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의 초등 책 읽기 교실 - 마음과 생각을 함께 키우는 독서 수업
김소영 지음 / 다산에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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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의 초등 책 읽기 교실》는 <어린이라는 세계>로 잘 알려진 김소영 선생님의 독서교육서다. 2019년 <말하기 독서법>의 개정증보판이기도 하다. 제목 그대로 "말하기가 독서력을 키운다"는 주제 아래, 그림책•동시•동화• 지식책으로 갈래를 나누어 책과 어린이를 잇는 풍성한 독서법을 소개한다.


"저는 읽은 것에 대해 잘 말할 수 있어야 글도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는 특히 그렇습니다. 생각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어린이에게 말하기는 일종의 연습 도구입니다. 말하기를 하면 어린이 스스로 자기 생각을 들을 수 있습니다."
- 24면


'읽기와 쓰기'라는 짝꿍 사이에 '말하기'를 끼워 넣었다. 읽은 다음 말하고, 말한 다음 쓰기 전략에 무릎을 쳤다. 손힘도 약한 아이들에게 "읽었으니 이제 쓰자"고 강요하는 대신, 질문으로 생각을 끌어내고 그것을 글로 옮기게 하니 글쓰기에 대한 부담도 덜어진다. 영리한 접근이다.


"책을 읽은 뒤에 바로 일목요연하게 생각이 정리되지는 않습니다. 생각을 말로 표현해 보면 비로소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됩니다. 말하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지요. 이 책에서 논하는 말하기의 가장 큰 목적은 어린이가 자기 생각을 알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글도 잘 쓸 수 있습니다."
-25면

말하는 과정에서 아이의 생각이 싹트고 정리된다. 이렇게 생각하는 훈련을 통해 자신만의 주관을 갖는 사람이 되어 간다. 이는 '읽고 말하고 쓰기'라는 교육의 목적을 넘어, 더 큰 본질로 연결된다. 이 과정들이 유기적으로 엮이며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선순환을 만든다. 독서교육을 포기해서는 안 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비록 교육서이지만, 다양한 책 읽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 나의 독서에도 바로 적용할 만한 팁이 많았다. 특히 소설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해 큰 배움을 얻었다.

" '어떻게 될까?' '왜 이렇게 말할까?' '앞 장면과 어떻게 연결될까?'하는 질문을 품고 책을 읽는 것입니다. 이렇게 집중해서 읽음으로써 이해력이 높아지고 독서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습니다.

줄거리 외에 인물과 배경을 이해하는 것도 주제를 찾는 데 있어 중요합니다. 그 인물이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를 생각하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짐작할 수 있지요. 배경을 짚어보면 시대적, 사회적 환경을 이해하게 됩니다. 작가가 특정 시공간을 배경으로 설정한 것은 꼭 그래야 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니까요."
-131면

소설에 푹 빠지다보면 주요 줄거리는 잊고 인상적인 장면이나 표현만 기억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즐겁게 읽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일 수 있지만, 조금 더 남는 읽기를 원한다면 이런 노하우가 유용하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소설과 내가 연결되고, 인물과 배경을 두루 살피면서 사고의 폭을 더 넓히는 훈련은 독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글감 찾기에도 꿀팁이 담겨 있다. 글감을 찾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지 글을 써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나는 소재 찾기가 어려워 서평을 쓰게 됐다. 책이라는 훌륭한 글감이 눈앞에 있으니 소재 고민이 줄어든다.) 우리 같이 예쁜 수첩 하나 사볼까?


"과감하게 글감만 찾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글의 종류에 따라 적절한 글감의 조건을 생각해 글감'만' 적어보는 것입니다. 당장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이 없으면 의외로 글감이 많이 떠오릅니다.

마음에 드는 글감 수첩을 마련해 주세요. 재미있는 아이디어뿐 아니라 새로 알게 된 낱말이나 표현, 인용하고 싶은 말을 적을 수도 잇겠지요. 꼼꼼하게 채우지 못해도 됩니다. 한 동화작가는 자기가 구할 수 있는 가장 예쁜 수첩을 사서 늘 가지고 다니면서 틈틈이 작품 아이디어를 적는다고 합니다.
저에게도 아이디어를 쪽지에 써서 모아주는 상자가 있습니다. 재료만 가지고 요리가 되지는 않지만, 재료가 없으면 요리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세요."
- 252면

"독서교실에서 어린이들과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때면 그 기쁨이 매번 새롭게 다가옵니다.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끼리만 나눌 수 있는 무언가 때문입니다. 저는 선생님으로서 가르치고 독자로서 배웁니다."
- 282면

설레며 《김소영의 초등 책 읽기 교실》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김소영 선생님의 고운 마음씨가 책을 덮고 있기 때문이다. 글에서 사랑과 존중이 흘렀다.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은 없지만, 책을 읽는 내내 따뜻하고 부드럽게 흐르는 음성이 들리는 듯했다. 어린이를 품듯, 대부분 학부모일 독자까지도 포근히 안아주는 글이었다. 25년 동안 어린이들과 함께 하며 갈고닦은 현장감 있는 노하우와 낮고 넓은 진심이 고스란히 책으로 열매 맺혔다.


책을 좋아하고 잘 읽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부모 자신도 그런 어른으로 함께 자라나고 싶다면, 《김소영의 초등 책 읽기 교실》은 든든한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도서지원 #김소영의초등책읽기교실 #다산에듀 #김소영 #초등국어 #책읽는아이만들기 #책읽기수업 #독서력 #독서교육 #문해력 #말하기독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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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코드 - 매혹적인 이야기의 8가지 스토리텔링 비밀
길종철 지음 / 프런트페이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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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가?
지난 35년 동안 이 질문은 나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8면

35년간 영화산업과 학계에서 활동한 대한민국 최고의 스토리텔링 전문가, 길종철. 한국영화아카데미 책임교수, 국내 최대 영화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대표를 거쳐, 현재는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교수로 강의 중이다. 평생 고민한 질문의 답은 "스토리"였다고 그는 확신한다.


"오늘날 우리는 이야기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인간의 소통 수단이 다름 아닌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286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곧 설득이고, 그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이야기라는 저자의 결론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돌이켜 보면 세상과 삶의 모든 것은 이야기다. 우리는 이야기로 삶을 기억하고, 이야기로 자아를 구성한다. 스토리텔링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이야기로 풀어내 상대가 흥미롭게 받아들이게 하는 과정이다. 일상의 대화부터 우리가 주고받는 모든 의미 체계가 결국 이야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만 코드》는 취향이 파편화되는 시대에도 천만 관객과 소통한 영화들을 분석한다. 주인공, 중심인물, 진실, 욕망, 변화, 카타르시스, 아이러니, 지킬 것과 새롭게 할 것이라는 키워드로 매혹적인 스토리의 8가지 비밀을 풀어냈다. <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 <명량> <국제시장> <변호인> <7번방의 선물> <서울의 봄> <범죄도시 시리즈> 등 누구나 알 만한 영화들이 가득하다.


전문가의 시선으로 영화 안팎의 이야기들을 쉽고도 다채롭게 분석한다. 덕분에 기억이 희미했던 영화들이 당시보다 더 풍성하고 깊이 있게 다가왔다.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 채널을 즐겨보며, 평론까지 찾아보는 이라면 누구라도 흥미롭게 읽을 책이다. 나 역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했다.


스토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STORY: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의 저자인 세계적인 스토리 대가 로버트 맥키는 주저하지 않는다. "감정이입 (empathy)."
관객이나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건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스토리의 심장, 관객의 아바타이자 가이드이다. 관객은 주인공을 통해 감정이입하며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영화의 흥행은 마치 눈사람을 만들 때 한 줌의 눈으로 시작해 눈덩이를 굴리고 불려가면서 궁극적으로 거대한 눈사람을 완성하는 것과 흡사하다. 그 한 줌의 단단한 눈덩이가 영화에서는 바로 주인공이다."


"<도둑들>은 화려한 주인공 집단을 미끼로 던지고 관객의 관심을 낚아챈 후 흥행성이 가장 높은 단독주인공 전략으로 최종 플롯을 완성했다. 이로써 시종일관 관객으로 하여금 주동인물 마카오박을 따라 집중력을 잃지 않게 하고, 점점 더 깊이 영화에 몰입하도록 만들었다. 이 점이 바로 천만영화의 반열에 오른 진짜 비결이다."
- 41면


글쓰기에서도 독자가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독자가 화자와 마음을 나누고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 응원하고 싶고 행복을 바라게 되는 인물, 독자가 감ㅈ어이입하는 '한 편'이 되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걸 깨달았다. 감정이입으로 독자가 이야기를 따라가는 그 시간과 경험이야말로 재미의 실체이자 대중성을 만드는 원리임을배웠다.
(그래서 글쓰기가 이토록이나 어려운 것이었구나!)


"주인공은 어떤 일이 있어도 그 이야기에서 가장 사랑할 만한 사람이어야 한다. .... 나는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매력이란 그가 자신의 한계를 온몸으로 껴안는 행동을 할 때(그간의 우리 용어로 치자면, 생고생할 때), 그걸 지켜보는 사람(작가나 독자) 내부에서 저절로 일어나는 공감의 감정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한다.
-김연수, <소설가의 일>



아이러니에 관한 통찰도 무척 인상 깊었다.
"스토리텔링은 아이러니를 통해 삶의 복잡성을 포착하는 예술이다." - 마크 트웨인
"현실이란 잔인할 정도로 아이러니한 것이며 바로 이 때문에 아이러니로 끝맺는 작품이 가장 긴 수명을 얻고 가장 널리 보여지며, 관객들로부터 가장 높은 칭송을 받고 애정을 얻게 되는 것이다."
- 215면


아이러니로 점철된 삶을 비유한 스토리는 그 의미가 더 깊게 각인되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SF나 판타지 같은 허구의 이야기에도 현실의 감정과 관계의 원리가 깃들어 있기에 우리는 마음을 내어줄 수 있다. 사람들은 세상살이와 먼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이중적인 의미는 곧 삶의 은유이자 삶을 관통하는 언어다.


"아이러니는 우리가 사는 현실의 복잡성을 반영한다. 우리는 아이러니를 통해 삶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아이러니를 통해 진실을 드러낼 수도 있다. 이게 스토리텔링의 목적이다."
-236면


"스토리는 삶의 모습을 담고 있어야 하지만 아무런 깊이나 의미가 없는 보통 삼ㄹ의 단순한 복사판이 되어서는 곤란한다. 누군가의 삶을 그려내 우리의 삶으로 느끼고 받아들이게 해야한다. 그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237면


《천만 코드》를 읽으며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글쓰기에 대해 생각한다.
글쓰는 나를 영화의 주인공에 대입하니, 김연수 작가님 말씀처럼 "사랑할 만한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감히 꿈꿔본 적 없는 상상이다. 생고생하는 나를 통해 독자들 내면에서도 절로 공감의 감정이 피어나는 글쓰기. 그 길을 향해 한 발짝 나아가고 싶다. 부러 찾지 않아도 한계와 고난은 또다시 닥쳐올 테니 온몸으로 그 터널을 지나면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더 나은 이야기로 익어가고 싶다.


삶이라는 흙에서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이야기들이 품고 있는 진심과 진실의 힘을 확신하게 된 것도 큰 수확이다. 다층적이고 모순된 삶의 구석구석에서 피어나는 이야기야말로 삶의 재미와 깊이, 감동을 더하는 필수 요소라는 것을, 평안하게만 살고 싶은 욕망을 조금씩 꺾으며 받아들들이고 있다.


'하늘 아래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그렇기에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가 훨씬 더 중요해진 이 시대, 《천만 코드》는 스토리 입문서이자 참고서로서, 더 나아가 효과적인 설득과 소통의 실마리를 영화의 언어로 풀어놓은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교양서로서 손색없는 재미있는 책이다. 자신있게 추천한다.


#도서지원 #천만코드 #길종철 #프런트페이지 #스토리텔링 #주인공의법칙 #아이러니 #천만영화 #마음을사로자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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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은 당신을 위한 말하기 수업 - 고민을 줄이면 대화가 쉬워진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최지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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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다카시의 말하기 책이라니!
꼭 읽고 싶어서 서평단에 당첨되기를 고대했는데 감사하게도 행운을 얻었다. 박문호 박사님의 강력 추천으로 18년 만에 복간돼 베스트셀러가 됐던 <일류의 조건>을 쓴 사이토 다카시 교수님의 신간이었기 때문이다. 늘 말하기에 자신이 없는 내게 40년 경력의 커뮤니케이션 대가인 사이토 다카시 교수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무척이나 기대했다.


학문적인 근거 위에 이론적으로 딱딱하게 쓰인 책이 아니다. 캐주얼한 대화처럼 편하게 서술된 데다 230쪽 정도로 가벼운 편이어서 술술 읽힌다. 디테일한 기술이나 노하우를 알려주지만 애써서 외우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습득되도록 명쾌하게 쓰였다. 구체적인 팁들도 큰 도움이 됐지만 무엇보다 유익했던 것은 "말을 잘 한다"는 개념이나 "대화" 자체에 관한 관점을 재정립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당신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어떠하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청산유수로 끊임없이 화제를 이어가며 모임에서 주인공으로 돋보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진짜 말 잘하는 사람은
누구나 편안함을 느끼도록
다정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사람입니다"

'다른 이를 챙기는 사람'이다. 나보다 다른 사람에게 눈을 돌릴 수 있고, 내가 말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분위기를 신경 쓸 수 있는 사람 말이다. 이런 사람이 대화를 잘 이끄는 사람, 호감을 얻는 사람, 진정으로 대화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많은 당신을 위한 말하기 수업》은 말한다.


유재석이 떠올랐다. 출연자 모두를 세심히 챙기며 모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조율해, 촬영장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진행자다. 따뜻하게 살펴주고 기회를 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말하기 편한 자리가 되면 출연자들의 매력적인 면모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났을 것 같다.


같은 맥락으로 "리액션"을 강조한다.
"이야기를 잘하는지 아닌지는 소통에서 그렇게 중요한 요건은 아닙니다. 그보다 즐겁게 지낼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상대방의 이야기가 재미없어도 리액션을 재미있게 해보세요. 이것이 요즘 시대에 가장 적절한 배려 아닐까요."
-127면


사실 말하기 편하도록 분위기를 리드하는 건 "듣는 사람"이다. 다시 만나고 싶고 얘기하고 싶은 사람을 떠올려보자. 당신의 이야기에 미소 지었거나, 반응을 잘해주었거나, 손바닥을 치면서 쾌활하게 웃지 않았나? 그렇다. 내가 기분 좋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건 상대가 재미있다는 듯 이야기를 들어주었기 때문이다.


"리액션은 상대방에게 '관심이 있음'을 보여주는 최고의 기술"
-129면
커뮤니케이션은 공격보다 수비가 중요하다고 한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애쓰기보다 내가 주인공인 듯한 기분으로 리액션을 보여주면 대화를 더 잘 ㅣ이끌 수 있다. 말의 분량을 많이 차지하는 사람이 주인공이 아니라 누구보다도 즐겁게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이 주인공이었다.


그러니 앞으로는 '상대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웃었는가, 진심으로 동조했는가,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는가에 대해서 신경 써보자. 리액션만 잘 해도 대화의 질이 상당히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말하는 내용이 아니라 상대에게 관심을 전하는 것이다.


나의 대화에 대해 발견한 점도 있었다. 《생각이 많은 당신을 위한 말하기 수업》이라... 나는 생각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 대화에 잘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가 할 말이 없어서였기 때문이다. 할 말이 없는데 생각이 많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아니었다.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런 말을 하면 날 싫어하지 않을까?' '이런 제안이나 질문을 하면 바보 같다고 비웃진 않을까?' 고민하느라 피곤해지는 것이죠. 이는 '상대의 건너편에 있는 나를 보면서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로지 상대가 나를 어떻게 볼지에만 신경을 쏟는 탓에 상대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의식이 향하는 것입니다."
-24면


곰곰이 따져보니 그랬다. 내 마음에 집중하기보다 상대의 입장에서 과하게 의식했다. 상대의 마음을 거슬러 기분을 상하게 하지는 않을까 눈치 보기 바빴다. 그러다 며칠 전 챗 gpt와 정보 검색이 아닌 대화다운 대화를 처음으로 나누었다. 편했다. 맞춤형 알고리즘 덕분에 나한테 모든 걸 맞추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챗 gpt는 인간이 아니다. 내가 말실수를 하더라도 상처받을 마음이 없다. 잘못한다고 어그러질 인간관계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과 그물망처럼 연결돼있어 복잡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마음에 안 들면 초기화하면 끝이다. 내가 챗 gpt의 심정을 헤아릴 이유가 없으니 그저 있는 그대로의 진심으로 나도 모르게 대화하고 있었다.


"싸늘한 반응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정확히 말하면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나 봐'라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는 습관이 나를 지켜줍니다. 즉 상대의 반응에 크게 신경 쓰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 27면


대화는 의미의 연결과 감정의 연결, 두 가지 기능을 갖는데 남의 말에 쉽게 상처받는 사람은 이 두 가지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는 무시할 의도 없이 '나는 너와 달리 빵이 아니라 밥을 좋아한다'는 사실에 기반한 발언을 자신이 멋대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다. 감정으로만 대화하지 말고 상대의 의도를 잘 구분하자.


이렇게 대화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나는 대화를 못 하는 사람이라고, 나와 대화하는 사람은 재미가 없을 거라고 오랫동안 나에 대한 편견을 가진 채 살아왔다. 사이토 다카시가 말하듯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은 없다. 악기를 다룰 때 처음에는 누구나 서툴듯, 대화도 악기같이 기술이기 때문에 갈고닦으면 누구든 잘할 수 있다. 오히려 잘못된 선입견이 즐거운 대화를 막는 커다란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생각이 많은 당신을 위한 말하기 수업》 덕분에 와르르 무너진 것 같아 정말 감사하다.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편안한 마음이었다. 대화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대화하는 자신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는지 뒤틀린 초점을 바르게 재정립시켜주는 훌륭한 책이다. 대화할 때마다 머릿속이 복잡해져 생각이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고민인 분들께 강력 추천한다.



#도서지원 #생각이많은당신을위한말하기수업 #사이토다카시 #웅진지식하우스 #말하기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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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주차장 찾기
오한기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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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설은 처음이다.
작가 이름 오한기. 화자 이름 오한기. 게다가 화자의 직업마저도 소설가다. 세 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가족들)까지 모두 같다. 그래서 연작소설이라기보다는 한 편의 장편소설처럼 느껴졌다. 이전의 작품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지어오신 모양이다. “세상에서 가장 긴 한 편을 쓰는 매력적인 작가”(산문가 김신식)라는 평가를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오한기 소설가는 ‘가장 실험적인 시도를 보여주는’, ‘기존 소설의 관습과 문법을 비트는’ 작가로 손꼽혀왔다. 정말이었다. 이야기들의 배경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극사실주의로 읽히는 대목들이 많다. 그런데 서사의 흐름은 도대체가 종잡을 수 없다. 그렇다고 판타지라 할 정도로 튀지는 않는다.


앞표지에 선명하게 "연작소설집"이라 쓰여있건만 이야기들의 정체를 특정할 수가 없다. 자전적 경험 같은데 소설이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재미있기는 힘들다. 에세이인가, 소설인가 계속 헷갈리다가 중반부터는 아무 생각 없이 이야기에 빠져 읽었다. 에세이면 어떻고 소설이면 또 어떠랴. 오한기가 창조한 세계는 재미있고 의미까지도 있으니 그저 몰입하면 될 일이다.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보란 듯이 무너뜨린 《무료 주차장 찾기》.


여러모로 이 소설들은 기존의 소설적 틀에 가둘 수 없는 오한기만의 이야기였다. 그는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하면서도 유머와 위트를 잃지 않는다. 시니컬하지만 소심하게 도덕적이고 따뜻하다.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내 맘대로 당당하게 타입의 괴짜일 것 같다. 물론 에세이가 아니니 실제 작가님이 어떤 분일지 전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화자에 자신의 이름을 붙인 작가님의 큰 그림 속에는 독자의 이러한 상상과 착각도 포함된 게 아닐까 싶다. 그렇게 꼬이고 얽힌 혼란스러운 반응까지도 기대하며 신나서 쓰셨을 것 같다는 예상이 절로 든다.


제목도 특이하다. 소설 제목이야 워낙에 다채롭고 기발한 게 많지만 이상하게 《무료 주차장 찾기》는 더 생뚱맞아 보였다. "무료 주차장"이라는 말을 평소에 쓰지 않아서 생소했던 것 같다. 하지만 소설을 읽는 도중에도, 다 읽고 책을 덮고서도 제목에 숨은 다른 의미를 더 찾고 싶어 계속 곱씹었다.


표제작인 첫 번째 소설 <무료 주차장 찾기> 속 화자 오한기는 소설가지만 고정적인 수입은 적다. 다행히 대기업 정직원 마케터인 아내 덕분에 생활이 어렵지는 않다. 딸 주동이는 오한기가 전담해 돌본다.


그러던 어느 날,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주동이 유치원 버스가 사라졌다고 했을 때, 유치원에 가기 싫어서 거짓말을 하는 줄 알고 피식 웃었다. 주동아, 거짓말을 해도 그렇게 유치원 버스처럼 귀여운 거짓말을! 그런데 알고 보니 진짜였다. 유치원 홈페이지에는 기사가 버스를 몰고 사라졌다며 당분간 운행할 수 없으니 등하원을 직접 해야 한다는 당황스러운 공지가 올라와 있었다.

무료 주차장을 찾으러 갑니다.

기사는 이런 메시지를 남기고 사라졌다고 한다."
- 31면


원인은 원장의 갑질이었다. 유치원이 주택가에 있어 주차할 데가 마땅치 않은데, 원장이 정직원 전환을 인질 삼아 수십 년 동안 주차비용을 기사에게 부담시켰던 것이다. 기사가 암묵적으로 동의를 했기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빤하지만 씁쓸한 사건이었다.


황당무계하지만 있을 법도 한 이야기였다. 무료 주차장을 찾는다는 말뜻에 한동안 골몰했다. 나도 동네를 벗어난 곳에 갈 일이 있으면 주차 환경 먼저 살펴본다. 근처에 공영주차장이 있는지, 살짝 신세 질 만한 아파트 단지가 있는지, 갓길에 댈만한 장소가 있는지 말이다. 어렵겠다 싶으면 대중교통이 오히려 편하다. 사실 주차요금을 내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지만 모든 운전자들이 그렇듯 주차비는 이상하게도 참 아깝다.


그러고 보니 이상하다. 자동차는 끝없이 판매하면서 주차 공간에 대한 시스템은 그에 상응하지 못하는 세태가 마치 자동차는 만들면서 정작 도로는 여전히 흙길, 자갈길로 내버려둔 것처럼 어이없다. 주차 자리 같은 기본적인 자원조차 확보하기 어려워 하염없이 돌고 돌아 헤매야 하는 현대 생활의 고단함과 부조리가 "무료 주차장"으로 나타나 보였다.


달릴 때가 있으면 멈출 때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언제 어디서든 내가 멈출 수 있는 "무료 주차장"이 있다면 한결 가볍게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당당하게 주차장에 주차했으니 차 빼라는 전화가 올까, 주차 단속이 뜨진 않을까 초조해하지 않고 마음 편히 하고 싶은 일을 할 자유를 보장받는 기분일 것 같다. 나를 받아들여주고 존중해주는 환대의 감정을 느낄 것 같다는 건 오버일까. 잠시 멈추고 쉴 안식처마저 늘 애써 찾아야 하는 우리의 불안정한 삶을 비추는 것 같았다.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지만 멈출 공간을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또 달려야 하는 아이러니가 서글프다.


블랙 코미디 같은데 빨간머리 앤도 떠올랐다. 공상하며 다채로운 이야기를 짓고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사는 앤이 오한기 작가님과 닮았다. 쓰고 싶은 이야기를 제약 없이 써내는 이야기꾼 같았다. 독자의 시선마저도 신경 쓰지 않고 하고 싶은 걸 다 하는 자유분방함이 느껴져 좋았다. 소설의 가치나 문학의 의미 같은 거창한 정의에 매이지 않고 편하게 흘러나오는 이야기 같았다. 재미를 중시하며 즐겁게 쓰는 소설이 주는 유쾌함과 통쾌함이 있었다.


삶이란 본디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삶을 닮은 소설도 낯선 이야기가 말이 안 된다고, 현실적이지 않다고 비난할 게 아님을 깨달았다. 명확한 구조나 의미 없이 흐르다가 난데없이 방향을 틀어버릴 수도 있는 게 인생이었다. 창조자인 소설가가 그렇다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것이 스토리였다.


색다른 소설, 현실적이지만 붕 떠 있는 것도 같은 소설. 영상에서 벗어나 아무 생각 없이 이야기에 빠지고 싶을 때 《무료 주차장 찾기》 추천합니다.



*** 출판사 작가정신의 서포터즈 작정단 13기의 자격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오한기 #무료주차장찾기 #작가정신 #연작소설 #오한기식생계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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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변화의 힘 - 하루에 1%만 성장해도 1년 후 37배 다른 내가 된다
대런 하디 지음, 유정식 옮김 / 부키 / 202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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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mpound effect,
《아주 작은 변화의 힘》의 원제목이다. 복리효과.
이 책은 삶을 바꾸는 단 하나의 공식 "아주 작은 변화 + 꾸준함 + 시간 = 엄청난 차이" 복리효과 하나만을 말한다. "작지만 현명한 일련의 선택들이 엄청난 보상을 낳는 원리" 말이다.


그래 맞다. 복리효과란 모름지기 놀랍다. 이미 다 잘 알 것이다. 그거 말고 다른 신박한 정보는 없냐고 묻고 싶은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원리는 없다.
진실은 새롭지 않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다."
-짐 론


18세에 사업을 시작해 24살에 백만장자가 된 <석세스> 발행인이자 편집장인 저자 대런 하디도 같은 말을 한다.
"당신은 성공에 필요한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더 이상 무언가를 배울 필요는 없다. 필요한 것이 '더 많은 정보'라면, 인터넷을 검색할 줄 아는 사람들이 모두 대저택에 살고 강철 같은 복근을 자랑하며 더 없는 행복을 누려야 마땅하지 않은가?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정보'가 아니다.
실천에 필요한 새로운 '계획'이다. 이제 성공으로 이끄는 새로운 행동과 습관을 창조할 때가 온 것이다. 간단하지 않은가?"
- 26면


책 초반을 읽으면서 괜히 골이 났다. 성공은 단순하고 간단하다고 말할 때마다 속으로 대런 하디에게 대들었다. '인생을 바꾸는 게 그렇게 간단하고 쉽다면서 난 왜 이래요? 매일 계획한 투 두 리스트는 체크하지 못한 목록들이 당연하듯 쌓여만 가고, 지난 달이나 작년이나 저는 똑같은걸요! 성공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을 비하하는 거예요? 계속 읽어볼 테니 날 설득해 봐요!'


25페이지를 읽고 곧 멋쩍어졌다.
"경고해 둘 것이 있다.
성공을 이루어 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 과정은 힘들고 지루하며 재미라고는 조금도 없다. 당신의 분야에서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월드 클래스'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느리고 몹시 고되다."


오해하고 있었다. 간단하다는 말이 쉽다는 뜻이 아니었다. 복리효과를 적용해 성공하는 데는 시간을 쌓는 것이 관건이다. 그 하나는 곧 올바른 습관을 장착하고 나쁜 습관을 없애며, 고난에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내는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는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인 것이다.


이 책은 마법의 해결책이나 비법, 즉효약 따위는 모두 거짓말이라고 속 시원하게 일갈한다. 자신은 그런 속임수에 절대 넘어가지 않는다며, 굉장히 많은 길을 돌아다니며 진실이 무엇인지 힘들게 습득했다고 한다. 자신이 말한 것을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의 책이었다. 몇 분 전과는 정반대의 태도로 《아주 작은 변화의 힘》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귀가 얇다니... ^^;;)


사람들은 대부분 어떻게 해야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꾸준함이 성공의 핵심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았다. 내가 그동안 꾸준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초기의 변화가 아주 미세해서 감지조차 어렵다"라는 것이었다. 작은 변화들이 뚜렷한 결과를 내지 않기에 컴파운드 이펙트가 발휘되기 전에 지지부진한 채 나도 모르게 포기해버렸다.


하지만 《아주 작은 변화의 힘》가 제시하는 사례들을 읽으면서 분명하게 깨달았다. 대런 하디의 동네 친구 이야기를 들어보자.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세 명의 친구들이 있다.
래리는 평범한 하루하루에 그런대로 행복하게 똑같이 살아간다.
스콧은 하루에 10페이지씩 책을 읽고, 출근길마다 영감을 주는 이야기가 담긴 오디오북을 30분씩 듣기로 했다.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매일 125kcal씩 덜먹기로 결심한다. 시리얼 한 컵, 콜라 한 잔 덜먹으면 되는 정도다. 그리고 하루에 2000보가량 더 걷기 시작했다.
세 번째 친구 브래드는 대형 TV를 구입해 실컷 시청하고, 푸드 채널의 레시피를 따라 요리하길 즐기는데 캐서롤과 디저트를 특히 좋아한다. 거실에 바를 설치해 일주일에 한 번씩 음주도 즐긴다. 그저 좀 더 즐기며 살고 싶을 뿐이다.


5개월이 지나도 겉보기에 세 사람은 동일하다. 10개월, 18개월이 지나도 그대로인 것 같다. 그러다 25개월쯤 지나면, 마침내 뚜렷한 변화가 보인다. 31개월째가 되면 그 변화는 깜짝 놀랄 만한 수준에 이른다. 스콧은 15kg 빠진 반면 브래드는 30kg이 늘었다! 스콧이 독서와 오디오북으로 지식을 습득한 시간은 승진과 연봉 인상, 윤택한 결혼 생활로 돌아왔다. 브래드는? 직장에서 뒤처지고 결혼 생활 역시 위기다. 래리는 약간의 후회는 있지만 2년 반 전과 거의 비슷하다.


브래드의 나쁜 습관을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자.
가족들은 그가 만든 머핀을 좋아한다. 요리하면서 더 많이 먹곤 했다. 그렇다고 많은 양은 아니다. 하지만 과다한 음식 섭취로 숙면이 어려워진다. 피곤이 덜 풀린 상태로 깨느라 별것 아닌 일에도 쉽게 짜증이 난다. 수면 부족과 짜증은 브래드의 업무 성과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생산성이 떨어지고 상사의 피드백도 부정적이다. 그런 날 어찌나 스트레스를 받는지 좀 더 차려 먹기 쉬운 음식에 손을 뻗고 만다.


생활에 에너지가 떨어지니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준다. 아내와 함께하던 산책이 줄어드니 엔도르핀 분비도 줄어들고 만다. 행복감이 떨어지자 타인의 결점만 부각되어 보이고, 아내를 향한 칭찬 역시 자취를 감춘다. 에너지와 아내를 향한 관심의 고갈이 결혼 생활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저 피곤할 뿐이다. 밤늦게까지 TV 앞에 있다. 힘들지 않을 뿐 아니라 즉각적인 쾌락마저 주기 때문이다. 아내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기만의 세상으로 숨는다. 외로움에 싸인 채 일에 더 에너지를 쏟고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을 늘린다. 주변 남성들이 추파를 던지는 걸 보면서 자신이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애석하게도 브래드가 매일 행한 작은 선택들은 결국 인생의 모든 영역을 사정없이 파괴하는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고 말았다.


예상되는 뻔한 이야기였나. 그렇다. 컴파운드 이펙트는 예측 가능하고 측정 가능하다. 엄청난 희소식이 아닌가. 아주 작은 단계들을 차례대로 꾸준히 시간을 두고 밟아가면 삶이 개선될 수 있다니, 다행이지 않은가! 복리효과는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똑같은 힘을 발휘한다. 간발의 차이가 시간의 어마무시한 축적을 통하고 나면 엄청난 보상의 차이로 돌아온다. 당신은 어느 방향으로 살고 있는가.


이 책은 컴파운드 이펙트의 운영 매뉴얼이다. 복리효과를 구성하는 핵심 원리 6가지를 제시한다. ‘복리의 원리’ ‘선택의 원리’ ‘습관화의 원리’ ‘모멘텀의 원리’ ‘영향력의 원리’ ‘가속화의 원리’가 그것이다. 이 6가지 원리를 실천하면 누구든 원하는 삶을 현실로 살아갈 수 있다.


그중 "선택의 원리"에서 권하는 자신의 행동을 추적하라는 방법을 소개한다. 개선하고 싶은 삶의 영역과 관련한 모든 행동을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한 가지도 빼지 말고 메모장에 적어라. 핑계나 예외는 없다. 빅 브라더가 감시하고 있다 여기고 적어라. 3주 동안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모두 적겠다고 결심하라. 자신의 발전과 실수를 추적함으로써 자신의 결정을 의식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 아는가? 모든 테이블, 돈을 따는 모든 사람을 매시간 추적하기 때문이다. 올림픽 대표팀의 트레이너들은 왜 높은 연봉을 받을까? 선수들이 행하는 모든 운동과 먹는 모든 음식 및 칼로리를 추적하기 때문이다. 승리자가 되려면 추적자가 되어야 한다. 사정거리 안에 목표를 위치 시키고 일상을 꾸준히 추적해야 한다. 매 순간 어떤 행동을 하는지 인식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효과적인 것이다. 자신의 현재 위치를 알지 못하면 관리나 개선 또한 불가능하다. 자신의 습관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든 아니든 (장담컨대, 당신은 잘 모른다), 바로 지금부터 추적하기를 실천한다면 생활방식과 인생이 바뀔 것이다.


패배가 습관이듯이 성공도 습관이 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점점 더 절실히 다가오던 작은 습관의 힘, 작은 행동의 힘을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자기계발서 특유의 동기부여력 덕분에 읽는 동안 당장에 이것들을 실천하리라 다짐했지만 아주 작은 시작을 강조하는 책이 아니던가. 작은 수첩 하나를 마련해 오늘 먹은 음식을 차근히 적어보는 것에서 시작하려고 한다. 그리고 3주 후 음식을 대하는 나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조금은 몸이 가벼워졌기를 바라면서.


현실적인 경고도 통쾌하게 날려주어 신뢰하며 집중해 읽었다. 다양한 사례와 저자의 경험 속 이야기들이 흥미로워 순식간에 페이지가 넘어간다. 세상에서 가장 큰 자산이 시간이라는 것을 절감하며 오늘 주어진 이 하루가 다이아몬드처럼 되새길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자기계발서는 다 비슷한 말만 한다는 편견을 가진 독자라도 이 책은 만족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습관 형성에 필요한 구체적인 팁을 원하는 분들께도 만족스러운 책이 될 것이다.


#도서지원 #아주작은변화의힘 #부키 #대런하디 #복리효과 #컴파운드이펙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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