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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는 아이들 - 다정한 양육은 어떻게 아이를 망치는가
애비게일 슈라이어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5월
평점 :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전문가를 찾는다. 상담사,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그들의 해석은 진단이 되고, 진단은 곧 진실처럼 받아들여진다. 《부서지는 아이들》은 바로 그 ‘권위’를 의심한다.
"이는 섹스하는 방법에 대해 생물학자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과 비슷하다."
-259면
감정의 복잡함조차 병으로 해석하는 사회, 문제보다 진단이 먼저 나오는 구조가 우리 아이들이 그 어느 때보다 외롭고, 불안하고, 우울하고, 비관적이고, 무력하고, 겁 많은 세대로 만들었다.
"어째서 체벌 없는 양육법을 택한 첫 세대의 자녀들이 절대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첫 세대가 되었을까?"
- 23면
금쪽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 ‘아이’가 아니라 ‘불안을 통제하려는 어른’이란 점이었다.
책을 읽으며 내 모습이 자꾸 소환됐다.
평소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수용하려 애쓰지만, 선을 넘어서는 순간에는 꼭 ‘혼내듯’ 말하게 된다. 감정이 상하고 나서야 행동을 제한하는 기준을 엄하게 내리는 것이다. ‘훈계가 아니라 분노 발산’처럼 느껴져 매번 후회하지만, 이미 습관으로 굳어버렸다.
아이 입장에서 보면 기준이 일관되지 않았을 것 같다. 어떤 날은 허용하고, 어떤 날은 갑자기 화를 낸다. 감정의 진폭에 따라 부모의 태도가 달라지는 건 기준이 아니라 기분으로 작동하는 권위였다.
《부서지는 아이들》은 말한다.
좋은 권위는 감정을 억누르지 않으면서도, 행동에 선을 긋는 것이다.
사춘기 아이가 무례하게 말할 때,
“화날 수 있어. 하지만 그런 말은 어른에게 해서는 안 돼.” 가르쳐야 한다. 안 되라는 말은 써도 되는 말이었다.
감정은 인정하되,
행동은 제한하기.
이것이 진짜 권위였다.
"부모의 권위는
자녀의 행복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역사적으로 부모의 권위는
"옛날 성서 시대부터 최근까지
모든 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유일한 권위였다."
- 277면
부모의 임무에 대해서도 다시 묻는다.
올바른 가치관을 자녀에게 전달하는 것.
형편없는 최신 이론으로 무장한 이론가들에게 부모의 권위를 넘기지 말 것.
온 삶을 다해 아이와 부대끼며 사랑한 부모 자신을 믿을 것.
충분히 사랑할 것.
동시에 행동에는 높은 기준을 둘 것.
가족에 기여하길 기대하며,
잘못된 행동엔 주저 없이 제한을 가할 것.
그럴 때 아이는 가장 행복하게 자랄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이제는 혼내듯 말하지 않아도, 품위 있는 어른으로 감정을 조절하면서도 기준을 분명히 전달할 수 있도록 훈육을 연습하려 한다.
부드럽되 단호하게,
감정을 다루되 기준은 분명히.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때,
그 일관성이 신뢰로 작동하는 권위가 될 것이다.
"우리는 온화하고 부드럽게 양육하면
아이들이 잘 자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무 증거도 없이 말이다).
꽃이 달콤한 설탕 가루에서 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꽃은 흙에서 가장 잘 자란다."
- 256면
권위는 ‘무섭게 하는 것’도, ‘다 퍼주는 것’도 아니다. 적절한 저항과 어려움이 있는 현실의 흙 위에서, 사랑이라는 물을 주며 아이 곁에서 버티는 것.
진짜 권위는,
그 흙탕물 속에서도
아이와 함께 뒹굴 수 있는 부모에게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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