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하듯이 쓴다 - 누구나 쓰게 되는 강원국의 글쓰기 비법
강원국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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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의 《나는 말하듯이 쓴다》는 글쓰기 기술서가 아니었다. 스무 개가 넘는 글쓰기 방법이 담겼지만, 기술 이전의 '태도’를 더 강조한다. 글쓰기 전에 ‘무엇을 보고 있는가'를 묻고, 왜 글이 안 써지는가에 대한 탐색을 이끈다. 글을 통해 누구와 소통하려는가에 대한 정체성을 되묻는다. 모두 글쓰기의 관점과 마음가짐들이다.


좋았다.
기술은 공부하고 습득해야 할 부담과 지루함 같다면, 마음가짐은 당장에 체득하지 못해도 괜찮을 것 같은 여유다.


편안했다.
2000회 강의를 한 권의 책으로 집대성한 결정판이라 버릴 것 하나 없는 알찬 글이지만 독자를 몰아붙이는 기세는 없었다.


'나는 이렇게 썼어요.' 담백하고 진솔했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 같았다. 거기에 전 대통령들과의 일화를 비교하며, 글쓰기의 다양한 세계를 배우는 재미는 의외의 포인트였다.


잘 쓰고 싶다는 욕망보다, 진짜 자기다운 글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눈을 잘 써야 말과 글이 좋아진다. ‘어떻게' 쓰느냐보다 '무엇을' 보고 쓰느냐를 묻는다. 남이 보라는 것을 보는 주목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고 보고 싶은 데를 보는 관찰을 강조한다.


"경험하지 않은 세계를 아는 길은 관찰뿐이다.
관심을 두고 들여다보면 거기에 오묘한 세계가 있다.
알면 알수록 더 궁금해지고,
파면 팔수록 더 깊어지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
보고 싶은 데를 보면 보이는 모든 것이
'글감'이 된다."
-31면


나는 보아야만 하는 것이 특정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떤 순간, 어떤 장면이든 그 안에 핵심이 숨어 있어 정답을 골라야 하는 시험 문제처럼 쓰고 있었다. 그래서 늘 어려웠나 보다. 보고 싶은 데를 보면 된다는 말이 해방 선언으로 들렸다.


저자는 말한다.
“자신이 보고 싶은 데를 보고 쓰면
모든 게 일치한다.
주목이 아닌 관찰로 쓸 때 가장 자기답다.”
무엇을 쓸지 몰라 막막할 때, 사실은 내 시선을 내가 믿지 못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걸 깨닫고 나니 보인다. 자신을 믿는 믿음은 글에도 삶에도 꼭 필요하다는 것을.


책에서 말하는 “말하듯이 쓰기”는 단순한 구어체를 뜻하지 않는다. 구조는 말처럼 부드럽고, 문장은 간결하며, 사고의 흐름은 말하듯 리듬을 타야 한다.


‘쉽게 쓰는 게 어렵다’는 말처럼, 말하듯 쓰는 것도 매우 공들인 "꾸안꾸"였다. 잘 읽히는 글이 대부분 그렇듯, 누가 내게 말을 거는 듯한 글을 쓰려면 엄청난 정성이 필요하다.


말하면서 생각하고 말로 쓰고, 자주 쓰고, 먼저 말해보고 쓰는 말과 글이 동행하는 삶 자체가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비결이었다.


“글은 언제나 자기편이고
자기 자신을 치유한다.”
이 책에서 가장 깊이 남은 문장이다. 그러고 보면 모든 글이 그랬던 것 같다. 일기를 쓰든, 메모를 하든, 필사를 하든 억울할 때, 막막할 때, 혼자일 때도 글은 내 마음을 알아주는 존재였다.


남들이 몰라줘도, 글은 안다.
글을 쓸 때의 나, 쓴 글을 다시 읽는 나만큼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글을 쓰는 시간이 곧 위로고 힘이었나 보다.


강원국의 글쓰기는 자기 시선에 대한 믿음이다.

"이 책은 내가 가장 공들여 쓴 책이라고 자부한다.

이 책과 만난 것은 큰 행운이다.

가장 사랑하는 이가 이렇게 말하고 썼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썼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무언가 희망이 보일 것이다.
왠지 잘할 수 있을 듯한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9면

글쓰기와 관련한 모든 시선을 모은 《나는 말하듯이 쓴다》에 그의 애정과 믿음이 진하게 녹아있다. 이러한 믿음과 자부심이 지금의 강원국을 만든 게 아닐까. 믿음은 단번에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매번 두렵고 쓰기 싫지만 써야만 했던 숱한 순간들을 기꺼이 지나 보낸 결과일 것이다.


그래서 나도 쓴다.
글이 내 편이 되어주는 순간이 조금씩 찾아온다.
잘 쓰는 글보다는, 내가 살아있는 글을 쓰기 위해,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는 사람으로 내 편이 되는 순간을 누리고 싶다.


그렇게 쓰는 글에는 늘 내가 있을 테니 용기를 내본다. 그 글이 나를 다시 살아가게 할 것이다.
그 사실 하나면 충분하다.


말하듯 쓰고,
쓰며 말하는
내가 되는 삶.


#도서지원 #나는말하듯이쓴다 #강원국 #글쓰기 #위즈덤하우스 #글쓰기비법 #강원국의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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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하듯이 쓴다 - 누구나 쓰게 되는 강원국의 글쓰기 비법
강원국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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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의 《나는 말하듯이 쓴다》는 글쓰기 기술서가 아니었다. 스무 개가 넘는 글쓰기 방법이 담겼지만, 기술 이전의 '태도’를 더 강조한다. 글쓰기 전에 ‘무엇을 보고 있는가'를 묻고, 왜 글이 안 써지는가에 대한 탐색을 이끈다. 글을 통해 누구와 소통하려는가에 대한 정체성을 되묻는다. 모두 글쓰기의 관점과 마음가짐들이다.


좋았다. 기술은 공부하고 습득해야 할 부담과 지루함 같다면, 마음가짐은 당장에 체득하지 못해도 괜찮을 것 같은 여유다. 편안하게 읽었다. 2000회 강의를 한 권의 책으로 집대성한 결정판이라 버릴 것 하나 없는 알찬 글이지만 독자를 몰아붙이는 기세는 없었다. '나는 이렇게 썼어요.' 담백하고 진솔했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 같았다. 거기에 전 대통령들과의 일화를 비교하며, 글쓰기의 다양한 세계를 배우는 재미는 의외의 포인트였다.


잘 쓰고 싶다는 욕망보다, 진짜 자기다운 글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책이었다. 눈을 잘 써야 말과 글이 좋아진다. ‘어떻게' 쓰느냐보다 '무엇을' 보고 쓰느냐를 묻는다. 남이 보라는 것을 보는 주목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고 보고 싶은 데를 보는 관찰을 강조한다.

"경험하지 않은 세계를 아는 길은 관찰뿐이다.
관심을 두고 들여다보면 거기에 오묘한 세계가 있다.
알면 알수록 더 궁금해지고,
파면 팔수록 더 깊어지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
보고 싶은 데를 보면 보이는 모든 것이
'글감'이 된다."
-31면


나는 보아야만 하는 것이 특정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떤 순간, 어떤 장면이든 그 안에 핵심이 숨어 있어 정답을 골라야 하는 시험 문제처럼 쓰고 있었다. 그래서 늘 어려웠나 보다. 보고 싶은 데를 보면 된다는 말이 해방 선언으로 들렸다.


저자는 말한다.
“자신이 보고 싶은 데를 보고 쓰면 모든 게 일치한다.
주목이 아닌 관찰로 쓸 때 가장 자기답다.”
무엇을 쓸지 몰라 막막할 때, 사실은 내 시선을 내가 믿지 못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걸 깨닫고 나니 보인다. 자신을 믿는 믿음은 글에도 삶에도 꼭 필요하다는 것을.


책에서 말하는 “말하듯이 쓰기”는 단순한 구어체를 뜻하지 않는다. 구조는 말처럼 부드럽고, 문장은 간결하며, 사고의 흐름은 말하듯 리듬을 타야 한다. ‘쉽게 쓰는 게 어렵다’는 말처럼, 말하듯 쓰는 것도 매우 공들인 "꾸안꾸"였다. 잘 읽히는 글이 대부분 그렇듯, 누가 내게 말을 거는 듯한 흐름을 가진 글을 쓰려면 결국 엄청난 정성이 필요하다. 말하면서 생각하고 말로 쓰고, 자주 쓰고, 먼저 말해보고 쓰는 말과 글이 동행하는 삶 자체가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비결이었다.


“글은 언제나 자기편이고 자기 자신을 치유한다.”
이 책에서 가장 깊이 남은 문장이다. 그러고 보면 모든 글이 그랬던 것 같다. 일기를 쓰든, 메모를 하든, 필사를 하든 억울할 때, 막막할 때, 혼자일 때도
글은 내 마음을 알아주는 존재였다. 남들이 몰라줘도, 글은 안다. 글을 쓸 때의 나, 쓴 글을 다시 읽는 나만큼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글을 쓰는 시간이 곧 위로고 힘이었다.


강원국의 글쓰기는 자기 시선에 대한 믿음이다.
"이 책은 내가 가장 공들여 쓴 책이라고 자부한다.

이 책과 만난 것은 큰 행운이다.

가장 사랑하는 이가 이렇게 말하고 썼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썼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무언가 희망이 보일 것이다.
왠지 잘할 수 있을 듯한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9면

글쓰기와 관련한 모든 시선을 모은 《나는 말하듯이 쓴다》. 그 애정과 믿음이 진하게 녹아있다. 이러한 믿음과 자부심이 지금의 강원국을 만든 게 아닐까. 믿음은 단번에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두렵고 쓰기 싫지만 써야만 했던 숱한 순간들을 기꺼이 지나 보낸 시간의 결정체다.


그래서 나도 쓴다.
글이 내 편이 되어주는 순간이 조금씩 찾아온다.
잘 쓰는 글보다는, 내가 살아있는 글을 쓰기 위해,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는 사람으로
내 편이 되는 순간을 누리고 싶다.


그렇게 쓰는 글에는 늘 내가 있을 테니 용기를 내본다.
그 글이 나를 다시 살아가게 할 것이다.
그 사실 하나면 충분하다.


말하듯 쓰고,
쓰며 말하는
내가 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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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머리 뇌과학 - 세계적 뇌과학자가 밝힌 유전 지능을 이기는 공부 지능 발달 습관
가와시마 류타 지음, 이효진 옮김, 김보경 감수 / 부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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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뇌과학 책은 이상하게 술술 읽힌다. 쉬운 표현 때문만은 아니다. 핵심 이론을 간략하게 제시하고, 독자가 쉽게 공감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예시로 연결한다. 짧고 리듬 있는 문장이 전체 문맥의 흐름 안에서 매끄럽게 흘러, 전혀 부담이 없다.


가와시마 류타의 《공부머리 뇌과학》 도 마찬가지다. 쉽고 정확하게, 뇌의 학습 회로를 설계하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아이가 반드시 가지고 있을 "강점 지능" 을 파악해 동기 부여를 하면 그것이 공부머리가 된다. 뇌에 대한 이해와 습관, 최적화 프로젝트로 현실화하게 돕는 책이다.


읽기, 쓰기, 계산하기.
이 세 가지 단순한 훈련이 전전두피질을 자극하고, 뇌 전체를 깨우는 열쇠라는 사실이 인상 깊다.


특히 책을 소리 내어 읽는 음독은 뇌의 기본 회로에 자동화된 처리 속도를 높인다. 전혀 다른 영역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어, 계산력, 기억력은 물론 창의력, 감정 조절력까지 향상된다. 이것이 전이효과다.


학습은 독립적인 스킬이 아니라 연결된 회로 위에서 작동한다. 수학 문제를 푸는 일과 문장을 음독하는 일이, 뇌를 광범위하게 단련하는 하나의 시스템이라는 사실은 교육관 자체를 재설계하게 만들었다.


저자는 독서를 거듭 강조한다.
또 독서냐고? 그저 독서가 아니다.
독서는 창의력의 원천이었다. 창의성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영감이 아니다.


어휘와 언어를 다루는 뇌 영역이 창의적 사고와 맞닿아 있기에, 독서는 뇌를 전방위로 자극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된다. 언어 자극이 뇌의 연결 회로를 다채롭게 바꿔주는 것, 그것이 독서의 진짜 힘이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부분은 ‘스마트폰 사용 ’에 관한 실험 결과였다. 하루 1시간 미만으로 폰을 사용하는 학생들의 성적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집에서 2시간 동안 공부를 한다 해도
스마트폰을 장시간(4시간 이상) 사용하면 전혀 공부하지 않는 아이보다 성적이 안 좋다."
- 115면


스마트폰은 뇌의 블랙홀⁠이었다.
성적은 공부 시간 총량과는 관련이 없다. 공부를 몇 시간 하든, 공부 중에 스마트폰으로 여러 앱을 (특히 메신저) 사용하면 뇌 활동이 저하되어 공부한 내용이 제대로 저장되지 못한다.


그러니 반드시 물리적으로 멀리해야 한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실질적인 뇌효율은 계속 깎여나간다. 스마트폰의 즉각 보상 시스템은 공부의 지연 보상 구조와 정반대라, 폰을 오래 쓰는 뇌는 "기다림 없는 자극"에 최적화된다. 결국, 아무리 공부해도 인출과 적용 능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학습은 복리처럼 쌓이는 작업이지만, 스마트폰의 과잉 자극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곧 ‘복리의 저주’로 돌아온다. 긴 시간 쌓은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경고는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나의 뇌 회로가 조금 바뀌었나 보다. 책을 덮자마자, 고민할 새도 없이 실천했다. 아이들이 공부와 독서, 집안일을 끝낸 후에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도록 규칙을 세웠다.


첫째는 기분이 상한듯 한동안 말이 없었지만, 책도 읽고 청소도 하고 잠깐이나마 공부도 했다. 둘째는 큰 반발 없이 집에서 폰 한번도 열지 않고 시험 공부와 독서를 병행했다. 이날 하루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했다.


뇌과학 책의 본질은
뇌를 바꾸는 게 아니라,
행동을 바꾸는 게 아닐까.


《공부머리 뇌과학》은 뇌에 대한 이해 없이 교육을 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아이들은 배움을 좋아하지 않는 게 아니라, ‘배움이 주는 뿌듯함’을 맛본 적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희망은 있다. 뇌는 반복에 강하고, 학습에 반응한다. 뇌의 회로를 다시 깐다면, 아이들은 다시 배우는 쾌감을 기억해낼 것이다.


공부머리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예측 불가능한 시대, 스스로 배우고 연결해 창조하는 '똑똑한 두뇌'를 갖는 것보다 더 든든한 자산이 어디 있을까.


《공부머리 뇌과학》을 통해 아이와 함께 뇌를 훈련하며, 자녀는 스스로 배우는 두뇌를, 부모는 늙지 않는 두뇌를 갖게 된다면, 그보다 더 지혜로운 투자는 없을 것이다.


뇌를 바꾸는 작업은 결국,
우리의 삶을 바꾸는 과정이다.


#도서지원 #공부머리뇌과학 #가와시마류타 #부키출판사 #공부머리 #공부법 #최적의두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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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는 아이들 - 다정한 양육은 어떻게 아이를 망치는가
애비게일 슈라이어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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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전문가를 찾는다. 상담사,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그들의 해석은 진단이 되고, 진단은 곧 진실처럼 받아들여진다. 《부서지는 아이들》은 바로 그 ‘권위’를 의심한다.


"이는 섹스하는 방법에 대해 생물학자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과 비슷하다."
-259면


감정의 복잡함조차 병으로 해석하는 사회, 문제보다 진단이 먼저 나오는 구조가 우리 아이들이 그 어느 때보다 외롭고, 불안하고, 우울하고, 비관적이고, 무력하고, 겁 많은 세대로 만들었다.


"어째서 체벌 없는 양육법을 택한 첫 세대의 자녀들이 절대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첫 세대가 되었을까?"
- 23면


금쪽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 ‘아이’가 아니라 ‘불안을 통제하려는 어른’이란 점이었다.


책을 읽으며 내 모습이 자꾸 소환됐다.
평소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수용하려 애쓰지만, 선을 넘어서는 순간에는 꼭 ‘혼내듯’ 말하게 된다. 감정이 상하고 나서야 행동을 제한하는 기준을 엄하게 내리는 것이다. ‘훈계가 아니라 분노 발산’처럼 느껴져 매번 후회하지만, 이미 습관으로 굳어버렸다.


아이 입장에서 보면 기준이 일관되지 않았을 것 같다. 어떤 날은 허용하고, 어떤 날은 갑자기 화를 낸다. 감정의 진폭에 따라 부모의 태도가 달라지는 건 기준이 아니라 기분으로 작동하는 권위였다.


《부서지는 아이들》은 말한다.
좋은 권위는 감정을 억누르지 않으면서도, 행동에 선을 긋는 것이다.


사춘기 아이가 무례하게 말할 때,
“화날 수 있어. 하지만 그런 말은 어른에게 해서는 안 돼.” 가르쳐야 한다. 안 되라는 말은 써도 되는 말이었다.


감정은 인정하되,
행동은 제한하기.
이것이 진짜 권위였다.


"부모의 권위는
자녀의 행복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역사적으로 부모의 권위는
"옛날 성서 시대부터 최근까지
모든 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유일한 권위였다."
- 277면


부모의 임무에 대해서도 다시 묻는다.
올바른 가치관을 자녀에게 전달하는 것.
형편없는 최신 이론으로 무장한 이론가들에게 부모의 권위를 넘기지 말 것.
온 삶을 다해 아이와 부대끼며 사랑한 부모 자신을 믿을 것.


충분히 사랑할 것.
동시에 행동에는 높은 기준을 둘 것.
가족에 기여하길 기대하며,
잘못된 행동엔 주저 없이 제한을 가할 것.
그럴 때 아이는 가장 행복하게 자랄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이제는 혼내듯 말하지 않아도, 품위 있는 어른으로 감정을 조절하면서도 기준을 분명히 전달할 수 있도록 훈육을 연습하려 한다.


부드럽되 단호하게,
감정을 다루되 기준은 분명히.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때,
그 일관성이 신뢰로 작동하는 권위가 될 것이다.


"우리는 온화하고 부드럽게 양육하면
아이들이 잘 자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무 증거도 없이 말이다).
꽃이 달콤한 설탕 가루에서 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꽃은 흙에서 가장 잘 자란다."
- 256면


권위는 ‘무섭게 하는 것’도, ‘다 퍼주는 것’도 아니다. 적절한 저항과 어려움이 있는 현실의 흙 위에서, 사랑이라는 물을 주며 아이 곁에서 버티는 것.


진짜 권위는,
그 흙탕물 속에서도
아이와 함께 뒹굴 수 있는 부모에게서 나왔다.



#도서지원 #부서지는아이들 #애비게일슈라이어 #다정한양육 #웅진지식하우스 #육아서적 #육아서추천 #권위 #부모의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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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의 도구들 (블랙 에디션) - 정상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의 61가지 성공 비밀
팀 페리스 지음, 박선령.정지현 옮김 / 토네이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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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성공의 만국박람회가 있다.
《타이탄의 도구들》이다.


세계적인 인물들이 내놓은 진귀한 성공법들이 빼곡하다. 강박적인 노트 수집가인 팀 페리스도 이 책이 자신의 분야에서 최정상에 오른 거인들, 타이탄을 인터뷰하고 기록한 노트들 중 단연 빛나는 보물이라 자부했다. 그들의 성공 신화를 61개의 목차로 풍성하게 구성해,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성공 부스를 독자들에게 펼쳐놓았다. 사실 나는 그 앞에서 숨이 막혔다.


자기계발서를 좋아해서 많이 읽어왔지만, 책을 덮고도 삶은 변하지 않았다. 나는 늘 독자일 뿐, 시도하는 사람은 되지 못했다. 그런 내가 200명이 넘는 타이탄들의 비법을 늘어놓은 이 책을 감당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래서 2017년 출간 이후 6년 동안 베스트셀러로 흔들림 없이 정상을 지키고 있는 이 책을 읽지 않았다. 읽어봤자 여전히 제자리일 나를 확인하고 실망할까 봐 두려웠다.


들어가 볼 엄두가 안 나는 만국 박람회 소식을 멀리서 소문만 듣고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초대장이 왔다. 출판사 토네이도의 북클럽 "소용도리 2기" 활동으로 이 책을 만난 것이다. 뒤늦게 들어가 보고는, 감탄했다. 《타이탄의 도구들》은 과연 달랐다.


정보는 많았지만 흩어지지 않았다. 성공과 지혜, 건강으로 크게 나누어 독자가 원하는 목적을 찾아갈 수 있도록 길을 잘 닦아놓았다. 탄탄한 구성으로 독자를 붙잡고, 이야기꾼의 매력으로 빠져들게 해,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타이탄들이 내놓은 명언급의 인용문들이 킬포처럼 곳곳에서 터지며 지루할 틈이 없다. 그들의 다채로운 일화들은 또 어떤가.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세상에나, 지독하다 지독해...!' 혼잣말을 안 하는 내가 나도 모르게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


저자 팀 페리스 역시 타이탄이었다. 질문이 다르고, 접근법이 달랐다. 인터뷰를 나열한 것이 아니라, 핵심 패턴을 추출하고 공통적인 지혜를 쉽게 정리했다. 그 정보가 왜 중요한지, 어떻게 성공 원리와 연결되고 삶에 적용할 수 있는지 꿰뚫는 시야를 가진 사람이었다. 자신을 실험대 삼아 최적화한 지식까지 축적한 도전적인 사람이기도 했다. 손맛이 기가 막힌 요리사가 최상급의 재료로 요리한 일품 뷔페 같은 책이다.



신나게 읽어가다 깨달았다. 《타이탄의 도구들》은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성과를 지향하는, 야망형 고성능 타입의 사람들을 겨냥했다는걸. 나는 큰 성공에는 관심이 없다.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열정적으로 달려가는 것 자체가 벅차다. 그저 하루하루 평안하기를 고대하는 소시민이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은 이 책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그럴 리가!


마지막 챕터 "단 하나의 결단"에 해결책이 있었다.
"반드시 천천히 하라, 서두르지 마라"
일단 시작하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진 나 같은 사람을 위한 말이었다. 속도를 내기보다, 내 페이스로 속도를 즐겨보라는 응원 같았다.


"명심하세요, 드라마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너무 변화무쌍한 정해진 일정 같은 건 잊어버리세요.
시간은 필요한 만큼 걸릴 겁니다.

매 단계를 거칠 때마다 궤도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
작은 결심들을 하고 또 하는 것보다,
단 하나의 큰 결단을 유지하는 게
훨씬 쉽습니다.
작은 결심을 계속하는 경우에는 당신이 선택한 목표를
무심코 벗어나서 표류할 기회가 너무 많아집니다.

'단 하나의 결단'은 우리가 가진 것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도구입니다."


저자도 알고 있었다.
이 책이 전하는 수많은 성공법을 다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각자에게 맞는, 시기마다 필요한 무기는 이 책을 읽을 때마다 달라질 것이다. 그 단 하나의 무기를 꺼내오는 것. 그 하나를 찾기 위해 이 책을 읽고 또 읽으며 흡수하는 것. 서두르지 않고 일상에 하나둘씩 실험하며 삶에 장착하는 것. 팀 페리스는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일러준다.


"아름다운 것은 빠르게 사라진다"
동시에 "좋은 것은 영원히 남는다."


책 속의 아름다운 인생론과 비책들은 책을 덮은 뒤 기억에서 이내 사라질 것이다. 숱하게 겪어봤다. 하지만 이 책은 내 삶에 남을 '좋은 것' 중 하나가 되었음을 믿는다. 성공의 박람회에서 휘황찬란한 무기 대신, 나는 지금 내 삶에 하나쯤은 장착해 볼 만한 도구와 희망을 슬며시 들고나온 것이다.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다. 다만, 삶을 버티는 방식이 조금 달라졌다. 누구처럼 되려는 욕망보다, 지금의 나로 살아내기 위해 나다운 '단 하나의 결단'을 붙잡게 됐다. 그거면... 되지 않을까.


타이탄이 되려는 마음이 없어도 괜찮다. 거대한 성공이 버거운 이들에게도 이 책은 항상 열려있다. 그러니 반짝이는 삶의 가치가 보관된 보물 창고이자 방향을 잡아줄 성능 좋은 나침반이 여기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엑스포에 방문한 것처럼 내게 맞는 타이탄의 무기를 구경하고 찾을 기대로, 펄럭이는 만국기를 즐거이 바라볼 수 있기를.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단 하나를 만나기 위해, 이 책을 곁에 오래 두고 뒤적이길 바란다. 빨리 읽기보다 깊게 읽으며, 인생의 보물 조각을 천천히 모았으면 한다. 서두르지 말고, 무리하지도 말며, 지금 당신이 쓸 수 있는 단 하나를 천천히 살펴보며 거닌다면, 충분하다.


#도서지원 #타이탄의도구들 #팀페리스 #자기계발서 #자기계발서추천 #토네이도출판사 #소용도리2기 #출판사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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