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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하듯이 쓴다 - 누구나 쓰게 되는 강원국의 글쓰기 비법
강원국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평점 :
강원국의 《나는 말하듯이 쓴다》는 글쓰기 기술서가 아니었다. 스무 개가 넘는 글쓰기 방법이 담겼지만, 기술 이전의 '태도’를 더 강조한다. 글쓰기 전에 ‘무엇을 보고 있는가'를 묻고, 왜 글이 안 써지는가에 대한 탐색을 이끈다. 글을 통해 누구와 소통하려는가에 대한 정체성을 되묻는다. 모두 글쓰기의 관점과 마음가짐들이다.
좋았다.
기술은 공부하고 습득해야 할 부담과 지루함 같다면, 마음가짐은 당장에 체득하지 못해도 괜찮을 것 같은 여유다.
편안했다.
2000회 강의를 한 권의 책으로 집대성한 결정판이라 버릴 것 하나 없는 알찬 글이지만 독자를 몰아붙이는 기세는 없었다.
'나는 이렇게 썼어요.' 담백하고 진솔했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 같았다. 거기에 전 대통령들과의 일화를 비교하며, 글쓰기의 다양한 세계를 배우는 재미는 의외의 포인트였다.
잘 쓰고 싶다는 욕망보다, 진짜 자기다운 글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눈을 잘 써야 말과 글이 좋아진다. ‘어떻게' 쓰느냐보다 '무엇을' 보고 쓰느냐를 묻는다. 남이 보라는 것을 보는 주목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고 보고 싶은 데를 보는 관찰을 강조한다.
"경험하지 않은 세계를 아는 길은 관찰뿐이다.
관심을 두고 들여다보면 거기에 오묘한 세계가 있다.
알면 알수록 더 궁금해지고,
파면 팔수록 더 깊어지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
보고 싶은 데를 보면 보이는 모든 것이
'글감'이 된다."
-31면
나는 보아야만 하는 것이 특정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떤 순간, 어떤 장면이든 그 안에 핵심이 숨어 있어 정답을 골라야 하는 시험 문제처럼 쓰고 있었다. 그래서 늘 어려웠나 보다. 보고 싶은 데를 보면 된다는 말이 해방 선언으로 들렸다.
저자는 말한다.
“자신이 보고 싶은 데를 보고 쓰면
모든 게 일치한다.
주목이 아닌 관찰로 쓸 때 가장 자기답다.”
무엇을 쓸지 몰라 막막할 때, 사실은 내 시선을 내가 믿지 못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걸 깨닫고 나니 보인다. 자신을 믿는 믿음은 글에도 삶에도 꼭 필요하다는 것을.
책에서 말하는 “말하듯이 쓰기”는 단순한 구어체를 뜻하지 않는다. 구조는 말처럼 부드럽고, 문장은 간결하며, 사고의 흐름은 말하듯 리듬을 타야 한다.
‘쉽게 쓰는 게 어렵다’는 말처럼, 말하듯 쓰는 것도 매우 공들인 "꾸안꾸"였다. 잘 읽히는 글이 대부분 그렇듯, 누가 내게 말을 거는 듯한 글을 쓰려면 엄청난 정성이 필요하다.
말하면서 생각하고 말로 쓰고, 자주 쓰고, 먼저 말해보고 쓰는 말과 글이 동행하는 삶 자체가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비결이었다.
“글은 언제나 자기편이고
자기 자신을 치유한다.”
이 책에서 가장 깊이 남은 문장이다. 그러고 보면 모든 글이 그랬던 것 같다. 일기를 쓰든, 메모를 하든, 필사를 하든 억울할 때, 막막할 때, 혼자일 때도 글은 내 마음을 알아주는 존재였다.
남들이 몰라줘도, 글은 안다.
글을 쓸 때의 나, 쓴 글을 다시 읽는 나만큼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글을 쓰는 시간이 곧 위로고 힘이었나 보다.
강원국의 글쓰기는 자기 시선에 대한 믿음이다.
"이 책은 내가 가장 공들여 쓴 책이라고 자부한다.
이 책과 만난 것은 큰 행운이다.
가장 사랑하는 이가 이렇게 말하고 썼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썼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무언가 희망이 보일 것이다.
왠지 잘할 수 있을 듯한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9면
글쓰기와 관련한 모든 시선을 모은 《나는 말하듯이 쓴다》에 그의 애정과 믿음이 진하게 녹아있다. 이러한 믿음과 자부심이 지금의 강원국을 만든 게 아닐까. 믿음은 단번에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매번 두렵고 쓰기 싫지만 써야만 했던 숱한 순간들을 기꺼이 지나 보낸 결과일 것이다.
그래서 나도 쓴다.
글이 내 편이 되어주는 순간이 조금씩 찾아온다.
잘 쓰는 글보다는, 내가 살아있는 글을 쓰기 위해,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는 사람으로 내 편이 되는 순간을 누리고 싶다.
그렇게 쓰는 글에는 늘 내가 있을 테니 용기를 내본다. 그 글이 나를 다시 살아가게 할 것이다.
그 사실 하나면 충분하다.
말하듯 쓰고,
쓰며 말하는
내가 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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