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는 도끼다 - 얼어붙은 감수성을 깨는 지성의 문장들
김지수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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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는 도끼다》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필사책이라고만 소개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필사할 문장들이 인터뷰이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진행한 인터뷰 시리즈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는 국내외 석학들의 지혜가 모인 인문학 플랫폼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처럼 인생이라는 광대한 시간 속에서 살아온 어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옳고 그름의 선명함보다 틈새의 아름다움과 존재 안의 광야를 들여다보고자 안간힘을 쓰는' 김지수 기자의 예리한 통찰력과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빛났다. 경청과 공감으로 다져진 따뜻한 품성과 다방면의 지식을 바탕으로 질문하는 프로의 전문성도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버릴 단어 하나 없이 적확하면서도 아름답게 표현된 문장에 정말 감탄했다. 세계의 수많은 지성을 직접 만난 경험 위에 '더 나은 언어로 세상을 잇는 마인즈 커넥터'라는 목표가 더해져 탁월한 문장가에 이르렀음을 알았다. 《필사는 도끼다》는 100명의 지성과 인터뷰한 기사 중에서 135개의 문장을 주제별(어른의 말, 지성의 말, 각성의 말, 안식의 말, 행복의 말)로 선별했으니, 10년의 에센스라 자부할 만하다.


"어른들, 인문학자들, 장인들에게서 울림이 컸던 130여 개의 특정 발화 지점을 포착한 것입니다. 다른 층위의 경험, 고민 끝에 도달한 현자들의 말이기에, 내 인생 어느 순간에 적용해도 어긋나지 않을 거라 자부합니다."
- 9면


《필사는 도끼다》를 읽으며 알았다. 내가 왜 인터뷰 기사를 좋아하는지 말이다. "도끼"가 힌트였다.

"필사란 무엇일까요? 도끼질입니다. 장작을 쪼개듯 암벽을 찍어 오르듯, 오늘 내가 여기 살아 있음을 새기는 존재의 도끼질이지요. 흘러가는 언어를 붙잡아 내 인생의 적재적소에 꽂아 넣는 구체적 행위, 그게 바로 필사입니다."
- 6면


한 사람이라는 존재를 도끼질하듯 훔쳐보며 나의 살아 있음을 새기는 기쁨이 있었던 것이다. 인터뷰로 갈무리된 인생의 정수를 글을 통해 마시며, 그 인생을 훔치는 기분이었다. 나와는 전혀 다른 각자의 세상에서, 다른 태도와 생각으로, 전혀 다른 우주의 삶들을 경험하는 게 좋았다. 비문학처럼 명확하게 질문하고 답하는 흐름이 편하면서도, 활자로 표현된 인생이 문학처럼 아름다워서 좋았다.


QR코드로 해당 인터뷰를 손쉽게 읽을 수 있으니 한 권의 어엿한 인터뷰집이며, 100권의 사람책이다. 한 사람의 시간을 대표할 수 있는 골수를 골라 손글씨로 음미할 수 있다. 게다가 《필사는 도끼다》는 챕터마다 김지수 작가님의 에세이로 시작해 주제를 관통하는 질문으로 마무리한 가이드 형식이다. 필사로 피어난 생각들이 질문을 기점으로 더 깊은 사유로 확장되는 흐름도 강점이다. 필사를 좋아하고, 올해의 키워드 중 하나를 '질문'으로 삼은 내게 최고의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필사는 도끼다》의 모든 페이지가 정말이지 놓칠 수 없는 메시지들이라 가슴이 벅찰 정도였다. 100명의 현인들이 김지수라는 훌륭한 필터를 통해 여기 이 책에 모였다. 이 시대의 어른들을 만나며 많은 인생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그 인생들이 비추는 나의 인생은 어떤 모양과 빛깔인지 궁금해서, 눈과 손과 마음이 다 같이 즐겁게 헤매던 독서이자 필사였다.


두 손에 흰 면장갑을 껴야만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고급스러운 물성을 자랑하는 책이다. 나뭇결과 도끼 자국으로 책의 메시지를 양장 표지에 그대로 표현한 센스가 감각적이다. 도끼 틈새로 비치는 문자에 지성인들의 높은 사유가 새어 나오는 듯하다. 사철 제본으로 온전히 펼쳐져 편하게 필사할 수 있게 한 만듦새와 잉크가 비치지 않는 도톰한 종이까지 필사책으로도 더없이 훌륭했다.


인상 깊은 인터뷰들이 많아 고르기 어려웠지만 지금 내게 다가온 몇 구절들을 꼽아봤다.

<성실은 내 인생에 대한 예의, 밀라논나>
"일단 눈뜨면 저를 토닥거려요.
"잘 잤니? 명숙아, 넌 잘 하고 있어. 여지껏 잘 해왔잖아."
기도하고 산책하면서 루틴을 다져요.
루틴은 나를 함부로 하지 않겠다는 다짐 같은 거예요.
루틴이 튼튼하면 일상이 무너지지 않아요."


<순간의 영원, 진은숙 (음악계 노벨상 지멘스상 수상자>
지금은 알아요. 그냥 그날그날 사는 거구나,
물 흐르듯이 흘러가면서 어떤 구조를 갖춰가는 거구나.
젊을 때는 그런 인생이 한없이 갈 것 같은데,
나이 드니까 또 알겠어요.
지금 좋은 순간이 다시는 오지 않는다는걸.
그래서 최선을 다해 살아요.


<후회해도 괜찮아, 다니엘 핑크>
이미 한 행동에 대한 후회는 선택지가 있어요.
하지만 무행동에 대한 후회는 다른 선택지가 없어요.
나이 들수록 우리가 괴로워하는 것도 그 때문이고요.


<걱정하고 웃고 걱정하고 웃고, 요시타케 신스케>
저는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지도 않았고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심심한 나를 웃겼더니,
우연히 독자가 생기고 작가가 되었어요.
확실히 운이죠.
그런데 운은 우리가 어쩔 도리가 없어요.
그러니 재미있는 일을 하는 게 다죠.


<최선의 고통, 폴 블룸>
당신이 어떤 일을 하든
충분한 고난이 당신과 사랑하는 이를 덮칠 것입니다.
그러니 굳이 더 많은 고난을 찾아 나설 이유는 없어요.
안타깝지만 인간은 행복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팩트는 ... 고통을 통해 더 개선되게 하는 것이
진화의 본질이라는 거죠.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가장 신선했던 인생은 백현진 님이었다. 음악, 미술, 연기를 넘나드는 예술인. 영화에서 보고 낯이 익은 이 배우가 천재였다니.

<완성은 없다, 손을 뗄 뿐>
저는 완성도를 믿지 않아요.
수정과 개선과 발전을 믿지 않습니다.
제가 보는 인류 문명도 발전이 아니라 변화와 변경 정도예요.
작업할 때도 마감이나 목표가 없어요.
즐겁고 정실하게 자기 일을 보다가
정해진 시간에 손 떼면 끝이 나는 거죠.
즐겁게 변경시켜 나가면, 몸과 마음에 무리가 덜해요.
그런 상태가 반복되면 무리가 점점 덜해지겠죠.
전 그런 상태를 희망해요.


특히 와닿은 문장들을 살펴보니 지금의 내가 여유와 재미를 중심에 두고 고통의 가치를 되새기는 데 치중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삶의 단계마다 달라질 가치 기준이 그때의 나와 어떻게 얽혀 영향을 주고받을지 《필사는 도끼다》를 늘 곁에 두면 알아차리고 싶다. 현명한 어른들을 도끼질하며 그 자국을 들여다보며 나 자신을 다시 도끼질하는 필사와 돌아봄의 시간. 《필사는 도끼다》로 오래오래 누리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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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다시 찾아옵니다 - 괴테 수채화 시집 수채화 시집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한스-위르겐 가우데크 엮음, 장혜경 옮김 / 모스그린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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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다시 찾아옵니다》는 괴테의 작품 중 "자연을 관찰한 시"를 골라 한스-위르겐가우데크의 수채화와 묶어 만든 시집이다. 독일 문학의 거장이자 자유주의 문학의 선구자인 괴테의 시는 수채화의 물빛과 하나처럼 어울린다.


시집을 펼치니 아름다움이 흘러 넘쳤다. 각 페이지마다 시의 언어와 그림의 색채가 이별하듯 나뉘어 있지만, 양쪽으로 시선을 오가며 다른 매력의 예술을 동시에 누릴 수 있어서, 결국은 하나의 새로운 예술로 감상할 수 있어서 호강스러웠다.


《계절은 다시 찾아옵니다》에서 만난 괴테의 시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노래하고 있다. 괴테는 자연 속에서 인간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고, 교감하는 순간을 시로 남겼다. 괴테의 시를 읽는 동안 겨울 내내 잊고 있던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되살아났다.


느낌표를 남발하며 괴테가 감탄하는
자연이 얼마나 놀라운 존재인지 공감하고 싶어, 반짝이는 생명들을 기억에서 꺼내보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사계절. 매해 돌아오는 계절은 변화무쌍하게도 한결같이 늘 우리 곁에 있었다. 벌거벗은 계절, 이 황량한 겨울마저 참으로 소중하다.

<5월의 노래>
이 얼마나 찬란히 빛나는가요!
내게 자연은!
태양은 반짝이고
들판은 웃음 집니다.

나뭇가지마다
꽃을 피어나고
떨기에서 터져 나오는
수천 개의 목소리,

그리고 모든 이의 가슴에서
솟구치는 기쁨과 희열.
오 대지여! 오 태양이여!
오 행복이여! 오 환희여!


<밤>
(중략)
심장을 더듬고
영혼을 녹이는 전율이
서늘한 곳에서 덤불을 지나며 속삭입니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달콤한 밤인가요?
기쁨이여! 환희여! 붙들 수가 없군요!
하늘이여, 허나 나는 그대에게
그런 밤을 수천 허락할 터이니
나의 소녀가 내게 단 하룻밤만 주었으면.


자연 속에서 괴테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 살피고 살폈다. 그래서 괴테의 시에는 다양한 감정이 솔직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기쁨, 슬픔, 사랑, 고뇌 등 다채로운 감정은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본질 중에 본질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좋다, 나쁘다 갈라버린 감정을 괴테는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그저 그대로 우리에게 다 필요한 감정들인데 제거하거나 줄여야 한다고 잘못 해석해버린 습관적인 행태가 새삼 너무나 어리석다싶다. 나쁜 감정이 들어도 그냥 그렇게 그대로 느껴버리면 어떨까. 감정은 곧 사라져버리니까 말이다.


어린아이가 쓴 동시처럼 순수한 동심이 느껴지는 순간도 좋았다.
<들장미>
소년이 말했죠. 너를 꺾을 거야.
들에 핀 장미야!
장미가 말했죠. 너를 찌를 거야.
영원히 나를 잊지 않도록.
난 꺾이기 싫어.
장미, 장미, 빨간 장미,
들에 핀 장미.

<요정의 노래>
자정에, 사람들이 잠이 들어야 겨우,
달님은 우리를 비추고
별님은 빛을 뿌리지요.
그제야 우리는 거닐고 노래하며
신나게 춤을 춥니다.


《계절은 다시 찾아옵니다》 괴테의 시는 삶의 지혜와 성찰도 전한다. 괴테만의 가치관이 내게도 물드는 것 같아 기분 좋은 독서였다. 자신을 성찰하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가도록 안내하는 괴테의 목소리는 깊고 넓다.

<물 위를 떠도는 영혼들의 노래>
사람의 영혼은
물과 같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와
하늘로 올라가고
다시 내려와
흙이 되어야 합니다.
영원히 돌고 돌면서.

(중략)

사람의 영혼이여,
그대는 물을 닮았습니다.
인간의 운명이여,
그대는 바람을 닮았습니다.


<서동시집>에서
자신을 알고 남을 아는 사람은
여기서도 깨달을 겁니다.
동양과 서양이 이제 더는 떨어질 수 없다는 것을.

곰곰이 생각하며 두 세상 사이에서
마음 흔들려도 괜찮습니다.
그러니 동양과 서양 사이를
오고 가세요. 최선을 다해!


<지금>
(중략)
그대가 춤을 추며 몸을 흔들면
온갖 별들이 몸을 흔듭니다.
그대와 함께, 그대를 에워싸고서.

(중략)

그대는 매력적이고 사랑스럽습니다.
그러기에 꽃과 달과 별,
태양은 그대만을 섬깁니다.


《계절은 다시 찾아옵니다》 덕분에 미리 봄을 맞았다. 수채화의 화려한 색채가 주는 생명력이 꽃이 만발한 봄을 데려다주었다. 이 싸늘한 겨울이 어서 빨리 끝나기를 기다리지만 말고, 《계절은 다시 찾아옵니다》처럼 따뜻하고 자연 향기 물씬 나는 시집으로 이른 봄을 찾아오는 건 어떨까요.



*** 출판사 모스그린의 도서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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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의 철학 - 흔들리는 삶을 위한 16가지 인생의 자세
샤를 페팽 지음, 이주영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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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의 철학》 !
《태도의 철학》 !!
《태도의 철학》 !!!


2025. 1. 1 전영애 교수님의 책 《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 이후로 올해 두 번째 인생책을 만난 것 같다. (벌써? 또?! ^^)


샤를 페팽.
재미난 발음이 왠지 정겨운 샤를 페펭은 오늘날 프랑스에서 가장 사랑받는 철학자로 알려졌다. 1973년 생으로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한다. 프랑스 공영 방송에서 매주 공개 철학 강좌를 열어, 대중에게 친근하고 쉬운 언어로 철학을 소개하고 있다. 해외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프랑스 철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태도의 철학》은 그의 대표작으로 10년 연속 프랑스 아마존 베스트셀러다.


《태도의 철학》은 한 마디로 실패 예찬론이다. 실패를 피하려 발버둥 치는 사람들에게 실패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는 책. 실패를 진. 심. 으. 로. 배움과 성장의 발판으로 보게 하는 책. 실패를 딛고 성공한 수많은 인물들의 사례를 통해 실패의 정체를 뼛속 깊이 새기게 하는 책. 그렇게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힘을 주는 책. 책을 덮고 나면 어서 빨리 자신이 실패하기를 바라게 될지도 모른다...!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 실패하면 인생이 끝나는 줄 알았다. 실패나 시련이 죽도록 무서워 바들바들 떨었다. 멀리서 고난의 먹구름이 희미하게 한 점만 어른거려도 온갖 걱정을 뭉게뭉게 펼치며 스스로 지옥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태도의 철학》이 인생책이 되어버린 것이다. 어떤 말이든 단언하기를 조심스러워하는 편이지만 이번만은 이렇게 말하고 싶다. 《태도의 철학》을 읽기 전의 나와, 읽은 후의 나는 확실히 다르다고.


《태도의 철학》의 강점은 완전 쉽다는 것이다. 철학자가 쓴 철학책이라 조금은 어렵고 지루하리라 예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교수로서, 대중 강연자로서 쌓은 연륜 덕분인지, 샤를 페펭은 어떻게 설명해야 독자가 쉽게 이해하는지 잘 아는 작가였다.


《태도의 철학》은 사르트르, 프로이트, 니체, 노자, 라캉까지 철학자들을 중심으로 시련이 주는 지혜가 무엇인지 윤곽을 잡는다.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예술가, 스포츠 선수, 과학자, 정신분석학자, 에디슨, 스티브 잡스 등 현실적으로 와닿는 인물들의 인생사와 성찰을 예시로 시련을 디테일하게 그려준다.


《태도의 철학》을 읽으며 시련과 실패를 다각도로 깊게 들여다봤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태도의 철학》에는 시련을 극복한 사람들의 존재가 실패의 진정한 의미를 밝히는 증거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철학서나 인문서라기보다 자기계발서에 가깝다고 느꼈다. 실제로 강하게 동기 부여가 되어, 자기계발서가 주는 특유의 불타는 듯한 벅차오름을 자주 느끼기도 했다. 밑줄 긋고 싶은 문장이 너무 많은데 그렇게 되면 줄 긋는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아 고심하며 아껴 그었다.


"살면서 겪게 되는 시련을
어떠한 태도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인생의 모습이 달라진다."


과거의 나를 떠올리니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어리석게도 시련을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회피했다. 작은 시도조차 못하는 안전지향 겁쟁이었다. 경험이 없으니 자존감과 자신감도 없었다.


《태도의 철학》 속 위대한 인물들은 달랐다. 실패를 당연한 과정으로 보고 도약의 기회로 삼았다. 승리는 패배를 해봐야 얻을 수 있다. 실패를 경험해야 만만치 않은 현실의 벽 앞에서 무엇을 할지 스스로 질문하고, 문제를 모든 각도에서 살펴보기 때문이다. (- 20면) 이유도 모르고 성공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시련을 통해 새로운 질문을 던질 때 성장한다. 실패를 받아들이고 다시 질문하는 연습을 충분히 하면 성공만 경험할 때보다 생각이 깊어진다. (- 21면)


이른 나이에 스타가 되었다가 인기가 떨어지면서 정신질환을 앓거나 자살하는 연예인들이 떠올랐다. 현실과 충돌하고 부딪히며 삶을 경험하며 강해지는 시련으로 삼지 못한 건 아닐까. 반면에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도 떠올랐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온갖 악플에 시달렸지만 오히려 그 모든 상황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았다. 그리고 반듯하고 강한 멘탈로 발전하는 가수로 성장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였다. 실패를 경험해야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다. 보스톤 의과대학에서는 지원자가 많고 실력이 비슷하면 이미 실패를 경험한 지원자를 우선 선발한다. 다른 분야를 전공했다가 의학을 선택한 학생은 자신이 할 일을 더 빨리 알아차리고 자신을 더 잘 알기 때문이다.
실패는 성숙함의 증거이다. 빠르게 무너질수록 그만큼 일찍 인생에 대해 질문하게 된다. (- 27, 28면)


동물도, 기계도, 신도 실수를 통해 배우지 않는다. 새는 본능으로 언제나 완벽하게 둥지를 만든다. 실수로 배울 것이 없다. 실수로 삶을 배우는 건 인간뿐이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초고는 놀랍게도 무수히 고친 흔적과 수정하고 재배치한 문장으로 가득하다. 만족스러운 문장을 쓰려면 실수부터 해야 하는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절대로 한 번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더욱 잘 실패하는 것이 위대함의 비결이다.


《태도의 철학》에는 신념으로 삼고 싶은 개념들이 넘친다. 명언으로 외우고 싶은 문장도 많다. 너덜너덜해지도록 반복해서 읽고 싶은 책이다. 담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오히려 서평을 쓰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이 리뷰는 실패작이 된 것 같다. 하지만 괜찮다. 오늘의 실패에서 오류를 찾아 도약한다면 그것이 나의 원동력이 되디라 믿기 때문이다. 글을 마칠 때마다 진하게 남던 아쉬움이 한결 가볍다. 오늘의 이 실패를 작은 성공으로 다시 이름 붙여본다.


*** 출판사 다산초당의 도서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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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양장 에디션) - 나를 위해 톨스토이가 남긴 삶의 지혜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상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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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는 톨스토이가 살아생전에 남긴 마지막 책이라고 한다. 톨스토이는 40대 중반부터 자신의 작품이 무가치하다며 소설 쓰기를 중단한 이후 구도자와 같은 삶을 살았다. 75세 경 폐렴과 장티푸스로 사경을 헤매다 회복한 뒤로, 독자들에게 인생의 깊은 의미를 전하고자 평생토록 모은 사상과 지혜를 잠언 시리즈로 집필한다. 방대한 분량으로 2권을 완성했지만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글을 엮을 필요를 느껴 바로 이 책,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가 완결판으로 탄생했다.


톨스토이가 쓴 위의 서문을 읽고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만은 차례대로 읽었다. 끌리는 챕터 먼저 골라 뒤죽박죽 읽기를 좋아하지만, 위대한 대문호가 죽음을 앞두고 온 힘을 다해 썼을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의 목적이 논리적으로 연결된 완결성인데 어찌 내 마음대로 섞어 읽겠는가.


앞의 생각들과 어떤 점에서 연결되는지 유념하며 차근차근 톨스토이를 읽는 시간은 명상과도 같았다. 대부분 고요하고 차분했지만 천둥이 울리듯 깊고 깊은 삶의 진리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 순간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무리지어 있을 때는
홀로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홀로 생각에 잠겨 있을 때는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334면

읽고 나니 뒤늦게 아쉬웠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질문을 가지고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를 읽었다면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았을 텐데. 사랑, 행복, 영혼, 신, 믿음, 삶, 죽음 등 공통된 주제를 아우른 글들이 연결고리를 가지고 모였지만,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는 소설이나 에세이처럼 선명하고 굵직한 이야기를 가진 글들은 아니다. 인생의 전반적인 의미와 가치를 폭넓게 다루고 있어, 독자 자신만의 목적이나 문제에 초점을 맞춰 읽었다면 각각의 글들이 훨씬 더 맥락을 가지고 정리되었을 것 같다.


지금이라도 질문을 찾아본다.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의 부제처럼 "그대는 얼마나 깊이 살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진정으로 소중한 것을 찾았는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삶의 의미와 목적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내게 행복은 뭔지, 그러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고 싶다.
"사람의 인품은
그 사람의 장점을 통해서
판단해서는 안 되며
그 사람이 그 사람의 장점을
어떻게 운용하고 있는가를
판단해야 한다."
- 334면

반대로 어느 페이지든 자유롭게 펼쳐도, 잠언이 주는 통찰의 힘을 즉시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의 커다란 강점이다. 톨스토이도 잠들기 전에 이 책을 읽었다니, 양장 에디션으로 곱게 단장한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를 침대에 두고 매일 읽고 싶다. 톨스토이 인생의 정수를 마시고 잠들면, 밤새도록 그 지혜가 잠재의식에 녹아들 것만 같다.


특히 마음에 와닿았던 주제는 "본질을 추구하는 단순함"이었다.

"옳은 행동

진정으로 일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은
모두 삶의 모습이 단순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쓸데없는 일에
마음을 쓸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착한 일을 하려고
힘쓰고 애쓰기보다는
나쁜 일을 하지 않으려고
힘쓰고 애쓴다."
-39면


"우리는 지식이 많을수록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이 아는 것은
꼭 필요한 몇 가지를 아는 것만도 못하다."
-147면


"해서 안 되는 일들은 하지 말라.
그러다 보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 209면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을 읽고 나니 삶이 정돈되어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을 놓아 보내야 하는지, 무엇을 잘라내고, 무엇을 단단하게 붙들어야 하는지 말이다.


삶은 짧고 시간은 덧없이 흐르지만, 그 안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는 것은 우리 각자의 몫이다. 우리는 흔히 물질적인 풍요와 명예를 좇지만, 진정한 행복은 내면의 평화와 영혼의 성장에서 비롯된다. 여러분은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고 있는가? 혹시 헛된 욕망에 사로잡혀 진정으로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있지는 않나?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삶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가족, 친구,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고, 그 사랑을 나누는 것이 진정한 행복으로 이어진다. 또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며,
지식을 쌓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펼쳐가는 것이 행복이다.


고난과 역경을 다르게 보자. 고난은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성장하게 한다. 긍정적인 마음을 붙잡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 우리의 삶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 어떤 어려움과 마주하든, 자신을 믿고, 사랑을 실천하며, 끊임없이 성장하자. 삶의 본질에 집중한다면 평안과 행복은 자연스럽게 우리를 따를 것이다.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를 통해 톨스토이와 대화하며 진정으로 우리가 원하는 삶을 찾고 누리는 한 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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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영향력 - 10세에서 25세까지, 젊은 세대를 변화시키는 동기부여의 새로운 과학
데이비드 예거 지음, 이은경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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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발달심리학자 데이비드 예거 《어른의 영향력》을 만난 지 벌써 한 달이 되었다. 어크로스 출판사의 작은 북클럽 "600p club" 자격으로 《어른의 영향력》을 선물받아, 리딩 가이드가 제시한 일정에 맞춰 읽어왔다.


기대평과 3번의 미션 보고까지, 그동안 4개의 포스팅으로 《어른의 영향력》을 살펴봤다. 벼락치기보다 조금씩 오랜 기간에 걸쳐 공부하는 분산 학습은 망각을 늦춰,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떠오른다. 아직 체감할 수는 없지만 《어른의 영향력》 이 전한 지식이 내 안에 장기기억으로 남았을 거라 믿으니, 앞으로 아이들을 더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아 감사하다.


데이비드 예거의 《어른의 영향력》에서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10대에서 25세의 젊은 세대와 상호작용을 잘 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는가가 결정적이라는 사실이다. 아래 문장의 빈칸을 채워보자.
"청소년들이 _______ 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______________ 하는 것이다."

빈칸으로 당신이 청소년 아이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그 믿음에 따라 당신의 리더십 스타일이 형성된다. 첫 번째 빈칸을 '게으르고 근시안적이며 지나치게 예민한 겁쟁이들'로 채웠다면, 두 번째 빈칸은 '나쁜 행동이 불러올 결과로 위협'하거나 '바람직한 행동에 따르는 보상으로 꾀어낸다'고 채우기 쉽다.
반대로, '적절한 지원과 격려를 받으면 놀라운 끈기와 회복력을 발휘하고 성취할 수 있다'라고 채웠다면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 또한 전혀 달랐을 것이다.
"부정적인 믿음에는 부정적인 행동이 따르고, 긍정적인 믿음에는 긍정적인 행동이 따른다.' (- 123면)


'신경생물학적 무능 모델'
vs
'지위와 존중 가설'
《어른의 영향력》은 기존의 '신경생물학적 무능 모델'을 비판한다. 사춘기라 뇌의 신경회로 배선이 엉망인 상태라고들 하지만 청소년들은 바보가 아니다. 생물학적으로 합리적인 사고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어른들이 하는 말에 10대들이 반응하는 "방식" 때문에 어른들이 오해한 것일 수 있다. 반항은 청소년들이 느끼고 싶은 감정(존중)과 어른들이 느끼게 하는 감정(무례)이 엇갈릴 때, 아이들이 보이는 반응이다. 존중받고 싶은 욕구가 좌절됐다는 표현이다. "반항 = 나를 존중해 주세요!"


테스토스테론 과다분비로 사회적 지위와 존중에 과민 반응을 보인 것이다. 남녀 불문하고 테스토스테론이 급증하면 사회적 지위와 존중과 관련된 신호가 아주 예민하게 반응한다. 결함이 아니라 그 시기의 특성인 것이다. 청소년들의 핵심 욕구가 '지위와 존중'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재미나 호기심이 아니다. 사춘기가 되면 사회적 가치를 획득하는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존경받거나 존중받거나 사랑받을 때 더욱더 짜릿하고 강렬한 기분을 느낀다. 반대로 폄하와 무시를 받으면 훨씬 고통스럽다. (73면)



'멘토 마인드셋'
《어른의 영향력》은 멘토 마인드셋이 청소년들이 원하는 어른의 조건이라고 밝힌다. '높은 기준'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그 기준을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멘토 마인드셋은 아이들의 잠재력을 믿고 존중하며, 그들의 성장을 진심으로 돕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의미한다.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한다면 호르몬의 힘을 이용해 건강한 행동이 촉진된다. 지시보다 질문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찾도록 유도한다. "질문이란 상대방이 당신 생각대로 하게 만드는 기술의 핵심이다." 목표와 과정을 명확하게 아이들에게 설명해 오해를 방지하는 투명성도 중요하다.


목적 개입법
《어른의 영향력》은 청소년의 성장과 발달에 핵심적인 요소로 목적의식을 강조한다. 청소년들은 그저 지시를 따르는 존재가 아니다. 스스로 의미를 찾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때 진정으로 성장한다.


아이들이 학습해서 얻는 능력을 활용해, 자기 이익을 넘어 세상에 변화를 일으키는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린다면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어렵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은 지위와 존중을 얻는 길이라는 더 큰 목적을 아이들에게 가르친다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관련 실험 결과, 목적 개입법을 완료한 학생들은 동영상을 보거나 게임하는 시간을 50% 줄였다. 몇 달 후에 치른 시험 성적도 상승했다. 이런 이점은 성적이 낮았던 학생들에게서 가장 강하게 나타났다. 가장 의욕이 없던 학생들에게 개입이 가장 필요했다는 뜻이다. (-343면) 자신을 초월한 목적의식으로 절제력과 근면 성실을 보이도록 동기 부여가 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은 주변 세상에 공헌하고 싶어 하고, 의미 있고 존중받는 미래를 그리는 어엿한 인격체다.



사춘기의 청소년들은 어른이 되는 시작점에 서있는 늠름한 인격체다. 오은영 박사님도 탯줄이 끊어진 순간부터 아이는 타인이라고 말씀하셨다. 십대가 되면 아이들과 어른은 점점 멀어져야 한다. 주체적으로 스스로 설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보호와 지시로 아동을 대하던 방식에서, 독립된 인격체를 진심으로 존중하는 마음가짐으로, 어른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인간은 고정된 존재가 아니다. 어른도, 아이도 끊임없이 배우고 익힌다면 모두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다. 청소년을 바라보는 우리 자신의 믿음을 점검하고, 아이들 안에 잠재된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자. 그리고 학습과 성취의 원동력이 될 도전을 손잡고 함께 시도하자. 비판적인 평가를 습관처럼 내뱉지 말고, 우리보다 더 나은 삶을 살 한 사람으로 믿고 구체적인 조언과 격려를 전하자. 아이들을 진심으로 존중한다면 그 진심은 반드시 아이에게 가닿을 것이다.



*** 출판사 어크로스의 도서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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