처럼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


누군가와 친구가 되는 일이
이렇게나 대단한 과업이었던가.



그래서일까.
우리는 상대가 진정한 친구가 되어줄 사람인지를
재빨리 판단하고, 그렇지 않다면
거리를 두라고 배운다.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해 관계에 쓸 에너지를
나에게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삶의 방식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나도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여기, 이런 통념을
아무렇지도 않게 뒤집는 사람이 있다.



사노 요코.
일본 그림책의 고전 <100만 번 산 고양이>를
비롯해 많은 작품을 남겼으며,
2003년에는 일본 정부로부터
"자수포장" 훈장을 받았다.
냉소와 애정이 공존하는
통찰과 유머로 사랑받는 작가다.



"친구는 쓸모없다."
친구가 없어도 된다는 뜻으로 들리지만
실은 정반대다.
친구에게 쓸모를 요구하지 말라는 의미다.



"친구란 쓸모없는 한때를
함께 낭비하는 사이다."
-216면


특정한 목적 없이 만나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고,
별것 아닌 일로 웃고,
함께 시간을 흘려보내는 사람.


사노 요코가 말하는 친구는
쓸모를 따지지 않아도 되는 무용한 시간들을
함께 쌓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무용함이 곧 가치 없음은 아니었다.
오히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 중에는
가치로 환산할 수 없어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이 친구는 나의 멍청한 면, 한심한 면,
못난 면, 시시껄렁한 면을 전부 받아주었다.
이 친구가 없었다면 나의 얄밉고 시시한
구석들은 갈 곳을 잃고 내 안에 부글부글
넘쳐났을 것이다.
그런 상태로 내가 과연 살 수 있었을까.
(중략)
우리가 함께 보낸 엄청나게 쓸모없는 시간의 흐름,
그 쓸모없음을 빨아들이며 우리는 살아온 것이다."
- 215면



친구 앞에서는 멋지고 현명한 사람인
척하지 않아도 된다. 투덜거리고 한심하게
굴어도 된다. 마음 내키는 대로
엉뚱한 말을 내뱉어도 된다.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에서 잠시 내려와
더 나은 나를 연기하지 않아도 된다.



그때 우리는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된다.




그렇다면 우정에는 정말 목적이 없을까.
사노 요코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쓸모없는 것을 좋아했다.
당장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것,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는 것을 좋아했다.
능률이나 성적이나 발전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 것이 제일 중요했다.

이윽고 그런 것들이 세월의 흐름 속에
온갖 무용함을 흡수해,
사람마다 자기에게 어울리는
토마토를 맺게 하리라고 믿었다."
- 218면






그러나 사노 요코가 말하는
'쓸모없음'은 낭비가 아니다.
삶은 당장 성과로 드러나지 않기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기다리며
기대하는 여유도 필요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니다.
사람은 목적 없이 보낸 시간 속에서
조금씩 자기 자신으로 익어간다.
포도주가 시간을 견디며
깊이 숙성되듯이 말이다.



사노 요코가 좋아했던 쓸모없는 것들도
시간을 흡수하며 결국 한 사람에게 어울리는
무언가가 된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그냥 좋아하며
존재하면 된다.
친구와 함께라면 그래도 된다.


#도서지원 #사노요코 #친구는쓸모없다 #우정 #시절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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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는 어린왕자 - 잊고 있던 나에게 건네는 마음 필사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꿈꾸는고래 편집부 엮음 / 꿈꾸는고래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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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원

부끄럽게도 《어린 왕자》를 읽지 않았다.
책장에서 꺼내놓고도 이내 다시
제자리에 꽂아버린 적이 벌써 몇 번이다.


내게는 얇고 쉬운 동화가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보물들이 잔뜩 숨어 있어
시간이 넉넉하고 마음의 여유까지 있을 때
여행하듯 천천히 즐기고 싶은 책이었다.


동시에 《어린 왕자》의 깊은 의미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선뜻 다가가기가
어렵기도 했다.


감사하게도
가깝고도 먼 어린 왕자를
가까이 데려다준 책을 만났다.




어른을 위한 감성 힐링 필사집
《다시 만나는 어린 왕자》


1. 추억 - 어린 시절의 나에게
2. 관계 - 마음을 나누었던 사람들
3. 위로- 지쳐 있는 당신에게
4. 본질 - 보이지 않는 것들
5. 치유 - 그래도 괜찮아


다섯 가지 주제로
《어린 왕자》의 문장을 엄선한 필사집이다.


필사 문장만 읽으면 전체 맥락이 생략돼 있어
이 문장이 어떤 장면에서 등장하고,
어떤 의미를 갖는지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 필사집은
그런 걱정이 필요 없다.


원작의 어느 부분에서, 누가 한 말인지 밝히고
문장이 등장하는 장면과 의미까지
간단히 해설해 준다.
독자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질문까지 담았다.


챕터 말미에 컬러링 페이지도 있다.
색을 입히며 어린 왕자의 마음에 물들어보는
작은 휴식 공간이다.



얇지만 아주 꽉 찬 필사집이었다.



필사도 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문장들을 한 번 쭉 훑고 나니
《어린 왕자》를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감이 잡혔다.



그러고 나니 이제는 정말
《어린 왕자》를 읽을 용기가 난다.



<관계 16>
"나는 그 꽃의 말을 들으면 안 됐어.
꽃은 그냥 바라보고 향기를 맡아야 해.
내 꽃은 내 별 전체를 향기로 채워줬는데,
나는 그걸 기뻐할 줄 몰랐어."


어린 왕자는 허영스럽고 까다로운
장미의 말들에 상처받아 별을 떠났다.
하지만 떠나고 나서야 알았다.
꽃의 말에만 귀 기울일 것이 아니라
꽃이 가진 향기와 존재 자체를
바라보았어야 했음을.


문장이 아름다워
자꾸 읊조리게 된다.
'꽃은 그냥... 바라보고 향기를 맡아야 해.'


사람의 표정과 눈빛, 말과 행동에
다친 내 마음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내 세상에 존재하고 있음에,
그 존재로 인해 내 삶이 향기로워지고 있음에
감사하라고 가르쳐준다.




<관계 17>
"도망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 가련한 꽃의 속임수 뒤에 있는
따뜻함을 눈치챘어야 했는데.
하지만 나는 너무 어려서
그녀를 사랑하는 법을 몰랐어......"


여전히 어렸을 어린 왕자는
어떻게 이런 걸 터득한 걸까.
신기하기만 하다.


아마도 도망 쳐봤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잘못과 후회를 반복하며
하나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처음에서 점점 더 멀어진다.


"속임수 뒤에 있는 따뜻함"
우리는 모두 이런 모습을 가지고 있다.



<관계 26>
"사람들은 이 진실을 잊고 살아.
하지만 너는 잊으면 안 돼.
넌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영원히 책임이 있어.
네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해진 건
네가 그 장미에 들인 시간 때문이야."


길들인다는 건
서로 서로에게 필요하게 된다는 뜻이다.
소중한 관계라는 건
서로가 서로에게 시간을 들였다는 뜻이다.


요즘 우리는 무엇에 시간을 들이고 있는가?


시간을 들여 관계를 가꾸고,
온몸으로 삶을 경험 대신
화면을 스크롤 하는 데 시간을 쓰고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얻게 될까?






필사집을 한 권 읽은 것뿐이지만
왜 《어린 왕자》가 특히나 큰 사랑을 받는
고전인지 알 것 같다.



아이 앞에서는 쉽고 간결한 문장으로
예쁜 동화가 되지만
어른 앞에서는 사랑, 책임, 관계 같은
삶의 본질을 말하는 철학적 우화가 된다.



아이처럼 순수한 질문은
어른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또, 누가 읽느냐에 따라
다른 질문을 건네며
읽는 이의 삶에 맞는 독서를 이끌어 낸다.



그래서 우리는 매번
새로운 《어린 왕자》를 만나게 되는가 보다.


나는 이번에 "관계"에 집중해 읽었지만
다음에는 무엇에 시선을 두게 될까.


늘 다음을 기대하게 하는 재독의 대명사,
《어린 왕자》


다음에는 원작으로 꼭 만나자!



#다시만나는어린왕자 #생텍쥐페리 #필사집추천 #꿈꾸는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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