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잠 선물 가게, 기적을 팝니다 꿀잠 선물 가게
박초은 지음, 모차 그림 / 토닥스토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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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협찬

하루 끝, 마음 한 칸 비워두고 싶은 이에게 어울리는 작고 따뜻한 기적 이야기.


김종원 작가님 추천사에 눈이 번쩍 뜨였다. 감정을 느끼는 이유와 원인에 대해서 세심하게 알려주는 책이라는 말씀에 바로 서평단에 지원했다. 판타지적 설정과 잔잔하고 일상적인 공감 포인트들이 어우러져 꿀잠을 불러오는 따뜻한 이야기, 《꿀잠 선물 가게, 기적을 팝니다》


장편소설이지만 꿀잠이 필요한 손님들을 중심으로 짧고 독립적인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책 한 권 다 읽기 힘들다 하는 분들도 너끈히 완독할 수 있는 구조다. 청소년이나 독서에 재미를 붙이려는 입문자에게 안성맞춤인 소설이다. 그렇지 않아도 복잡하고 힘든 세상, 잠시 일상을 벗어나 위로를 얻고, 쉬고 싶은 모든 분들께 편안한 시간을 선물할 마법 같은 책.


"은은한 오로라가 감도는 듯한 진열장 속 물건들 덕분에
가게는 한층 더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냈다.
물건들은 모두 오슬로가 정성을 기울여 만든 꿀잠 아이템들이다."
- 12면


주인공은 오슬로와 부엉이 자자.
잠이 절실한 손님들이 꿀차를 마시고 잠이 들면, 조수 부엉이 자자가 손님의 꿈속으로 들어간다. 부엉이 안대를 쓰면 오슬로도 자자가 보고 있는 손님의 꿈속 세계를 함께 볼 수 있다. 그 꿈속에서 잠을 잘 수 없는 이유나 고민, 후회 같은 다양한 마음들을 알아본다.


푹 자고 난 손님 수현이 말한다.
"전 누군가의 도움이 간절했나봐요.
제 안에 쌓인 감정들, 그걸 밖으로 꺼내기가 무서웠어요.
달팽이처럼 숨어 있었는데.....
빠져나올 용기를 준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합니다."
- 40면


부상으로 운동선수의 꿈이 좌절된 수현은 가족들마저 멀리하며 절망에 빠져있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과 치열한 경쟁으로 늘 조급했던 수현. 몸도 마음도 돌보지 못한 채 무리하다 결국 부상을 당한 것이다.


그런 수현에게 오슬로는 포근한 새털구름 양말을 보낸다.
"양말을 신고 잠에 들면 꿈에서는 아주 가벼운 새털처럼 둥실둥실 날아다닐 수 있습니다. 현실의 답답함을 꿈에서나마 상쾌하게 풀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무작정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아이템은 아닙니다. 다만, 꿈에서 말씀한 기분을 느끼면 깨어나서도 그 느낌이 지속될 겁니다. 자연스럽게 아팠던 자리가 아물고,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겠죠."
- 44면


현실의 답답함을 꿈에서 풀 수 있다는 메시지가 인상적이다. 꿈은 도피가 아니라 현실을 정화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관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현실은 바꿀 수 없지만 마음의 힘이 생기면 현실에 대한 해석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 그러한 힘을 이 소설이 주고있었다.


단숨에 문제를 해결하는 마법 같은 꿀잠 아이템이 아니어서 또 좋았다. 현실로 돌아갈 손님들이 스스로 상황을 헤쳐갈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이야기에 대한 신뢰감이 생겼다. 무턱대고 예쁜 위로만 던지며 과도한 환상을 일으키지 않는, 현실에 기반한 힐링 소설이었다.


민들레 향수, 기억의 팔찌, 정신 번쩍 담요 등 기발하고 재치 있는 아이템으로 6명의 손님들에게 깊은 잠을 선물하는 이야기. 잔잔하게 퍼지는 여운이 포근해, 꿀차를 마신듯했다.


가지각색의 아이템처럼 다양한 고민을 가진 손님들의 사연에서 우리들의 이야기도 조금씩 묻어있다. 그렇게 소설과 연결되어 힘들고 무거웠던 감정들이 새털처럼 가벼워지길, 결핍을 숨기려고만 하다 멀어진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되찾을 수 있길, 진정 원하는 것이 뭔지 알아낼 수 있길. 모두에게 마법이 일어나면 좋겠다.


꿀잠은 내면의 목소리를 다시 듣는 시간 같다. 잠들기 전, 나조차 놓치고 있던 마음의 구멍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나를 알아주는 시간. 깨고나면 절로 방향이 조정되는 힘. 우리가 눈 감고 있는 그 틈에 진짜 회복과 삶의 균형이 매일 새롭게 시작되면 좋겠다.


"누구나 길을 잃을 수 있다.
고민이 깊어 잠들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질 수도,
생각이 많아 두통이 심한 날도 있을 것이다.
그 길 한편에 포근함을 선물하는 가게가 있다면,
그리고 그 안에서 당신의 또다른 시작을 응원하는
따뜻한 존재가 있다면 그것만으로 그 밤이 조금은
덜 외롭지 않을까 생각한다."
- 작가의 말


#도서지원 #꿀잠선물가게기적을팝니다 #박초은 #꿀잠선물가게 #창비 #소설 #힐링소설 #독서 #토닥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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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파크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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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원

《센트럴파크》는 기욤 뮈소의 11번째 장편소설이다. 판타지와 로맨스를 결합한 스타일이 강점이지만, 그는 이 책으로 본격적인 스릴러 장르에 도전했다. 그리고 성공한다. 프랑스 자국에서만 100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기욤 뮈소의 변신은 대성공이라는 찬사를 이끌었다.


사실 요즘 나는 소설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이야기 속 전혀 다른 세계에 빠져들면 현재의 나는 사라지는 기분이 괜히 불편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내가 흐릿해지는 대신 한 사람의 고통 안으로 내가 확장되는 경험을 주었다. 독자와 이야기를 이질감 없이 묶어내는 소설의 힘 덕분이다.


38살의 파리 경찰청 강력계 팀장 알리스.
옆에 누워있는 남자는 미국인 재즈피아니스트 가브리엘. 그는 어젯밤 아일랜드 더블린, 재즈클럽에서 공연을 마치고 취한 이후로 기억이 없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음날 아침 8시에 뉴욕 센트럴파크 한가운데서 같이 눈을 뜬다. 손이 하나씩 수갑에 묶인 채로.


불확실한데다 결코 불가능한 일들이 동시에 휘몰아친다. 이 모든 복잡한 설정과 사건들이 단 하루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니! 수많은 서스펜스의 떡밥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회수해 준 작가에게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다.


미스터리 스릴러로 시작해 심리, 관계, 정체성, 결국은 사랑이라는 인간의 본질로 접근하는 전개는 '서스펜서 마스터'다웠다. 수사를 진행할수록 오히려 더 미궁에 빠지며,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소용돌이로 독자를 이끌고 가는 기막힌 솜씨! 챗 GPT도 이기지 못할 것이다.


《센트럴파크》는 겉은 추리물, 속은 심리극, 마무리는 드라마였다. 캐릭터와 서사뿐 아니라 인물들의 감정까지도 빈틈없이 설계된 미스터리였다. 결국은 사랑으로 모든 이야기가 모여드는 결말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머리도 쓰고, 마음도 울리는 소설을 원한다면 완전 취향 저격일 소설!


"나는 기억한다.
2011년 11월 21일에 자만심과 허영심에 사로잡힌 나는 지나친 만용을 부리다가 내 아기와 남편을 죽게 한다."
-161면


주인공 알리스는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진 남자와 결혼하고 아이도 갖는다. 그러나 아이는 배 속에서 연쇄살인범에 의해 죽게 되고, 같은 날 남편도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끔찍하리만치 비극적인 불행을 겪은 알리스. 살아갈 이유를 모두 잃은 그녀가 인생을 포기하지 않도록 사랑으로 돌봐준 사람들이 있었다.


죽음보다 더 깊은 절망 속에서도, 살아 있으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다시 사랑하고, 살아갈 이유를 만든다. 사랑이 없다면 절망은 고통이지만, 사랑이 있다면 절망은 시작이다.


고난 앞에서 도망만 가고 싶은 소심이라면, 이 세상 누구보다도 결단력 있고 용감한 알리스 앞에서 삶을 직면하는 방식을 배울 것이다. 알리스가 과거를 회피하지 않게 붙들고, 스스로를 용서하며,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게 되는 이 소설에서 진짜 반전은"누가 죽였는가"가 아니라 "누가 포기하지 않았는가"였다.


"알리스가 잃어버린 것은 기억일까, 마음일까?"라는 질문을 손에 쥐고 읽는다면, 일시정지되는 순간들을 더 자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은 지워질 수 있지만 누군가를 살게 한 마음은 삶의 일부로 남아,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이것이 알리스와 그녀의 사람들이 내게 준 선물이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운명과 싸워 얻어낸 이 모든 순간들이야말로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들이었다고 말입니다.
아무도 그 소중한 순간들을
당신에게서 빼앗아 갈 수는 없다고 말입니다."
-349면



#도서지원 #기욤뮈소 #센트럴파크 #책추천 #소설추천 #그후에 #베스트셀러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추리소설추천 #밝은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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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연금술 - 스스로 설계한 미래를 끌어당기는 법
이하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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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구독하고 있어 평소에도 자주 뵙는 이하영 선생님. 전작인 <나는 나의 스무 살을 가장 존중한다> 가 인생을 통째로 압축한 책 같아, 한 생을 더 살아야 다음 책을 쓰실 수 있을 것 같다고 포스팅했는데... 1년 만에 신간을 내주셨다. 역시 어나더 레벨 이하영 작가님.


연금술은 철, 구리, 납 같은 비금속을 금, 은의 귀금속으로 변화시키는 화학 기술이다. "삶을 반짝이는 금으로 만드는 기술", 인생 연금술의 핵심으로 이 책은 "마음의 행복"을 가리킨다. 일체유심조, 세상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다.
삶에서 벌어지는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바라보는 마음의 방식(관점, 해석)이 우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가난한 삶은 없다.
삶에 대한 해석이 가난할 뿐이다."
세상은 관점이 투영된 것이다. 산이 좋고 물이 좋은 것은 그곳에 가는 우리 마음이 좋기 때문이지, 산이 좋고 물이 좋아서가 아니다. 마음이 힘들다면 멋진 곳에 가도 그곳이 좋을 수 없다. 산과 물은 그저 그 자리에서 가치중립적으로 존재할 뿐, 산과 물에는 좋고 나쁨이 없다.


삶을 바꾸고 싶다면, 마음이 삶을 해석하는 방식을 먼저 바꿔야 한다. 행복한 삶은, 결국 행복한 해석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는 단순한 메시지로 끝이 아니다. 삶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기 위해 다양한 사고의 방향성을 안내한다.


행복과 시간을 재정의하며, 기초 철학이 되는 변화의 씨앗을 심는 것부터 시작한다. 인생을 잡아주는 뿌리가 깊게 내리도록 디테일한 원리를 제시한 뒤, 인간관계라는 가지로 확장한다. 부를 열매로 비유하며, 이윽고 내면의 숲을 이루는 데까지 나아간다.


그중 인상적이었던 주제 세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는 행복이다.
"여러분은 행복한가? 아니라면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원하는 대로 세상이 바뀌길 원해서다.
세상은 내 것이 아니다.
세상은 세상 것이다.
세상이 내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될 때,
나는 내가 할 일을 즐겁게 하면 되고,
세상은 세상 뜻대로 그에 대한 선물을 줄 뿐이다.
그러면 우리는 바로 행복해진다."

내 바람대로 세상과 사람들이 달려져야 한다는 집착이 없다면, 괴로움이 없고, 그것이 바로 행복이었다. 단순하고 명쾌한 행복론이 가슴에 퍽 하고 자리를 잡았다.


둘째는 시간이다.
"시간은 흘러가고, 펼쳐지는 원인과 결과의 인과 대상이 아니었다.
시간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시점의 인연 관계였다."

시간은 선처럼 하나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거꾸로 펼쳐지는 관점에서는 역할이 바뀌어 미래가 원인이고, 현재가 미래의 결과가 된다. 시선이 높아져 시간에 대한 면의 세상, 2차원의 시선이 생기면 시간의 연결성이 보인다.


과거가 원인이고 현재가 결과라는 일방적인 흐름에서 벗어나, 미래가 목적이고 현재가 그 목적을 실현하는 과정이라면, 미래의 우리에게는 현재의 우리가 필요하다. 시간은 '선'으로 흘러 가버리는 것이 아니라, 엮어가며 채우는 '면'이기도 하다. 그때 시간은 과거·현재·미래로 구분되는 대신, 차곡차곡 쌓는 설계의 대상이 된다.


셋째는 관계다.
"우리는 상대를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타인을 오해하는 존재고,
공감한다는 말로 그들을 대하고 있다.
이 앎이 인간관계의 출발점이다.
우리는 늘 우리의 입장에서
그들을 판단하고 해석하고 있다.
이 다름에 대한 인정이 모든 인간관계를 해결해주는 핵심이다."

그래서 더더욱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의 환상’을 깨닫고, 상대를 설명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오해를 전제한 그 위에 신뢰를 쌓는 연습. 그 다름을 있는 그대로 두고도 함께할 수 있는 용기와 이해의 시도가 필요하기에 관계는 어려운 것이었다.


완벽한 일치로 맞추려 말고, 다름이 흐를 수 있게 여백을 남겨두는 여유가 필요하다. 진짜 연결은 다름 속에서도 함께 머무는 선택에서 비롯한다.


사실 이 책을 읽기가 어려웠다. 전작에서도 느꼈지만 이하영 작가님의 문장은 수학을 닮았다. 문과적 감성이 아니라 이과적 증명의 전개다. 정의, 전제, 추론, 도출. 중간에 하나가 이해 안 되면 뒷부분이 엉켜버리는 느낌이다. 게다가 곧바로 응용까지 가버린다. (ㅎㅎ) 문장 하나하나는 쉬운데, 행간을 잇는 개념들을 조립해야 하니 절대 쉽지 않은 신묘한 글이다.


그래서 좋았다. 읽는 속도가 느려질수록 생각의 밀도는 깊어진다. 빨리 넘길 수 없다는 건, 그만큼 사유의 근육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내 안의 익숙한 관점들을 해체하고, 새로운 인식 구조를 조립해야 하는 과정이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하영 작가님의 글은 독자를 가르치지 않는다. 독자가 스스로 개념을 짓고 조립하도록 문장 사이에 여백을 남겨둔다. 독서가 아니라 해석, 해석을 넘어 재구성까지 요구하는 이 낯선 책읽기가 오히려 즐거웠다.


《인생의 연금술》은 작가님과 함께 사유하는 책이다. 답을 주기보다, 질문의 구조를 바꾸게 만드는 책. 그래서 어렵지만, 그래서 더 귀하다.


이 책은 세상에 대한 해석의 권한을 다시 찾으라고 상기시켜주었다. 타인의 시선, 환경의 조건, 과거의 기억에 의해 삶이 결정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그것들에 묶여 원하는 방향으로 힘 있게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신념 체계 밑바닥부터 다시 쌓아가도록 만든다.


마음이 삶을 만든다는 그 단순한 진실이 얼마나 멀리 밀려나 있었는지 깨달았다. 삶은 바뀌지 않는다. 마음이 바뀔 뿐이다. 마음과 해석의 방향이 바뀔 때, 비로소 삶은 의미 있는 변화로 진입할 것이다. 그 첫 단추를 정확하게 끼우도록 돕는 책, 《인생의 연금술》이었다.






#도서지원
#인생의연금술 #이하영 #웅진지식하우스 #인생설계 #라이프체인지공식 #자기계발서추천 #인문학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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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살아 내는 게 엉망이어도 괜찮아 - 다시금 행복을 애쓰고 있는 당신에게
윤글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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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매일 17만 명의 독자에게
진심을 전하는 윤글 작가의 신작
《가끔 살아 내는 게 엉망이어도 괜찮아》
sns 매체에 글을 올리는 작가라 그런지
한 페이지 분량의 짤막한 글로 감정을 정리해주는 책이다.


술술 잘 읽히고 짧아서, 책을 즐겨 읽지 않지만 위로가 필요한 초보 독자들에게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 그중 마음을 울리는 문장들을 소개한다.


"인생,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살아간다는 것은
변해 가는 것들을 받아들이는 과정의 연속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제는 모든 상황에 연장선을 그어 놓는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또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지 알 수 없으니까.
다시 생각해 봐도 하여튼 희한해."
- 112면


"다시금 행복을 애쓰고 있는 당신에게" 전하는 글에는 위로만 있지 않다. 엉망진창인 순간들을 굳이 고치라 하지 않고, 그 자체로 존재의 일부로 받아들이자고 제안한다. 성공이나 회복이 아니라, 공존과 인식의 전환을 이야기하는 시선들이 좋았다.



"하루하루를 버텨 내는 방식
때때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수시로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산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고, 내일도 그럴 테다.
그래서 사랑하는 것을 다루는 시간에는 최대한 집중하려고 하고
미워하는 것을 다루는 시간에는 최선으로 즐기려고 한다.
쉽지 않은 세상을 나름대로 버티기 위해 이런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모든 순간을 좋아할 수는 없지만
덜 싫어하는 방법은 익힐 수 있으니까."
-153면


이런 문장들은 독자를 알아주고 다독이면서도, 감정에 끌려가기보다 조율할 수 있게 돕는다. 모든 순간을 좋아하지 않아도 된다며 엉망인 상태에서도 살아가는 법을 알려준다. 지나치게 위로하지 않는 위로라서 좋았다.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뭘 해도 해낸다.
결국 체력이다.
아무리 좋은 것들을 보고 들으며 스스로를 단련하더라도
체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예고 없이 찾아온 작은 불행에도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만다.
체력을 기르자.
체력이 좋다는 것은 버티는 힘이 강하다는 뜻이다.
누구나 다 피곤하고 힘들고 어렵지만
마지막까지 퍼지지 않는 사람이 이기는 거다"
- 89면


마음과 함께 몸을 돌보라는 목소리도 인상 깊었다. 느슨해진 운동 습관에 다시 의욕이 붙었고, 버티는 힘의 물리적인 기반이 결국 체력이라는 사실도 새삼 실감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괜찮음'이라는 말이 전보다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불완전한 상태에서 살아내는 것 또한 괜찮음이라는 것. 삶의 기준을 완성이 아닌 진정성에 두어도 되겠다는 깨달음이 소중했다. 나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는 연습을 통해 자기 수용이 더 깊어진다면, 그것은 곧 삶이 진짜가 되어가는 과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엉망이면 안 된다"라는 강박을 갖기 쉬운 20대 후반~30대 초반,
사회 초입인데 벌써 번아웃 왔다 싶은 분들,
실패, 불안, 눈치에 민감하고 "나는 왜 이렇게 못하지?" 비관 회로가 돌아가는 분들,
SNS나 책에서 만난 한 문장에 기대고 싶은 분들에게 힘이 될 것이다.


《가끔 살아 내는 게 엉망이어도 괜찮아》는 복잡한 감정을 정리하고, 삶의 속도를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짧지만 그래서 강한 힘이 녹아있는 글에 마음을 열기를.
글의 속도를 맞춰 혼란스러운 마음을 흘려보낼 수 있기를.


#도서지원 #가끔살아내는게엉망이도괜찮아 #책추천 #에세이 #좋은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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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 - 비교와 강박을 내려놓고 삶의 중심을 되찾는 마음의 기술
전미경 지음 / 갤리온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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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전미경의 책 《당신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는 독자에게 조금은 도발적인 전제를 던진다.
"스스로에게 불만족한다 = 당신은 불안하다 = 당신은 특별해지고 싶어한다"로 묶어버리기 때문에, 독자는 '응? 나는 나에게 불만은 있지만 그런 의도는 없는데?'라는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내가 그랬다.


나에게 불만족하지만 그게 곧 남들보다 더 특별해지고 싶은 심리는 아니었다. 그저 지금보다 나아지고 싶은 정상적인 욕구라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진지하게 나에게 물어봤다. '너 정말 특별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어?'


내 삶 전체를 특별하게 만들고 싶진 않다. 어젯밤에도 이런 생각을 하며 잠들었다. '이렇게 형편없는 실력으로 여기까지 왔다니, 신은 정말이지 놀랍도록 내게 큰 축복을 베푸셨구나!' 감탄했다. 다만 특정한 영역에서는 역량을 제대로 빛내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그건 세상의 시선 때문이 아니라, 내 안에서 꺼지지 않고 타올라 삶의 중심이 되어주는 욕망이었다.


이 책은 이렇게 거울 역할을 한다. 독자를 설득하고 교정하려 들지 않고, "지금 당신이 불안한 이유가 뭔지,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보여줄게요." 되돌아보고 성찰하도록 유도한다. 읽다 보면 '이 사람도 이런 식으로 아팠구나. 그런데 그걸 이렇게 풀어낸다고?' 타인의 깨달음이 내 고통의 지도와 맞물리는 지점이 생긴다.


저자의 말에 다 동의해야만 내 문제와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꼭 일치하지 않아도 나만의 연결고리를 찾는 과정들이 흥미로웠다. 그렇게 책은 불안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나와 무엇이 다른지 살피며 조율하며 읽어갔다. 여러 상담 사례를 통해 내담자에 이입해, 공감받고 이해를 높이며 나를 더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솔직히 말할게. 너랑 있으면 편하기는 한데 그게 다야.
네가 어떤 애인지 모르겠어.
네 생각이 뭔지, 네가 뭘 좋아하는지 전부 모르겠어.
우리 여기까지 하자."


충격적인 이별 통보를 당한 이 내담자는 모든 걸 남자친구에게 맞춰왔다. 자신에 대한 깊은 불신으로 단 한 번도 진짜 모습을 타인에게 드러낸 적이 없었다. 저자가 지적한 그녀의 근본 원인은 의외였다.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만 몰입"했다는 것. 겉으로는 타인에게 맞추는 듯했지만, 실상 그녀의 관심은 오직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가에만 쏠려 있었다.


대화를 하면서도 '내가 지금 적절하게 반응하고 있나?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지?'라는 자기중심적 사고에 갇혀 있었다. 타인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호기심이 없었기에, 그녀의 대화는 항상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나 역시 더 나아지고 싶은 욕구로 자꾸 나를 단속하며 검열하곤 한다. <나는 솔로>에 미국 변호사로 활동하는 한 분이 떠올랐다. 능력은 물론 외모며 인품, 지성까지 두루 갖춘 인상적인 인물이었다. 그런 그녀에게도 악플이 달린다. 관심을 보이는 남성 출연자에게 이성적인 마음이 없음에도 선을 긋지 못하고 계속 여지를 주는 행동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타인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아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 같았다. 나 역시 그런 부류이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악의 없는 행동이 결국은 호감 있는 사람을 알아볼 기회를 놓치게 했다. 타인을 과하게 배려하느라 자신을 검열하고, 진짜 자신의 감정은 뒤로 미뤘다. 그녀도, 나도, 그렇게 스스로를 검열하며 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심리학자 롤로 메이는 "진정한 자아를 드러내는 용기야말로 존재의 핵심"이라 말했다.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만이 관계에서 진짜 연결을 만든다. 그렇게 우리는 관계에서도, 삶에서도 덜 외롭게 살아갈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일 수는 없다. 중요한 건 자신의 목소리이다.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용기, 진정한 자아를 드러내는 용기. 그것은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능력이었다.


책은 일본에 '킨츠기'라는 전통 공예를 소개한다. 깨진 도자기를 금가루를 섞은 옻칠로 이어 붙인 기술이다. 흠집과 균열을 숨기는 대신 그것을 금빛으로 빛나게 만들어 깨진 자리가 오히려 새로운 아름다움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내 삶의 균열을 하나씩 금으로 덧칠하고 싶어졌다. 완벽하진 않아도, 그래서 더 나 다운 이야기가 생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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